평소 꿈꾸라의 '화' 코너에서 아주 찰진 말솜씨와 잡학다식한 면모,
유려한 비유와 은유를 뽐내시는 김태훈 씨를 좋아라합니다. ^^
좋은 소식이 있네요.
온전히 한 시간 근팝김이 진행하는 프로가 생겼습니다!!!
원래는 오정연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오정연의 3~5시 사이'라는 프로그램인데요.
일요일에는 <두 남자의 빈방 체류기>라는 제목으로
3~4시 1부는 김태훈 씨가,
4~5시 2부는 박은석 씨가 진행하신다고 합니다. ^^
말하자면 객원 DJ인 셈이에요.
근데 시간대가 참 잔인하네요. ㅠ (게다가 생방이라니 김태훈 씨도 많이 힘드실 듯;;)
전에 라디오 데이즈를 한참 들을 때에도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꼈었는데 말이죠.ㅠ
어쨌든 조금만 이른 시간에... 정규 방송 DJ를 맡으실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지지난주 일요일부터 KBS 2FM 89.1에서 일주일에 하루씩,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객원 DJ를 하고 있다.
몇 년 전, 인터넷 프로그램 <Groove on net>, 지상파 DMB <김태훈의 프리웨이>를 기획해 프로듀싱을 했던 민일홍PD의 제안으로 소일(!) 삼아 하게된 프로그램이다.
정규 편성은 <오정연의 3시와 5시 사이>, 아나운서 오정연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니 일종의 셋방살이라고 해야할까?
문제는 금주부터 생방을 하자는 황당한 아이디어가 있었고,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는 것이다.
새벽 1시에 일어나 칫솔질만 간신히 마친 채, 여의도로 향했다.
내 뒤를 이어 4시부터 5시까지, 역시 일주일에 한 번 객원 DJ를 맡고 있는 박은석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잠시 박지성이 선발 출장한 프리미어 리그 블랙번전을 시청하다 생방에 들어갔다.
도대체 이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노파심은 방송 시작과 함께 여지없이 무너졌다.
콩 게시판과 문자로 400개가 넘는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두 통의 전화 연결까지 했으니 세상이 모두 잠들었다고 생각한 새벽 3시부터 4시까지의 한 시간 동안 꽤나 많은 사람과 소통한 셈이다.
방송을 마치고 홍대 앞에서 이른 아침밥까지 먹고 돌아오는 길, 문득 상념에 빠졌다.
피곤한 이 도시에서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잠들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다음주 일요일 생방 시간에 넌지시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다음은 일요일 생방한 트랙 리스트이다.)
1. Doin' something / Soulive
2. What you won't do for love / Skoop on somebody
3. 돈키호테 / P-type
4. Love is blindness / Cassandra wilson
5. Bring the funk / Ben harper
6. Will you marry me / Lenny kravitz
7. Moon & Sand / Chet baker
8. Where you are / Rahsaan patterson
근데, 꽃이랑 집 안 알려준 거랑, 녹차티백 손에 쥐어준거...요런 거는 다 진짜였어요. ^^
제게는 절친한 친구 "나얌전" 양이 있어요. (가명입니다.)
그녀는 평소에 아주 깔끔하고 반듯한 친구죠.
품행 또한 아주 바르고요.
그런 얌전이가 자신의 주량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술을 매우 좋아하던 고등학교 동창 L에 의해서였죠.
L양 : "자! 자! 안주 나온 기념으로 한 잔!!"
얌전 : "어? 나 술 잘 못하는데"
L양 : "자! 자! 고기 뒤집은 기념으로 한 잔!!"
L양 : "자! 자! 술 한 병 더 온 기념으로 한 잔!!"
L양 : "자! 자! 건배한 기념으로 한 잔!!"
L양 : "자! 자! 안주 또 나온 기념으로 한 잔!!"
얌전 : "어? 나 술 잘 못 ㅣㅁㄴ이ㅏ러ㅏㅓㅣㅏ 에헷 에헤헤"
남 술 먹이는데 일가견이 있던 L양은 얌전양에게 신세계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그 날 있었던 가장 큰 사건.
술을 마시던 얌전양이 울기 시작한 거에요
"나 여기 피났어..어떡해...흑흑"
......
"..........야...........그거 초장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손가락과 옷에 묻은 초장을 보고 울었다는 얌전양...ㅋㅋ
K양은 이 일을 가지고 얌전양을 백만년동안 놀렸어요.
"야! 너 얘 술 먹으면 얼마나 귀여워지는 줄 알어? 얌전아~ 술먹자 술먹자~~"
그리하여 얌전양은 앞으로 술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죠.
하지만, 어디 세상 일이 마음 먹은 대로만 된답니까?
얌전양은 2년후, 자원봉사자 단체회식자리에서 또따른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날이 자원봉사가 끝나는 뒷풀이 자리였고
도저히 술을 몰래 버릴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무시무시한 파도타기가 시작되었대요.
자신이 술을 안 먹으면 자기 왼편에 앉은 사람들이 처음 시작한 부분부터 다시 시작해서
계속 술을 먹어야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원망받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한 잔, 두 잔 받아마시다보니
어느새 취하게 된 거죠.
그러다가 시간은 새벽...이제 다들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고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그녀를 데려다주기 위해서
몇 명이 그녀를 부축하고 나왔죠.
그 때 어떤 남 선배 한 명이 길가 화단에 침을 뱉었대요.
그러자 헤롱헤롱하던 얌전양 날을 새우며 앙칼지게 말했답니다.
"오빠!! 왜 꽃에 침을 뱉어요? 꽃이 불쌍하잖아요!!! "
쭈그려 앉아서 꽃에게 말도 걸었대요.
"꽃아, 미안해. 미안해. ㅠㅠㅠ 오빠도 빨리 미안하다고 말해요!! 얼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ㅎㅎ
결국 그 오빠가 꽃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할 때까지 그러고 있었대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어요.
"너 집 어디야? 이 근처라며? 들어가서 자야지. 응? 어디야?"
"헤헤헤헤. 집...이요? 몰라요?"
"장난치지 말고;; 어디야?"
"알..려...주면 ...안되는데..."
"왜? 집을 알아야 널 데려다주고 갈 거 아냐?"
"...아빠가... 남자한테 집.... 가르쳐주지 말랬어요. 헤헷 헤헷"
해맑게 웃는 얌전양.
데려다주던 사람들은 환장할 노릇이죠. ㅎㅎㅎㅎ
얌전양은 이들을 끌고 1시간쯤 집을 안 알려준 채 동네를 돌고 돌았답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집을 알아내서 그녀를 무사히 데려다주고 가려는데
얌전양이 그들을 붙잡더래요. 현관으로 끌고 들어가더니
"여기까지 왔는데... 차라도 한 잔. 헤헤헷...헷 잠...깐만요!!"
이러더니 휘적휘적 싱크대로 가서 녹차티백을 꺼내더랍니다.
그래서 얘가 좀 술을 깨서 차 한 잔 주려나 보나 했더니
녹차티백을 선배들 손에 꼭 쥐어주고는 문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닫아 버렸대요. ㅋㅋ
얌전양은 전혀 기억이 없다는데 나중에 그 때 술 먹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그 후로 다시는 한 두 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아요. ㅎㅎ
제 친구. 좀 귀엽지 않나요? ㅎㅎ
품행제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귀여울지도 모르겠지만
문득 그 친구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정작 저는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못봤거든요.
바로 그 전 단계인 테이블과 술 자리를 자꾸 청소하고 닦는 것까지는 몇 번 봤었는데 말예요.
친구야. 그런 귀여운 주사도 쉽지 않거든?
나랑 술 한 잔(?) 하자ㅎㅎ
꿈꾸라 UCC "천재를 꿈꾸는 그들!!! "이라는 영상을 보다가 발견한 타블로의 라갤 눈팅 현장입니다. ㅎㅎ
그 영상의 1분 8초 즈음에 나와요~~
방송일자는 "천재"에 대해서 이야기한 11월 20일입니다.
역시 이제 습관처럼 라디오 갤러리를 켜놓고 있군요.ㅎㅎ
바람직해. 바람직해.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