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힙합 플레이야에 페니의 인터뷰 기사가 떴습니다.
일주일이나 기다린 보람이 있게, 아주 길고 알찬 인터뷰네요. ^^ 
다들 즐겁게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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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출처 : 힙합플레이야
http://www.hiphopplaya.com/magazine/article/view.html?category=3&category2=&page=1&sort=&num=3484&keyfield=&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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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 HIPHOPPLAYA 회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과 흑인음악 팬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Pe2ny: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로 활동중인 Pe2ny입니다..!!
힙플을 통해선 3번째 인사드리네요



힙플: 울림에는 지금 Epik High, Pe2ny말고 어떤 분들이 계세요?

Pe2ny: Nell, 강균성, 지선, 그 다음에 이번 앨범 뒷면에 보면 Burning Tree(버닝트리) 라는 로고를 넣었거든요. 울림안의 서브레이블 개념인데 힙합을 메인테마로 운영될 예정이고 여러 아티스트를 섭외 중이에요. 좀 새로운 개념의 레이블로 발전시키려고 준비 중이고 관심도 부탁드려요 좀 있으면 울림 홈페이지가 개편이 될 건데, 거기에 아마 버닝 트리 쪽으로 컨택(contact)을 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길 것 같아요. 많은 관심 좀!



힙플: 힙합레이블! 재밌겠네요.. 기대하겠습니다.(웃음) 먼저 이터널 모닝 (Eternal Morning) 이후의 근황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Pe2ny: 이터널 모닝 이후 힙합 이외의 장르에서 편곡이 많이 들어와서 약간 눈을 돌려 봤어요. 사실 저한테, 이것저것 좀 힘든 시기가 이터널 모닝 전, 후거든요. 전환점이 되었던 시기 같기도 하고... 그래서 또 다른 것에 도전을 많이 했었죠.



힙플: 그 시기들이 음악적으로 힘드셨던 건가요?

Pe2ny: 네, 음악적으로죠...힙합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서 계속해서 제가 많은 것을 얻고, 배우면서... 계속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밀려오는 시기였죠. 그러다보니 약간 다른 쪽으로 눈을 많이 돌렸었던 것 같아요. 제 나이도 내년이면 30이거든요..(웃음)



힙플: 그렇게 눈을 돌렸다가 얻으신 결론이 결국은 힙합이셨나요?

Pe2ny: 콕 찝어서 힙합... 그건 아니고, 타 장르도 해보다보니, 어떤 장르든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음반도 듣다 보면 이것저것 다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시기에 음악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아직도 음반을 사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본에 2차례 정도 숙소도 없이 LP를 사러 다니기도 하고 여행 내내 음악듣기도 했었고요...



힙플: 음악이 즐겁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웃음) 그럼 이번 Alive Soul Cuts Vol.1 이 앞서 말씀해 주신 그 시기에서부터 작업이 시작 됐을 텐데, 이 앨범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신 계기.. 또, 작업기간은 얼마나 걸리셨어요?

Pe2ny: 일단 회사 계획 상 앨범 나오는 시기는 이때가 맞고요.. 앨범에 대한 이야기기는 1년 전부터 나와서 계획이 됐었는데, 좀 저 개인 적으로 '아직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진행을 못하고 있었어요. 01년 EP앨범 이후 Alive soul cuts의 전신적 앨범을 기획했었거든요 뭐 그... 시기적으로나 주변에서의 지원적으로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군 입대를 했던 거죠, 그러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통해 제작하게 된 거죠, 작업기간은 한 3,4개월 걸린 것 같아요. 앨범이 나오기까지...



힙플: 이번 앨범이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프로듀서가 주연인 앨범인데요. 이 처럼 많은 MC/VOCAL들이 참여하는, 마치 컴필레이션(compilation) 같은 앨범을 구성하게 된 계기는요?

Pe2ny: 일단은 이게 제목에서 알겠지만 시리즈물이거든요. Vol. 1이라는 타이틀을 괜히 붙인 게 아니에요.



힙플: 근데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Vol. 1 해놓고 Vol. 2 안 나오는 앨범들이 꽤 많거든요.(웃음)

Pe2ny: 전 꼭 하려고요....(웃음) 이게 명반이 되던, 평범한 앨범이 되던 발전 가능성은 분명히 있어요.., 이번엔 시작이다 보니 주변의 친분 있는 MC들의 참여가 메인이 되었지만, Vol 2에선 정말 실력 있는 MC들과의 조합, 전혀 힙합 적이지 않은 분들의 참여로 새로운 느낌의 창조 등 좀 더 프로젝트 성향을 가지고 진행하고 싶어요, 이번엔 어떻게 보면 컴필레이션의 성격이 더 강해졌지만요.



힙플: 어떤 특정한 뮤지션과 진행하는 형태요?

Pe2ny: 네. 원래 앨범 컨셉은 몇 몇 MC/VOCAL 위주로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말씀드렸듯이 작업 후반으로 가면서 생각이 좀 바뀐 거거든요. 음반에 MC/VOCAL 들이 참여하는 것은 그 뮤지션들의 가사, 목소리도 물론 좋지만,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하나의 악기로 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의 목소리는 베이스 같고, 이 사람의 목소리는 기타 같고.. 그런 개념에서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까 약간 컴필레이션 형태를 띠게 된 것 같아요. 믹스 과정에서도 목소리 보단 전체의 조화를 위주로 작업했구요.



힙플: 말씀하신대로 악기라는 생각으로 섭외를 하셨을 것 같은데, 순수하게 팬으로써 혹은 프로듀서로써 좋아하시던 분들만 참여를 하신 것 같아요.

Pe2ny: 그렇죠. '이 사람 목소리는 내가 악기로써 인정을 한다.' 그런 개념에서 출발을 한 거죠. 저는 보통 녹음을 받거나 다른 사람 디렉(directing)을 볼 때는 되게 꼼꼼히 보는 편이거든요.. 글자 하나 찍어서 녹음을 받을 정도 꼼꼼한 편인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그냥 다 맡겼어요. 시작하기 전에 '나는 너희들이 좋아서 작업을 하는 건데 내가 디렉을 보는 자체가 앨범 컨셉(concept)이랑 안 맞는 것 같다'고 말 해줄 정도로(웃음). 조언도 안하고 그냥 맡겨 놓고 녹음할 때, 뒤에 누워 있는 스타일(웃음)



힙플: 아주 당연한 질문이지만, 결과적으로 마음에는 드셨어요?

Pe2ny: '물론이죠!'라고 말하기엔 약간씩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죠.



힙플: 많은 참여진 중에 One Sun이나 Born Kim은 상당히 오랜만에..

Pe2ny: Born Kim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MC에요. 옛날에 99년도에... Born Slang 때부터 되게 좋아했었어요. Slang도 되게 좋아했는데, Slang은 근황을 모르고요.. 어쨌든, Born Kim같은 경우에는 워낙 대표적 특이한 스타일이잖아요. 그래서 아마 제 기억에 앨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미리 섭외를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One Sun형이야 말 할 필요도 없이 실력가이시고 형님이죠.(웃음)



힙플: 많은 뮤지션들이 참여 하면, 장점도 있지만, 아시겠지만 통일성의 측면에서 저해되는 요소도 될 수가 있잖아요.

Pe2ny: 그걸 저도 앨범 후반부에 마스터링 전에 느꼈던 것 같아요. 주제들은 식상하지만(웃음), 비슷한 주제였는데 앨범 전체적으로 1번부터 20번까지 들었을 때 통일성이 많이 떨어지긴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이런 앨범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힙플: 여러 스타일을 맛 볼 수 있는?

Pe2ny: 네... 여러 MC들이 참여하는데, 주체는 한 명이 만드는 거죠. 색깔이랑 여러 부분들을. 그게 이 앨범을 들어 줄 때 좀 느껴주면 좀 좋을 것 같은 요소예요.



힙플: 뮤지션들이 이만큼 많이 참여해서 나온 앨범인데, 작업하면서 에피소드는 없으신가요? 비하인드 스토리로 공개해 주시겠지만.(웃음)

Pe2ny: 잠 못 잔 게 제일 큰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어요. 정말로. 한 3,4개월이 작업 기간인데... 솔직히 참여한 사람 다 유명하잖아요(웃음)... 다 뭐 하고 있고 하니까, 그 스케줄 맞추다 보니까 막판 1달 안에 모든 게 다 몰렸어요. 저는 3,4개월 전부터 준비해서 그사이에 세션 받는 것부터 해서 모든 편곡 작업이 다 끝나있었거든요. 근데 녹음이 1달 안에 쫙 몰려버린 거예요. 마지막에 거의 한 2주 동안은 하루에 한 세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자면서 작업을 했는데, 아 진짜 이게 사람이 할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1집, 2집, 3집, 이렇게 내는 뮤지션들 있죠? 다 가서 절해야 돼요. 진짜 무한 리스펙(respect) 해야 돼요.(웃음)



힙플: 녹음도 녹음이지만, 믹싱에도 거의 참여 하셨잖아요.

Pe2ny: 그렇죠. 근데, 저는 솔직히 믹싱 잘 못해요(웃음). 그렇게 잘 하는 편이 아니예요. 근데 제 음악이고 제가 내고 싶은 질감 같은 것을 표현해야 하는 곡은 제가 믹싱에 많은 부분 참여를 했죠. 그리고 믹싱에 대해서 진짜 꼭 얘기해야 될 것 같아요. 일단 음반 요즘 나오는 것 많잖아요. 믹스 테잎이나 홈 레코딩을 통해서 나오는 음반들... 솔직히 들어보면 정말 잘해요. 콰이엇(The Quiett) 같은 경우에는 홈 레코딩이라고 별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구요. 하지만 확실히 틀린 것은 있거든요... 사운드 range랑 그런 것들.... MP3등 음원 시대다 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못 느끼는 것 같은데, 저는 오히려 앨범으로써 소장 가치를 주고 싶어 녹음부터 믹스까지 되게 진짜 많이 투자를 했어요. 솔직히 이거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을 정도로... 믹스 같은 경우에는 SSL이라는 아날로그 콘솔 있는데 찾아다니면서 요즘 시대에 안 맞게 믹스를 했을 정도로. 그러다 보니까 아마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런 얘기를 할 거예요. 음반 듣는데 잡음이 많고, 히스(Hiss)가 많다고...(모두 웃음) 그런 얘기도 분명히 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음반 가게에 항의가 들어온 것도 있데요... 'Alive' 같은 경우에 1분부터 40초 사이에 잡음이 들어갔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힙플: 네??? 전 모르겠는데, 의도 하신 건가요?

Pe2ny: 의도가 아니라, 소스에요.. 우리는 못 느끼죠.(웃음) 그 곡에 Tablo나 Yankie가 참여하다 보니까 다른 대중들이 듣게 되잖아요. 매니아들 말고... 그러다 보니까 약간 오해들이 있더라고요. 재미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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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 (웃음) 이번 에도 역시 믹싱 엔지니어 분이 MR.Sync 에요. 예전부터 많이 해오셨죠?

Pe2ny:
네.. 근데, '많이'가 아니라 처음 녹음부터 다 같이 진행 한 거죠. 물론 여러분한테 맡기고 하면 편하고 빨리 끝났겠는데 그렇게 하기가 싫더라고요. 믹싱 하시는 분이 그 사람의 음악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앨범 첫 곡의 레코딩부터 이야기 하며 진행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다보니 믹스만의 조언이 아니라 편곡 적 느낌 적 조언도 함께 할 수 있었어요, 물론 Mr.Sync형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니, 음악적 이해는 말할 필요도 없구요.


힙플: 아예 처음부터 작업에 참여하신거네요. 그럼 이제 가사 얘기랑 MC들 얘기로 돌아 가보자면, 이건 앞서 말씀해 주신 부분이 답변이 될 수도 있는데요. 다 맡기셨다고 하셨는데, 주제 선정이나 내용에 대해서 까지도 다 맡기신 건가요?

Pe2ny: 음... 주제 선정은 한 2/3정도는 이런 주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One Light같은 경우에는 Double K가 이 녹음실(인터뷰는 ARK Sound에서 진행 되었다.)에 놀러 온 날 부탁을 했어요.(웃음) 제가 음악을 들려줬더니 '어 이거는 이런 느낌이다' 라고 말을 하는 거예요.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약간 도시 적인 사랑? 이런 것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저도 괜찮은 것 같아서 녹음 해보자고 하고, 녹음을 했어요. 그 다음에 그 부분에 대해서 말을 해주고, 넋업샨 한테 넘기고 넋업샨 가사 쓴 다음에 Minos한테 넘기고, MR.sync와 제가 훅(hook)을 만들고 노랫말을 쓰고 해서 완료 된 경우고요.



힙플: 나머지 곡들은요?

Pe2ny: Kebee같은 경운 항상 작업을 같이하고 싶은 MC인데, 제가 생각한 하나의 단어를 주면 그걸 가장 잘 구체화 해왔어요. 느낌적인 측면에선 제 비트와 가장 잘 맞은 경우가 되겠네요, MYK는 항상 같이 다니는 동생이다 보니 생각하는 게 같고 (웃음), 타블로, 얀키는 막판 녹음실에서 식생활까지 함께하다보니 체내에 있는 물질들까지 같아져서, 그냥 말없이 작업했어요(웃음)



힙플: 직접 작사하신 부분도 꽤 되는데요.

Pe2ny: 작사는 훅(Hook) 부분에만 참여했죠. 원래는 멜로디 라인 쓰는 것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 곡이 다른 사람 곡이 아니라 제 앨 범에 들어갈 곡이고 제가 주체가 되는 앨범이기 때문에 제가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했어요.(웃음) MR.Sync나 타블로의 도움이 크기도 했죠.



힙플: 훅에 참여하신 분들 중에 메이비의 참여가 의외였는데요.(웃음)

Pe2ny: 네, 처음부터 생각했던 분이고요... 음... 그 노래는 논란이 되게 많잖아요?



힙플: 네... (웃음) Leo를 왜 그 트랙에 넣었냐 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웃음)

Pe2ny: 그런데 이 곡은 애초에 이렇게 만들려고 했던 곡이에요. 오히려 더 심하게 만들려고 그랬는데, 그 선에서 딱 멈춘 거예요.(웃음) 나쁜 음악 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웃음) 아마 ‘앨범의 성격이랑 안 맞는다’ 이런 이야기 할 텐데, 말 그대로 보너스 트랙이에요. 정말 선물이에요 이건.(웃음) 즐겁게 들어주세요- 상큼하잖아요!!!(웃음) 항상 음악으로 간지만 낼 순 없잖아요, 가끔은 날 위해 즐거운 것도 해보고 싶어요. Vol 2에선 보너스 트랙으로 테크토닉을 선사할지도!(웃음)



힙플: 네, 보너스 트랙인 것을 간과하면 안 되겠네요.(웃음) 그럼 이어서, Kero One과의 작업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Pe2ny: 일단은 제가 Kero One의 광 팬이였구요.(웃음) Kero One의 데뷔 EP부터 가지고 있어요. 저는 처음에 Kero One이 한국 사람인지도 몰랐어요. EP 케이스가 흑백이거든요. '백인인가?' 하는 이런 느낌이었는데,(웃음) 나중에 알고 보니까 한국인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어떻게 하면 연락이 될까 하고 있었는데, MYK가 베이에레아(bay area) 쪽에서 같이 음악을 하던 형이더라고요. 당연히 MYK를 통해서 연락을 해봤는데, 기쁘게도 그분도 저를 알고 계셨고,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그리고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Kero One이 일본에서는 정말 되게 인기가 많은 편이에요. 일본 투어를 돌 수 있을 정도에요... 물론 소규모지만. 한국에서도 활동하시고 싶어하시고요...



힙플: 실제 작업은 어떠셨어요?

Pe2ny: 인터넷을 통해서 작업을 했고요, 흥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믹스 마지막 날 까지... 원래는 무그(Moog) 연주가 있었어요. Kero One이 음악 듣더니 이거 무그가 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다고 하면서 그것을 녹음해서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그 데이터를 미국 쪽 웹 하드 같은 서버에 올려줬는데, 그때 마침 그쪽 서버가 점검 중이었어요. 믹스는 그날 오후였고... 마지막 날 결국 소리를 못 넣었어요.(웃음)



힙플: 아~ 아쉽네요.(웃음)

Pe2ny: 네(웃음).. 그리고 Kero One이 되게 쿨 한 사람인 게 그 곡에 쓴 샘플 곡이 있거든요. 존스 걸스(Johns girl)라는 앨범에 수록 된 곡인데, 그 앨범을 자기가 찾아서 저한테 사진을 찍어서 보내 줬어요. 'Good works!!!' 라고 적어서...(웃음) 기분 좋더라고요... 그리고 Kero One 은 되게 우리 뮤지션들이 배워야 될 게 많은 분이에요... 진짜 프로라는 말이 어울리는... ‘언제까지 끝내서 언제까지 보내주겠다.’ 하는 그 일정을 다 맞췄어요. 기본적인 것이긴 하지만요.. 미국과 한국을 실시간으로 맞춰서 작업했다는데도 의미가 있구요.. Verse1을 녹음해서 우리한테 보내주면, 우리는 프로 툴을 데이타 위에 MYK를 녹음해서 다시 보내주고 Kero One은 Hook을 짜서 자신의 의견과 함께 이메일을 보내줬고, 우린 수정해서 보내주고... 3일안에 끝난 작업이지만 어느 곡보다 완성도가 있었죠.



힙플: 그럼 이제 곡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뭐 이건 제 표현일 수도 있어요... 따뜻한 감성인데, Urban함이 조금 더 많이 더해진 스타일인 것 같은데..

Pe2ny: 그 Urban함이라는 기준을 옛날에는 억지로 만들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Urban함이라는 것. 누군가 와서 '도시적인 음악 만들어봐' 이래도 지금은 못할 것 같아요. 의도되는 색깔이 아니라, 워낙 도시에 오래 살다 보니까, 어릴 때부터 뭐 건물 밖에 안보고 살았는데 당연히 그런 것 같아요. 생각 하는 건데 굳이 그것을 뭐 '도시적인 게 내 색깔이니까 그걸 넣자' 이런 게 아니고요. 그리고 저는 모르지만 청자들이 느끼는 제 감성들은 항상 제가 듣는 음악이나 샘플링 했었던, 디깅을 했었던.... 그런 곳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 같구요, 최근에 더 심하게 느낀 거지만 제가 듣는 스타일이 되게 한정되어 있더라고요. 주로 제가 듣는 음악은 옛날 70년대 Quiet storm R&B거든요. 듣는 음악들이 정말 스타일이 똑 같더라고요... 이제 더 많은 음악을 들어야죠..



힙플: 그럼 의도 하신 색깔은 없으셨어요?

Pe2ny: 음.. 되게 낡은 소리도 아니고, 세련된 소리도 아니고... 그냥 가장 부드러운 느낌을 중요시 한 것 같아요. 아마 예전의 투박함 보다 부드러워진 이번 앨범의 곡들로 많은 분들의 안 좋은 의견도 많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가장 저 다운 소리랑 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인데요, 죄송하지만 전 만족하고 있구요, 색깔이라는 것은 앞으로 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콰이엇(The Quiett)을 인정해야 되는 게 이런 부분이에요. 콰이엇 음악 들으면 되게 여러 가지 색깔이 있는데, Soulful 하면서도 그냥 콰이엇이 만든 힙합 같아요... 제가 듣기에는. 그만큼 콰이엇 색깔이 되게 확실해요. 외국에 내놓고, 그냥 막 섞여 있어도 끄집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힙플: 콰이엇 이야기가 나와서 드리는 질문인데, 샘플링 작법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고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Pe2ny: 그렇죠. 그런 샘플소스를 똑같이 모두에게 이렇게 주고서는, '이 느낌대로 만들어봐' 라고 한다면, 아마 콰이엇이 가장 자기색깔이 뚜렷한 음악을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힙플: 이제는 식상한 이야기지만, 샘플링과 표절에 대해서요.

Pe2ny: 음 글쎄요... 근데, 힙합에서 샘플링을 표절이라고 생각 하시는 것 자체가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것은 표절이란 말을 할 수가 없거든요. 물론 뭐 힙합은 공부해야 되는 필요가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 기본 은 알아야 되지 않나 싶어요. 디제이들이 판을 두 개 섞으면서 시작 한 음악이고, 그러다가 디지털 장비들이 생겨나면서 조금씩 발전 한 건데.... 거기서 샘플링을 계속 쓴다고 '야 이거는 완전 표절이잖아. 이거 누가 못해' 이러는 것은 좀 넌 센스(nonsense)인 것 같아요.



힙플: 샘플링에서 대놓고 욕먹는 경우가 프로듀서 사이에서도 있을 텐데, 그 경우가 일반적으로 멜로디 하나 크게 잘라 와서 계속 돌려주고 드럼도 뭐 대충 깔고 하는 경우 아닌가요? 작법을 떠나서, 곡에 임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데요. 샘플링에 임하는 프로듀서 자세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 하세요?

Pe2ny: 글쎄요. 약간 경쟁심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에 잘 알려진 유명한 곡을 쓴다면 자기만의 느낌을 더욱 살릴 수 있는 방법? 그런 걸 좀 더 연구하면 되지 않을까요? 원곡을 훼손시키지 않을 거라면, 이 곡에 대한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편곡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샘플을 쓰더라도 기술 적인 방법이나, 장비를 통한 거나, 프로그램 통한 거나... 그런 소리의 질감을 다르게 표현 할 수 있거든요. 근데 요즘 보면 몇 몇은 되게 간단하게 작업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룹 베이스 프로그램 같은 것을 이용해서 그냥 돌려놓고, 드럼 뭐 쿵짝쿵짝...그것도 방법이라고는 볼 수 있긴 하지만, 그건 뭔가 장인 정신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제가 이런 말 할 입장일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힙플: 그럼 다시 앨범으로 돌아와서 최근 힙합에서 많이 쓰이는 소스라든지 그런 사운드의 경향보다는 어떤 소울 음악의 소스들로 힙합특유의 색깔을 담으려 하셨다고 하셨는데, 소울 음악의 소스를 선택 하신 건 아까도 말씀하셨다시피 자주 듣고 좋아하시는 음악의 영향이 컸겠네요?

Pe2ny: 그렇죠. 되게 즐겨 듣고 디깅하러 다녀요. 이번에 일본 가는 것도 디깅하러 가는 거고.... 3월에 앨범 시작 전에 갔다 온 것도 디깅하러 갔다고 온 거고요.



힙플: 앞에서 전환점이 됐다고, 말씀 해주셨는데 그 어떤 뭐라 그럴까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그렇고, 실질적인 음악 작업 전반에 있어서도 이터널 모닝 작업이 영향을 줬나요?

Pe2ny: 그렇죠. 같이 샘플링을 하고, 같이 코드를 만들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개인 적으로는 되게 새로운 경험이었죠. 음... 예를 들면 예전에 제 음악의 핵심이 드럼이었다면, 지금은 음의 흐름 같은 것을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코드나 흐름.. 악기들의 어울림.. 이런 것을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그때 보다는. 오히려 이번 앨범을 듣고 많은 리스너들이 옛날의 스타일이 좋다라는 말을 한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제 스스로 판단하기에 저는 제가 좀 더 공부하고 그것을 보여준 거거든요. 그 자리에만 머무르기 싫었던 거죠.



힙플: 방금 살짝 말씀해주신 걸로 답변이 될 수 있는데, 이전에 하셨던 결과물들과 스타일이 많이 달라서 거기서 오는 혼란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Pe2ny: 개인 적으로는 제가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많이 활용해서 기분 좋았던 앨범인데요. 음... 첫 앨범이다 보니까 게시판 같은 것을 되게 확인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근데 어떤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Pe2ny의 전성기는 Yesterday 이후에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웃음) 그런 글도 봤는데, 그때 음악이랑 지금 음악이랑 정작 현재 음악을 하시는 분들에게 가져다 드리면 지금 음악이 약간은 더 음악 같다고 말씀 해 주실 거예요. 그때가 좀 더 투박하고 거칠고... 열정적이라고 해야 되나? 약간 그런 면은 더 있어요. 지금 들어도 되게 재밌기도 하고요. 근데 지금은 제가 음악을 하면서 먹은 나이만큼 좀 더 발전 된 이런 음악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러니까, Pe2ny라는 인물이 갖고 있던 색깔에 예전보다는 공부하고 노력 한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앨범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그 기대감에 너무 치우쳐 반응이 안 좋은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앞으로 Vol. 2도 있고 Vol.3도 있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 더 지켜보면 재밌는 음악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힙플: 인터뷰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제 개인 적인 무한 애정이기도 한데요... 페니만의 스네어가 조금은 사라진 것 같아요.

Pe2ny: 이 음악에 가장 어울리는 드럼을 쓴 거예요. 그걸 버린 게 아니고요.(웃음) 만약에 옛날 같은 방식으로, 이번에 다시 했다면 그런 느낌들은 다시 나올 것 같은데, 지금 앨범들에 있는 곡들에다가 그런 느낌의 스네어를 넣는 거는 되게 조금 언발란스(unbalance) 한 느낌일 것 같아서 배제 했다기보다, 그냥 이 음악에 가장 어울리는 스네어를 올려놓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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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 앞으로의 결과물에서 다시 듣게 되길 바라고요(웃음) 앨범 내에서 콰이엇이 랩을 얹은 J Dilla(이하: J.D)를 추모하는 곡 'Still Shining.'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Pe2ny:
예전부터 이 곡은 되게 하고 싶었던 곡이고요. J dilla에 대해서 저나 몇몇 프로듀서들은 무한 리스펙이잖아요.... 근데 이 곡을 콰이엇이랑 한다는 자체가 되게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콰이엇은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잘 만들고 잘 하고 있는 친구고...한국 힙합의 주축이기도 하고요. 근데 그 친구가 MC로서 내 앨범에 참여를 해주면서 우리가 서로 좋아하는 J.D에 대한 곡을 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의미가 있었어요. 콰이엇이 아마 열혈 랩으로 이 곡에 참여해줬다면, 구리지 않았을까요? 전 애초에 이곡에 읖조리듯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 했었고요.


힙플: 곡 자체에서도 어떤 J.D 만의 소리들을 조금 담으시려고 노력 하신 것 같은데요...

Pe2ny: 뭐 아직, 쫓아 갈 수도 없죠.... J.D의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 마다 발전하는 것을 봤거든요. 그걸 보면서 저도 똑같이 배워나가면서 발전을 한 것 같아요... 근데 어느 날 그게 없어진 거잖아요. 저로써는 굉장히 큰 부분을 잃은 거죠.



힙플: 어떤 영역의 롤 모델이었던?

Pe2ny: 그렇죠! 그 제가 보고 배워가며 교과서 같은 존재가 없어 진거죠.



힙플: 안 해볼 수 없는 이야기, 타이틀 곡 'Alive' 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려요.

Pe2ny: Alive. 일단은 뭐 오랜 만에 해보는 힙합 곡인 것 같아요. 정말 모여 사는 친구들만의 힙합이야기.(웃음)



힙플: 타이틀곡으로 선정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좀 더 대중적 코드에 맞는 곡들은 이 곡이 아닐 수도 있는데요..(웃음)

Pe2ny: 그렇죠. 정상적인 사장이 있는, 정상적인 머리를 가진 회사라면 아마 MusicBox나 이런 것을 타이틀로 선정 했겠지만.... 근데 우리 회사는 미쳤는지 돈 벌 생각이 없는지...(웃음) 그리고 Alive를 듣다 보면 샘플링 부분이 있고, 연주 부분이 있는데... 연주 부분은 제가 미디로 작업을 한 부분이거든요. 재미있었던 게 제가 코드를 잡고 베이스를 다 연주를 했는데 그게 원곡 샘플이랑 코드가 안 맞아요.(웃음) 원래 바꿔야 하는데 들어보니까, 느낌이 괜찮아서 안 바꿨어요. 바꾸면 더 구려질 것 같아서..(웃음) 이 곡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매력은 그거 같아요. 잘못 찍은 코드..(모두 웃음) 그게 힙합이죠.. Hiphop is back!



힙플: 미디작업을 얘기 하셨는데 샘플링으로만 작업하실 때보다 미디가 더 해지면 좀 더 수월하시죠?

Pe2ny: 예를 들면, 랩 Verse에서 훅(HOOK)로 넘어가는 부분을 흔히 전문용어 혹은 은어로 기깍기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자연스러워 지는 것 같아요. 갑자기 피아노가 변주가 생긴다거나, 기타가 튀어나온 다거나 하는 이런 것을 자유롭게 구사 할 수 있더라고요. 아직 완벽한 미디 작법은 아니고, 완벽한 작곡이란 개념은 아닌데 어느 정도의 자유로움이 거기에 더해지는 거죠. 그 한계를 한 반 정도는 올라 간 것 같아요. 앞으로 배워나가야 할 부분이죠.. 이번 앨범을 전체적으로 미디작법이 더해지지 않은 곡은 없어요. 제가 미디베이스 음악에 익숙해 진다해도 샘플링은 쉽게 버릴 수 없는 매력적인 부분이라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네요!



힙플: 앞으로도 이런 방식을 취하시겠네요? 앞으로는 어떻게 변하실지는 모르겠지만..(웃음)

Pe2ny: 앞으로의 방향이라... 또 공부를 하면 그걸 바로 응용할 것 같아요. One Light 경우에요. 밴드 음악에 어느 정도 관심이 생겼거든요...(웃음) 뒷부분에 원래는 멜로디 더 있고, 애드립으로 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근데 그 부분을 날려 버리고 아예 '여기 밴드로 가볼까' 하고서는 그때부터 악보를 그린 거예요. 근데 뭐 음악 하시는 분들이나, 모니터 하시는 분들은 되게 새롭다고 그러더라고요. 이런 부분 하나하나에 MR.SYnc의 의견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구요.(웃음)



힙플: 그런 시도들을 리스너들도 많이 느껴주고 계시겠죠.(웃음) 이번에는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도 있는데 뮤직비디오에 왜 출연을 안 하셨죠?

Pe2ny: 나오잖아요. 턴테이블 만지는 거...



힙플: 그래도 앨범의 주인공이신데...얼굴이....

Pe2ny: 신비주의(모두 웃음)



힙플: 신비주의지만, 사진 촬영도 싫어하시는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 앨범 발매하시면서 사진도 꽤 많이 찍으셨더라고요.

Pe2ny: 말씀하셨듯이, 매체에 나가는 것 되게 싫어해요. 싫어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웃음) 지금은 제가 일부러 하고 있어요. 잡지 인터뷰 이런 거, 제가 찾아서 하고 있어요. 지금 힙합 듣는 분들보다 조금 더 인원이 생긴다면, 하는 사람들이나 듣는 사람들이나 공연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더 즐거워 질 거 아니에요.... 물론, 제가 이렇게 한다고 발전 하는 건 아니겠죠.(웃음) 하지만 이런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이 시장에 마이너스는 안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작은 활동들을 통해 더 많은 분들에게 힙합이라는 장르를 재미있게 알려드리고 싶어요.



힙플: 답변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프로듀서로 부각이 되어야 하는 앨범이잖아요.

Pe2ny: 솔직히 예상보다는 많이 부각 된 것 같아요. 오늘 Mnet인터뷰를 하고 왔는데요, 예전보다는 받아들이는 시선이 많이 틀린 것 같더라고요.



힙플: 다행이네요. 예전에는 뭐, 참여진들만 부각이 됐잖아요.

Pe2ny: 그랬죠. 이터널 모닝의 결과물 때문에 생긴 인지도 때문에 플러스가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예전보다는 정말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선 만족하고 있어요.



힙플: 프로듀서는 사실 MC들이나 노래하는 분들처럼 메시지를 직접 말 할 수는 없잖아요. 이번 앨범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주제와 일맥상통 곡이 있나요?

Pe2ny: 글쎄요. 그런 것에 포커스를 두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냥 하나의 앨범에 포커스를 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이런 건 안 넣은 것 같아요. 소리나 느낌 같은데 노력을 했죠, 그래서 인지 해외의 프로모터 쪽이 오히려 반응이 좋더라고요, 오히려 메시지 보단 곡 자체를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힙플: 비슷한 이야기인데, 프로듀서는 그 소리하고 스타일 잘 나타낼 수 있잖아요. 그 부분이 장점일 수도 있는데 반대로 그 부분에서 오는 답답함 같은 것은 없어요? 프로듀서는 소리나 스타일만으로 소통하잖아요..

Pe2ny: 제가 느끼기에는 그냥 제 음악은 제가 기술 적으로나 어떤 방식 적으로나 저만의 느낌들은 있다고 생각 하거든요. 그리고 콰이엇 같은 경우도요... 그런 것들 때문에 뭐 큰 답답함은 없다고 생각 하는데.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게 있어요. MC들 무대에 올라갈 때, 약간 긴장하잖아요... 저도 웬만하면 제가 곡 드린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러 가는데, 공연 때 뒤에서 보고 있으면 그 사람들만큼 긴장해요. 그만큼 저는 저랑 MC랑 같은 존재로 보고 작업을 하는 거예요.



힙플: 아... 진짜 새로운 사실이네요. 이번 30일 쇼 케이스는 공연 내내 긴장하시겠어요.(웃음)

Pe2ny: 심장마비!(모두 웃음)



힙플: 앨범 이야기는 이상으로 마치고요.(웃음) 프로듀서들 중에 Quiett말고 국내에 신인들 음악은 들어보셨는지? 재밌게 들으신 것들 있나요?

Pe2ny: 최근에는 프로듀서들 보다는 MC들 되게 괜찮은 사람 많은 것 같아요. Swings! Swings의 그 센스에 진짜 깜짝 깜짝 놀랐어요. 정말 재미있어요. 믹스 테잎 들으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아마 처음일걸요 (웃음) E-Sens는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고, DOK2는 이 녹음실에서 녹음 하는 것 봤거든요... 뭐 DOK2야 말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리고 RAMA는 좀 먼저 한 발짝 나갔다는 거에 대해서 정말 인정해 줘야 할 것 같고요...

음...그리고 한편으론., 지금은 너무 믹스 테잎이 난무 하는 것 같아가지고, 솔직히 기분이 별로 안 좋기도 해요.. 믹스 테잎이라는 게 홍보 효과 아니면, 그 사람을 알려주는 그런 것은 되게 좋은 건데 근데 정말 아니다 싶은 게 많더라고요. 남의 MR에다가 랩을 했는데, 거기다 심지어 랩을 못했어요.... 그것은 정말 문제 있는 것 같아요. 앞서 말한 뮤지션과 몇 몇 뮤지션들은 아마 그 곡 만든 사람이 들어도 '이야 잘했네, 내가 모르던 건데'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말 되게 칭찬 해 줘야 될 것 같은데, 말씀드렸지만, 지금처럼 남발되는 것은 정말, 기분이 안 좋아져요. 믹스테잎 솔직히 시디랑 비슷한 가격에 팔잖아요? 믹스 테잎 내서 7천원 아니면 8천원. 그 가격에 맞는 랩, 그리고 그 원 곡자들한테 부끄럽지 않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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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 이터널 모닝 시기 때도 그러셨고, 저희랑 처음 인터뷰 하셨을 때도 그러셨는데 '힙합씬은 좀 제자리인 것 같다.' 라는 말씀은 아직 변함이 없으신가요?

Pe2ny:
제자리가 아니라, 최근에는 멀리서 바라보니까, 그냥 한국 음악이 제자리인 것 같아요. 그냥 한국 음악이 제자리고 저도 제자리고 다 제자리 인 것 같아요...



힙플: 아.... 그럼 긍정적인 요소는요?

Pe2ny: 옛날에는 수많은 인디 씬 중에 힙합 하는 사람들 중에 유난히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이 사람이 이 시대에서 외국에 나가도 괜찮은 평을 듣지 않을까 하는 사람이 몇몇 있었어요. 예를 들면 JU 형님, 에픽하이 1집의 J-Win, 주석, DJ soulscape.....근데 지금은 한국 음악 전체로 봤을 때 오히려 타 장르 같은 데서 그런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힙플: 힙합 말고 다른 씬 에서요?

Pe2ny: 네, 우리도 조금 분발해야 되지 않나 싶어요.



힙플: 네, 분발 해야죠!(웃음) 슬슬 인터뷰 막바지 인데, '힙합'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면요?

Pe2ny: 앞으로도 해야 할 음악. 이게 딱 떠오르네요.(웃음)



힙플: 앞으로의 계획?

Pe2ny: 당장은 30일에 쇼 케이스가 있고요, 그것 말고도 힙합플레이야 오픈마이크 통해서 랩 컴피티션을 준비 중이에요. 경연대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잘 하시는 분들은 다 뽑아서 그 곡을 다시 리믹스해서 드릴 생각이에요. 역 리믹스죠! 그리고 Alive Soul Cut Vol.2 프로젝트나 이런데 수록 되면 좋을까 싶어요. 확정 된 자세한 것은 곧 보시게 될 것 같고요...재미있을 것 같아서 기대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마, 한, 두 달 정도 안에 이 앨범의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만 담아서 한정판으로 판매할 생각도 있고요. 그리고 개인 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라서 말씀은 못 드리지만, 잡아둔 게 되게 많아요. 재밌는 시도 많이 해 보려고요. 그리고 힙플 통해서 무료 곡들 같은 것, 그런 거 많이 할 생각이에요. 짧게 말하자면, 지금 너무 많은 걸 만들고 싶어가지고 안달이 나있는 상태죠.(웃음)



힙플: 말씀하신 부분들, 앞으로 기대 많이 할게요.(웃음)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 부탁드릴게요.

Pe2ny: 이제 여름이 끝나가잖아요. 힙합 듣는 분들도 집에서 스피커 말고, 거리로 나와서 공연도 보고, 음반도 사러 다니는 재밌는 계절이 됐으면 좋겠어요. 가을 겨울..
감사합니다!



인터뷰 | 김대형 (HIPHOPPLAYA.COM)
사진 | 울림 엔터테인먼트 (http://woollim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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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2ny  - Celebration 원곡
Smokey Robinson & Miracles - Baby, Baby Don't Cry




Pe2ny - Trust Me 원곡

jean terrell - no limit
 http://kr.youtube.com/watch?v=k0ZJScfQo4I




출처 - 힙합플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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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 가입하고 처음으로 응모해본 이벤트였는데!! 당첨됐네요. 와우.ㅠ
페니의 Alive 뮤직비디오에 감상평 리플을 달았던 총 100명 중 5명을 뽑았는데  20 : 1의 경쟁률을 뚫었군요.
거기다 그 다섯명 중에서 두 명은 다이아몬드 회원 중에서만 뽑으니;;;전 올해 정말 운이 좋군요. -_ㅠㅠㅠㅠ
(사실 뮤직비디오 감상평 을 좀 근성으로 쓰긴 했어요;;; 제게 있는 건 근성뿐.ㅎㅎ)

사실 공연이 비싸다기보다는...갈까말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당첨되면 마음편히 보러갈 수 있을 거 같아서 응모했었거든요.
이 날, 시간 맞는 친구와 함께 가야겠네요. (동반 1인 포함 티켓이래요~)

그나저나....내가 시간이 되려나 몰라.-_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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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종합선물세트란 이런게 아닐까"
컴필레이션 앨범 낸 페니 "정말 해낼수가 있을지… 국내 최초 시도. 타블로 등 동료 덕"

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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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링크 : http://news.hankooki.com/lpage/sports/200808/h200808200658119199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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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감상평



 에픽하이의 앨범에서 만났던 Pe2ny를 이터널 모닝으로 만나고, 이제야 드디어 그의 솔로 앨범 1집을 만나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힙합 컴플레이션 앨범은 제게 낯선 세계이긴 하지만, 각각의 트랙이 대중성과 음악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담없이 어느 시간에나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되었어요.


 제게 Pe2ny의 앨범은 힙합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앨범이었어요. 디스를 하거나, 무거운 척하거나, 어깨에 힘을 주지 않잖아요.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오래된 듯 낡은 소리들, 호소하는 듯한 비트와 멜로디. 거기에 언더와 오버의 인지도 있는 여러 MC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앨범 전체가 프로듀서 페니의 지휘 하에 잘 마무리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타이틀곡인 Alive는 몽환적인 전자음 멜로디와 건조한 비트 위에 타블로 씨와 얀키 씨와 랩이 잘 조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힙합이라는 장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장에 그려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테크노, 그녀가 원하는 것은 미디어 템포 because hiphop is back"이라는 가사가 독특하면서도 귀에 쏙 들어오더군요. 힙합이 다시 돌아왔고,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는 가사가.


 Alive의 뮤직비디오는 특히 'hiphop is back'이라는 가사에 충실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back'의 느낌을 살려내기 위해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채도를 낮춘 색감과 질감이 과거의 시간과 공간감을 극대화 시켜주고 있고, 스토리 라인이나 특별한 설정 없이 담담하게 프로듀서인 페니와 얀키, 타블로를 천천히 따라가는 카메라의 시선이 옛날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처럼 향수를 자아냅니다. 화려한 촬영 기술 없이도, 뒷모습 사이사이에 잠깐씩 MC들의 옆모습과 앞모습을 감질나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고 있습니다.


 다시 'back'에 주목을 하자면, 두 MC의 뒷모습이 주로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자신들의 얼굴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라는 것을 대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UCC와 비디오의 시대이지만 다시 라디오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 '우리를 보기 보다는 음악을 들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멈출 수 없는 생과 육체과 영혼으로 우리가 이런 음악을 만들었으니 귀기울여 들어달라는 호소와 거기에 더해진 자신감이 읽힙니다. 담담하게 음악이라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세 사람이 아주 인상적입니다."언젠가는 얼굴이 없는 이름이 없는 소리만이 전부인 음악이고 싶다"라고 말했던 타블로 씨의 말도 생각나네요.


 뮤직비디오의 배경인 오래된 빈 건물 배경도 Alive의 드럼과 스네어의 둔한 소리와 잘 어우러집니다. 그 공간에 쌓인 먼지들까지 이 음악의 멋진 엑스트라가 되어주었습니다.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 같은 효과, 잉크가 번지는 듯한 CG도, 포커스가 잡혔다 흐려졌다 하는 것들도 뮤직비디오 전체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구요. 다른 수많은 뮤직비디오들 사이에서 튀어보이려는 의도로 과도하게 멋부리지 않아서 전 이 뮤직비디오가 참 마음에 듭니다. 곡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뮤직비디오가 탄생했군요.





2. 그냥 잡담

첫 장면에 모자를 쓴 뒷모습은 프로듀서 Pe2ny 씨입니다.
뿔테안경 쓰신 분이 Yankie 씨인데, 이 분 랩핑이 진짜 맘에 들어요.
플로우가 제 타입.ㅎㅎ
TBNY라는 그룹의 멤버라고 들었는데 TBNY 앨범 wish list에 추가;;
그리고 후드티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는 뒷모습이 타블로 씨입니다.
뭐, 다들 아시겠지만.ㅎㅎ



스팟 영상만 나오고 한참을 기다리게 하더니, 드디어 뮤직비디오가 나왔군요.
채도가 낮아서, 이런 색감을 좋아하는 저는 맘에 드네요.^^
근데 중간에 두 사람이 하얀 옷 입고 나올 때 왜 어색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차라리 내내 검정옷만 입고 있는 게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갑자기 분위기가 너무 밝아져서;;;






3. 가사

Alive (Feat. 타블로, Yankie) - 페니(Pe2ny)



그녀가 원하는 것은 techno
그녀가 원하는 것은 medium tempo
Cause hiphop is back
yankie supreme T
Got this bomb track


귀속을 파고드는 건 소음 뿐
바보들이 코를 푼
Lyric still no appeal
마치 노름꾼 no deal
이제 독을 품고
real microphone skill
그깟 돈 질로 살 수 없는 본질
for real cause it is ain't no
techno medium tempo
심장박동의 tempo


태초부터 느낀 beat와 flow에
잠이 깨 낡은 공책에 두께로 재는
내 혼의 나이테
거짓 손이 가득해
꿈을 쥘 수 없었지만
이젠 꿈이 가득해
손을 쉴 수가 없지
난 지난 날의 finale time
for the welcome back
it's the return of hiphop
너와 나의 선택


it's my life
내 모든 것을 다
it's my body
바칠 수 있어 나
it's my soul in this music
and it won't stop
never stop
끝 없이 달려 들어가
it's my life
내 모든 것을 다
it's my body
바칠 수 있어 나
it's my soul in this music
and it won't stop
never quit



끝 없이 달려 들어가
그녀가 원하는 것은 techno
그녀가 원하는 것은 medium tempo
Cause hiphop is back
yankie supreme T
Got this bomb track
wanna defy this gravity
나 단단히 맺힌 한을 녹인 카네기
it's the remedy
절대 망설임 없이
무릎을 펴겠지
햇살에 번진 새벽 길
내 맘에 밤을 뺏지
시작을 알릴 채비
들린 닭에 울음소리
tell me destiny


이 몸이 재가 될 때까지
나를 태워 높이 세워
네 하늘에 맴돌 새가 될 때
나를 맡길게 recognize my flow
나와 내 soul
준비된 이 곳
떠난 이들에 꿈을 안고
그들이 벗어온 안경테에 뒤에
눈에 망할 hiphop이란
벤치 위에 술에 취한 미래
But 내겐 둘도 없는
독도 씬을 짙게 칠해
hiphop is back yes
그건 나의 미래



it's my life
내 모든 것을 다
it's my body
바칠 수 있어 나
it's my soul in this music
and it won't stop
never stop
끝 없이 달려 들어가
it's my life
내 모든 것을 다
it's my body
바칠 수 있어 나
it's my soul in this music
and it won't stop
never quit
끝 없이 달려 들어가


my life
my body
my soul
hiphop hiphop
my life
my body
my soul
hiphop hiphop
my life



일어서 이제 땅을 딛고 서
my body
keep right 자 두 손을 싣고서
my soul
진실을 믿어 나를 시로 써
hiphop hiphop
my life
일어서 이제 땅을 딛고 서
my body
keep right 자 두 손을 싣고서
my soul
진실을 믿어 나를 시로 써
hiphop hiphop



it's my life
내 모든 것을 다
it's my body
바칠 수 있어 나
it's my soul in this music
and it won't stop
never stop
끝 없이 달려 들어가
it's my life
내 모든 것을 다
it's my body
바칠 수 있어 나
it's my soul in this music
and it won't stop
never quit
끝 없이 달려 들어가
it's my life
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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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 인터뷰

이터널 모닝,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아이에프(IF), 각나그네, 피앤큐(P&Q)를 비롯해 최근에는 노을 강균성의 솔로 1집을 프로듀싱하며 명실 공히 대한민국 대표 힙합 프로듀서로 자리 잡은 페니(Pe2ny)와 우리들의 스타 '에픽 하이'의 타블로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풀어 설명하면 흔한 말로 '포스'가 느껴질 것. 이미 많은 팬의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두 사람이 방금 발표한 경음악 힙합 앨범 < Soundtrack To A Lost Film >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MC와 프로듀서의 조합이라면 또 모를까, 예상 밖이었다. 가장 대중적인 힙합 뮤지션이 정반대의 '가장 비대중적인' 형식이라 할 연주 음악을 택했다는 사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음악을 대중에게 다가서기 쉽게, 철저히 소비 위주로 만들려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찾아보기 힘든 인상적인 출발일 수도. 또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리릭시스트(lyricist)로 통하는 래퍼 타블로가 자신의 주특기라 할 글과 랩을 버리고 전격 프로듀서로 분(扮)했다는 점 또한 의외였다. 타블로는 “랩이 하기 싫어서 이 앨범을 만들었다”고 했다. 물론, 이제껏 자신의 노래를 직접 만들어온 그만의 작법과 페니의 스타일이 더해져 색다른 음악을 내올 수 있을 거란 기대와 계획이 있었기에 이 작업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저마다 각기 다른 양식을 지닌 '인스트루멘틀 힙합'이 존재하는 외국에 비하자면 그다지 새로운 사건이 아닐 테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비교적 신선한 실험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무모한 시도이기도 하다. 지난 11월의 마지막 날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페니와 타블로는 특이하다면 특이할 그들의 첫 작품에 대해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그냥 편하게, 가볍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여기에서는 두 사람 다 프로듀서다. 타블로의 역할은 무엇인가?
타블로 : 작곡이요. 음악 소스를 뽑는 일도 같이했고요.

둘이 만나게 된 계기는?
타블로 : 한 6년 전에 한국에 음악 하러 들어왔을 때, 저는 음반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고 페니는 그때 프로듀서로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어요. 당시 아는 형이 하나 있었어요. 씨비 매스(CB Mass)랑 같이 작업하는 그 형이 페니의 곡들을 저한테 전해주고, 제가 녹음한 데모(에픽 하이 준비 하면서 제작한)를 페니한테 들려주고…. 그렇게 하면서 둘이 작업해보면 좋겠다고 추천을 해주셔서 저희 데뷔 앨범에 한 곡 작업을 했어요.
우리가 대체로 외부 곡을 잘 안 받는 편인데 페니의 이름은 항상 모든 앨범에 있어요. 앨범마다 한두 곡쯤은 항상 작업을 했고, 4집에서는 제가 아예 가사가 없는 곡을, 연주곡을 두 개를 부탁해서 그래서 페니가 만든 게 총 네 곡이 들어갔죠.
저도 연주곡을 몇 개 하고, 페니한테 맡겨서 몇 개 하고, 그런 식으로 꾸준히 교류를 해오다가 이번에 같이 한 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이터널 모닝에 대한 윤곽은 4집 때부터 교감이 있었기 때문인가?
페니 : 거의 처음 만났을 때부터예요. 좋아하는 장르라 서요.

좋아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제휴의 욕구가 생긴 거라 볼 수 있겠다. 그럼 페니가 타블로와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음악적 이유는?
페니 : 제가 한곳에 머물러서 하고 있다면, 블로는 한 발짝 앞서가서 쳐다보면서 하는 친구거든요. 저는 샘플링 작업을 좋아하는데, 블로는 자기가 코드를 써가면서 하고, 그러면서 힙합을 해요. 제가 그 부분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같이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럼 타블로가 페니랑 굳이 하고 싶었던 음악적 이유는?
타블로 : 페니가 곡들의 로 엔드(low end) 쪽을 굉장히 잘 다뤄요. 드럼이나 베이스, 전체적인 곡의 로 엔드 느낌을 흑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내기에 무척 어려운데, 이 친구는 굉장히 잘 표현을 해요. 드럼 소리나 다른 악기 모두, 본토에서 힙합 하시는 분들 만큼 정말 드럼 소스나 리듬을 구성하는 방식 자체가 굉장히 좋아요. 그루브나 이런 것들 말이죠. 정말 뛰어나요.
웬만한 곡도 페니 드럼으로 바꾸면, 똑같은 노래인데도 무척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것도 좋았고, 거기다가 제가 짜놓은 멜로디나 이런 것들을 페니가 리샘플링(re-sampling)을 해서 변형을 잘하다 보니까, 재창조가 뚜렷하다고 할 수 있죠. 제가 하지 못하는 것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럼 두 사람 연배가?
둘 다 : 같은 나이에요.

둘이만 같이한다고 에픽 하이 멤버들이 삐치지 않았나?
타블로 : 근데, 멤버들은 별로 신경을 안 써요. (웃음) 원래 멤버들이 서로 각자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은 두지만 참견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식이라서요. 저는 거기다가 페니랑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요. 사실 저보다 에픽 하이 다른 멤버들이랑 페니랑 먼저 알았어요.

마니아들한테서는 타블로가 워낙에 글 잘 쓰는 작사가로 인정되어있는데, 여기엔 그 특기가 아예 배제되어 있다. 무모한 도전 같기도 한데.
타블로 :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음악 하는 저와, 그리고 제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음악 하는 저는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남들에게는 가사가 중점적이고…. 많은 사람이 가사를 먼저 쓰는지, 반주를 먼저 만드는지 물어봐요. 저 같은 경우는 가사보다는 멜로디를 훨씬 더 좋아해요. 그리고 음악을 만들 때 멜로디 만드는 것을 먼저 하고요. 제가 봤을 때 오히려 저는 멜로디를 잘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음악 만드는 거 자체를 좋아하지, 가사가 메인은 아니었어요. 그건 부수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던 것 같아요.

그럼 에픽 하이 4집까지 쓴 곡 중에서, 멜로디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
타블로 : 아… 잠시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이 작품이, 열두 곡의 경음악들이 언젠가는 랩으로 덮일 가능성이 있나?
둘 다 : 전혀요. (웃음)
타블로 : 여기에 랩을 하기가 불가능하지 않나 싶은데요.

그럼 이런 음악은 어떤 곳에 쓰임새가 있는 것인가. 어떤 친구는 음식을 만들고, 빨래를 널면서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둘 다 : 그거 좋네요. 저희가 생각했던 거예요. (웃음)
타블로 : 다른 창작을 하시는 분들이나 어떤 분들이든 간에 다른 일 하시면서 편하게 들으시면 돼요. 기분도 좋아지고, 영감도 받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의 뮤직비디오를 찍으신 감독님이 있는데, 그분이 원래는 뮤직비디오를 안 찍는 분이세요. 그런데 음악을 들어보시더니 당신께서 우리 비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하신 거예요. 작업 할 때 저희 음악을 들으셨는데 되게 잘 된대요. 그냥 가볍게 듣고 싶으면 가볍게 듣고, 그래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힙합 세대를 위한 휴식 음악 정도? 이렇게 표현하면 될까?
페니 : 인터뷰를 하면서 “이게 어떤 장르냐?” 이런 걸 여쭤보시는데 정말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저희도 뚜렷한 색깔이 없는 상태에서 이 작업을 시작한 것 같아요. (웃음)
타블로 : 원래 음악을 먼저 한 게 아니라 글을 쓰다가 시작했어요. 글을 쓸 때는 항상 음악을 틀어놓고 썼어요. 그래야, 더 잘 써지고 그랬죠. 록을 좋아하지만 글 쓸 때 듣기에는 좀 그렇고, 힙합 같은 경우는 가사가 있다 보니까 거기에 집중되어서 글을 못 쓰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음악을 찾게 됐어요.

생활 사운드트랙? 이렇게 표현하면 될까? (웃음)
둘 다 : 생활 사운드트랙. 하하. 그거 괜찮네요. (웃음) 정답인 거 같아요.

그럼 그걸 둘이서 처음부터 생각했단 말인가?
페니 : 네, 언제 어디서나 편히 들을 수 있는 사운드트랙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한테 본보기가 될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스타고, 인기 그룹의 리더인 사람이 얼핏 봐선 이렇게 전혀 돈 안 될 것 같은 실험을 한다는 것이… 그게 진짜 음악가가 아닌가.
타블로 : 사실 음악 일에 관련 없는 분들은 “그래,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이렇게 얘기를 하시고, 오히려 주변의 음악 하는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쟤네 돌았구나!”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웃음) 얼마 전에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다가 심심해서 제가 가사를 쓰고 페니가 곡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었어요. 그냥 그날 바로 녹음해서 올린, 재미삼아 만든 번개송이었는데 반응이 되게 좋더라고요. 앨범을 판다거나 음악 하는 걸 떠나서 여러분 들으시라고 한 것뿐이거든요. 그때 느꼈어요. 사람들이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은 비슷하다는 걸요. 사람들한테 다가가는 길이 생각보다 편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영화감독님께서 전화하셔서는 우리가 상업적 고려 없이 음악 하는 걸 보고서 영감을 얻으셨다고, 인터넷에 무료로 올리는 영화를 같이 제작해보고 싶다고 전화를 주시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라디오헤드가 나오는 건가. (웃음)
타블로 : 그런데 라디오헤드는 그렇게 해서 돈 많이 벌었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했으면 8만 원밖에 못 벌었을 텐데. (웃음)

스트링이나 트럼펫, 색소폰 같은 소스를 썼던데, 그게 아마 음악의 주요 포인트였던 것 같다. 다 샘플을 뽑은 건가?
페니 : 이정식 씨께서 연주하신 리얼 음원도 있어요. 두 곡은 해주셨고, 나머지는 제가 프로그램으로 했습니다.

다른 관악기는 어떻게 되는지.
타블로 : 색소폰, 플루트, 피아노도 들어가고요. 피아노는 제가 직접 친 것도 있어요. 앨범 작업할 때에 저희가 작은 악단을 만들었는데, 현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 피아노 치시는 형이랑 기타 치시는 형이랑 불러서 이렇게…, 재킷엔 그냥 이터널 모닝 오케스트라라고 쓰여 있고요. (웃음) 미흡한 부분은 제가 다시 재연출을 했고. 거의 리얼 악기들이 대부분이에요.
페니 : 관악기의 80% 정도는, 턴테이블을 틀어 놓고 아날로그 피치를 조정해서 땄어요.

어떤 과정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한다.
타블로 : 절대 음악 식으로 다 한 다음에, 그 뒤에 효과음 형식으로, 재작업을 하는 거예요.
페니 : 드럼은 거의 다 컴퓨터에서 뽑은 소스고요.
타블로 : 드럼도 한 곡은 쳤어요.

드럼은 꼭 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타블로 : 저희 같은 경우는 힙합의 베이스를 벗어나긴 싫었거든요. 저희가 그거는 놓치지 말자고 해서요. 관악기는 약간 음질을 낮췄어요. 약간 너무 튀지 않게 내렸죠.

이번에 같이 하면서 타블로의 역량이 정말 잘 나타난 곡은?
페니 : 저는 6번 곡 'Rainclouds in my room' 이 가장이요.
타블로 : 작업실을 생각하면서 썼어요.

작업실 환경은 어떤가?
타블로 : 되게 작아요. 한마디로 구려요. (웃음) 정말 창문이 없거든요, 노래에는 부분적으로 가사가 하나 나와요, 내 방에는 창문이 없다고. 근데 정말 없어요. 작업할 때 가금 감옥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하는 내가 감옥 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원래 대부분 음악 하는 사람들의 작업 환경이 깨끗하지 않은 것 같다.
타블로 : 요즘은 작업실들이 되게 좋던데요. 깜짝 놀랐어요. 어제 텔레비전을 보는데, 연예인 집 공개 같은 걸 했어요. 재용이의 19금에서. 제 작업실도 나왔는데, 무슨 그지 같은 거예요. (페니를 보며) 나 정말 작은 방에서 살잖아, 그런데 다른 분들은 의외로 대 저택 같은 곳에서 살고 있더라고요. '가수들이 요새 그렇게 많이 돈을 버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타블로도 유복한 집안 아닌가?
타블로 : 많이는 아니에요.

CF도 찍고 많이 벌었을 것 같은데.
타블로 : 일단 제가 학비를 많이 썼기 때문에, 대학 때 형한테 빌렸던 돈도 있고요. 그거 부모님이랑 형한테 다 갚아드리고 나니 지금은 '개털' 됐어요. (웃음)

겉모양을 반지르르하게 내려고 억지로 광을 내지 않은 음악,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소리는, 다르지만 서로의 연출 방식을 존중하는 작업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기존의 힙합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억셈과 강함이 기존 힙합의 미덕이었다면 이들이 만든 음악은 자연스러움과 안락함이 그것을 대신한다.

힙합다우면서도 어떻게 보면 전혀 힙합 같지 않은 이터널 모닝의 세계는 모호하지만 선명했다. 어떠한 틀과 공식으로 나누기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지향은 오직 몸으로 감상하고, 가슴으로 듣는, 때로는 영상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것에 닿아있었다. 그래서 이들의 작품을 두고 순화된 레프트 필드 힙합이니, 트립 합이니 하며 장르를 구분하거나 경계를 가르는 일은 불필요한 과정 같아 보인다. '가장 실험적인 마인드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장 자연스런 사운드'. 그들 역시 특별히 한 장르를 염두에 두고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이번에 어떤 형태로든 작사, 편곡을 하고, 음원을 골라내거나, 그런 작업을 지휘했을 텐데, 그러면서 역점을 둔 것은?
페니 : 가장 중점을 두었던 건 자연스러움이에요. 음악을 들을 때 LP, CD, MP3 등 어떤 매체로 듣는 다양한 맛이 있는데, 자연스러움을 찾다, 찾다 보니 LP가 가장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소리를 일부러 좀 낡게 만들었어요. 제가 가진 장비 중에 12비트 샘플러가 있거든요. 그것도 빈티지인데요, 깨끗한 소리를 오히려 더 낡게 만들었어요.

그래서인지 타이틀곡인 'White'의 질감이 화이트가 아니라 그레이가 된 것 같다.
페니 : 그렇죠. (웃음)

그럼 원래 내추럴한 것이 목표인데, 그렇게 하면 소리가 약간 퍼지지 않나? 듣는 사람의 편함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데.
페니 : 그건 저희가 음악을 보는 시각 같아요. 로우하고, 지저분한 것. 그게 더 좋아요.
타블로 : 곡 작업이 되게 재밌었던 게, 각자의 작업실에서 작업할 때도 잦았어요. 시작할 때 제가 키보드로 연주해서 멜로디랑 그런 것들을 녹음한 다음에 아무런 드럼이나 이런 것 없이 페니한테 보내줬어요. 그럼 페니가 12비트로 해서, 마치 LP에서 딴 것처럼 해서 리듬을 만들어 저한테 보내면 제가 또 추가해서 악기를 넣어요. 또 그걸 보내면 여기서 또 추가하고, 이렇게 해서 녹음실에 가서 완성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진행이 있는데, 그게 페니랑 좀 달라요. 제가 피아노곡을 염두에 두고 보냈는데, 완전히 다른 음악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그게 재밌더라고요.
화려한 걸 싫어해요. 원래 되게 싫어해요. 화려한 걸 기대하는 사람도 계시고, 둘이 작업하면 매우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작품이 나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저희 같은 경우는 그냥 쓸데없이 꾸며진 음악이나, 쓸데없이 화려한 음악은 별로 듣지도 않고, 만들고 싶지도 않거든요.

음악을 만들고 나서의 느낌은 어땠나?
페니 : 성취감도 물론 있었지만 다음 앨범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도 들더라고요. 그런 아쉬움이 있었죠. 이를테면, 저희 세계보다 더 다른 소리를 넣어볼 수 있었는데, 약간 미흡했고요, 과감하지 못했던 것도 아쉬워요.

이런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다리를 놓는 연주 앨범을 통해서 얻는 음악적 만족감이라면?
페니 : 저는 되게 좋아하는 두 장르거든요. 일렉트로닉 뮤직과 힙합. 미흡하나마 이 둘을 하나로 묵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좋은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런 힙합, 일렉트로니카가 훌륭히 교배된 것을, 앨범 중에서 하나를 꼽는다면?
페니 : (또다시 고민하는 표정)
타블로 : (페니를 보며) 난 하나도 일렉트로니카 같지가 않아. (앨범 전체적으로 앰비언트적인 접근이 드러난다고 하자) 저 같은 경우는 제가 하고 있다는 걸 잘 몰라요. 그래서 제가 만드는 음악을 제가 만드는 것 같은데, 저는 여기서 재즈적인 느낌을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만들어본 적이 없어요. 내가 원하는 음악이 있고 그걸 위해선 이런 악기가 들어가야 한다, 이 정도요.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는 없었다는 뜻인가?
타블로 : 네, 그렇죠. 가끔 젊은 프로듀서들이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 “형, 근데 이건 힙합이 아니잖아” 아니면, “형, 좀 더 힙합적인 느낌이 나야 하지 않겠어?” 같은 말이요. 왜냐고 물어보면, “힙합이니까”라고 말해요. 음악 하는 동생들이 자기의 장르를 이미 의식화해서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런 단순한 대답이나 사고방식이 도리어 영감을 죽이는 것 같거든요.

아직 안 뽑았는지….
페니 : 2번 트랙 'Plastic umbrella'요.

그 곡의 색소폰 연주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Good bye'랑 느낌이 비슷하던데.
타블로 : 이정식 선생님의 연주가 들어간 곡인데요, 자기만의 프레이즈가 있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분이 자주 사용하시는 프레이즈가 있나 봐요.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이나 이런 것들을 들어보면, 곡마다 특정 프레이즈가 있어요. 전 그게 그런데 되게 좋아요.

'Holden Caulfield'를 좋게 들었다. 스트링이 좀 어긋난 것 같은데, 의도한 것인가?
타블로 : 네, 어긋나요. 의도적이에요. 그게 4집 두 번째 시디 인트로를 다시 만든 건데요. 현을 원래는 되게 예쁘게 짰었어요. 감미롭다기보다는 극적으로.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웃음) 만들고 나서 들어보니까 약간 SG 워너비 풍의 음악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만들고 싶은 건 이게 아니다 싶어서 엎고 다시 짰어요. 뭘 해도 정석대로 하면 노래가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럼 이게 화음이 안 돼도, 굉장히 삐걱거리는 느낌으로 해보자 그래서 드럼 소리도 굉장히 탁하고, 마치 그냥 길거리에서 깡통 차듯이, 미국 지하철역에서 바이올린 연주하는 분들이 조율을 잘 못하시는데, 그분들의 악기 소리가 불협인데도 막상 들으면 매력이 있거든요. 그런 거예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주인공이 홀든 콜필드이다. 그럼 이 곡이 그와 어떤 연관이 있나?
타블로 : 전 곡을 우리가 영화 장르를 하나씩 고른 다음, 그 장르에 어울리는 가상 영화를 생각해서 OST를 만드는 식으로 해보자 했어요. 그래서 그 곡은 애니메이션 식으로 만드는 걸로 해보자. 소설의 주인공처럼 집을 나왔다가 사회에서 뜻밖의 현실을 맞보며 다시 찾아가는 느낌으로.

그럼 'The 8th day'는?
타블로 : 사이언스 픽션이요. 'Love is' 같은 경우는 로맨틱 코미디. 'Plastic umbrella'는 에로 영화나 포르노에 맞춘 음악이에요. 신음 소리도 나와요. (웃음) 'White'는 <베를린 천사의 시>를 생각했고요.

타블로는 어떤 노래가 맘에 드는지.
타블로 : 'Black shoe'란 노랜데요, 공포 영화를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샤이닝> 류의 영화요.

영화 좋아하는가?
타블로 : 네.

다운로드 받아서 보는가?
타블로 : 어떨 때는요. 되게 웃긴 게, 영화감독님들 모임에 초대받아서 간 적이 있었는데, 저만 가수였거든요. 거기에서 어떤 감독님께서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에픽 하이 너무 좋아한다”고, “에픽 하이 음악 MP3로 다 다운 받아서 들었다”고 얘기를 하시기에, “네, 저도 선생님 영화 다 다운로드 받아서 봤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웃음)

심지어 문화 관계자들마저도 다운로드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
타블로 : 매체가 변하는 건 당연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과도기에 끼어 있으니까 좀 아쉬운 점도 많지만, 저 같은 경우엔 CD랑 LP를 사는 쪽이거든요.

이 음반을 만들면서, 음원 부분에서 사람들이 이 음악을 많이 사용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컬러링이라든가.
페니 :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웃음)
타블로 : 컬러링 만드는 회사들이 원래는 자기들이 알아서 후렴구를 끊잖아요. 그런데 이 음반을 듣고서는 어느 부분을 써야 하는 건지, 도저히 못 하겠으니 직접 해달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저희가 다 했죠.

어차피 지금 디지털 시장인데, 디지털 싱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타블로 : 저는 죽을 때까지 앨범만 낼 거예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싱글을 내는 것은 괜찮은데 디지털 싱글만 내겠다는 식의 마인드는 어찌 보면 음악 매춘 같다는 얘기를 했었거든요. 미안하고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저는 앨범은 매체라기보다는 정말 제가 봤을 때는 아티스트가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걸 담은 일기장이기도 하고, 사진첩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앨범에 대한 건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앨범 만들어봤자 두 세곡만 들을 건데, 두 세곡만 내면 되지 않느냐 그런 얘기도 하고.

음악 하는 사람 중에 아티스트가 많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타블로 : 이번에 일본에서도 좀 작업을 했는데, 그게 좀 좋았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벗어나 보니까, 모든 음악이 매우 큰 사랑을 받고 있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음반 가게를 월요일 아침에 갔는데, 직장인들이 거기에 매여 있어요. 퇴근 시간 되면 다들 음반 가게 들렀다가 가나 봐요. 못 들어가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번 음반 만들면서 자주 들었던 음반이 있다면?
페니 : 평상시에도 주로 듣는 음악들이, 인스트루멘탈 앨범 많이 듣거든요. 근데 듣는 게 아직은 좀 폐쇄적이에요. 벗어나서 들으려고 하진 않으니까요. 피트 록(Pete Rock)이나 콰지모토(Quasimoto) 같은 거요.
타블로 : 저는 평소 누자베스(Nujabes) 앨범 중에 <사무라이 참프루 OST>가 아주 좋았거든요. 되게 미니멀하면서도 힙합 음악으로 이미지랑 이런 것들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과 사운드트랙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저는 그런 걸 들었던 것 같아요.

타블로는 어떤 곡이 맘에 드는지.
타블로 : 저는 'Love is'를 좋아해요. 이 곡은 원래 마스터링할 때 없었어요. 마스터링할 때 로맨틱 코미디 곡을 하나 만들고 싶다. 그래서 다시 한 곡 때문에 마스터링을 다시 했어요.

랩 하고 싶은 충동을 어떻게 억제했는지 궁금하다.
타블로 : 전 랩 하기 싫어서 이 앨범 만들었어요. (웃음) 요즘 제가 작곡하는 스타일이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떤 노래는 랩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큰일 났어요. 만드는 곡마다 앉아서 들으면 “야~ 이건 차라리 랩이 아예 없는 게 예쁘겠다”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사실 회사에서는 “너 에픽 5집도 이렇게 만들 건 아니지?”하고 걱정하더라고요. (웃음)

만약 이 앨범에서 공을 돌리고 싶은 게 있다면? 각자 서로에게.
페니 : 색깔과 진행이요. 곡의 흐름.
타블로 : 음악이 멋있게 되는 거요. 되게 인간적인 걸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멜로디 잘 쓴 곡을 아직 얘기하지 않은 것 같다. (웃음)
타블로 : 저는 'Fly'요. 저는 그 노래가 심플해서 좋아요. 사람들한테 희망의 메시지를 단순하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멜로디가 그 역할을 잘해준 것 같아요. 'Fly'를 좋아하는 이유가요, 'Fly' 이후로는 제가 밝은 멜로디를 잘 못 써요. 그때는 해맑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다음엔 밝은 멜로디를 써도 그다지 밝지가 않아요.
3집 이후로 제가 심하게 좀 이상해졌었어요. 그때 정말 절실히 느꼈거든요. 내가 아닌 내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심하게 들어서…, 그런데 어느 순간 노력을 해도 음악이 우울해지더라고요.

직접 참여해 본 페니의 경험으로, 에픽 하이 앨범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페니 : 색깔들을 유지할 건 해나가면서 발전시킬 건 발전을 해나간 것 같아요. 1집을 가진 사람은 1집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가수들은 똑같은 음악을 가지고 1,2,3집을 쭉 내는 것 같잖아요. 에픽 하이는 각각의 매력이 강해요.
타블로 : 저는 근데 4집이 1집이었으면 좋겠어요. 제 이력에 있어서요. 1집은 제가 랩만 잘했지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걸 거의 못했어요.

그런데 1집이 없으면 오늘날이 없지 않은가.
타블로 : 지우고 싶은 건 아닌데, 1집 때는 프로듀서 분이 있었고, 그리고 제가 들어왔을 때 이미 한국에서 힙합을 하던 사람들이 같이 하다 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 의미에 있어선 1집이 아쉬웠고, 2집에선 본격적으로 '평화의 날' 같은 걸 하면서 작곡을 시작했는데, 그 앨범도 아쉬움이 커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는데, 아직 그걸 잘 못할 때예요. 그리고 3집 때는 앨범 자체는 마음대로 만지고 만족했는데, 근데 3집은 저의, 그러니까 앨범이 나와서 성공을 하면서 사람들이 음악 얘기는 안 하고 너무 저한테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좀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그 이후론 제가 2006년 1년 동안 라디오 디제이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다가 낸 게 4집인데, 4집은 제가 하고 싶은 말도 했고, 사람들이 음악으로 받아줘서 너무 좋았어요.

좀 어려운 앨범이지만, 마케팅에 너무 주눅 들지 말았으면 한다. 어차피 만들 때만 예술의 영역이고, 나온 다음에는 완전히 산업의 영역이니까.
타블로 : 넬(Nell)의 종완이랑 저랑 둘이서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우리가 앨범 작업을 되게 오래하는 편이거든요. 발매 일을 무시하고 몇 달을 넘기는 경우도 있죠. 회사에서 어떻게 된 거야 하면서 물어보면 이렇게 말해요. “앨범을 내기가 싫어요. 만들고 있을 때가 너무 즐거우니까요!”

인터뷰: 임진모, 이대화, 한동윤
사진: 배강범
정리: 한동윤

  2007/12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출처: http://www.izm.co.kr/





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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