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iphopplaya.com/magazine/article/view.html?num=3578&category=3
힙합플레이야 에픽하이 인터뷰



힙플: 힙합플레이야 회원 분들, 그리고 흑인음악 팬 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Mithra Jin (이하: 미쓰라):
간만이네요~ 동네 형들 또 나왔어요~ (모두 웃음)

Tablo (이하: 타블로): 안녕~ 형이야~ (웃음)

DJ Tukutz (이하: tukutz): 안녕하세요~



힙플: 타블로의 단편소설이 다음 달에 발간된다고 하던데, 자세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힙합 책’이라는 농담도 하셨었는데..(웃음)

타블로: 제목은 '당신의 조각들.' 대학시절에 썼던 단편소설 10편을 엮은 소설집입니다. 19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썼던 순수문학이구요. 제 주변에 있던 도시 속 다양한 타인들의 이야기들이에요. 사실 '힙합'과는 전혀 관련 없는데, 매우 현실적인 글들이라 19금 스러운 내용들이 많이 나와서 했던 농담이에요. (웃음) 11월 초에 출판됩니다.



힙플: 꽤 최근의 작업이셨죠. 윤하와의 작업은 어떠셨어요?

타블로: 윤하와의 작업은 ‘우산’에서 부터였죠. ‘우산’ 곡 작업을 하고 난 다음에 윤하가 저한테 자기가 낼 수 있는 보컬 톤이 아니었는데, 그걸 부르고 나서는 자기 목소리에 대해서 새로운 점을 발견했다고,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래서 윤하의 이번 새 앨범에 참여를 하게 됐을 때, 약간은 윤하가 해왔던, 노래들이랑 다른 색깔을 낼 수 있는 것을 만들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리고 곡 편곡도 원래 처음에는 일반적인 색깔... 그러니까, 윤하가 하는 피아노 록(rock) 같이 편곡을 했었는데, 저만의 색깔을 부여하고 싶어서 조금 다르게 편곡 해봤어요. 그리고 여담인데, 원래 제 랩은 없었어요... 오리지날 버전(Original Version)이라고 되어있는 곡이 완성 된 곡이었는데, 저랑 윤하의 의견과 달리 옆에서 지켜보던 투컷이 느닷없이 피처링 버전도 만들라고 명령해서 하게 된 케이스에요.(웃음)



힙플: 그리고 힙합플레이야에서는 어쩌면 당연히 더 관심을 받고 있는 TBNY 의 새 앨범 타이틀곡을 직접 만드셨죠!

타블로: 그 곡은 제가 예전에 만들어 놓은 곡이었는데, TBNY 가 제 컴퓨터를 뒤지다가 한 9곡을 골랐는데, 9곡 중에 고른 한 곡이 'HEY DJ'에요. 강탈해 간 거죠. (웃음) 근데 이곡은 다른 외부작업이랑은 다른 게, TBNY는 곡을 가져가서는 자기들 마음대로 해버리거든요. (모두 웃음) 그냥 제 곡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려요. (웃음) 진짜 트랙 가져가서 멜로디 라인도 제가 짜놓은 거 말고 다르게 해달라고 계속 그러다가 자기들끼리 짜고.... 믹싱도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웃음) 못 말리는 악마들. 어쨌든, TBNY가 짱이에요.



힙플: 옆에서 많이 지켜보셨을 텐데, TBNY 신보 세 분이 보시기에는 어떠세요?

타블로: 음. 제 생각에 TBNY 는 아직도 자아를 찾고 있는 그룹이라고 생각을 해요. 솔직히 말해서 앨범 한 장 내고 자아를 찾는다는 것은 좀 말이 안 되죠. 저희는 앨범을 몇 장을 냈는데요... Eternal Morning, RE-Package, 이번 LOVESCREAM 까지 포함해서, 8장을 냈는데도 아직도 뮤지션으로써 스타일이나 자아를 찾고 있는 중이거든요. 솔직히 정규 앨범을 그 정도로 내지 않는 한 아직은 ‘TBNY 음악은 이렇다’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확실한 것은 TBNY의 가장 큰 장점은 랩 이라고 생각해요. 랩을 진짜 맛깔나게 하죠. 그리고 하면서 둘이 되게 재미있어 해요. 작업하면서 막 ‘이런 톤 어때?’ ‘장난 하는 것처럼 랩 하는 건 어때?’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둘이 작업하는 걸 지켜봤는데, 특이한 게 시나리오 같은 것을 미리 쓰더라고요... 가사를 쓰기 전에의 어떤 상황을 단편소설처럼 써가지고 하더라고요.

tukutz: 주제가 생기면 대학교 리포트(report) 쓰듯이 쫙 뽑아가지고..(웃음)

타블로: 그거 보고 되게 와 되게 치밀하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죠. 저희는 그런 적은 없는데....

tukutz: 앨범 몇 장 내보면, 알게 되요... 그런 건 다 쓸데없이 힘 빼는 거라는 걸. (모두 웃음).



힙플: 에픽하이의 작업 방식은 어떠신데요?

타블로: 저희는 그냥... 요즘에는 그냥 알아서..(웃음) 좀 됐잖아요, 우린... (모두 웃음)

tukutz: 이젠 뭐 그냥 숨 쉬듯 해요.


힙플: 3집시기에 저희 힙플 과의 인터뷰에서 레이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지금은 어떠세요?

타블로: 신인 양성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 중이에요. 근데, 몇 명이 왔었어요. 잘 하는 친구들이.... 근데 문제가 그 친구들이 자신이 뭘 원하는 지를 잘 몰라요. ‘스타가 되고 싶은 거냐 아니면 음악을 하고 싶은 거냐..’ 혹은 ‘더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 도움을 받고 싶은 거냐...’ 이렇게 제가 물어 보면, 자기들도 몰라요. 항상 애매해요... ‘자기들이 하는 음악을 하면서도 스타가 되고 싶다...’ 그건 누구나 그렇죠. 근데 그거는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운’ 이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결정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저는 연예 기획사를 차려서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에픽하이처럼 되는 걸 권유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어요. 힘든 것도 워낙 많기 때문에요.... 그냥 작은 레이블 만들어서 하고 싶은 생각은 있거든요.... 근데, 정말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천재적인 친구가 한 명 나타나서 그게 힙합음악이 아니더라도.... 예술가가 되는 과정을 좀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예술에 대해서 좀 깊은 관심이 있고, 예술가를 다듬어 줄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봐요. 그런 친구들이 흔하지 않은 게 문제죠. 정말 레이블에 대해서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tukutz: 앨범 몇장 내보면, 알게되요... 그런거 역시 다 쓸때없이 힘빼는거라는걸. (모두 웃음).



힙플: 네, 이제 새 앨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LOVESCREAM (러브스크림)] 타이틀에는 어떤 의미들을 담고 있나요!

미쓰라: 뭐, 저희가 사랑노래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다뤄야 될 주제라고 생각을 했고, 이번 러브스크림은 사랑을 하는 동안, 또 사랑 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그 수많은 관계들 중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뭐, 내심 속으로 생각하는 건 어차피 다 안 좋게 헤어지거나, 아무래도 이별 쪽으로 많이 무게가 치우치기 마련이기 때문에 라는 생각에 사랑의 비명이라는 뜻도 담았고... 또 다른 의미로는 러브(LOVE)와 아이스크림(ICE CREAM)을 붙여서 ‘어차피 녹아 없어지는 것이다.‘ 라는 말장난(웃음)도 되는 의미도 담고 있고요.



힙플: 어떤 분의 말씀처럼, 리스너들의 ‘논란의 대상’에서 벗어난 앨범이 아닌가 싶어요. 3집, 4집, 5집은 스타일 등의 여러 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는데,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들에 비해서 비교적 좀 조용하다고 해야 될까요? ‘논란’이 되는 것 같진 않아요. 어떠세요? 물론, 지난 앨범들도 논란의 대상을 의도하시지는 않으셨겠지만 요..(웃음) 덧 붙여 부클릿의 첫 머리에 친절하게 써주신 대로 된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타블로: 뭐. 그냥 편한 평범한 음악인데 뭘.

미쓰라: 논란 같은 거 유치해요. (웃음)

tukutz: 앨범 몇장 내보면, 알게되요... 그런 논란도 역시 다 쓸때없이 힘빼는거라는걸. (모두 웃음).



힙플: 러브스크림의 타이틀 곡, 1분 1초. 음악만큼이나 뮤직비디오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요.(웃음)

타블로: 외국에서는 몇 번 시도 된 거라, 사실 막 이렇게 신기하고 기발한 것은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안 했거든요. 빡센 작업이라서! (웃음)

미쓰라: 그리고 한국말을 뒤로 돌려서 하면, 말도 안 되는 언어들이 탄생을 해가지고..

tukutz: 노래로 돌려서 하는 것은 천천히 하니까, 상관없는데, 랩을 돌려서 하다 보니까, 시나리오, 콘티부터 정말 힘들었죠..



힙플: 근데, 피아노 위에는 왜....

(전원 폭소!)
미쓰라: 그거까지는 뭐...(웃음)

타블로: 그냥 가장 신기해 보이는 거....(웃음) 아니 바나나는 왜 붙이냐고..(모두 웃음) 그냥 거꾸로 돌리는 거니까, 신기해 보일만한 것만 한 거죠. (모두 웃음)



힙플: (웃음) 네, 알겠습니다. 가사 이야기로 이어가 볼게요. 미쓰라는 현재 연애 중이신데, 가사 쓸 때 특별히 애먹지는 않으셨어요?

미쓰라:
솔직하게 썼죠, 뭐.

타블로: 연애 중이니까 습관 같은 걸 썼겠죠.(웃음) 솔직히 말해서 습관 쓸 때, 저는 진짜 애먹었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오랫동안 누굴 사귀어 본적이 한 번도 없어서요... 제가 ‘나는 주제에 공감 못 한다, 어떻게 해야 될 줄 모르겠다...’ 그랬더니 ‘그냥 형 스타일대로 비극적으로 써’(모두 웃음)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쓴 곡이에요.

미쓰라: 저는 반대인 게 1분 1초 쓸 때 그렇게 힘들었어요. 나한테 이게 사소한 그런 문제가 아닌데....(웃음)



힙플: 생각해보면, 에픽하이의 앨범들에서 예쁘고 밝은 사랑 노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타블로: 저는 예를 들어서 ‘1분 1초’ 되게 예쁘다고 생각하고 만든 거예요. 뭐 우울하다는 이야기는 있는데, 저는 되게 예쁜 노래라고 생각을 해요. 되게 샤방하게 만들려고 노력을 했고... 얼마나 예뻐요? 이별했는데, 사소한 생각들이 기억나는 것 너무 예쁘잖아요.

tukutz: 그냥 쓸쓸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미쓰라: 우리 딴에는 그래도.. 좀 약간 좋은 노래인데... 음.

타블로: 전 맑은 노래라고 생각해요. (웃음)



힙플: (웃음) 음. 예쁘고 밝은 사랑 노래는 없었다고 말씀 드린 것은 가사 부분이거든요. 항상 아프거나, 이별을 하고...

미쓰라: 그냥 하나의 성향일 수도 있고요,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감성의 주제일 수도 있고요.

타블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솔로라는 것..(웃음) 사랑을 하는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보다는 사랑을 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미쓰라: 어차피, 똑바로 된 것도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데요.. 뭐.

tukutz: 앨범 몇 장 내보면, 알게 되요... 사랑도 역시 다 쓸데없이 힘 빼는 거라는 걸. (모두 웃음).



힙플: ‘어떤 특정 순간을 구체화시켜서 표현한 가사들 인가요~?’ 넋업샨형이 물어봐달라는데...

타블로: 뭔 소리냐고 좀 물어봐줘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전원 폭소!!)

미쓰라: 될 수 있으면, 문자도 있고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보내주세요.(웃음)

타블로: 근데 그런 문자를 보내는 게 낯 뜨거울 수도 있지... ‘근데 블로야 1분 1초는 특정 순간을 구체화 시킨 거 맞아?’(모두 웃음) ‘뭔 소리에요 형?’ 하고 답장을 보내는 거지 (웃음)



힙플: 이번 질문은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웃음) 아날로그 사운드. 사운드의 질감 적으로 다른 앨범과 다른 느낌인데 지금까지의 앨범과 사운드 면에서의 차이는 어떻게 구분 했는지 하고, 넋업샨 님이 물어오셨어요.(웃음)

타블로: 넋업샨 형 우리 팬 인가? (웃음) 저희는 아예 이번 음반 작업할 때, 전자 키보드를 그냥 치워버렸어요. 키보드랑 신디사이저를 배제하고, 편하게 오래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거든요. 생각해보니까, 아날로그 악기들로 만든 곡들이 정말 오래 들어도 안 질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보기엔 90년 초반 힙합을 아직도 들어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은 기계적으로 샘플링을 해서 만든 거지만, 어쨌든 자연적인 소리들을 샘플링해서 쓴 거니까요. 그러니까, ‘1분1초’ 같은 경우는 드럼을 제외하고는 다 연주로 간 거고, 드럼은 찍었지만, 최대한 아날로그 한 질감이 느껴지게 만들었어요. 저희 밴드 드러머가, 처음에 곡을 듣고 리얼 드럼이라고 착각을 했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만들려고 노력을 했고...

tukutz: 피아노 톤 같은 것도 노력을 많이 했죠. 피아노를 녹음 할 때, 두 스튜디오에서 했는데, 한 곳은 클래식한 굉장히 좋은 고가의 피아노가 있는 스튜디오였고, 다른 한 곳은 빈티지하고 좀 오래 된 피아노가 있는 곳이었는데, 저희는 좀 오래 된 데서 녹음하는 걸 더 선호했어요. 녹음을 여러 번 받아가지고, 마음에 드는 쪽으로 갔는데, 저희 톤에는 좀 더 빈티지한 그 피아노가 더 맞더라고요.

타블로: 1분1초 만들 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Love Love Love 를 아날로그적으로 푼다면.' 이라는 생각이요. 사운드적인 것과 느낌 전체적인 것만 딱 바꾸면 어떤 게 나올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Love Love Love’ 나 'Fly'나 이런 노래들의 연장선일 수도 있는데, 사운드랑 전체적인 느낌만 좀 다르게 간 것 같아요. 왜냐면 그건 좀 나이 탓도 있는 것 같은 게, 이제는 진짜 그런 리얼 악기들이 더, 귀에 편하거든요. 집에서 솔직히 편하게 저희 5집을 들을 수 없잖아요...(모두 웃음)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고, 앞으로의 방향에 있어서도 더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힙플: 에픽하이, 앞으로의 음악 스타일을 일정 부분 제시해 주는 음반이 될 수도 있겠네요...

타블로: 네, 좀 더 편한 음악을 하고 싶고요, 다음 앨범을 내년을 목표로 구상을 하고 있는데, 가사 적으로는 다음 앨범이 가장 셀 것 같아요... 저희 모든 앨범을 통 털어서, 가장 셀 것 같아요. 그냥 이게 세기 위해서 세기 보다는 사람들이 진짜 깊이 찔리든가, 깊이 생각하게 하는 정말 가사 위주의 음악을 만들 건데.. 사운드나 이런 면에서는 좀 부드럽고, 자연적이고 그런 소리들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힙플: 앞서서 피아노 이야기도 말씀하셨는데, 어쩌면 세 분의 곡 모두에서 두드러지게 많이 반영 된 것이 현 악기와 피아노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 부분의 곡들이 두 악기들이 귀에 많이 들어오는데요. 단순하게 악기편성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들이었던 건가요?

tukutz: 그게 이번 앨범의 콘셉트였어요. 부클릿을 보면 현과 피아노를 위한 곡들이라고 써 있죠.(웃음)



힙플: 곡들이 만드신 세 분의 각자의 개성은 물론 살아 있지만, 지난 5집과 비교해서는 조금 더 하나의 색깔과 하나의 감성으로 뭉쳐진 느낌이 드는데요. 이번 음반의 곡들의 조율은 어떻게 진행 되었는지..,

타블로: 그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편한 마음으로 만들자. 그게 전부에요.



힙플: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미쓰라는 '어려운 단어 선택과 단조로운 플로우다' 라는 비판적인 성향을 띤 피드백들이 종종 있어 왔는데, 이번 앨범에 이르러 완화 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랑이라는 콘셉트 아래 나온 가사와 랩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피드백들에 대해서 특별히 신경 쓰시는지.

미쓰라: 계속 노력하는 거죠. 발전을 위해.

타블로: 미쓰라의 가사나 랩에 대해서 비판적인 것들은 거의 다 이미 제가 생각을 하고 이 친구한테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부분들이에요. ‘야, 가사 너무 난해하다. 나도 이해를 못 하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작업을 하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5집 가사도 훨씬 난해했어요. 제가 한 시간 동안 보고 있어도 이걸 다 해석을 할 수 없을 정도로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가 말이에요. 전 이 친구랑 제일 잘 아는 사람인데. 그래서 5집 때 다시 쓴 가사가 엄청나게 많아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어려워할 수밖에 없는 건... 미쓰라 만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들면서 어느 한 비유가 다른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비유더라도, 나한테는 그게 가치가 있고, 어떻게 보면, 미쓰라가 특정 누군가를 생각하고 만드는 가사라면 그 사람과 미쓰라의 뭔가의 코드가 있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뭐, 고칠 점들은 아직도 많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 다.... 고쳐나가면서 발전하는 게 그게 음악이니까요. 우리가 완성 된 사람들이라면, 음악 할 이유가 없죠. 재미가 없잖아요... ‘이번 앨범에는 이걸 보여줘야지..’ 하는 이런 맛이 좀 있어야... 앨범 낼 이유도 생기고, 좋은 것 같아요. 쓸데없는 비판은 별로라도, 깊이 음악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리스너들의 피드백은 좋은 것 같아요. ‘악플’이 아니라면.




힙플: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앨범 이야기로 돌아와 볼게요. 원티드 시절부터 해서, 하동균씨 와는 세 번째 작업이신데, 어떤 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미쓰라:
곡을 만들던 초기에는 여성 보컬을 생각하고 만들었었는데, 아무래도 그 곡에 가사나 이런 것을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남자의 입장에서 부르는 게 날 것 같아서 목소리를 찾다가...

타블로: 그냥 저랑 친한 친구에요.(웃음) 넬의 종완 이랑, 동균 이랑 셋이 제일 친해요. 그래가지고 전화해서 불렀어요. 그날 와서 녹음했어요. (모두 웃음)



힙플: 타루와 루싸이트 토끼의 조예진 씨와의 작업은 어떠셨어요?

타블로: 타루 씨는 ‘꿈꾸라 라디오’ 로고송을 부르셨는데, 그걸 계기로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함께 작업 했고요, 루싸이트 토끼는 저희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랑 좀 친해서 라디오 게스트로 모셨는데, 그 때 같이 오셨어요. 그 때 목소리 듣고 좋아서 tukutz한테 추천했어요.

투컷: 어떻게 보면, 약간은 ‘평범’하다고 느낄 수 있는 목소리들을 선호해요, 우린. 평범한데 아름다운. 평범해서 아름다운. 그래야 더 공감이 되더라고요. 아, 이건 나같이 평범한 인간이 부르는 노래다.



힙플: 좀 특이한 접근이시네요.

타블로: 네.. 그래서 제 노래들을 보면, 멜로디 라인이 뚜렷하게 있어도 그렇게 화려하게는 안 만드는 것 같아요. 약간 무난한 게 좋아요.



힙플: 무난하긴 해도, 되게 중독 적이죠.

타블로: 그래서 중독적일 수도 있죠. (웃음)



힙플: 이제 지난 쇼 케이스 때 나왔던, 이슈들을 여쭈어 볼 건데요. 해체를 고려했었다는 기사가 나왔어요. 많은 분들이 놀랬었는데, 어떤 이야기인지...

미쓰라: 지금까지 너무 달려 온 것도 있고.. 약간은 뭐랄까, 괜히 우리가 억지로 더 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음악에 해를 끼치기는 싫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만약에 이게 더 하면 안 되는 건데, 계속해서 전에 해 온 것 까지 무너뜨리면 그 모습은 정말 추한 것 아니냐... 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거였는데, 뭐 작업하다가 지금까지 한두 번 그런 이야기를 해 본적은 있었어요. 근데, 이번에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했었고, 꽤 오랜 시간 해오다 보니까, 그런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근데, 다행히도 그런 고민에 대한 방향을 잘 잡아서, 이번 러브스크림 앨범 작업 하는 데는 무리는 없었던 것 같고요.

타블로: 해체 이야기가 저희 사이에 나오면서, 사실 따지고 보면 해체를 했어요. 했었는데... 바로 다시 뭉친 거죠. 미쓰라도 말했지만, 100% 음악적인 이유였어요. ‘에픽하이라는 팀이 에픽하이라는 이름아래 할 수 있는 음악들은 명을 다 했다면.... 여기서 발악하고 싶지는 않다. 막, 행주 쥐어짜듯, 몇 방울이 더 나올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 던 때가 어떤 때였냐면, 다 각자 따로 작업을 할 때였어요.. 5집 만들 때도 그랬고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저는 개인적으로 집에서 제가 저를 위해서 만드는 음악들이 더 좋게 나왔던 거죠. 그렇게 나온 곡들을 에픽하이라는 팀으로, 에픽하이의 노래로 개입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 노래들은 못 쓰겠는 거죠... 그런 고민들... ‘왜 갑자기 에픽하이로써 하는 내 음악과 내 개인적으로 하는 음악이 분리가 된 거지? 무슨 상황이지 이게?’ 이런 걸 고민하면서.... ‘낙화’ 같은 경우가 솔로 곡인 이유가 그런 거예요. 낙화가 제가 개인적으로 만들다가, 이거를 에픽하이 앨범으로 넣고 싶은데, 넣기 위해서는 이게 두 사람이 말 할 수도 없는 내용이고 하는 그런 것들에 부딪혀가지고 어느 순간 ‘개인적인 것도 외면하고 싶지는 않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음악들이 분리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제가 미쓰라랑 tukutz는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똑같이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그런 괴리감 같은 것들이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우리 그냥 각자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 미쓰라도 하고 싶은 The Roots 같은 솔로 앨범하고, tukutz도 하고 싶은 몬도 그로소나, DJ KRUSH 같은 솔로 앨범 하고.... 그래서 생각한 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이 팀이라는 것 때문에.... 물론, 에픽하이가 정말 중요하지만, 만약에 하고 싶은 음악을 어느 정도 양보하면서 각자 양보하면서 해야 되는 것이라면, 이미 많은 성과를 거둔 우리에게는 그게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누구에게는 그게 팀워크(team work)겠지만요. 그래서 해체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거지.. 사이가 나쁘거나, 무슨 다른 문제들이 있던 것은 전혀 아니고요... 그래서 그런 고민들을 서로 진심으로 진지하게 이야기 했던 거고, 그거를 극복하는 방법은 ‘진짜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에요. 솔로 활동도 다 하고, 서로 또 맞추다 보면 또 새로운 게 나오겠지...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힙플: 그렇게 해서 나온 음반이 러브스크림인가요?

타블로: 러브스크림은 그 와중에 만든 앨범이에요. 원래 '1분1초' 만들 때, 우리 이야기로 해서, goodbye 내용으로 하려고 했었던 노래에요. 팬들과 우리와 이렇게.. 기억나는 1분1초들.. 항상 간직하겠다. 이런 내용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근데, 우리가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내용을 좀 바꾼 거죠.



힙플: 해체 안 하셔서 진심으로 다행입니다. 또 하나의 이슈 아닌 이슈가 예능 프로그램은 자제하고 음악 프로그램 위주로 하겠다는 이야기였는데요.

타블로: 저희는 예능 프로를 자제한지, 2년 가까이 되가는데, 자꾸 케이블 방송에 나오니까 사람들이 저희가 예능 프로에 출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나간지 되게 오래됐어요. 솔직히 말해서 나가고 싶긴 해요. 가끔 TV보다가 ‘아, 저기 나가면 재밌겠다.’ 이런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예능프로그램에 대해서 반감도 없고, 그냥 우린 친한 형들도 많이 하고 계셔서 같이 하고 싶고, 되게 재밌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음반 작업’ 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래요. 앨범을 1년에 한 장 내고 싶고.. 가능하다면 1년에 프로젝트라도 해서 두, 세장 씩 내면서 많은 콘서트들을 통해 음악을 365일 하고 싶단 말이에요.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근데 하고 싶은걸 일단 해야 되는데 작업 할 시간이 줄어드니까요. 그 중에 가장 큰 원인이 방송 출연이거든요. 방송 출연이 큰 시간을 차지하니까... ‘이걸 우리가 자제하면 작업을 할 시간이 더 많아 지겠지..’ ‘더 여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을 해서 자제하는 거예요. 이걸 갖고 사람들이 무슨 배부른 소리한다, 거만해졌네... 이런 이야기 하는데... 음악 할 시간을 더 만드는 게 잘못 된 건가요? (모두 웃음)

tukutz: 나온다고 뭐라고 하더니, 안 나온다고 또 뭐라 그러면... 섭섭하죠! (웃음)


힙플: 모바일, 온라인 음원으로만 발매 되는 것은 정말 거부감이 상당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음악까지도 인스턴트 화 되가는 것에 대한 반감과 걱정이 담겨 있으신 것 같은데...

타블로: 앨범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잖아요.

투컷: 수익적으로 음원이 더 낫지만, 음반으로 수익적인 측면이 음원보다 더 높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타블로: 확실히 음원 수익이 낫죠. 그래도 앨범을 사라고 자꾸만 이야기 하는 게... 다운로드 이런 것만 원하면, 그거면 진짜 예능 프로그램에서 BGM으로 쓰면 돼요. 무조건 돼요. 노래가 좋든 말든 크게 상관없는 것 같아요. 근데, 앨범만 홍보를 하고.. 공연을 많이 하는 이유는 팬들과 뭔가 확실한 교류가 있는 거잖아요. 손 편지가 이메일보단 좋은 것처럼.

tukutz: 슬픈 건... 정기적으로 CD를 사러가는 제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음반매장이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는데, 횡 하니까.

타블로: 아 근데, CD사는 여성분들 보면 왜 이렇게 예뻐 보여요... 막 사귀고 싶어요.(웃음)

미쓰라: 진짜 저도 시디 사러 갔다가 만나면, 진짜로 되게 고맙고 그래요.

타블로: 전 이상형이 바뀌었어요. 'CD사는 여자' (모두 웃음)

미쓰라: 근데, 정말 좀 이상해요. 음반매장에서 보이는 여성분들은 다 예뻐 보여요.

타블로: 자기 자신한테, 투자하는 여자가 아름답잖아요. 근데, 자기 자신한테 문화를 투자한다는 게 더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거죠. 힙플은 시디를 파니까, 저희 마음을 잘 알거예요.(웃음) 먹고 살기도 힘들 텐데.........(모두 웃음)



힙플: 앞으로의 계획은요?

미쓰라: 너무 하고 싶었던, 전국투어를 시작했고요.. 매년 꾸준히 해왔던 11월의 미리 크리스마스 파티도 기획 되어 있고, 크리스마스 공연도 있고... 다음 앨범도 구상부터 해서 진행 되고 있습니다!



힙플: 세 분은 ‘힙합’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어떤 건가요? 정의를 해달라는 질문은 아니고요, 정말 딱 떠오르는 것.

타블로: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일요일 코너.

미쓰라: 발은 270인데 신발은 300.

tukutz: 락유.



힙플: 마지막으로 힙합 팬들, 그리고 힙합플레이야 회원 분들께 하시고 싶은 이야기 부탁드릴게요.

타블로: 늘 고마워요. 힙합, 나이 들어서도 사랑하시길.

미쓰라: 감사합니다!

tukutz: 사랑해요!



인터뷰 | 김대형 (HIPHOPPLAYA.COM)
사진 | 울림 엔터테인먼트 (http://www.woollim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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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판도라
 


이미 기사에서 본 내용이긴 하지만,
직접 말하는 걸 들으니 괜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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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는 잡지 paper의 2008년 8월호입니다. 두 달 과월되었으니 올려도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혹시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원저작자는 황경신 씨입니다. 외국에 있어서 이 잡지를 구매해서 보시지 못하는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객석>의 인터뷰(이 인터뷰는 이 글 밑에 트랙백으로 링크해두었어요.)와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터뷰 글입니다. 꽤나 길어서 타이핑 하는 것만도 오래 걸렸네요. 불펌하지 말아주세요.

by. poise



우울하다. 희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슬프다. 세상에 떠도는 타인의 슬픔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꿈을 꾼다. 혹독하고 "비틀거리는 꿈이지만" 꿈을 꾸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기에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답 비슷한 것이라도 찾고 싶다. 내가 만난 <에픽하이>의 타블로, <꿈꾸는 라디오>의 타블로, 또는 인간 이선웅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자주 이렇게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알고 싶어요."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인가요? 어제도 몇 시간 못 잤다고 들었는데

많았는데, 지난 앨범 내고 활동 끝나가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때부터 이상한 거 많이 했어요. 회사에서 별로 안 좋아할 만한 일들. 독립, 단편영화를 찍었고, 연주음반을 냈고,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는데 방송정지 먹었고, 아예 홍보도 안 했고, 한동안 녹음실에서 처박혀 살다가 나와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니까 좀 낯설더라고요. 제가 운전을 안 하잖아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불편한 게 있잖아요. 아마 그래서 여자친구가 없는 건지도.

설마 그럴 리가요.

생겨도 불편해서 헤어지게 되더라고요. 이 일도 그런 것 같아요. 별로 운전할 마음이 없는데 운전을 하고 있었떤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어요. 운전을 안 하면 현실적인 불편함은 따르겠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운전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하는 일 중에서 관심이 있는 것들, 의미가 있는 것들, 실질적으로 뭔가가 만들어지는 건 집중해서 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이제 다 줄였어요. 방송활동도 대폭 줄이고.

방송은 좋아서 한 거 아니었나요?

예전에는 따지지 않고 좋아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좋아할 줄 몰랐으니까. 그런데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방송에서 제가 예전만큼 큰 엔터테인먼트를 주는 것 같지가 않아요. TV를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나 감동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방송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있잖아요. 그런데 남들이 저보다 잘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저는 제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그런데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예능의 덕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 음악으로 되니까 거만해져서 안 하는 거 아닌가. 절대 아니에요.

사실 유명해지려고 방송에 나간 것도 있지 않아요?

사실 그랬어요. 그것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제가 나오는 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될 떄는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저도 재미없고 남도 재미없으면, 제가 굳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잖아요. 그 시간에 곡을 만들거나 글을 쓰는 게 낫지. 제 지금 활동은 라디오, 음반작업하고 공연, 그게 끝이에요. 저는 그게 좋아요.

그것만으로도 바쁠 것 같은데요.

24시간으로 부족한 스케줄은 아닌데, 많은 것으로 채워지는 24시간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몇 가지를 더 풍만하게 해서 24시간이 되는 거니까, 훨씬 더 좋아요. 예전에는 라디오 두 시간을 하러 가도, 앞뒤로 생각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이젠 스케줄의 여유를 만들어놓으니까 전후로 시간을 내서 준비할 수도 있고, 정성을 들여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까. 곡을 만들 때도 그렇고. 그게 너무 좋아요. 돈은 덜 벌더라도, 즐거워서 시작한 건데, 쫓기면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라디오에서 하고 싶은 말을 거의 다 하는 편인가요?

다는 못해더 어떤 방식으로든 하긴 해요. 라디오는 편집이 없어서 좋아요.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나요?

방송이 우울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제가 암울한 생각을 할 때가 가끔 있거든요

원래 우울하세요?

행복하진 않아요.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있겠어요.

그런 사람도 있더라고요. 자기가 얼마나 불행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웃음) 그런데 듣는 사람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충격을 받는 사람들도 있죠.

너무 우울해서? 비관적이어서?

예. 그런데 긍정적일 때도 많아요. 프로그램 이름이 <꿈꾸는 라디오>니까. 꿈에 대해서는 한없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현실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게 우리 방송의 특성이라, 현실 이야기를 하게 되면 좀 많이 우울하죠. 조울 방송이라는 이야기, 들어요. 게스트가 있을 때는 즐겁고 밝은데, 처음 한 시간은 다운되어 있으니까 사람들이 가끔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다고. 그런데 이게 저라서, 컨트롤할 생각은 별로 없어요. 다듬기는 하되.

그게 타블로의 매력이잖아요.

매력이자 위험 부분이죠.

주사가 있어요?

그냥 미친놈 같아요. 헛소리 많이 하고, 와일드해지고. 어떨 때는 울고. 친구들이 제가 취하면 냅킨을 제 앞에 갖다놔요. 헛소리하면서 울 때 많아요.

꿈 이야기를 할 때는 낙관적이라고 했는데, 5집 앨범에 실린 <낙화>를 들으면서, 꿈에 대해 그렇게 비관적인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극히 비관적이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싶었어요. 그게 진짜 제 심정이거든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꿈은 어쨌든 누가 뭐라든 아름답고 순수하고 위대한 꿈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그걸 등지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남들한테는 그렇게 안 보여도, 이런 내용을 얘기하려다가 생각해보니까 가장 절망적인 사람의 꿈이 가장 극대화된 아름다운 꿈일 수도 있더라구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름다운가요?

불가능하니까 아름다운 것 같은데.

이루어지면 아름답지 않은가요?

불가능한 꿈들이 역사를 만들어나간 경우가 많잖아요. 꿈꾼 대로 된 건 아니지만. 컴퓨터도 누군가 그 당시에 말도 안 되는 꿈을 꾼 거 잖아요. 이카루스 날개처럼. 그게 세상이란 걸 더 좋은 곳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고. 저에게도 불가능한 꿈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거죠?

어린 시절의 꿈들인데, 세계평화, 이런 게 불가능하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다들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나마 이것보다 조금 나은 세상. 그걸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저보다 오래 살 젊은 친구들이 생각하는 게 달라지고, 그런 꿈을 꾸고, 그러다 보면 우리도 모르게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제가 하는 음악 자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걸 듣는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꿈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저도 그 꿈을 이행하기에 부족한 것 같고, 현실상, 전체적 문화 구조상 불가능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낙화>를 쓴 거에요.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한 뮤지션도 있잖아요. 존 레논이라든지. 타블로는 아직 과정 중에 있는 거고.

존 레논은 존 레논이잖아요.

타블로도 타블로잖아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은데요.

제 꿈 비슷한 것도 끝내 못 이루고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존 레논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을 거에요.

저는 존 레논의 1억분의 1도 못 이루고 죽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그걸 받아들였어요. 사춘기 때는 존 레논, 밥 딜런, 이런 사람들 보면서 세상을 바꿔야지. 내가 하는 게 음악이든 글이든, 세상을 흔들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 망상이 심했어요. 나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운명이다, 나는 운명에게 선택받은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심할 정도로.

무엇을 위해 선택받은 사람? 세계평화?

그건 아니더라도, 잘 모르겠어요.

선택받았다면 알아야죠.

완벽하게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세상을 크게 뒤흔들고 사라질 수 있는 사람. 그런 망상이 있었는데,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아무나 그럴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내가 생각한 건 너무 많은 자신감, 망상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되지 않을 거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나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고 할 줄 아는 게 몇 가지 있는 것 뿐인데, 하고 약간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그걸 받아들인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있는데, 이야기를 하면 암울해요. 대학 1학년 때 제일 친한 친구 한 명이 죽었어요. 그 친구는 영화 공부를 하러 대학을 갔고 저는 문학 공부를 하러 갔고 둘이 큐브릭 같은 사람들처럼 세상을 감동시킬 영화를 만들 거다,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서 저한테 마지막으로 부탁을 한 거죠. 꼭 그렇게 해라. 그때는 그것때문에 오히려 힘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룰 거다, 생각했고. 어느 순간에 그게 음악이다, 해서 애를 쓰고는 있는데, 아직은 제가 너무 부족하고, 십 년 정도는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하면 되잖아요.

예, 하긴 할 거에요. 앨범 30~40장은 더 내야, 사람들에게 필요한 음악을 내가 만들 수 있을 지 알 것 같고, 그때 가서 내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희망적인 게 별로 없거든요. 가요계도 지금 이 모양이고. 가요계와 음반시장 불황이라는 게, 포커스가 너무 경제적으로 치우쳐 있잖아용. 앨범이 안 팔린다, 공연 수익이 적다, 다 돈 이야기인데, 그것보다 치명적이고 무서운 건, 전반적으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는 거에요. 예전에는 누가 만들었건 간에,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 잔잔한 존중이 있었어요. 음악뿐 아니라 책, 영화, 이 모든 것에 대해 공유하고 있는 존중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없어져서, 완벽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표면적으로 너무 많이 없어져서.

왜 그럴까요?

제가 볼 때는 혼란이 일어난 것 같아요. 제가 말하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인터넷의 발전 같은 것 때문에, 원래는 책을 쓰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고 책이 나와야 볼 수 있었고, 영화와 음악도 그랬는데, 이제는 책을 대신하는 블로그가 있고, 영화를 대신하는 UCC가 있고, 음악을 대신하는 디지털 음원들이 생겼잖아요. 물론 정해진, 잘하는 사람들만 해야한다는 건 아니에요. 누구나 해야 하고 누구나 하는 무엇이 예술이라는 생각은 해요. 문제는, 그러다 보니까, 누가 작품을 만들어도 뭐 어쩌라고, 이런 거 수없이 많은데, 이렇게 되어서 소중함이 없어진 거죠.

너무 많은 것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클래식이 파묻혀버리는 거죠. 보이지도 않으니까.

예 그래도 클래식이 나오면 사람들이 알긴 알 것 같아요. 그런데 옛날에는 좀 더 빨리 눈치챘을 것들이 지금은 묻히는 경우도 많을 것 같아요.

옛날에도 그 시대가 알아주지 않았던 클래식들은 있었죠. 우리는 아직 모르는 거죠.

저는 왠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죽기 전에도 죽고 나서도 안 알아줄 것 같아요.

이미 많이 알아주고 있지 않나요.

그건 그냥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거지, 제 음악이 좋아할 만한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도. 그래서 계속녹음실에 가는 거고. 일 년의 반 이상을 녹음실에 처박혀 사는 거에요.

지금까지 만든 곡 중에서, 이건 정말 잘 만들었다, 싶은 곡, 있지 않나요.

<낙화>는 가사를 제가 원하는 대로 잘 쓴 것 같고, 저 자신을 평가하긴 웃기지만, 몇 곡은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제가 해야 하는 것의 노예가 되어버려서. 제가 힙합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솔직히 제 감성은 힙합이 아니에요.

록인가요?

록이죠.

클래식?

예, 그쪽에 더 가까워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잖아요. 힙합을 시작했을 땓, 힙합 옷을 안 입었어요. 저한테 어울리지도 않고 불편해요. 연주 음반을 냈던 이유가, 나 사실 이런 거 하고 싶다, 내 감성에 좀 더 가까운 것들. 힙합을 싫어하진 않지만, 좋아하는데, 랩은 정말 좋아해요. 랩을 엄청 좋아해서 힙합을 하는 거지, 힙합을 좋아해서 랩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랩은 그 특성상 문학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형태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리듬도 있기 떄문에 잘 사용하면 문학을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전형적인 힙합의 강렬함 같은 건, 제가 그렇게 강렬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 척은 할 수 있는데, 심지어 척을 잘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척인 거니까. 이번에 <에픽하이> 미니앨범으로 소품집이 나와요. 작은 앨범인데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취지로. 5주년이거든요. 그 곡을 작업 중인데 예전에 했던 것들과 엄청나게 달라요. 예쁘고 잔잔하고 요란스럽지도 않고. 사람들이 늙었다 그럴 것 같아요.(웃음)

멤버들끼리는 뜻이 맞나 봐요.

다행스럽게, 뜻이 맞는다기보다는, 저한테 맞춰줘요.

그건 굉장히 행복한 거죠.

굉장히 고맙죠.

멤버들이 타블로가 하자는 대로 안 하면 삐치나요?

그냥 안 해요. 제가 하자는 대로 안 하면. (웃음) 애들도 처음에는 1, 2집 때는 엄청나게 싸웠어요. 해체하자 그러고. 제가 설득을 했어요. 만들어서 보여주고. 내가 항상 옳다. 나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 해봐라, 그런 다음에 못하는 것을 보여줄 때까지 잔인하게. (웃음) <에픽하이>는 만들 때부터 제 비전을 핵심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멤버들이 저한테 많이 맞춰졌어요. 되게 고맙고, 물론 애들에게 아이디어가 있을 때, 아까는 농담이고, 다 반영하죠. 그런데 결론적으로, 예를 들어 멤버 한 명이 클럽에서 노는 노래 하자, 이렇게 말하면 저는 안 한다고 하죠. 관심이 없으니까.

거절을 잘 하는 편인가요?

예전에는 되게 못했어요. 누가 부탁하면 다 해줬어요. 그러다 깨달은 게, 진짜 저한테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제 이름, 저를 도용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도와달라고 할 때면 진짜 인간적으로 다가왔다가 그 다음에는 쌩이에요. 그런 걸 많이 당한 다음에는, 누가 부탁을 해도, 죄송합니다, 안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또 씹어요. 곡 써달라고 했는데 안 써줄 수도 있잖아요. 저도 취향이 있는데, 그리고 거절할 때는 시간문제가 50퍼센트고, 나머지 50퍼센트가 그 사람이 하는 음악과 제가 만들 수 있는 음악이 매치가 안되서 그래요. 자신이 없는 거잖아요. 깍듯이 얘기해도, 무조건 씹어요. 사람인 게 그런가 봐요. 도와달라고 했으면서, 못 도와준다고 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 받으면 되는데, 저 새끼는 도와주지도 않고, 그러죠. 생판 모르는 사람도, 그런 부탁을 해요. 물론 저는 씹든 말든 별로 신경을 안 써요. 그런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부탁할 때 그 사람이 거절할 가능성을 미리 생각해요. 그 사람에게는 거절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까 부탁을 하는 거잖아요. 안 그러면 강요하죠. 지금 당장 해. 그러죠. 그러니까 거절당해도 저는 기분 안 나쁘거든요.

타블로는 부탁으로 뭔가 얻고 나서 모른 척한 적 없었어요?

없었어요. 1집 때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과 6년째 아직 작업하고 있고.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나 봐요.

예. 예를 들어 제 피아노 세션 해주는 형이 있어요. 밴드 같은 형식으로 드럼하는 분도 있고. 그 사람들보다 더 잘하는 분들도 많을 거에요. 우리나라 세션형들은 세계적으로도 잘하거든요. 그래도 그 사람들과 계속하는 건, 책임감보다, 내 사람이니까 나랑 제일 잘 맞지 않을까, 여자친구가 있어도, 그 여자친구보다 더 예쁜 여자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도 내 여자친구니까.

그다지 정확한 비유는 아닌 것 같지만 설득력이 있네요. (웃음)

정확하진 않은데. (웃음) 가끔 짜증나고 외도하고 싶을 때는 있어도 그래도 내 여자친구잖아요. 누가 뭐래도 제일 예쁘잖아요.

최근에 연애해본 게 언제인가요?

4집 나오기 전. 그 이후로 사람을 만난 적은 있는데 연애를 했다고 얘기할 수는. 사랑은 안 했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너무 오래 혼자 있다 보니까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얘는 무슨 앨범이 계속 나와. 이렇게 생각하는데 혼자 그렇게 혼자 오래 있어봐요, 할 게 없어요.

계속 일을 만드는 거군요.

예, 시간을 채우긴 채워야하니까. 저도 모르게 곡을 만들고 있고. 모아지면 누가 내자고 하고. 그랬던 것 같앙.

연애를 할 때는 창작을 덜 하게 되나요?

4집이 2CD 였잖아요. 그때는 2CD를 내려고 해서 낸 게 아니라 너무 많은 곡이 만들어지니까 낼 수 밖에 없었어요. 연애할 때거든요.

타블로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사람이었군요.

그랬을 가능성이 있어요. 헤어졌고 다시는 만날 수 없지만, 그 이후로 슬럼프도 좀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차피 만드는 건 똑같다고 해도,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가까운 곳에 한 명 있는 거잖아요. 이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고, 이 사람에게 좋아하는 뭔가를 만들고 싶고, 그런 게 있는데. 이제는 제 눈에 보이지 않는, 머릿 속에 있는 어느 누구, 불특정 누구를 위해 만드니까 가끔 혼란스러울 때도 있죠. 한 명이 있어서 내가 너를 위해 곡을 쓸게, 들어봐,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에픽하이>의 앨범들을 들으면서, 타블로에게 구원은 화두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원할 수 있다, 보다는 구원받고 싶다는 갈망이 있어요.

크리스천이죠?

하나님과 예수님을 사랑하고 믿어요. 교회는 열심히 안 다녀요. 솔직히 말해서 안 다녀요.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인간이 타인을 구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구원받고 싶게끔 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전도라는 개념이, 아프리카나 어디로 가서, 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이 믿게 되면, 우리가 그 사람을 구원한 건 아니잖아요.

매개가 되는 거죠.

구원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거죠. 꼭 신앙적인 게 아니더라도, 현실에서의 구원, 작은 구원들로 사람들을 깨닫게 해주는, 전도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보고, 저도 그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쉬운 일은 아니죠.

타블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다른 누군가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공감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나가 저보다 한참 위인데,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은, 자기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동감할 수 있는, 제가 느낀 듯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쓴 적이 있어요. 그건 맞는 말 같아요. 제가 어릴 때 기아대책에서 일했거든요. 최연소로 연구원에 있었고 훈련도 받았는데, 저는 세계 기아 어린이들과 너무 다른,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의 고통을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체험은 못해도,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아플까.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실직적으로 누가 슬프면 제가 되게 슬퍼져요. 이상하게 들을 수 있지만, 제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슬픔을 교감하는군요.

길 가다가도 슬퍼 보이는 사람 있잖아요. 진짜 슬픈지 알 수도 없고, 무엇 떄문에 슬픈지도 모르는데, 그걸 볼 때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져요. 그래서 뭐라도 내가 할 수 있나.

  
어릴 때의 환경은 어땠나요?


솔직히 말해서, 집안 자체는 경제적으로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태어나기 전에 힘든 걸 다 겪으셔서.

막내죠?

예, 제가 늦둥이라. 형이 저보다 8살 많고 누나가 7살 많아요. 형, 누나는 어려움을 겪었죠. 아버지가 고아였고 그렇다 보니까. 제가 태어날 때쯤에는 안정적인 상황이었는데, 부모님이 없었죠. 아버지는 해외 건설 쪽 일을 하셔서 항상 해외에 계셨고, 어머니는 미용실 하시니까 나가 계시고,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뭐 했어요?

책 많이 읽고, 중학교 때 저를 해외 사립학교에 넣어놓고 한국으로 떠나셔서. 저는 사립학교를 권하지 않아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아직 사회생활을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한 기숙사에 넣고 공부를 시키고 하다 보면 경쟁하는 것도 너무 빨리 배우고, 결국 퇴학당했잖아요. 그래서 한국에 온 거에요. 부모님들이 없으니까 문제를 일으키기가 너무 쉬워요. 지극히 안 행복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나요?

잘 모르겠어요.

트라우마가 있나요?

친구들 세상 떠나고 그런 건 당연히 큰 트라우마가 되었죠.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넷인데, 그 중 두 명이 지금 없어요. 한 명은 4집 때 떠났고, 그래서 그렇게 한없이 우울하게 나온 거고. 죽기는 싫은데요, 정말 싫은데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건 가까이서 경험했고,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이 봐서, 게다가 아버지도 한 번 고비를 넘긴 적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암울한 건 있는데, 평상시에는 괜찮아요. 가끔 생각날 때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세요?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많이 나요.

무서워요?

무섭죠. 5집 앨범 만들 때는 주변에서 3명이 자살했어요. 저와 직접적으로 친한 사람들은 아니었는데 친구의 친구, 친구의 아는 동생, 아는 동생의 여자친구, 이런 식으로. 그래서 <One>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면서요? 자살률 1위, 이혼율 1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상황이면. 살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상황에서.

자살 충동을 느낀 적 있나요?

자살은 안 할 거에요. 오해받은 적은 있어요. 대학 다닐 때 오해를 받아서, 정신 치료를 1년 반 정도 받았어요.

약도 먹고?

먹어야 했는데 전 안 먹었어요. 사람이 재미없어지더라고요. 생각도 별로 없고, 무난해지고. 교실에 있는 애들이랑 똑같아지더라고요. 안 우울한 게 이거구나, 차라리 우울할래, 그렇게 생각했죠. 누가 제가 자살하려했다고 학교에 얘기를 해서. 대학원 다니는 마지막 한 해 동안은 학교에서 약간 어두운 존재. 사람들이 피하고, 그때 대학 친구들 다 잃어서 졸업 후에 연락하는 애가 단 한 명도 없어요.

우울함이 기본에 깔려 있죠?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늘 우울하진 않죠.

제가 가지고 있는 우울함은 나쁜 우울함, 악하고 어두운 우울함은 아닌 것 같아요. 약간 희망적인 우울함이라고 해야하나. 희망이 있기 때문에 우울한 거. 차라리 희망이 없더라면. 다행히 저는 좋은 것들 때문에 우울한 거니까.

뭔가 원하는 게 있는데 못하니까 슬픈 거 아닌가요.

그렇죠. 옆집에 심하게 아픈 사람이 살아요. 매일 마주쳐요. 그러든 말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우울하지 않겠죠. 그런데 왜 저사람은 아프지, 나는 멀쩡한데, 저 사람은 나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 아프고 부러울까, 그러면서 슬퍼하는 건, 안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건데.

세상과 소통을 하니까 그런 걸 느끼는 거겠죠. 촛불집회에 나가본 적 있나요?

없어요.

싫어해요?

아니, 그렇진 않아요. 어릴 때는 생각없이 반항적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답 비슷한 것이라도 찾아보고 싶어요.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그런데 인간으로서 답이 없잖아요. 제가 답을 모르는 한 행동하지는 않으려고 노력을 해요.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은가요?

제가 롤모델이 되고 싶진 않아요. 나라는 사람이 완벽해져서, 누구한테 롤모델이 되는 걸 원하진 않아요. 그렇게 될 수가 없어요. 전 사람이고, 한없이 선할 수도 없고, 다른 인간과 똑같이 허점이 있고 잘못이 있고 죄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든 저를 바라보면서 저 사람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 대신 제가 만드는 것들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은 영향?

죽고 싶은 사람이 살만한 이유를 알려주는, 그런 것도 있고, 도움이 되는, 듣고 위로가 되는, 막상 저 자신은 그 사람을 위로할 가치가 없다고 해도, 적어도 제가 만드는 것들은 그럴 가치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걸로 저도 위로받을 수 있고,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어질 수도 있죠.

완벽주의자인가요? 

일을 할 때는 완벽을 추구하는데 워낙 미완벽하니까.

완벽하고 싶지 않나요?

제가 완벽하게 만족하고 싶긴 해요. 그게 불가능하죠. 안타깝게, 저한테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게, 남한테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게 아니니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세요?

안 할 수는 없죠. 음악은 독백이 아니라 대화잖아요.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하는 말인데, 그 사람이 듣고 어떤 생각을 할까, 그 생각을 안 하면 너무 이기적인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뜻대로 해야 될 때는 하겠죠. 그래도 어떤 누군가는 생각을 해야죠. 나는 아무도 상관없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음악을 한다, 얘기하는 건 아마 말만 그렇게 하는 걸 거에요. 듣는 건데, 벽에다 대고 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언제 나오나요?

10월에 나올 거에요. 대학 다닐 때 썼던 단편소설들. 그냥 순수문학이에요. 드라이하고.

최근에 쓴 것도 있어요?

없어요. 그건 내년쯤 하려고. 앞으로는 책을 많이 쓸 생각이에요.

어떤 이야기들인가요?

뉴욕이라는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그때 제가 뉴욕에서 일하고 있었거든요. 다 우울하고, 지루하다고 느낄 것 같아요. 책이 나오면. 제 음악 팬들은.

왜요?

옛날 프랑스 영화들 있잖아요. 많은 일들을 일어나지 않는데 대사는 많고, 그런 글들이에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싶은 건가요?

아뇨, 평가는 뭐.

사진보다는 글을 더 잘 쓴다고 생각하시나요?

예, 그때는 정말 잘 썼어요. 10년 전에는 엄청나게 잘 썼어요. 제가 음악을 안 하고 계속 글을 썼다면 미국에서 꽤나 괜찮은 소설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어요.

왜 글을 그만두고 음악을 택했나요?

가사를 쓴 거죠. 후회돼요. 굉장히 후회돼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음악이 더 효과적이 아닌가요?

매우 멍청해졌어요, 제가. 그때는 정말 매순간 빛났어요, 정말. 눈및이랑 모든 생각들이 빛났어요. 그런데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가끔 그러다가 빨리 꺼지고. 그때의 나를 회상해보면 모르는 사람 같아요.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뭔가요? 글 쓰는 것?

글 쓰는 건 되게 좋아요. 그런데 제가 궁극적으로 뭘 할 건지는 아직 모르겠고, 뭘 하기 싫은지는 알아요. 정말 하기 싫은 일들은 많아요.

세 가지만 얘기해보세요.

연예인. 두 번째는 살인자? 세 번째는 돈 관련된 것. 돈 만지고 그런 거. 관심없어요. 돈이 좋긴 좋은데. 돈 벌기 위해서 사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요. 인생 목표가 엄청나게 돈 벌어서 부자가 되는 거다, 이건 구린 것 같아요. 부자 되면 뭐 할 건데. 쇼핑 이런 거 안 좋아해요. 구매를 안 해요. 구매욕도 별로 없고. 돈을 많이 벌어도, 할 게 없을 거 같아요.

소유욕이 별로 없는 편인가요?

예, 별로 없어요.

질투는?

사람은 좀 다르죠. 여자친구 사귀면 소유욕 있죠. 옛날에는 정말 엄청났어요. 진짜 스토커 수준이었어요. 짜증날 정도로.

그래서 도망간 사람도 있어요?

결국 그것때문에 도망가는 거겠죠. 이제는 그런 거 없어요. 좋으면 좋은 거고 아닌 것 같으면 정리하는 거고.

헤어지고 나서도 따라다니고 그랬다고요?

옛날에는 그랬죠. 심하게 그랬죠.

그래도 안 되는 건 안되는 걸 깨달았군요.

예, 그리고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웃음) 다른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는 거니까. 그 사람도 저와 헤어지고 싶은 이유가 있을 테니까.

운명의 상대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소울메이트요?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미 스쳐 지나가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가끔 들고. 안 나타나요.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나요?

저는 똑똑한 사람들이 좋아요. 사람이 뭘 안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거잖아요. 자기 외의 것들에. 이것저것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순하다,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거에요. 저는 많은 걸 아는 사람들이 좋고, 제가 모르는 뭔가를 아는 사람들이좋아요. 제가 모르는 걸 알면 그런 데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자들을 좋아할 때도 야망이 있는, 꿈이 있는, 뭔가를 눈 부릅뜨고 하는, 그런 사람들.

나는 어떤 사람이다, 말할 수 있어요?

아뇨, 아직. 그걸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것도 모르겠어요. 지금의 나는 아니에요.

거울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피곤해 보인다, 지쳐 있구나, 늙어가고 있다. 그런 생각. 제 머릿속의 저는 아직도 소년이에요. 그런데 아니니까. 우리 아버지한테 제가, 나이 드는 게 어떤 기분이에요, 물어본 적이 있어요.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욕구와 희망과 꿈과 하고 싶은 게 그대로 있고 몸만 늙어가는 거다, 그렇게 얘기하셨어요. 되게 우울하더라고요.

타블로는 4차원적인가요?

지극히 평범해요. 가끔 발상이 특이한 것뿐이지, 사상이나 이런걸 따지고 보면 평범해요. 1더하기 1은 2라고 생각해요.

앨범을 완성할 때마다 많이 운다고 했는데.

만들 때 많이 울어요. 그때랑 완성되는 날.

왜요?

일 년을 만들잖아요. 요즘 대부분의 가수들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다음에 노래만 부르기 때문에 2주 밖에 안 걸려요. 그걸로 나와서 활동하고 인기도 얻고 돈도 벌고 그래요. 우리는 녹음실 들어가서 악기 소리 하나하나를 우리가 다 해요. 누가 뭐 해주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일 년이 지나가면 앨범 한 장은 앞에 있는데, 그동안 잃은 것들을 생각하게 돼요. 부모님을 본 지 지금 4개월 됐어요. 말도 안 되게. 얼마나 멀다고. 여자친구 없을 때가 대부분이고. 제가 백 년을 산다 해도 그 중 100분의 1이 한 장 만들기 위해 날아갔잖아요. 다시 안 돌아오잖아요. 이걸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데, 결과가 뻔하거든요. 아무리 좋아도, 박수는 받고 그러겠지만,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비판하는 사람, 외면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또 일년이 지나가면 수많은 앨범 중 하나로 바람의 먼지처럼 지나가고 끝이잖아요. 완성하고 나면, 4집은 거의 2년 걸렸는데, 이 많은 시간과 수많은 밤들을, 내가 미친 거 아닌가. 아깝다, 그런 생각 들 때가 되게 많아요. 제가 내년에 서른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십대 전부를 여기에 바쳤거든요, 청춘을. 남은 게 몇 장의 앨범밖에 없으니까.

욕심이 많으세요?

그것보다는, 가끔 이 앨범들이 존재하지 않았고, 5년 동안 가족들과 친구들과 가깝게 지냈다면, 5년 된 여자친구도 있고 그러면 얼마나 행복할까.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좋아하기 때문에, 어쨌든 말로는 내가 만든 음반이, 내 인생의 한 시대를 담은 걸작이다, 언젠가 되돌아보아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은 것처럼, 이러지만, 제가 아기들을 되게 좋아해요. 미쳐요. 지나다가 아기들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옆에 가서 같이 있어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위대한 작품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 아이밖에 없잖아요. 새로운 생명. 그것과 가끔 비교를 하는 나 자신도 우습고.

그런데 왜 계속하죠?

멈출 수가 없어서 만드는 거에요. 이건 제가 하고 싶고 하기 싫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멈출 수가 없어요. 저도 모르게 하고 있어요. 중독되었나 봐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모르겠고 그냥 해야 돼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몇 가지나 알고 있나요?

자신이 좋아하고 좋아해주는 이성을 만나는 게, 최고의 방법이 아닌가.

궁극의 여인이 나타나면 음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내가 음악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러면 조용히 집에서 음악하고 그만둘 것 같아요. 음악 아니면 그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저는 사랑을 택할 거에요.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만난 적 있나요? 연애와는 다른 건데.

다르더라고요. 제가 사귀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연애할 때 끌리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랑 달라요. 철이 덜 든 건가.

아직 결혼이 절실하지 않은가 보죠.

결혼은 하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준비가 너무 안 되어 있어요. 여자가 고생할 거에요.

자상하지 않은 편인가요?

자상할 때는 자상한데, 아닐 때는 완전히, 지랄같아요.

나쁜 남자인가요?

나쁜 남자는 아닌데, 못 말리는 남자? 나쁜 남자는 카리스마라도 있잖아요. 전 그냥 컨트롤이 안 되는 거.

무엇에 가장 화가 나나요?

불필요한 거짓말요. 굳이 안 해도 되는 거짓말인데 거짓말할 때 진짜 화나요. 자기가 하는 일을 대충대충 하는 사람들, 화나고요.

곧 서른이 되는데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제 인생에 굉장히 큰 변화들이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에 일어날 거예요. 다음 몇 년 동안 얘 뭐 하는거야? 미쳤나? 그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라디오, 글 쓰는 것, 단편영화, 그런 일을 하면서, 욕할 거면 욕해라, 죽이고 싶으면 죽여라,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정말 올바르고 필요한 것을 할 거다, 이런 마인드로 제 인생을 설계해나갈 생각이에요.

PAPER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세 권을 꼽는다면?

Michael Chabon의 <The Amazing Adventures of Kavalier and Clay>라는 책이 있어요. 홀러코스트 때 나치에게서 미국으로 피난을 간 유태인 형제가 슈퍼맨 같은 만화책을 만드는, 슈퍼 히어로를 창조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아주 두꺼운데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그 책으로 이 작가가 퓰리처상을 받았어요. Jhumpa Lahiri의 <Interpreter of Maladies>. 인도 사람이고 미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는데, 진짜 잘 써요. 단편소설 모음. 그리고 이병률의 <끌림>. 진짜 이 책 너무 좋아요.

타블로가 생각하는 혁명이란?

다수의 성향을 반대하는 소수가 다수를 대치하게 된 다음에 또다시 그 비슷한 성향을 가지게 되고 또 다른 소수가 또 그걸 하게 되고 계속 돌아가는 것. 말그래도 revolution. 그래서 사이클이란 게 중요한 거 같아요. 한 번 싸워서 얻어낸 다음에 죽을 때까지 안심하고 있으면 안 되고, 내가 반대했던 것과 나 자신이 똑같이 되었구나, 스스로 자신을 또 한 번 무너뜨릴 줄 아는 게.

쉽지 않잖아요.

내가 하려는 게 그거에요. 제가 공부를 하다가 반항하고 혁명이라 생각한 게 음악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하고 있는 음악과 지금 제 위치가, 그때 제가 피하고 싶었던 것과 싫어했던 삶을 어쩌면 비슷하게 닮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자신을 위한 혁명을 다시 한 번 일으켜서 물갈이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물아홉의 쿠데타군요.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요?

모르겠어요. 저는 행복이란 게 존재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느껴본 적이 없나요?

순간순간 즐거움은 느껴본 적 있어요. 온화함? 그게 행복인지는 모르겠고, 그런 순간들이 지속되는 게 어쩌면 행복일 수도 있고, 확실한 건, 행복이 존재하든 말든 돈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멕시코에서 살면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고등학교 1, 2학년 때,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하루 종일 일해야 먹고 사는데, 행복해요. 신앙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식탁 위의 얼마 안 되는 음식에 매우 감사하고, 태양이 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항상 웃어요. 그 사람들은 한 번도 한숨 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간절히 기도해본 적이 있어요?

많아요.

응답을 받은 적도 있어요?

예,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 기도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세 가지 소원을 얘기해보세요.

가족과 친구들의 건강, 평생 함께할 여자, 헤어짐 없이. 그리고 명곡 하나 쓰는 것.

묘비명에 쓰고 싶은 말은?

Let me rest in peace. 평화롭게 쉬게 놔둬라. 냅둬라. 그때 가서 봐야겠지만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죽은 다음에도 계속 평가받잖아요. 그냥 놔뒀으면 좋겠어요. 죽었잖아요.


글_ 황경신
사진_ 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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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oise



시나리오를 보고 두 배우가 출연료를 받지 않고,
오히려 제작비의 35%를 투자하면서까지 열연한 이 영화.

요즘 저예산으로도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평이 좋던데.
아, 보고 싶다.-_ㅠ
강지환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어.ㅠ
소지섭도 오랜만이라 궁금하구.ㅠㅠ



사진 출처 & 인터뷰 글 -
http://www.dcnews.in/etc_list.php?code=succeed&id=12624&curPage=&s_title=&s_body=&s_name=&s_que=


Posted by poise
뮤지션이 말하는 나의 앨범-페니(Pe2ny)

출처 : IZM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19645&bigcateidx=11&width=250)


페니는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와의 2인조 유닛 소울 챔버(Soul Chamber)의 멤버로 데뷔한 이후 수많은 래퍼의 곡에 비트메이킹을 담당했으며, 2007년에는 타블로와 이터널 모닝이라는 프로젝트를 결성, 순수 경음악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반향을 얻은 작품을 만든 힙합 프로듀서이다. 2002년, 재지(jazzy)한 느낌이 강한 인스트루멘틀 EP < Journey Into The Urban City >를 선보였던 터라 이번에도 그와 닮은 음악을 들려주지 않을까 추측되기도 했지만, 최근 발표한 작품은 20명이 넘는 MC들이 참여한 ‘랩 앨범’이여서 다소 예상을 뒤엎는다. 그에게서 첫 정규 앨범 < Alive Soul Cuts Vol. 1 >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보았다.




단기 완성 프로젝트, 그러나 장기간 미뤄둔 숙원 사업

일단은 구상하게 된 계기와 시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Alive Soul Cuts’라는 타이틀로 프로젝트를 만들려고 했거든요. 컴필레이션 성격을 띠는, 원래 소수의 MC만 참여하는 걸 계획했어요. 이를 테면 누자베스(Nujabes)의 < Hydeout Production > 앨범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를 원한 거죠.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처음 의도랑은 다르게 많은 인원이 참여하게 됐어요. 회사에서도 좀 더 많은 MC가 참여해서 더 많은 사람이 듣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서 반영해 나온 결과에요.

2001년쯤부터 생각해 두었던 건데 진행은 못 하고 있다가 최근에 와서 빠르게 추진하게 되었어요. 작업은 발매 3개월 전부터 시작했고요. 전에 만들어 두었던 곡들은 전혀 사용을 안 했으니 3개월 안에 끝마치는 단기간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해치운 거죠. ‘Vol. 1’, ‘Part 1’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시작한다고 해도 그다음으로 이어지지 않는 작품들도 많지만, 저는 계속해서 할 생각이에요. 여러 여건이 받쳐주면 좋은 것이고, 안 되면 제 능력으로라도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 중 하나에요.

아날로그 느낌과 회색 톤이 강조된 음악

이번 앨범 제작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것이 있다면 사운드적인 측면이에요. 전자 악기를 사용하든 어쿠스틱을 사용하든 그런 걸 떠나서 요즘 음악은 억지로 벌리고 강하게 만드는 걸 중요시해요. 제 음악은 밀도는 떨어지지만, 저는 이게 더 따듯한 소리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개인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래도 제 귀엔 가장 잘 맞았어요. 색깔로 치면 ‘회색 톤’을 강조했다고 할까요? 샘플 소스를 사용하는 것이나 믹스를 할 때에는 질감에 대한 부분을 신경 썼죠. 요즘 음악 트렌드보다는 약간 거칠고 아날로그적인 소리들을 잡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요.

멜로디를 돋보이게 한 작법의 변화

그런 작법들 외에도 악기 사용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게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12비트 샘플러 한 대랑 앤소닉(Ensoniq)사의 ASR-X라는 장비를 쓰고 있어요. 사용하기도 무지 편하고 제가 좋아하는 소리를 많이 표현할 수 있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회색빛’이 나는 데에 도움을 많이 주었죠. LP에서 디깅하지 못한 소스들을 CD 안에서도 샘플링할 수 있고, 제가 운용하는 드럼 샘플이랑 잘 묻히지 않을 때에는 12비트 샘플러를 통해서 떨어뜨린 다음에 다시 샘플링하면 드럼이랑 잘 맞는 사운드가 나오더라고요.

이터널 모닝 끝나고 나서 음악 레슨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 걸 배우다 보니까 같은 샘플링이더라도 작법 쪽에서 많이 변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드럼을 먼저 프로그래밍했다면 이제는 샘플링, 프로그램, 그다음 드럼을 어울리게 얹는 순서로 바뀌었어요. 그러다 보니 드럼보다는 멜로디 쪽에 많이 신경을 쓴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샘플링으로만 만들지 않고 미디를 쓴 것도 그런 영향을 줬고요. ‘One light’에서의 드럼 롤과 신스는 직접 연주했고 곡이 끝난 다음에도 밴드 연주를 연결했거든요.

편해서 아쉬웠던 스튜디오 작업

객원 래퍼들에게 가사 내용이나 뭐 그런 걸 요구한 게 없어요. 시작할 때 분명히 “너희들 디렉팅 안 볼 테니까 너희 가사로 진행을 해보자”라고 했어요. 알아주는 실력파들인데다가, 도와주는 사람한테 일일이 참견하는 건 앨범 성격이랑 너무 안 맞는 것 같아서 뒤에 앉아서 자다가 끝나면 확인하면서 큰 선만 건드린 형식이거든요. 충돌은 아예 없었고, 녹음은 편안했는데, 돌이켜보니까 그게 제일 신경 못 쓴 부분이 되어 있더라고요. 나중에 가사를 훑어보니 수록곡들이 거의 다 비슷한 내용인 거예요. ‘다른 걸 얘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거죠.

각별한 뜻을 담은 ‘Still shining’

다른 곡들과 달리 ‘Still shining’은 원래 생각해 둔 곡이라 조금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제이 딜라(J Dilla)를 워낙 좋아했고,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꼭 한번은 해보고 싶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랑 같은 세대에서 비트 만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존경하는 프로듀서잖아요. 돌아가신 다음에 상실감이 굉장히 컸어요. 그런 걸 함부로 얘기하기에는 쉽지 않고 더구나 제가 지금은 랩을 하는 게 아니니까 표현도 제한되는 게 사실인데, 콰이엇이랑 작업을 하면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그 친구한테 애초에 곡을 만들기 전부터 얘기했어요. 존경하는 뮤지션을 추모하고 헌정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때로는 힙합적이지 않은, 의도와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보너스 트랙 ‘You!!’에 대해 말씀이 가장 많으시더라고요. 들으시는 분들이 깜짝 놀라요. ‘왜 리오 케이코아를 여기에 넣었느냐?’ 막 그러시는데…. 전형적인 힙합이라기보다 듣기 편한, 정말 이지 리스닝이잖아요. 약간은 자위성으로 만들었다고 할까요? 애초부터 보너스 트랙으로 실을 걸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니깐 제가 언제든지 하고 싶은 건 그런 식으로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사실 멜로디 쓰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여자 보컬이 들어가나 남자 보컬이 들어가든요. 그런데 ‘Musicbox’ 같은 곡은 일단 특정 가수를 염두에 두고 멜로디를 썼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베이지 씨를 미리 생각해 두고 작업한 거라 그분 목소리를 상상하며 멜로디를 썼죠. 타이틀곡인 ‘Alive’에 대해서는 가장 힙합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이런 게 힙합이다’하는 기준을 이야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하고 싶었던 작법을 구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나온 노래라고 볼 수 있어요.

다음 목표는 흐름과 굴곡을 표현해내는 것

마니아 쪽에서 실망하시는 분이 많았던 게 초반에는 마음에 걸렸어요. 오히려 음악 하는 분들은 좋아하는 편인데. 정규 앨범을 낸 적이 없어서 힙합 팬들은 저에 대한 약간의 선입견이 있나 봐요. 제가 한 2001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음악이 무척 투박했거든요. 이 앨범은 ‘내가 조금 더 학습을 했고, 공부를 해서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드리는 결과물인데, 예전에 비해 무난해지다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또 하나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은 ‘흐름’이에요. 외국 음반 중 잘 만들어진 작품은 전체적인 굴곡이 눈에 보여요. 곡에만 기승전결이 있는 게 아니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게 보이는데, 나중에 마스터링하고 모니터를 하니까 제 앨범은 너무 일정하더라고요. 한 곡 한 곡 작업은 많이 했지만 정규 앨범을 제작한 건 처음이라 그런지, ‘흐름’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아직 제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 Vol. 2 >나 < Vol. 3 >에서는 적은 인원의 MC들이랑 프로젝트 성향을 띤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하나의 주제 아니면 하나의 얘기들을 재밌게 진행한다든가 이번에 미처 표현하지 못한 그런 굴곡들을 내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 : 이대화, 한동윤
정리 : 한동윤
2008/09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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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제가 음악이야기 살펴보러 자주 들르는 곳은 IZM(이즘)네이버 뮤직, 힙합플레이야 정도에요.


특히, 요즘 네이버 뮤직 코너가 알차더라구요.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이주의 앨범(국내/해외), 뮤지션's choice, 100대 명반 인터뷰, 이주의 Live 등 다양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어요.


'스페셜' 부분에는 엠넷에서 방영되는 'Street Sound Take 1' 라는 프로그램(무대를 벗어난 장소에서 라이브로 가깝게 음악을 느끼게 하겠다는 기획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이에요), '테마 스페셜' 라는 카테고리가 있는데, 관심을 끄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있네요.


역시 커다란 포털 사이트가 가진 힘이라는 게 대단한 거 같아요. 양질의 글들이 많거든요. 댓글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비난의 글이 올라와있는 걸 볼 때도 있지만, 잘 몰랐던 뮤지션의 인터뷰도 볼 수 있고, 좋은 음악도 추천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더 커요. 앞으로도 네이버 뮤직이 계속해서 알찬 음악 이야기들 전해주었으면 좋겠어요.






★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의한 '뮤직 스페셜'의  최신글 추천!

1. 이지형의 글과 그림으로 전하는 2집 작업기
http://music.naver.com/special.nhn?m=main&special_seq=936&menu_gbn=8


2. 윤하가 전하는 음악 이야기
http://music.naver.com/special.nhn?m=main&special_seq=942&menu_gbn=8


3. 감성의 바다에서 건져낸 세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http://music.naver.com/special.nhn?m=main&special_seq=918&menu_gbn=8




p.s. 아, 저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

Posted by poise
출처 : 힙합플레이야
http://www.hiphopplaya.com/magazine/article/view.html?category=3&page=1&sort=1&num=3499





Dynamic Duo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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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 이하: 힙플), 그리고 흑인 음악 팬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최자:
안녕하세요.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입니다. 언제나 저희 얘기가 많이 나오는 힙합 플레이야 여러분들 관심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하고요. 4집으로 정말 오랜만에 뵙게 되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개코: 힙플은 정말 굉장히 소중한 커뮤니티인 것 같아요. 이런 커뮤니티가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계속 시끌시끌하고 북적 됐으면 좋겠어요.

최자: 옛날에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저희를 제대로 꼬집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가지고, 보면서 많이 배우고 참고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제대로’ 꼬집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힙플: 말씀 감사드리고요(웃음), 지난 3집 앨범 때는 플래시 몹이 있었잖아요. 이번에는 플래시 몹 처럼, 특별한 프로모션은 없나요?

개코: 사실, 아직 특별한 프로모션을 못 찾고 있어요.(웃음) 왜냐면 지난 앨범 타이틀 곡 ‘출첵’은 역동적인 느낌이 강해서 좀 액티브(active) 한 프로모션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번 타이틀곡인 ‘Solo’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조금 잔잔한 느낌이 더 강해서...

최자: 방송에서도 아주 뭐 발광하면서(웃음) 노래 부르는 것 보다.. 그러니까, 퍼포먼스 보다는 ‘노래’를 좀 더 들려주고 싶고, 사실원래 4집전에 발매되었던 앨범 같은 경우는 앨범 후반 작업보다, 우선 마케팅에 더 신경을 썼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믹싱등, 앨범 후반 작업에 너무 많이 신경을 써서, 새로운 아이디어... 마케팅에 대해서 조금은 배제 된 상태에서 앨범이 나왔어요. 그래서 저희도 막 생각해보고 있는데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시면...

개코: 저희가 꼭 실현해 볼 게요. (웃음)



힙플: 다이나믹 듀오 이야기를 해보기 전에 아메바컬처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볼 텐데요. 새 식구가 굉장히 많아 졌잖아요. 그 중에서 Supreme Team(E-Sens & Simon Dominic, 이하: 슈프림 팀) 과의 인연부터 소개 부탁드릴게요.

개코: 슈프림 팀은 뭐랄까, 이미 힙합씬에서 자리를 잡았잖아요. 각자 개별로도 자리를 잡았고, 팀으로써도 자리를 잡은 상태고... 되게 핫(hot)한 친구들이죠. 그리고 실력이 날이 갈 수로 느는 친구들이고... 예전부터 되게무서운 친구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웃음)

최자: 또, 듀오잖아요. 저희는 군대를 가야하고(웃음) 음... 우리가 없으면 빈자리를 누가 채울까?(모두 웃음) Supreme Team! (웃음)

개코: 그리고 이 친구들 때문에 힙합이 다시 되게 재미있어 졌어요. 한참 저희도 매너리즘에 빠지고, 되게 이런 형식으로 음악 하는 게 지겹다 하던 이런 시기가 있었는데 진짜 이런 어린 친구들이 잘하고 이런 것을 보니까 또 다시 되게 열정도 생기고, 배우기도 하면서 뭔가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최자: 가사도 잘 들리고, 표현도 잘하고요. 근데 우선 사실 관심 있던 친구가 그 두 친구들 하고 DOK2. 근데 Dok2는 소속사가 있으니까 못 데려오고 두 명은 데리고 왔죠.(웃음)



힙플: 물론 같이 발표는 됐는데, 0CD 와 Ra. D는 많은 분들이 놀랐어요. 두 분과는 어떤 계기로 함께 하신 거예요?

개코: Ra. D는 군대를 제대한지 얼마 안됐거든요. 근데 군대 가기 전에도 작업을 해보려고 많이 만났었어요. 이제 그때 당시에 Billie Jean이란 노래를 샘플링 해가지고 Ra. D한테 많이 편곡도 맡기고, 했었는데 그 찰나에 이제 Ra. D는 군대를 가게 되어서 아쉽게 결과물은 못 나왔죠. 그걸 계기로 아는 사이로써 지내다가, 제대하고 나서 음악을 많이 만들고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벌써 거의 앨범 하나를 다 만들었어요.

최자: 심지어 믹싱 까지 자기 힘으로 끝내놨죠.(웃음)

개코: 그 앨범을 저희한테 그걸 들려 줬죠. 근데 완전히 반했어요. ‘와 소속사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음악 적으로 계속 동반자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같이 하게 됐어요.

최자: 그리고 군대 가기 전의 Ra. D의 모습을 생각하면 대단히 실험 적이고, 세련되었는데, 너무 실험적이어서 너무 과도한 프로듀싱의 느낌이 있었거든요. 근데 군대 갔다 온 다음에 Ra. D의 음악을 들어보니까 이제 완성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갖고 있는 스타일이랑은 상반된 스타일이잖아요. 투박한 저희와는 다르게 되게 섬세하고, 아기자기 하죠. 뭔가 같이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좀 섭외를 했죠.



힙플: 0CD는 오디션을 통해서?

개코: 네, 말씀하신대로 0CD는 오디션을 통해서 섭외를 하게 됐는데, 일단은 저희 오디션에 되게 실력이 있으신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이미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름을 날리시는 분들도 계셨고, 많이 오셨는데... 0CD의 첫인상은 되게 좀 수수한 이런 친구였는데 열정이 너무너무 대단해서 그냥 모든 저희 회사 사람들이 반했어요.

최자: 채점 기준표가 있었는데, 거의 만점 받은 친구는 그 친구 밖에 없었어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유니크(unique)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되게 높게 샀어요. 웬만큼 랩 잘하는 친구들도 되게 많이 있었고, 이미 알려진 친구들도 있었지만 자기만의 색깔0CD 만큼 유니크 한 친구들은 없었죠.

개코: 실력이 있으면서, 매력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힘든데 0CD는 정말 매력 있었어요.



힙플: 두 분이 말씀하셨다시피,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다시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입대를 하시잖아요. 아메바컬쳐는 그대로 남는 거죠?

최자: 네, 당연히 그대로 남는 거고요.

개코: 저희가 3집까지는 경영에 좀 많이 참여했었어요. 앨범을 만들면서 음악도 하고, 경영까지 참여를 하고, 많은 부분까지 손을 댔었거든요. 근데 되게 집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두 가지를 다 하다 보니까 양쪽이 조금씩 소홀해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까 좀 아쉬운 부분들은 많아지고..

최자: 자꾸 히트만 신경 쓰게 되고..(웃음) 사실, 저희 사무실이 되게 좁아요. 저희 사무실 안에 녹음실도 있고, 사무 보는 공간도 같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북적북적 대고 낮에는 큰소리로 녹음하면 미안하고 이런 환경이에요. 그런 환경에 있으면서 경영까지 생각 하다 보면, ‘아 진짜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는데 이번 달에 돈이 제대로 들어와야 하는데’ 하는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되고, 그 다음에 또 한편으로는 ‘조금 더 잘 돼서 빨리 조금 더 큰 사무실로 옮겨야지’ 이런 생각도 되게 많이 하게 돼서... 음악적으로 생각 할 시간이 줄어드는 거죠. 그런 고민을 많이 하니까.. 그쪽으로 많이 신경 쓰게 되고....

개코: 최자 말 대로 그렇게 되는 면들이 있어서 뭐랄까, 좀 공식에 맞춰서 음악을 만들 게 되고 히트의 틀에 만들게 되고... 그게 어떻게 보면 저희는 음악이 재미있어서 하는건데 그게 재미없어지는 결과가 돼버리더라고요. 그런 기간이 딱 있고 나니까 ‘아 안 되겠다... 어차피 회사에는 경영하시는 분이 계시니까 좀 역할 분담을 확실하게 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경영은 아예 경영만 하시는 분께 넘겨드리고, 저희는 작업하고 음악 프로듀싱 쪽으로 완전히 역할을 바꿨어요. 그렇게 되니까 음악이 너무 너무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최자: 순식간에 가사가 나오고, 비트가 나오고 되게 재미있어지더라고요. 그리고 뭐 경영 쪽으로도 여러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는 것 보다, 지금 한 명의 목소리가 나오니까 좀 더 원할 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고요.



힙플: 결과적으로 잘 됐으니, 다행이네요.(웃음) 재촉하는 질문은 아니지만, 새로 합류 한 뮤지션들의 앨범들은 어떻게 계획이 되고 있나요?

최자: 아마 저희의 후속 곡에는 Ra. D가 같이 활동을 할 것 같고요. Ra. D가 계속 활동을 하면서 그 불이 꺼지기 전에 아마 Ra. D의 미니앨범 혹은 싱글이 발매 될 것 같아요. 슈프림 팀 같은 경우는 지금 많이 연습을 하고 있기는 한데, 각자가 가진 색깔이 너무 강한 친구들이라서 둘이 팀이 되는 기간 인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의 앨범은 내년쯤으로 생각중이에요.

개코: 둘이서 team work을 다지는 게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둘이 얘기도 많이 해야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만들어야 될 것 같아서 둘 만의 시간을 주고 있어요.

최자: 각자의 색깔은 너무 예쁜데 둘만의 색깔을 보여주기는 아직 이른 것 같고.. 그리고 0CD 이 친구는 지금 혼자서 미친 듯이 작업하고 있거든요.(웃음) 그 친구 집이 안양이라서 자주 보지는 못하는데, 웹 하드에 계속 작업 물을 올리고 있어요.

개코: 그니까 완전 미친 사람 같이 음악을 만들어요.

최자: 일중독?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되게 열심히 하고 있고,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는 친구여서 오히려 저희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

개코: 그 친구는 오히려 저희가 Care해 준 다기 보다는, 그냥 놔두면 알아서 결과물을 만들어 오기 때문에 저희는 옆에서 조언만 해주면 될 것 같아요.

최자: 그리고 사실 좋은 것들도 나오고 있고요.

개코: 그리고 되게 고독한 그런 감성을 되게 잘 표현 해가지고 계속 외롭게 만들려고 해요.(모두 웃음)

최자: 그리고 다른 팀들하고는 다른 마케팅이 필요한 친구기 때문에 고민도 제일 많이 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힙플: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다이나믹 듀오 이야기를 이어가 볼 텐데요, 한정판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죠.... 정말 반응이 너무 뜨거웠어요.

최자: 사실, 한정판을 3000장으로 정한 것은 정말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3000분을 위한 선물인 거였어요. 예를 들어서 ‘한정판을 10000장 찍어서 다 나가게 하자’ 진짜 이런 느낌이 아니고, 그 한정판 자체 희소가치를 높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3000장이라고 해 봤자 아시겠지만, 그 패키지 가격이 들어가 있고 3000장이 소량인 측에 속해서 남는 가격은 일반 CD팔았을 때랑 똑 같거든요. 근데 반대로 재고가 남았을 때는 엄청 크게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고... 사실 더 찍어도 이익이 남는 나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문제가 생겨버린 거죠... 저희 회사 측에서 올린 글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도매상 쪽하고 뭔가 얘기가 안 맞았었고..... 근데 어떻게 보면 음반 업계 분들 마음도 이해를 하는 게 음반 시장이 워낙 안 좋으니까, 그 분들도 이해는 해요. 근데, 그냥 저희만 거짓말쟁이처럼 되었고, 애초에 가졌던 한정판의 그 의미도 다 퇴색되어 버리고... 되게 어설퍼져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관심 많이 보여주시는 것 같아서 여러분들에게 되게 감사 하고, 무지 많이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힙플: 이번 ‘Last Days’ 군 입대 전의 어쩌면 마지막 앨범이라 작업 하시면서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개코: 작업하면서는 되게 즐거웠고 재미있었고요. 뭐, 군대 때문에 되게 절박 한 심정으로는 안 만들었어요. 앨범 제목은 Last Days 지만, 앨범 만들 때는 오히려 부담을 훨씬 더 덜어내고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갖고 있는 이미지의 앨범을 만들기가 싫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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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 아, 조금은 강한 면들을 반영한..

개코:
네, 그런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이고, 유쾌하고, 재밌다는 그런 고정관념 때문에 좀 저희가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이미지들에 대한 약간의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걸 아예 다 내려놓고 시작했어요. 앨범 할 때 되게 편하게 ‘야 이거 우리가 재미있자고 하는 건데 그냥 우리 하고 싶은 데로 끌리는 데로 다 해보자’ 해서 녹음 환경도 옮겨서 제주도에서 했던, 이유가 그런 이유에서 이였던 것 같아요.

최자: 사람들하고 격리되는 그 상황이 딱 되니까 내가 음악을 왜 좋아했었고, 우리가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것은 뭐였고... 음악이 어떻게 해서 재미있었는지 하는 느낌들이 다 기억나더라고요.. 기억들이 나기 시작하면서, 작업 자체도 특별하게 했어요. 그냥 가사 같은 경우도 둘이 원래 되게... 어떤 대중성?(모두 웃음) 어떤 노래로 대중들한테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개코: 그냥 되게 많이 열어 놨어요. 30곡을 넘게 열어 두고 자기가 마음대로 막 써 나갔죠... 계속.

최자: 그렇게 마음대로 막 써서 서로 들어보고, ‘이 곡은 네가 쓴 가사 주제가 좋은 것 같아. 여기다 덧붙일게.’ 해서 들어보고, 또 뒤에 따라서 붙이고... 그런 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하고 싶은 데로... 그런 작업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그런 게 또 주요 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거기서 작업 한 네 곡이 Solo 하고 길을 막지마 하고 Good Love 하고 해변의 Girl 인데 이 곡 들이 다 반응이 되게 좋은 곡들이어서 그런 작업이 되게 주요했던 것 같아요.



힙플: 그렇게 즐거움을 얻으시면서 난 결론이 타이틀곡에서도 나타나지만 사운드 적인 변화였나요?

개코: 네. 변화가 좀 필요하다고 생각 했어요. 작업 할 때부터 예전에는 욕심이 되게 많았어요... 둘 다. 그러니까 모든 거에서 다 완벽 하려고 하고, 다 잘하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그게 어떻게 보면 독이 됐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못하는 부분은 잘하는 친구들에게 맡기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역할 분담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더 효율 적이고 작업도 더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결론에 도달 했죠.

최자: 사실은 그런 느낌이 있었거든요. 우리가 못하는 부분을 할 때는 음악을 즐기는 게 아니라 공부하면서 해야 돼서, 진짜 열심히 공부하면서 해도 하면 좀 어설픈 것 같고..

개코: 공부해서 만들었는데도 자신이 없어서 그 소리들을 막 줄이게 되요. 그 뭔가 스트링 편곡 같은 것은 저희가 되게 약하잖아요. 약하니까, 예전에는 저희끼리 막 찍어 놓고선 괜히 창피 하니까 소리를 작게 줄이기도 했고..(웃음) 그런 부분들이 저희도 되게 아쉽고 그래서 아예 그냥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 랩이나 이런 것들 열심히 하고, 예를 들어서 스트링 편곡 같은 부분은 Primary, 또 어떤 부분에서 저희 보다 너무 잘하는 Ra. D, Simo 이런 친구들하고 같이 만들어 보자. 하게 된 거예요.

최자: 그 친구들이 저희 앨범 전반적인 색깔을 많이 만들어 줬어요. 곡 써준 것들도 있고, 아예 같이 작업 한 곡들이 많아요. 그래서 아마 그 친구들 색깔이 많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앨범이 되게 많이 투박했으면 좀 더 세련되고, 아기자기 한 면이 많아 진 것 같고... 그게 여러분들 입장에서 들었을 때는 새롭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희 만족도도 좀 높은 것 같고요... 정말 옛날에는 믹싱 할 때, 감추는 부분이 많았거든요.(웃음)

개코: 맞아 맞아.(웃음) 예전에는 그런 부분들 감추느라 믹스 할 때도 6시간 걸렸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막 2주 동안 하루에 3시간도 안자면서 12시간씩 하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하고 그랬어요. 그런 부분... 섬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더 신경을 쓰니까, 마지막에 앨범이 나와서 들어보니까 아쉬운 게 없더라고요. 우리 진짜 열심히 해서 만족 할 때까지 했구나 하는 느낌.

최자: 무슨 앨범이든지 아쉬움은 조금씩 있는데, 다른 앨범들에 비해서 아쉬움이 좀 덜 한 작품인 것 같아요. 후반 작업을 이렇게 까지 길게 해본 적이 없어요. 예전까지는 믹싱, 마스터링 할 때 까지 가면 몸이 너무 힘들어가지고 맛이 간 상태여서 엔지니어에게 좀 맡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개코: 그랬죠... 좀 마술을 원하고 (웃음)

최자: (웃음) 이번 앨범 작업 하루하루가 저희에게는 되게 소중했고, 작업 하는 시간을 헛되이 날릴 수가 없어서 끝까지 집중을 한 부분들이 되게 만족스러워요.



힙플: 많은 부분 노력하신 그 사운드의 스타일이 어떤 80년대 전자 사운드를 모티브삼아 만드셨다고 알려져 있는데, 많은 분들이 듣기에 혹은 제가 듣기에 최근 미국음악의 트렌드가 많이 반영된 앨범인 것 같아요.

개코: 기계음도 좀 많이 들어갔고, 전자음악 소리도 많이 들어가 있죠. 그리고 드럼 같은 것도 예전에는 투박하고 거친 리얼 드럼소리를 따서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808드럼도 많이 쓰고..

최자: 굳이 이게 '다이나믹 듀오의 소리다'라고 정의를 내린 게 아니고 그냥 귀에 들어서 마음에 드는 소리는 다 갖다 쓰고, 어떤 노래를 들었는데 그 노래가 되게 좋다 그러면 그 드럼으로 우리도 작업해서 그냥 비슷하게도 만들어 보고 되게 편한 작업으로 진행했어요. 근데 그러다 보니까, 요즘 스타일 음악이 귀에 많이 들어와서 그게 많이 반영이 된 것 같아요. 근데 사운드 적으로나 전체적으로 약간 그런 의견들이 많더라고요. ‘트렌디 해진 것 아니냐?’ 근데, 그 자체도 부정적인 변화는 아닌 것 같아요. 음악 자체는 당연히 저희 음악이고, 그 사운드 적인 느낌이라든지 이런 것만 좀 다른 거니까, 뭔가 크레파스에 브랜드를 바꾼 것 같은 느낌? (모두 웃음)



힙플: 앞서 말씀해 주신, 세 분의 프로듀서 중에 그 사운드 상의 변화에 있어서 Primary가 참여한 곡의 수 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역할이 좀 많이 크지 않았나.. 생각 되거든요.

다이나믹 듀오: 네, 앨범 전반적으로 컸죠.




힙플: 애초에 원래 Primary와 작업을 하시려고 했나요?

개코: 그러니까 조금씩 호흡을 맞추고 있었어요.. 그 전부터. 3집 때도 그렇고 저희 1집 때도 그렇고, 어떤 외부 작업 할 때도 편곡 부분에서 서로 좀 서로 주고받는 경우가 있었고 말이 잘 통해요. 왜냐하면 그런 친구가 흔치 않잖아요. 자기가 연주를 직접 할 수 있으면서 힙합 소울 등 흑인 음악들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그리 흔치가 않은데, 저희가 정말 원하는 친구죠. 저희한테는 저희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친구고 그래서 좀 호흡을 맞추다가 이번 앨범에서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최자: 그리고 작업 속도가 되게 빨라요. 예를 들어 제주도에 있으니까 뭐 인터넷으로 주고받고를 하는데 '이런 느낌이랑 이런 느낌이랑 무슨 악기를 넣어 줬으면 좋겠어' 하면 거의 24시간 내에 3개정도의 버전이 와요.

개코: 원래는 아예 같이 합숙을 하려고 했어요. ‘한 2주 동안 너 우리 녹음실 와서 살아라.’ (웃음) 근데 그게 또 여의치 않아서 못하게 됐고요.

최자: 아 그리고, 그 친구가 갑자기 유럽 여행을 가가지고 (모두 웃음) 여하튼, 인터넷으로 하는 작업도 괜찮았고 같이 만나서 하는 것도 좋았고, Primary 역할도 큰 앨범이죠.



힙플: 그리고, 음... 요즘 대세에요. Simo. (웃음) 그 Simo와 오래된 LP도 참여를 했죠. 이 두 분과의 이야기도 부탁드릴게요.

최자: 오래된 LP 이 친구 같은 경우는..

개코: 되게 적극 적인 친구!

최자: Make up sex 한 곡으로 참여를 했는데 그 친구가 메신저로 그냥 장난으로 녹음 했는데 웃기지 않냐면서 보내줬어요...

힙플: 아. 원래 알고 계신 사이였어요?

최자: 그러니까 예전에요. 이적 씨가 진행 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저희가 ‘힙합 할 줄 아는 사람들 데모를 받습니다.’ 라는 코너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아마추어 팀들이 음악을 보내주면 들어보고 하던 그런 코너였는데, 거기에 오래된 LP 의 이름으로 보냈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희는 너무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을 못 했었는데 그렇게 어떻게 인연이 되가지고 그 Slum Village 내한 공연장에서 만났어요. 그 때,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기가 뭐 곡도 만들고, Verbal Jint 비트도 주고 그랬다면서... 그렇게 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하다가 그 곡을 받게 된 거에요... 여러 주변 사람들한테 들려줬는데, ‘오늘 밤 섹스 해’ 그 부분에서 듣는 사람마다 다 웃는 거예요.

개코: '키스해' 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 밤 섹스 해'는 너무 웃겨가지고.(웃음)

최자: 이 곡을 받아놓고는 머릿속에 염두 하고 있었어요, 우리 앨범에 어떻게든 써보자고... 그런 와중에 ‘해변의 Girl’ 완성한 다음에 그 뒤에 이게 붙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넣게 되었죠.



힙플: Simo 와는 어땠나요?

개코: Simo는 Jason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한 번 꼭 들어 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희는 모르고 있었는데, ‘되게 실력 있는 친구인데 너희가 좀 음악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으면 이 친구랑 작업해 보는 것도 좋겠다’ 라고 조언을 해줬어요. 그래서 되게 관심 있게 들어보니까, 뭐 우리나라에서 존재하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너무 신선하게 다가 왔어요. 그리고 음악적 스케일도 굉장히 크더라고요. 음악 만드는 스케일도 커서 이 친구랑 한 번 꼭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3집 할 때부터 많이 만나면서, 곡도 여러 곡 들어보고 주고받고 그러다 보니까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최자: 앨범 전체적인 콘셉트하고 되게 맞는 사운드고 그리고 우선 Simo 같은 경우에 drum & bass 스타일이잖아요. 저희는 한 번도 drum & bass 스타일을 해본 적이 없어가지고 되게 욕심나고 해보고 싶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만들었어요.

개코: 믹싱도 한 세 번 정도 거쳐서 했는데..

최자: 우리 스타일대로 하고 나서 들으니까 drum & bass느낌이 안 살고

개코: 그렇다고 너무 그 느낌을 살리면 목소리가 잘 안 들리고...

최자: 고민을 많이 한 곡이에요.



힙플: 근데 이런 분들의 참여도 있고, 예전의 Paloalto, The Quiett이라든지 정말 잊지 않고 틈틈이 어떤 신인들의 음악이랄까? 한국 음악도 꼼꼼이 챙겨 들으시는 것 같아요.

개코: 그런 걸 되게 좋아해요. 그니까 그게 뭐 의무로써가 아니고 힙합 음악 이런 음악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요 자연스럽게 그냥 정말 LP디깅 하듯이..

최자: 사실 저희도 힙합플레이야 들어가서 글 많이 읽고 많이 보니까, 힙플에 자주 들어가면 저절로 알게 되요. 왜냐면 거기다 보이거든요. ‘누구 요즘에 대박이야.’ 그런 걸 보면, 저희도 찾아 듣게 되요. 어떤 친구인지 궁금해지니까요..

개코: 저희는 너무 재미있어요. 다른 사람들이랑 작업 해보고 그러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그런 게 저희에게는 되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힙플: 제 3자가 봤을 때도 참 긍정적인 방향이지 않나 생각해요. 잘된 팀 들이..

개코: 근데 그게 좋은 음악이 나와야 잘 된.. 긍정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만들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최자: 그리고 사실 뭐 그렇게 긍정적으로 비춰주시니까 다행인데 사실은 뭐 어쨌든 저희도 그 친구들 도움을 받는 거기 때문에 저희가 생각하기에 저희도 되게 냉정해서 저희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면 같이 작업을 하기 싫어요. 같이 놀고 즐길 수는 있지만... 저희 앨범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랑 일을 하기 때문에 되게 나름대로 이기적으로 작업 했다고 할 수도 있죠. 그냥 보기 좋아서 다행이죠. (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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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 그러면 이제 곡 얘기를 해볼 건데요. 제일 먼저 공개 된 'Good Love' 이야기를 해볼가 해요. 사실 이 곡은 ‘주객이 전도 되지 않았냐’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

최자 & 개코:
그거 전도 된 것 같아요.(웃음)

최자: 저희끼리 한 버전이 있는데 그걸로 봤을 때도 곡 너무 좋고 앨범에 꽤 좋은 위치를 차지하겠다싶었거든요. 근데 범수 형이 녹음하자마자 타이틀 얘기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 하더니…(웃음)

개코: 그게 그 정도 가능성이 있는 곡인지 몰랐는데 상당히 가능성이 있더라고요.

최자: 지금 Solo보다 온라인상에서 인기 더 좋아서 뭐로 할까 고민 중이에요.

개코: 되게 난감해요.(웃음)



힙플: 가사도 두 분이 각각 여자친구에게..

개코: 한 곡 해야겠다는 의무감에 한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써진 것 같아요. 저희가 너무 사랑노래가 없잖아요. 사실, 저희가 8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사랑 노래는 다 비틀어진 사랑 노래고... 아! 하나 있죠. ‘Love is’ 근데 그것도 첫 번째 가사가 ‘주말에 화끈한 클럽에서 One night stand’ (웃음) 근데, 요즘 주변 친구들이 결혼 많이 하거든요. 결혼을 하기 시작하면서 축가를 불러 달라고 하는데, 가서 할 노래가 없는 거예요. Love is는 해도 그거 가사가 다 들리니까 그거 어떻게 하겠어요.(웃음) 그래서 제대로 된 사랑 노래하나 만들자 해서 작업을 했는데, 둘 다 여자 친구 있으니까 그냥 편지 쓰듯이 그냥 한 곡 하는 것도 좋겠다 해서 쉽게 쉽게 했어요. 그리고 녹음 한 버전도 그냥 가이드 뜬 버전이에요. 그냥 뭔가 가이드 때 느낌이 제일 좋은 것 같아서..

최자: 개코가 랩 부분도 가이드 뜨고, 노래 부분도 가이드 떴거든요. 그때 우리끼리는 두 가지 버전으로 한 번 풀어 보자. 라는 생각이 있을 정도로 그때까지는 되게 욕심이 있었어요. 근데, 범수 형 녹음하자마자 가이드 자기 것 삭제. (모두 웃음) 정말 바로 지웠어요.(웃음)

개코: 진짜 흑인인 줄 알았어요. 너무 너무 잘해서..

최자: 사실 처음에 걱정을 약간 했어요.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발라드 위주 곡들만 많이 선보였었고, 우리 음악이랑 안 어울릴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을 좀 하고 걱정을 했었는데, 그냥 들어가자마자 쏘아대는데 진짜 한 풀이 하는 듯한 느낌 있잖아요. 진짜 눈 감고 들으면 흑인이에요 그냥.

개코: 동양인 가면 쓰고 다니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진짜로.

최자: 그래서 계속 얘기를 해보고 했는데 알고 보니까 원래는 소울 펑크(funk)를 되게 좋아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건데, 본의 아니게 발라드 곡으로 데뷔를 하다 보니까..

개코: '보고싶다'가 너무 뜨다 보니까. (웃음)

최자: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도 발라드 같은 곡이고 그래서 그렇게 계속 하다 보니까 지금의 이미지가 강해져서 앨범에 그런 노래를 집어넣으면 너무 안 어울린 데요.



힙플: 김범수씨에게는 되게 좋은 기회였네요.

최자: 네. 저희 앨범을 통해서 한 풀이 했다고 (웃음) 그리고 끝날 때 애드립이 fade out 되잖아요. 그 뒤에 애드립이 더 많은데 곡이 너무 길어서… 그 fade out 하면서도 가슴이 되게 많이 아팠어요. 지금 타이밍도 일반적인 곡들의 fade out 보다 늦은 타이밍이고..(웃음)



힙플: 그럼 이번엔 힙플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들쥐 떼들’에 대한 이야기 부탁드릴게요. 어떤 냄비근성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요.

최자: 집단 이기주의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 노래의 주인공은 제가 될 수도 있고, 이것 듣고 찔리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인데 그냥 그게 무서운 거예요. 사람들이 개개인의 인격체로 봤을 때는 되게 똑바르고 멋있고 그런 인격적으로 완성 된 사람들d인데, 어떤 집단 안에만 들어가면 되게 아이큐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되게 바보 같이 변하면서 사춘기 청소년 아이들 같이 막 행동하고... 뭔가 익명이라는 탈을 쓰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 집단의 행동이나 폭력들이 그냥 끝나는 게 아니라 꼭, 피해자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무슨 말 한마디만 잘 못하면 여러 사람에게 공격당해서 바보 되고..

개코: 그러고는 뭐, 며칠 만에 다 잊어버리고... 피해자는 피해 받아 주저앉아 버리고.. 그 소수의 의견도 존중 해주자라는 취지로 만든 곡인데.. 그게 좀 안타깝더라고요.

최자: 근데 그것 중에 큰 이유가 인터넷 때문인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인터넷의 역기능 인 거잖아요. ‘그런 부분까지 한번만 더 다시 생각해 봅시다’ 라는 의미로 곡을 만들었고.. 확실히 어떻게 생각해 보면 공산주의보다 더 무서운 것 같아요. 진짜로 다수의 의견하고 약간 다른 의견을 하나만 내더라도 완전히 공격당해서 그냥 바보 되니까... 사실 소수의 의견도 진짜 존중을 해줘야 되잖아요. 근데 너무 이렇게 그 쪽으로 치우치는 것 같아서 쓰게 됐어요.



힙플: 좋은 의미를 담고 있네요. 이번에는 좀 상반되는 곡 이야기인데 이제 어떤 다이나믹 듀오의 감동 넘버의 계보죠...

개코: 감사합니다. (웃음)

힙플: My World를 잇는... ‘아버지’에 대한 곡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부쩍 이런 가사들이 다이나믹 듀오로 데뷔하신 이후로 많아지신 것 같아요.

개코: 대충 나이를 먹고 하다 보니까요. 그니까 되게 많이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가족과 주위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이런 주변의 것들을 더 돌아보게 되니까 저절로 자연스럽게 그런 가사를 쓰게 되는 것 같고 좀 생각을 했었어요.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쓰고 싶은데 아버지에 대해서 쓰고 싶었어요. 나이가 서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고 돈을 벌고 하다 보니까, '아 아버지가 저희 가족 한 가족을 이끌기 위해서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하시고 고생을 했었을까' 하는 게 이제 서야 이해가 좀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나는 그렇게 못하겠는데.. 진짜 어떻게 했을까 위대해 보인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되게 좀 가사 쓸 때도 쉽게 쉽게 썼어요. 되게 빨리 나오고..

최자: 아버지에게 편지 쓰듯이..쓴 거죠. 그리고 제가 그걸 알았거든요. 저희 아버지가 되게 무뚝뚝하고 그러신데 저희 음악을 다 들으세요. 그런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께 선물로 편지 느낌으로 써드리고 싶었어요.

개코: 그리고 랩도 좀 덤덤하게 했어요. 되게 오히려 신파 같이 슬프게 하면 오히려 그 감정이 안 살 것 같아서, 정말 남자 대 남자로 남자끼리의 느낌. 그래서 감정을 약간 억제하고 덤덤하게 만들어서 좀 더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최자: 그랬더니 오히려 더 남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건가 봐요.

개코: 그리고 이 곡 만들고 나서 되게 뿌듯했어요. 저희가 직업인으로서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달리 선물할 길이 없잖아요. 그래서 음악이 저희가 드리는 제일 좋은 선물일 것 같다고 생각해서 여자 친구한테도 선물을 주고 아버지께도 선물을 드리고..

최자: 저희가 제일 잘 하는 것으로 선물을 드리는 거니까, 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힙플: 굉장히 좋아하시지 않으세요?

개코: 되게 좋아하시죠.(웃음)

최자: 말은 안 하시는데 은근히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시고..

개코: 부쩍 전화를 자주하시고.(모두 웃음)



힙플: 곡들의 소재 안에서 어떤 힙합에서 마초적인 이미지들을 유난히 더 드러난 곡들이 수록되지 않았나 생각되거든요.

개코: 몇 곡은 되게 마초적인.. 근데 저희가 처음에 '길을 막지마' 나 'Trust me' 같은 곡을 작업 했을 때 '야 우리 좀 못 되 보자.' 라는 그런 느낌으로 했거든요.(웃음)

최자: 둘 다 너무 겸손하고 착한 이미지만.. 어쨌든 간에 여러 가지 이면이 저희에게 다 있는 건데 그쪽만 너무 부각 되고 이러니까 우리도 못된 가사 한번 써보자고 우리도 잘난 척 같은 것 해보자해서 앨범 자체를 거만하게 해볼까라는 느낌도 있었는데 그 두 곡에서 멈췄어요. (웃음)

개코: 두 곡 만들고 나니까 '야 이제 그만하자.' (웃음) 그리고 작업 자체가 되게 재미있었어요. 왜냐면 힙합이 막 재미있어졌거든요. 랩 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왜냐면 DOK2도 그렇고, Supreme Team도 그렇고, Swings 등, 너무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니까 그거 보면서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 사람들 랩 하는 거 보면서 ‘와 요즘에는 이렇게도 표현을 하는 구나. 표현이 이렇게 재미있게도 할 수 있는구나.’ 느끼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랩에 좀 재미를 다시 느끼는 것 있잖아요. 그런 느낌을 반영 해보고 싶었어요.

최자: 보면 대부분 다 하는 말이 자기 자랑인데 얼마나 자기 자랑을 멋있게 하는가. (웃음) 마치 우리가 슈퍼 히어로가 됐다고 생각 하고, 랩 슈퍼 히어로니까 이제 우리가 도와줄게 이런 느낌으로 해보자 했는데.

개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감성에는 자기자랑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근데도 좀 해보고 싶어서 두 곡 정도는..

최자: 하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웃음)




힙플: 근데 뭐 제가 좀 오버 해서 드리는 말일 수도 있는데 뭐 랩에 있어서는 너무 잘 하시잖아요.(웃음) 단순히 제 생각만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최자: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음... 어쨌든 지금도 많이 아직도 모르겠어요.

개코: 진짜 모르겠어요.

최자: 언제 모르겠냐 하면, 저희가 저희끼리 계속 작업 할 때는 저희야 뭐 만렙은 아니더라도 이제는 뭔가 중수는 벗어나지 않았나 하는 말은 하는데, 갑자기 어린 친구들이 한 걸 들어보면.... 음... 그니까 옛날에는 그랬거든요. 5년 전만 해도 어린 친구들 것 들으면서 ‘그래, 얘네 열심히 하면 잘 되겠네’ 이런 느낌이었는데, 요즘에 들어보면 배워요 많이.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이런 길도 있구나.’ 그러니까 한국말로 할 수 있는 랩이 이 정도로 발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많아서 되게 또 겸손해져요. ‘열심히 해야겠다.’ 사실 요즘 친구들 것 들으면서 되게 많이 배웠어요.



힙플: 말씀하시는 그 요즘 뮤지션들이 리스너들에게 제시 하는 게 ‘투포리듬’ 등, 약간 계산적인 나름의 방법론들이거든요. 두 분은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개코: 투포리듬에 대해서는 전 아예 몰랐어요. 그러니까 안 그래도 E-Sens가 그 얘기를 몇 주 전에 차 안에서 하더라고요. 투포리듬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음... 근데 뭐 어느 정도 힙합씬에서 거품이 많이 빠졌잖아요... 예전보다는. 이제는 진짜로 실력 있는 사람들만 남은 것 같아요. 언더그라운드나 메이저에서나. 그 사람들은 그 리듬이 몸에 베어있다고 생각 하거든요. 그니까 그만큼 사람들이 느끼고 그루브(groove)를 느꼈다는 것은 그런 리듬에 어느 정도 감각을 갖고 있다고 저희는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저희는 학문 적으로 그 음악을 연구 할 필요는 사실 없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면 음악이란 게 진짜 재미있어서 즐기면서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최자: 근데 사실 제 생각에서 그게 한 번 공부해서 되는 게 아니고 그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결과적으로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것을 어떻게 꼭 체계화 시켜서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개코: DOK2봐요. 이 친구도 투포리듬 몰랐어요. 근데 들어보면 투포리듬이에요.

최자: 근데 힙합 듣는 사람 중에서도 많이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몸으로 느껴지잖아요.

개코: DOK2는 심지어 걸음걸이도 투포리듬으로 걸어요.( 하하하하하. 모두 웃음) 밥 먹을 때도 투포리듬이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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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 이번에는 이번 앨범에 대한 많은 피드백들 중에서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을 이야기 해볼까 해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어떤, 구성상의 아쉬움이거든요.

최자:
음.. 원래는 비슷한 느낌끼리 많이 있고, 시너지 줄 수 있는 곡끼리 섞잖아요. 이번 같은 경우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차 안에서 들었을 때 지루하지 않은 그런 느낌으로 좀 많이 만들었거든요. 시디로 사시는 분들은 들을 수 있는 공간이 거의 CD플레이어로 들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대부분 차에서 많이 들으실 것 같고, 컴퓨터로 플레이 하시고서는 다른 거 하시니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들었을 때, 지루하지 않은 구성을 하려고 노력했거든요.

개코: 그래서 일단 메시지 보다는 곡의 느낌으로 구성을 짰어요. 그래서 뭐 이런 곡이 나왔으면 다음 곡은 좀 따뜻한 곡이 나오고, 그 다음에는 좀 따뜻한 곡으로 갔다가 이번에는 좀 차가운 느낌으로 가고... 이런 식으로 구성을 짰거든요.

최자: 근데 일정부분 그런 피드백들에 대해서 보니까,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힙플: 앨범이야기는 이 질문으로 끝을 맺고요. 이제 10여 년 동안 거의 공백기 없이 계속 활동해오셨는데, 팬들도 팬들이지만 두 분이 이제 음악이랑 좀 떨어져 계셔야 하는데 두 분은 어떠세요?

최자: 저는 뭐 긍정적으로 생각 하고 있어요.. 군대 가는 것에 대해서. 왜냐면 그 동안 나름대로 바쁘게 활동을 해오면서 뒤돌아 볼 시간도 없었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 해 볼 시간도 별로 없었어요. 그러니까 휴식이 없었으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내가 누군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많이 생각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사실 공부하고 싶은 것도 되게 많이 있거든요. 어쨌든, 짬이 어느 정도 차면(웃음) 책을 읽을 시간 정드는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발전적으로 생각 하고 있어요. 아무리 평범하게 살았다고 해도, 일반적인 사회에서 일반인 같이 살지는 않았잖아요. 그런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개코: 어떻게 보면 10년 동안 음악만 공부 했잖아요. 2년 동안은 진짜 인간에 대해서 저란 인간에 대해서 진짜 공부하고 배우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 기대도 되고, 많이 덤덤해요. 처음에는 되게 조급하고, 뭔가 고민도 많고 그랬는데 먼저 갔다 오신 분들 얘기도 많이 들어보고 그러니까 되게 새로운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좋은 경험 하고 올 것 같아요.

최자: 저희 나이가 워낙 많기 때문에..

개코: 삼촌뻘이 잖아요.

최자: 너무 무리하게... 뭐 죽고 싶을 정도로 시키지는 않겠죠.(웃음)

개코: 노래를 시키면 하겠지만요. (모두 웃음)



힙플: 이렇게 두 분이 입대를 하시면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실 것 같아요. 입대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셔야 하는 의무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거든요.(웃음)

개코: 네 약간의 의무감이 있기는 있어요.

최자: 그렇게 생각해서 더 빨리 움직이고 있고, 지금 앨범 스케줄 같은 경우도 이전보다도 훨씬 빡세게 하고 있고요. 그 다음에 틈틈이 짬 내서 군대 가기 바로 전 즘에는 싱글도 내려고 곡 작업도 하고 있고..

개코: 작업해 놓은 곡들이 좀 많아요.



힙플: 아 이번 앨범 하면서요?

개코: 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앨범 작업 하면서 한 30곡정도 열어놓고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 콘셉트랑 어울리지 않는데, 좀 괜찮은 곡들을 좀 빼 놓은 상태라. 완성 시켜가지고 어느 방식으로든 나중에 발표를 하려고요.

최자: 그리고 그거 말고도 Supreme Team 이라든지 Ra. D, 0CD 친구들도 많이 밀어 줘야 될 것 같아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이 군대 가기 전에 그 친구들 앨범 하나씩 내주는 거랑 저희 싱글 하나 정도 내는 거 그리고 콘서트 하는 거... 그리고 욕심 같아서는 전국 투어 하는 거 이렇게 있는데..

개코: 그렇게 일만 하다 갈 것 같아요. (웃음)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갈 것 같은데… 근데 뭐 되게 재미있어서 하는 거니까요

최자: 그래서 저희 여자 친구한테는 되게 미움 받을 것 같아요.

개코: 근데 그래서 제 여자 친구는 미국가요. (웃음) 저 군대 갔다 올 동안, 공부하러 간다고..

최자: 그들에게 전해야 될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서 미안하다고요. 하지만, 지금은 어쨌건 저희에게 제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힙플: 진심을 알아주시겠죠.(웃음) 이제 인터뷰 막바지인데요. 두 분은 힙합 하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최자: 힙합은 그냥 현실인 것 같아요. 그냥 현실 그대로를.. 그러니까 제가 솔직하게 사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게 힙합인 것 같아요. 진실 보다는 현실인 것 같아요.

개코: 저는 놀이인 것 같아요. 아직도 되게 재미있고 제가 놀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힙플: 그렇게 좋아하시는 일이 직업이시니까 좋으시겠어요.(웃음)

개코: 그 외적인 게 힘들 때가 있잖아요.(웃음)



힙플: 긴 시간 수고하셨고요, 마지막으로 지금 주목 받고 있는 신인 뮤지션들과 팬 분들께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 각각 부탁드릴게요.

개코: 지금 주목 받고 있는 뮤지션들에게는 하고 싶은 것을, 그냥 밀고 나가고 했으면 좋겠어요. 뭐 많은 뮤지션들이 글들을 보잖아요. 커뮤니티에 있는 글들... 저희도 물론 보는데, 그런 평가들에 있어서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은데, 거기에 너무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휘둘리지 않고 정말 소신껏 자기음악 밀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팬 분들한테는 항상 감사하고..

최자: 정말 팬 분들께 감사드리고, 덧 붙여서 저희 다이나믹 듀오의 다이나믹 하지 않은 모습이 많이 들어있는 저희 4집입니다. 근데 그걸 좀 되게 안 좋게 받아들이실 수 있고,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으셨는데, 그래도 좋게 받아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개코: 되게 보람 있어요. 되게 많이 떨렸는데..(웃음)

최자: 그리고 지금 열심히 준비하시고 계시는 아티스트 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은 목표가 탑이 된다고 생각 하는 것 보다, 또 다시 발전 하는 것을 목표로 삶는 게 가장 오래 음악을 할 수 있는 좋은 길인 것 같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희 노래 ‘숨’이 그런 것을 좀 표현하고 싶었던 곡이긴 한데, 저희가 표본으로 삼고 있는 게 스티비원더(Stevie Wonder)거든요.

개코: 그 분처럼 대단해질 수는 없지만..

최자: 그렇게 위대하지는 않지만, 그 위대한 사람도 연습하고, 공연하고, 새로운 앨범 발표하고 그 자체가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위대함은 당연히 칭송할 수 있지만 저희가 위대함을 따라 할 수는 없고, 그 꾸준함은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되게 꾸준하게 하는 자세가 중요 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하는 일에 소신을 가지고 꾸준하게 하시면 언제가 빛 보실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하시라고 전해 드리고 싶어요.

개코 & 최자: 감사합니다!


■ 인터뷰에 응해 주신, 다이나믹 듀오와 아메바컬처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인터뷰 | 김대형 (HIPHOPPLAYA.COM)
사진촬영 | SIN (of DH STUDIO)




Posted by poise
 

인터뷰 출처 : 디시인사이드 "디시 人터뷰"
http://www.dcnews.in/etc_list.php?id=12513&code=succeed&s_body=&s_name=&s_que=#comment

 (출처에 적힌 주소로 방문하시면 짧은 동영상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이나믹 듀오의 앞길을 막을 자, 누굴쏘냐!

2008-09-10 11:44:49 


  네 번째 정규 앨범 '라스트 데이즈(Last Days)'로 돌아온 최자와 개코, 다이나믹 듀오에게서 음악적 변화가 일어났다. 솔(soul), 펑크(funk)를 샘플링한 올드 스쿨 사운드를 선보였던 이들은 전자악기의 전성시대로 불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일렉트로닉, 하우스, 드럼 앤드 베이스, 모던록 등 다양한 장르를 취해 힙합에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 것.


  다이나믹 듀오는 그들의 이름처럼, 국내 다른 어떤 음반

에서도 볼 수 없는 초호화 피처링진을 두고 있어 앨범마다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이번 역시 예외는 아닌데, 타이틀곡 'Solo'는 많은 여성팬을 거느린 알렉스의 피처링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밖에 박진영, 김범수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대중성 강한 힙합댄스곡부터 마니아들에게도 환영받을 만한 정통 힙합을 두루 선보였던, 다이나믹 듀오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도시를 떠나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로 향했고, 자신들이 잘하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후의 날' 완성에 성큼 다가섰다. 하지만, 팬들은 이러한 변화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눈치다.


  CB Mass 활동을 통해 국내 힙합신의 대중화를 이끈 최자와 개코는 촌철살인의 가사와 귀에 착 달라붙는 정박의 플로우(flow)를 통해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런 그들의 초창기 음악을 들어온 팬들은 이번 음악적 변화가 당혹스러울 법도 하다. 게다가 이들의 앨범이름과 황량하기 그지없는 앨범 재킷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냄새가 풍겨온다. 대체 그들은 무엇에 작별을 고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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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다이나믹 듀오' 멤버 최자, 개코 >


다이나믹 듀오 (Dynamic Duo) 최자와 개코는

고교 시절 KOD란 4인조 언더그라운드 팀으로 데뷔

2000년 커빈과 함께 CB MASS 결성

3집까지 내고 2003년 해체한 뒤 2004년 다이나믹 듀오를 재결성했다.

현재 '아메바 컬처'라는 레이블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 안녕하세요. 먼저 제 이름부터 소개할게요. 나 유나 거꾸로 해도 나유나입니다. '다이나믹 듀오' 앞에서 이렇게 인사해 보고 싶었어요. 이름에 라임이 살아있지 않나요?


 개 코 :    진짜요? 나윤아요?


 최 자 :    안녕하세요.


 - 아니요. 받침 없이 나유나에요. 요즘 디시뉴스 기사 밑에 기자들 이름과 관련한 재미있는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는데, '나유나 거꾸로 해도 나유나'라는 댓글이 그 신호탄이 됐거든요.


 개 코 :    거기서 유명하신가 봐요?


- 유명한 건 아니고요. 기자들이 저마다 사진을 공개하고 있어서, 때때로 다른 방향으로 주목받기도 하죠.


 개 코 :    가서 볼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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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괜한 소리를 했나 보네요. (웃음) 소개가 너무 길었죠. 그럼,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게요. 최근 정규 4집 앨범 '라스트 데이즈'(Last Days)를 발표하셨어요. 앨범이름이 뭔가 비장하게 느껴지는데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디시이용자 '생초밥'님)


 최 자 :    저희가 내년, 한 5월 조금 넘어서 군대에 갈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정규 앨범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또 다른 앨범 작업을 하기엔) 시간상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마지막 정규 앨범을 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 절박함? 이런 것 때문에 '라스트 데이즈'가 됐어요. (군대) 가기 전 마지막 날들? 뭐, 그런 의미로.


- 그러니까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앨범이라는 거죠?


 개 코 :    네, (군대) 가기 전 마지막이요. 그리고 둘 다 조금 있으면 서른 살이 되거든요. 20대의 마지막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죠.


 최 자 :    마지막 앨범. '앨범'이라는 것 자체를 이제 (음반)시장에서도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음반시장이 '싱글'이나, '디지털 싱글'로 바뀌는 추세거든요. 회사 입장에서도 그렇게 안 하면 힘들고요. 앨범을 돈 많이 들여 열심히 만들어 봤자 옛날처럼 팔리지도 않고. 또, 전곡을 다 들어주는 풍토가 아니어서 차라리 똑같은 앨범이어도 세 곡씩 끊어서 내면 훨씬 더 많은 분이 전곡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되니까. 뭐, (앨범을) 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앨범을 완성하는 것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이제 LP가 더 이상 안 나오는 것과 같이. 그래서 '라스트 데이즈'로 정하게 됐죠.


- 그렇군요. 이번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세요? 마지막 앨범으로 생각하는 만큼.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은데요. 또, 프로듀서부터 작사, 작곡 등을 몽땅 해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이번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셨나요? 뭔가, 못다 한 이야기는 없나요? (디시이용자 '천성임', '추순사삼이'님)


 개 코 :   지금으로선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한 것 같아요. 뭐, 할 얘기는 앞으로 더 생기겠죠. 그래서 또 앨범 작업을 하는 거고요. 이번 앨범에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생각되는 게, 앨범 나오기 2주 전부터 3시간도 못 자면서 믹싱작업 하고 마무리 작업 하느라 고생했거든요. 그래서 그때 '라스트 데이즈'라는 앨범 제목이 생긴 것 같기도 해요, 사실 그 2주 전, 앨범 작업하는 기간 동안에는 조금 여유 있게 작업했어요. 편하고 즐겁게 작업해서 앨범 자체는 꽤 만족스러워요. 만족도는 '아! 이 정도면, 우리 열심히 했다' 정도요?


 최 자 :    다른 어떤 앨범보다 후반작업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어쨌건, 원하는 데까지 고쳐보고 나온 거라. 만족도는 높아요.


- 아까, 작업이 즐거웠다고 했는데, 일부러 음악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자, 제주도에서 앨범 작업을 했다고 들었어요. 작업 기간은 얼마나 됐으며, 서울에서 작업할 때와는 어떻게 다르던가요? 또, 이 과정에서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디시이용자 '50원', 'awp'님)


 개 코 :    3주? 3주 정도 있었어요.


- 거기서 작곡·작사 등 앨범 작업을 다 하신 거예요?


 개 코 :    기본 베이스를 미리 만들어 놓고, 제주도에선 곡에 가사를 붙이고, 녹음하는 후반 작업을 했어요. 1박 2일 프로그램을 본 뒤 제주도까지 배 타고 가자는 의견이 나와서 '불꽃놀이도 하고 괜찮겠네!'라며, 차에다 녹음 장비를 싣고, 배 타고 갔는데 막상 불꽃놀이는 못 보고 심심하게 갔죠. 펜션 한 채 빌려서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고 음악 작업을 했는데, 다행히 비수기라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작업할 수 있었어요. 가사 쓰다가 지루해지면 바다 보러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런 생활을 하며 3주를 지내니까, 이런 게 사람 사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서울에 있을 땐 각박하고 일에 쫓겨 정신없었는데….


- 또, 사람도 만나야 하고 말이죠.


 개 코 :    네, 계속 사람도 만나야 하고. 일단, 일상으로부터 격리되니까 그만큼 생각할 시간도 많아지더라고요. 그렇지만, 죄책감이 안 드는 게 놀기만 했던 건 아니니까요.


 최 자 :    가사가 막 술술 나오는데, 정말 좋았어요.


 개 코 :    정말 전에는 생각 못했던 가사들이 나오더라고요.


 최 자 :    주제도 그렇고.


- 어떤 곡들이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나요?


 개 코 :    거기서 작업한게 'solo'.


 최 자 :    '길을 막지마'


 개 코 :    'good love'의 초반 작업도 거기서 했어요.


 최 자 :    그동안 주로 사무실에서 녹음했는데, (사무실이) 되게 좁아요. 옆에서 직원들은 일하고 우리는 녹음하는 식이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작업하다 보면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직원들을 넓고 조용한 곳에서 일하게 해 줘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드니까. 자연스럽게 HIT(히트)에 집중하게 되고 모든 곡을 다 타이틀 곡처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문제는 곡들이 오히려 더 재미없어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작업 방식을 바꿔보자!'해서 제주도로 간 건데, 심리적으로도 격리되고 싶었던 순간이었기에 타이밍도 적절했던 것 같고 조금 더 음악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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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 앨범 발매라던가 단독 콘서트 등, 군대 가기 전까지 다른 계획은 없으세요? (디시이용자 'ㅇㅇ', 'ONE!', '파슴연', '240'님)


 최 자 :    11월 초에 우선 단독 콘서트를 할 것 같아요. 12월에는 누군가와 같이하는 콘서트를 하게 될 것 같고요. 그리고 내년부터는 전국투어를 할 생각도 있어요. 그다음에 싱글 한두 곡 정도 발표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네요. 이번 작업 때 30곡 정도 만들어 놨었는데 그중 이번 앨범 콘셉트에 어울리는 곡만 빼서 수록한 거라 아직 후반작업만 덜 된 곡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것들만 잘 추려도 좋은 노래들이 나올 것 같아요.


 개 코 :    아직 좋은 노래들이 많이 있어요. 쟁여놨어요. (웃음)


 최 자 :    주제 면에서 신선하다거나 너무 이번 앨범과 동떨어져 있는 곡들은 뺐는데, 회사에서도 아쉬워하는 곡들이 많이 있어서….


 개 코 :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최 자 :    '생각대로 T' 광고음악 만들다가 중간에 그거 변형시켜서 만든 곡도 재미있고, 다 바닷가에서 만든 곡들이라 완전 여름 느낌이 물씬 날 거예요.


- 그럼, 이번 여름 가기 전에 싱글 음반 하나 더 내야겠네요.


 최 자 :    겨울에 내려고요. 따뜻하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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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이나믹 듀오' 개코 미니홈피 >


- 제대 후에도 음악 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했는데, 개코, 최자 두 분이 '다이나믹 듀오'로 활동 하는 거 맞죠? 후배 양성에만 힘쓸 거란 소문도 있고, 입대 시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솔로 활동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거든요. (디시이용자 'Renilo', '파슴연'님)


 최 자 :    군대는 동반 입대할 확률이 높아요. 기회가 되면, 특기를 살려 군인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연예사병으로 가고 싶어요. 이번 앨범 작업을 함께한 (김)범수 형에게 들은 얘기인데, 연예사병도 결코 쉽진 않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군대는 다 똑같다고. 그렇지만, 우선 공연에 대한 감은 유지할 수 있으니까….


- 조금 아쉽지 않으세요? 만들어 놓은 음악도 많은데….


 개 코 :    '이제 뭔가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 보면, 아예 군대에 못 갈 것 같아요. 군대 갔다 오면 서른이 아니라, 갈 때 서른이니까. 갔다 오면 서른 둘이니까. (웃음)


 최 자 :    생각을 많이 할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어차피 여기 있으면, 멀리 앞을 못 보고, 자기 자신도 못 보거든요. 눈앞에 있는 현실에 들볶여 살다 보니…. 예를 들면 무슨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유학을 가고 싶다든가, 이런 생각을 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군 생활하는 동안 많이 생각해 보려고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였는 지를요.


-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 힙합이 아닌가요?


 최 자 :    맞는데요. 지금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현실에 쫓기니까요. 외국에 나가서 뭔가 해보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고.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하니까.


- 또, 전역하고 나서는 군대 비판도 할 수 있고 말이죠. (웃음)


 개 코 :    어떤 경험을 하고 왔느냐에 따라 다르죠.


 최 자 :    좋은 인생 공부가 될 것 같아요.


- 이번 질문은 최자 씨 건강에 관한 건데요. 성대결절 때문에 앨범 발매일이 조금 미뤄졌었죠.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걱정하는 팬들이 많아요. 어떠세요? 많이 좋아지셨나요? (디시이용자 '햅히'님)


 최 자 :    네, 한두 달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어요. 성대 결절이 오니까 목만 아픈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보여줄 게 목소리밖에 없는데….


- 왜요. 얼굴도 멋지세요.


 최 자 :    별로 볼만하지는 않잖아요. (웃음) 그걸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줘야 하는데, 소리가 안 나오니까. 되게 우울했었거든요. 두 달 동안 가사도 거의 못 쓰고, 작업도 못 했는데, 그 와중에 개코는 자기 부분을 거의 끝내놓고, 몸을 만들더라고요. 이번 한정판 앨범을 보시면, 개코가 상반신 누드로 재킷 사진을 찍은 게 있어요.


 개 코 :    보여줄 게 없으니까. 그거라도. (웃음)


 최 자 :    두 달 정도 쉬었더니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개 코 :    공연이 되게 많았거든요. 한 달을 대학교 축제 다니고 공연을 하다 보니까 체력이 많이 소진됐어요. 그거 끝나고 바로 앨범 작업을 시작해서 부담이 되고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최자를 그냥 쉬게 했어요. 앨범작업이 진행되고 있던 터라, 회사 분들이 많이 고생하셨죠. 발매 일이 정해져 있었는데 연기시켰거든요. 뭐, 목 상태가 좋아야 만족스러운 음악이 나오고, 좋은 음악이 나오니까.


 최 자 :    그래도 목소리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에요. 공연하는데, 크게 불편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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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내에서도 이번 4집 앨범에 대한 반응이 많이 올라왔는데요. 뭔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평이 많았어요. 다이나믹 듀오에게 기대하는 바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을 테지만, 반응이 다소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CB Mass 때부터 좋아했던 팬들이 이번 음악적 변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 같아요. 물론 이러한 반응도 어느 정도 예상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디시이용자 '민엄마손파이', '笛', '추순사삼이', '라이머','이~예~'님)


 개 코 :    일단, 다행인 건 극단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팬들이 많았다는 거예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기 전, 인터넷에서 반응을 살펴보니 많은 분이 '다이나믹 듀오가 4집에도 비슷한 음악, 콘셉트로 나오면 앨범 사는 것을 고민할 것 같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또, 음악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고요. 우리도 똑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니까 지겨웠던 거예요. 사실 (이번 앨범 작업) 초반에는 해왔던 방식대로 작업했어요. 녹음하고 들어보니 재미도 없고 이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바꿔봤죠. 작업방식을 조금 바꿨을 뿐인데, 놀랍게도 음악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더라고요.



- 회사 녹음실에서 벗어나 제주도에서 작업하신 것도 작업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였죠?


 개 코 :    네, 그뿐만 아니라 편곡도 3집까지는 욕심을 부려서 다 맡아서 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을 잘하는 친구들에게 맡겼어요. 어차피 곡 전체를 주관하기 때문에, 우리가 못하는 부분은 잘하는 친구에게 맡겨보자는 얘기가 나오게 된 거죠. 그러고 나니까, 곡이 전체적으로 섬세해지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재미있고, 느낌도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런 변화된 작업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최 자 :    이번 앨범에선 세련된 느낌이 많이 날 거예요.


- 세련된 느낌에 대해 일부 팬들은 '말랑말랑 해졌다' 이렇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음악 스타일에 변화를 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디시이용자 '말보로', '계란빵', '라이머' 님)


 최 자 :    우리도 재미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변화가 조금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다이나믹 듀오의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조금 지겨웠어요.


 개 코 :    사람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어떤 건지 알고 있었지만, 사실 무대 위에선 다이내믹 해도 무대에서 내려오면 보통 사람보다 더 심심하게 살거든요. 그것도 우리의 일면이니까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번 앨범은 조금 편하게 만들어 봤어요.


- 꾸미지 않은 다이나믹 듀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거군요.


 최 자 :    어차피 이런 것도 우리 모습이고, 그런 것도 우리 모습이니까.



- 아까 말씀하셨던 팬들의 '기대'라는 건, 1집 'TAXI DRIVER'의 영향이 크잖아요.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1집과 비교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디시이용자 '50원'님)


 최 자 :    사실 2, 3집 때는 부담이 있었죠. 또,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스타일을 좋아했던 거니까. 여기서 벗어나서는 안 돼 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고민하는 시기였죠.


 개 코 :    이번 앨범은 그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되게 편하게 작업했어요. '우리는 다이내믹 할 필요가 없다' 이름에서 오는 그런 고정관념을 훌훌 벗어버리고 작업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최 자 :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비트를 만들다가 일렉트로닉한 느낌이 나면 '어 이거 이대로 느낌 좋은데' (개코 : 해보자!) '어 이거 좋아'라고 하면 위에다 얹어 만들고. 굳이 '우리니까 이런 음악 만들면 안 돼'라는 생각 없이 음악 작업에만 몰두했죠. 그리고 드럼 소리도 옛날에는 아날로그한 소리(직접 녹음한 소리)를 많이 썼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전자 악기에 들어가는 드럼 소리를 많이 따다 썼거든요. (개코 : 808드럼 뭐 이런…. ) 옛날에는 이런 소리들이 되게 유치하게 들렸는데, 요즘 들어 다시 좋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지금 70년대가 지나가는 것 같아요. 70년대 스타일의 소리가 유행하다가 다시 80년대가 오는 기분이랄까. 디스코 사운드라든지, 옷 입는 스타일도 그렇고. 그런 건 억지로 따라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만들다 보니까 트렌드를 따라간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 변화된 음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혹시 참고한 앨범이나 아티스트가 있었나요?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것 같아서요. (디시이용자 '깝ㄴㄴ'님)


 최 자 :    최근 음악 위주로 많이 들었어요. 나스(Nas), 릴 웨인(Lil Wayne) 등이요.


 개 코 :    랩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랩을 피해서, 솔, 펑크 등의 음악만 들었거든요. 우리가 잘하는 게 랩인데, 랩을 더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엔 랩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집중해서 들었어요. (최자 : 랩에 대한 공부를 더 했어요) 랩이 되게 재미있어지더라고요. 그전까지 랩은 하나의 표현방식이고, 어차피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잘하는 거니까 다른 걸 더 공부해 보자,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아예 다르게 우리가 잘하는 거 더 열심히 해보자. (최자 : 우리는 잘하는 거 하고, 못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 그렇게 생각하니까 작업이 편해지더라고요) 네, 훨씬 편하고 (최자 :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게 되고, 그동안 억지로 안 되는 거 붙잡고 공부하는 느낌이었거든요) 한 때는 랩이 조금 지루했었어요. 재미가 없고. 그래서 노래도 해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랩이 다시 재미있어졌어요.


 최 자 :    요즘 미국 쪽 힙합 움직임도 상당히 발전적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반가워서 듣게 된 이유도 있고요.


- 각자 좋아하는 뮤지션이 다를 것 같은데, 소개 해주세요. (디시이용자 '네.응.', '240', '정무웅', '커빈', '김다듀'님)


 최 자 :    여러 장르의 음악을 다 좋아하긴 하는데…. 리나(lina)라는 여자 R&B 싱어가 있는데, 되게 음악을 잘하고 멋있어요. 영국에서는 조금 인기가 있는데, 미국에서는 인기가 없어요.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음악도 잘 만들고. 노래도 잘하는 뮤지션이에요. 느낌이 있어서 너무 좋아해요.


 개 코 :    영국 출신 R&B 가수 에스텔(Estelle)이요. 앨범이 탄탄하고. 전체적으로 좋게 들었어요. 또, 더 루츠(The Roots)요. 이번 앨범 정말 잘 만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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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의 피처링으로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Solo'를 타이틀 곡으로 정한 건 아무래도 대중성을 고려해서 인가요? 김범수 씨가 피처링한 'good love'도 반응이 좋던데, 'solo'를 타이틀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디시이용자 '♥파니동정론', 'ㅇㅇㅇㅇㅇㅇ', '고야'님)


 최 자 :    앨범 작업 할 때는, 그냥 편하게 만들고요. 타이틀곡은 회사 직원들이 다 같이 골라요. 그 중, 'Solo'가 만장 일치로 선택된 거예요. 자연스럽게 타이틀 곡이 됐고. 'good love'도 좋아서, 끝까지 경합을 벌이긴 했는데, 범수 형이 없는 상태에서 'good love'를 무대 위에서 공연한다는 건 많이 힘들 것 같아서요.



- 그럼, 알렉스 씨와는 공연할 때마다 함께 하세요?


 최 자 :    알렉스 씨 파트가 적어서, 없이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요.


 개 코 :    그냥 화분을 가지고 다니기로 했어요. 알렉스 씨 목소리가 나올 때. 화분에 물을 주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죠..


- 아, '알렉스 화분 심는 소리'라는 유행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군요. (웃음) 두 분다 여자친구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good love'라는 곡을 각자 여자친구에게 선물 했다고 들었는데, 애초에 이 곡은 선물로 기획된 건가요?


 개 코 :    선물이라기 보다, 이번 앨범에서는 사랑 노래도 쓰고 싶었어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비판만 하고 살 순 없잖아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랑도 중요한 거잖아요. 그냥 여자 친구를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썼어요. 딱히, 주제를 정했던 것도 아니에요. 이번 앨범 대부분이 그런데, 습작 형식으로 지껄이다가 여자친구에게 편지쓰듯이 써야지 하고 쓴거예요. 녹음도 가이드 녹음하려고 랩을 한게 그냥 오케이 된 거고요. 데모 상태나 다름 없어요.


 최 자 :    사실 둘다 여자친구에게 잘하는 스타일이 못 돼서. 더 잘 해주고 싶어도 일주일에 제대로 데이트 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2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데, 그마저도 다른 곳에서 계속 전화가 오니까 미안하잖아요.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이 것밖에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 반응이 서로 달랐다고 들었어요. 한 쪽은 너무 좋아하고, 한 쪽은 너무 시큰 둥 했다고. (웃음)


 최 자 :    작업할 때부터 개코 여자 친구는 계속 옆에 있었거든요.


 개 코 :    계속 옆에 붙어 있었어요. 뭔가 짠 하고 들려줘야 했는데, 작업 기간 동안 옆에 계속 있었으니까. 완성되고 들려줬더니. '어~ 많이 들었잖아. 알아알아' 이런 반응이어서.


 최 자 :    제 여자친구는 일부러 안 듣더라고요. 완성되면 듣고 싶다고 얘기해서. 완성된 다음 들려주니까. 느낌 적으로 눈물이 났다고. 마음이 여린 친구라, 듣고 울더라고요.


- 개코 씨는 여자친구의 반응이 섭섭하지 않으셨어요?


 개 코 :    섭섭하진 않았어요. 작업 중간중간 계속 보면서 좋았기 때문에. (웃음)


- 그런 상황을 모르는 팬들은 'solo'라는 곡만 듣고, 혹시 두 분이 음악 작업 과정에서 이별을 경험한 건 아닌지 궁금해 했어요. 그럼, 'solo'라는 곡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디시이용자 'The Lune', '겸초', '쏘냐도르~', '김구시맨', 'LeeSunny', '네.응.'님)


 최 자 :    제주도에 가니까. 여자 친구와도 격리가 되잖아요. 있으면 있는대로 좋은데, 있어서 답답한 부분도 어느 정도 있는 거고. 재미있는 얘기긴 한데, 어쨌건 간에, 잠깐 동안 자유의 몸이 돼 보니까. 되게 마음이 편한 부분도 있는 거예요. 사실 보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즐거움을 음악으로 표현해 보자. 솔로가 되면 이런게 이런게 좋은 것 같애, 라는 생각들을 쓴 거예요. 꼭 혼자 있는 게 나쁘지만은 않지 않겠느냐, 그런 느낌으로 써봤죠.


- 그랬군요. 평소 다이나믹 듀오와 친분이 있기로 알려진, 연예인들이 지금까지 앨범에서 인트로나 인터루드 부분에서 맹활약을 했는데요. 이번 앨범에서는 박진영, 김범수, 알렉스, J 씨 등 피처링진의 성격이 다소 달라진 것 같아요. 이러한 변화를 준 이유는 무엇인가요? (디시이용자 '민엄마손파이'님)


 개 코 :    음악적 변화를 갈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한 것 같아요. 작업도 새로운 사람과 하고 싶었거든요. 음악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같이 작업하던 분들과 이번에도 작업했더라면 아무리 음악적 변화를 주더라도 비슷해 질 수 밖에 없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새로운 분들과 작업 해보자, 그러면 진짜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피처링진도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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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분들을 직접 섭외 하신 거세요? 아니면, 먼저 연락이 온 건가요?


 최 자 :    어쨌거나 친분이 약간씩은 있는 분들이라. 자연스럽게, 이 노래 해주세요, 라고 먼저 부탁드렸죠. 김범수 씨와는 친분이 전혀 없었는데, 마침, 친한 Click-B 김태형 씨가 김범수 씨와 같이 연예사병으로 있었어요. 그래서 다리를 놓아달라고 졸랐죠. 어떻게 연결 돼서 이번 작업을 함께 하게 됐어요. 작업한 이후로는 인간적인 코드도 잘 맞고. 좋은 형이어서. 굉장히 많이 친해졌고요.


- 연예사병에 대한 조언도 들으셨고요.


 개 코 :    네, 그 형은 다녀왔고. 우리는 이제 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할 얘기가 많더라고요. 많이 물어보고. 연예사병도 똑같다. 그런 얘기. (웃음)


- 일반적으로 곡을 쓸 때 피쳐링 할 사람을 생각하고 노래를 만드나요. 아니면, 노래를 만들고서 이런 느낌이야,라고 해서 그에 어울릴 만한 가수를 찾는지요? (디시이용자 'ㅏ'님)


 최 자 :    후자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개 코 :    그때마다 다른데요. 애초에 생각할 때도 있고. 대부분 만드는 과정에서 거의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서 조금 다른 목소리가 들어가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누가 있을까?라는 식이죠.


 최 자 :    전자의 경우는 프로젝트성이라든지, 영화음악. 광고음악에 대한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이번에 누구랑 하실 것 같아요, 라는 얘기를 듣고서 만들 때죠. 앨범 작업할 때는 별로 없는 것 같네요.



- 1집부터 3집까지, 브라운아이즈(Browneyes)의 나얼 씨가 작업에 참여하셨는데요. 피쳐링 한 곡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고요. 이번 앨범엔 왜 참여하지 않은 건가요? (디시이용자 '헐눈', '부랄퀴', '동키'님)


 개 코 :    나얼 형하고는 평생 같이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형이 해주시면요. 나얼 형의 목소리를 너무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일단, 회사가 달라서 풀어야 할 부분도 많고, 과정이 복잡하긴 해요. 또, 그동안 나얼 형과 작업한 음악은 많이 보여드렸잖아요, 그래서 한 템포 쉬는 것도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어요.


 최 자 :    지금 타이밍에서 또 같이 한 음악을 내면, 사람들이 식상해 할 수도 있으니까. 아껴두고 싶죠.


 개 코 :    조금씩, 천천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 박진영, 김범수, 알렉스 J 씨와 작업하면서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다들 개성들이 강하신 분들인데, 작업은 어땠나요? 김범수 씨 하고는 잘 맞으셨다고. (디시이용자 'ㅇㅇ', 'ㅏ', '자마르', '힙갤하루살이'님)


 개 코 :    범수 형과 나얼 형을 되게 좋아하는데, 가요계 양대산맥이라고 생각해요. 두 분이 스타일은 다른데, 작업 방식 되게 비슷해요. 친하지도 않고 본 적도 없다고 하는데, 신기했죠.



- 두 분의 작업 방식이 어떤데요?


 개 코 :    꾸준해요.


 최 자 :    되게 꼼꼼하고요. 한 번에 OK 된 곡도.


 개 코 :    마음에 들 때까지.


 최 자 :    12시간씩 부스 안에서 안 나오니까. 부르는 사람도 힘들지만, 사실 밖에서 기다리기도 쉽지 않아서, 가끔 중간에 졸기도 하고 그래요. 그렇게 열심히 불러준 사람은 지금까지 그 두 분밖에 없었어요.


- 많이 감동하셨겠어요.


 개 코 :    너무너무 고맙죠. 다른 가수의 앨범인데, 그렇게 열심히 참여하기 쉽지 않죠. 그분들의 열정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최 자 :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최고는 역시 다르구나. 많이 배웠죠. 이렇게 잘하는 사람도 열심히 하는데,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다, 하고요.


- 박진영 씨와는 어떠셨어요?


 개 코 :    진영이 형은 너무 바빠서, 작업을 같이 못 했어요. 각자의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곡을 온라인상에서 주고받는 형식으로 작업했죠. 워낙 음악 코드도 잘 맞고 하니까. 어렵진 않았어요.


- 혹시,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가 있나요? 그분이 인터뷰를 보고, 먼저 연락할 수도 있잖아요. (디시이용자 '김배추', '♥파니동정론'님)


 최 자 :    최근 장필순 씨 노래를 몇 곡 다시 들었는데, 그분 목소리에 꽂혀서….



- 약간 솔(Soul) 느낌이 강한 목소리를 좋아하시나 봐요.


 개 코 :    아, 김정희 선생님이나 김추자 선생님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어요. 심수봉 선생님도요. 정말 재미있는 음악이 나올 것 같은데. 뭐, 그분들이 해주셔야 말이죠. (웃음) 그런 마음만 갖고 있어요. 그분들이 저희를 알고 계실지나 모르겠네요.


 최 자 :    자랑스럽다거나 좋은 곡이 나오면, 한 번 부탁해 봐야죠.



- 이 인터뷰는 안 보실 것 같네요.


 개 코 :    그러게요. 바람만. (웃음)


- 이번엔, 약간 비판적인 질문이에요. 일부 네티즌들은 다이나믹 듀오의 성공에 대해 피쳐링한 가수 덕분이라는 일종의 '후광효과론'을 거론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디시이용자 '♥파니동정론', 김배추', '민엄마손파이'님)


 최 자 :    당연히 '후광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곡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어떤 곡은 우리 힘만 가지고 완성할 수 있고. 어떤 곡은 다른 사람의 힘이 들어가는 게 더 좋은 곡이 될 수 있는 거거든요. 후광효과를 봤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쨌든 그 자체가 우리 음악 스타일이고, 우리 음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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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죠. 두 분이 만든 음악이니까요. 지금까지 많은 작사를 하셨는 데요. 노랫말은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문득 떠오르는 건가요? (디시이용자 '정무웅'님)


 개 코 :    문뜩 떠오를 때가 제일 많은 것 같아요. 인간 자체가 평범하다 보니, 무대에서 내려온 우리 모습은 어쩌면, 보통 사람보다 더 평범할 수도 있거든요. 사는 게 되게 심심하고 그래요. 그러다 보니, 가사도 일상적인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같고.



- 그래서 더 많은 분이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에 공감하는 거 아닐까요?


 개 코 :    그게 저희 역할인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인생의 풍파도 거의 없어요. 가난하게 살지도 않았고. 뭐, 그런 건 상대적인 거라 어떻게 얘기할 순 없지만. 지금껏 특별히 아픈적도 없었고.


 최 자 :    근데, 그게 지금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인 것 같아요. 밥을 굶는 사람이 있긴 있어도 많진 않잖아요.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건,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이에요.


 개 코 :    일상에 대해 얘기하고.


- 또, 고민하고 비판하는 것도요.


 최 자 :    누구든지 다 고민이 있는 거고. 둘 다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중간에 리포트를 내야 할 때, 정말 쓰기 싫거든요. 그런 것도 남들도 다 하는, 경험해본 고민이잖아요.


- 혹시 두 분은 리포트도 라임을 살려서 쓰시나요?


 최 자 :    라임을 맞추진 않지만, 쓰다 보면 약간 비슷해지긴 해요. 약간 흐름이 랩처럼 될 때가 있어요. 특히, 문장 길이가 비슷해져서 말이죠.


- 그런 직업병이 있군요. (웃음)


 개 코 :    직업병이 몇 가지 더 있어요. 음악 들을 때도. 이런 가게에서 나오는 음악 있잖아요. 듣다 보면, 저거 따서 쓸까? (최자 : 이 소리 샘플링 하면 정말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뭐, 이런 것도 직업병인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웃음)


 최 자 :    중국 마사지 받고 있는데 중국 노래 나오면, '이 피리 소리 대박인데' 라는 생각에 음악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면 마사지를 제대로 못 즐기고 나올 때가 있어요.


- 마사지를 즐겨 받으시나 봐요.


 최 자 :    네, 마사지 받는 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최고예요. 인생에서 되게 재미있는 즐거움 중 하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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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네요. (웃음) 가사를 쓸 때 라임에 신경 쓰다 보면, 그 노래의 서정성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가사를 쓰세요? (디시이용자 '오르시'님)


 개 코 :    골고루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일단, 가사 흐름이 깨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요.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데, 그 흐름이 깨져버리면 의미가 없거든요. 저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보통 얘네가 이런 얘기를 하는구나, 그걸 먼저 알고 이런 라임을 썼네, 운율이 재미있다. 톤이 재미있네, 이런 순서로 확인하는 것 같아요.


 최 자 :    기본적으로 가사 전달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메인으로 생각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끝없는 타협이죠.


 개 코 :    느낌적인 거죠.


 최 자 :    여기서 이 단어를 넣으면 잘 들리는데, 재미가 없어. 그러면, 다른 단어로 바꾸고 또, 고민하고.


 개 코 :    단어가 너무 많으면, 하나를 빼자. 혀를 덜 굴리는 대신, 덜 잘해 보이는 대신, 하나를 빼자.


 최 자 :    뭐, 이런 식으로 계속 타협을 하니까. 말 그대로 타협의 연속이에요. 특별히 신경 안 쓰는 건 없어요.


- 가사 속에 축구 관련 단어가 종종 들리고, 특히, 축구 게임 '위닝 일레븐'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좋아하는 축구팀과 선수는요? 한 분씩 말씀해 주세요. (디시이용자 '콩라인', '민엄마손파이', '문스피어'님)


 최 자 :    뭐, 요즘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FW 디미타르 베르바토프(Dimitar Berbatov) 선수가 제일 멋있는 것 같아요.


 개 코 :    전, 인터 밀란 FW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Zlatan Ibrahimovic)요.


- 다른 인터뷰를 보고 느낀 건데, 최자 씨가 축구를 좋아하니까 덩달아 개코 씨도 축구 관련 질문을 받는 것 같더라고요.


 개 코 :    전 원래 축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덩달아 좋아하게 됐어요. 오히려 축구 관련 단어는 제가 더 많이 써요. 왜냐면 저는 되게 단순한 인간이라서. 최자는 관심분야가 방대한 데 반해, 저는 좋아하는 것도 몇 가지로 한정돼 있거든요. 뭔가 좋아하다 보니, 가사에도 쓰게 되고. 이게 좋으면 가사에도 써보고 그래요.


- 그럼, 가사에 '롯데 자이언츠'도 나오는데 실제 팬이세요? (디시이용자 'canceI'님)


 개 코 :    부산사람들이 야구를 진짜 좋아하잖아요. 부산에 놀러 가면, 그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충성도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그래서 롯데 자이언츠가 좋아졌어요. 응원가도 선수마다 다르고. 그런 분위기가 서울에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최 자 :    한번 경기할 때마다 닭을 만 마리 이상 튀긴대요. 맥주가 다 동나고. 어느 동네를 가도 그 시간에는 채널이 야구 중계에 고정돼 있고. 유럽에서 축구리그 할 때 거리에 사람들이 없는 것과 비슷했어요. 야구 경기할 땐 다 그것만 보고 있는 거예요. 그게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개 코 :    '해변의 Girl' 가사를 쓰면서 여자에게 충성하는 걸, 부산 시민들이 롯데 자이언츠에 충성하는 것으로 비유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부산엔 해변도 있고. 널 충성하는 데 부산사람들이 롯데 자이언츠에 충성하듯이, 나도 너에게 충성하겠다. 표현이 재미있지 않나요?


- 평소 여자친구에게 충성하는 편이세요? (웃음)


 개 코 :    뭐, 충성하려고 노력하죠. (웃음)


 최 자 :    (웃음) 나는 번뇌. 많은 번뇌.


 개 코 :    오래 사귀다 보니, 그런 고민이 있잖아요. 번뇌를 많이 하죠. 노력도 하고.


- 살짝 분위기를 바꿔 볼게요.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 '아버지' 란 곡도 가사가 애절하여 반응이 좋은데요. '아버지'란 곡에 어떤 사연이 있는 건가요? (디시이용자 '♥파니동정론'님)


 최 자 :    100%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 같은 곡이에요. 아버지가 우리 음악을 듣는지 몰랐는데, 다 듣고 계셨고, 가사도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한 번은 '너네 노래에서 욕 좀 그만 해라' 이러시는 거예요. 이제 가사가 들리시나 봐요. 아버지가 들으시니까. 아버지에게도 한 곡 드리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사실 너무 슬프게 안 쓰려고 노력했어요. 엄마에겐 슬프게, 애절하게 쓸 수 있지만, 아빠에겐 남자로서 (개코 : 담담하게 쓰고 싶었어요. 남자대 남자로) 되게 담담하고, 어떻게 보면 건조하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완성되고 보니 그 자체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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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집부터 4집까지 통틀어,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가 있다면요? (디시이용자 'U43', 'GooRaSiN', '민엄마손파이', '콩라인', '50원', '서우', '병신람형사'님)


 개 코 :    계속 앨범을 낼 때마다, 그 곡들에 더 애착이 가요. 예전 곡들은 많이 잊혀지고….


- 예전 곡들이 촌스럽게 느껴지고 그러나요?


 개 코 :    촌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죠. 왜 이때는 이렇게 썼지?


 최 자 :    지겨워요. 왜냐면, 앨범을 내고, 전국투어하면 똑같은 노래를 천 번씩 불러야 하니까. 너무 많이 부르고, 듣고 해서. 새로운 노래가 더 좋더라고요.


- 작사하는 데 보통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세요? (디시이용자 '정무웅'님)


 최 자 :    작사는 오래 걸리면, 2주도 걸리고 빨리 쓸 땐 20분 만에 완성한 적도 있어요. 둘이 20분이면 한 곡을 완성할 수도 있고요.


 개 코 :    그게 딱 포인트가 있어요. 일주일 내내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복잡했든 게 풀려서 가사가 술술 나올 때가 있거든요. 일주일 동안은 준비기간이라 생각하면 돼요. 열을 예열하는 것과 같죠.


 최 자 :    어떤 느낌이냐면,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가. 주파수가 딱 맞아서 음질이 깨끗하게 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 순간이 되면 머릿속에 전파가 들어와요. 내가 가사를 쓰는 느낌이 아니고. 누군가가 들어와서 대신 써주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개코 : 진짜 쉽게 나와요) 쓴 다음에도 놀라요. '어? 어제 새벽에 내가 어떻게 이렇게 많이 썼지?'하고요. (웃음)


 개 코 :    '불면증'의 경우. 10분 만에 썼어요. (최자 : 저도 그거 한 시간 내에 썼어요) 이번 앨범에서 '아버지'란 곡도 되게 빨리 나왔고요. 참, '어머니의 된장국'도 빨리 쓴 편인데, 평소 많이 생각하고 있던 주제들은 빨리 나오는 편이에요.


- '어머니의 된장국'은 어떤 내용의 노래인가요? 어머니께 바치는 곡인가요?


 개 코 :    조미료 섞인 음식을 먹는 현대인들의 애환을 담고 싶었어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일에 치이기도 하고 뭐,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죠. 현대인들의 도피처가 뭐가 있을까, 계속 고민하다가 '어머니의 된장국'을 떠올린 거예요.


 최 자 :    한 줄 요약하자면, 인스턴트 음식을 먹어야 하는 현대인들은 '어머니의 된장국'이 그리울 때가 있다는 내용이죠.



- 반대로, 가장 힘들게 작업했던 노래는요? (디시이용자 'U43', '色水man'님)


 개 코 :    'Don`t Say Goodbye'요. 믹스 작업할 때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음악 자체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장르여서. 드럼 앤드 베이스 곡인데, 두 배로 비트가 쪼개지니까, 많이 힘들었어요. 가사를 쓰면서도 머릿속으로 계속 다른 리듬이 떠올라서, 열심히 만들긴 했는데, 모르겠어요. 열심히 한 티가 안 나는 곡이에요.



- 그래도 그런 시도들을 앞으로 계속 할 생각이시죠?


 개 코 :    네, 힘들지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좋았어요.



- 이번 4집 앨범 발매에 앞서 한정판을 내셨어요?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디시이용자 'ㅏ', '깡소우', '힙갤하루살이', 'Mikimic'님)


 최 자 :    음반이 요즘에는 음악을 들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소장품이 됐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저희 앨범을 사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많은 분에게 드리긴 어렵지만, 골수 팬들에게 조금 더 소장가치가 있는 걸 드리고 싶었죠. 그런 마음으로 3천 장만 한정판을 찍기로 했는데,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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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판 추가 제작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죠. 추가 제작 자체가 한정판의 의미를 퇴색게 하는 것이다, 혹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었어요. 물론, 추가 제작을 반기는 팬들도 있었지만요.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부득이하게 3천 장을 더 추가 제작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무엇이었나요? (디시이용자 '정무웅', 'ㅏ', '사기꾼', 'fuckyou', '사예', '힙갤하루살이', '새로고침', '라이머', '햅히', '음악내삶'님)


 개 코 :    저희가 3천 장만 발매한다고 발표를 했었는데, 도매상이나 매장 쪽에서 예약을 너무 많이 받은 거예요. 거의 만장 넘게 예약을 받은 상태였고, 입금까지 받은 매장도 있었죠. 이쪽저쪽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서로 3천 장 가운데에 몇 장 더 가지고 가겠다고 하다가  (최자 : 그 과정에서 싸움도 나고) 싸움이 나서, 매장끼리 담합을 한 거예요. '너네 이거 더 안 찍으면 일반판도 안 팔 거다' 이렇게 으름장을 놓으니까. 사실 저희는 프리미엄으로 3천 장만 만들고자 했는데, 회사 규모도 작으니까 방법이 없었던 거죠. 만장 이상은 절대 못 찍는다, 선물인데, 그렇게 하면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계속 강경하게 나와서 3천 장만 더 찍겠다. (최자 : 그들과 합의점을 찾은 게 3천 장이었어요) 사실 저희가 남는 게 없어요. 한정판 안엔 내용물도 많고. 패키지 자체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그런데 일부 팬들은 '너네 잘 팔리니까. 돈 벌려고 더 찍는 거지?' 이런 반응을 보이니까. 참 속상하기도 하고.


 최 자 :    중간에서 피해를 엄청 봤어요. 또, 거짓말쟁이가 됐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개 코 :    먼저 사신 분들에겐 너무 죄송해요.


 최 자 :    추가 제작하면서도. 참, 스스로 바보가 된 것 같고. 3천 장 더 찍는다고 해서 뭐가 남겠어요. 처음부터 만 장을 찍으면 좋았지만, 재고가 남으면 손해가 두 배가 나는 거라 위험하잖아요.


- 충분히 다 팔렸을 것 같은데요?


 최 자 :    만 장이면 재미없죠. 한정판의 느낌도 안 나고. 게다가 재고가 있으면, 창피해질 것 같아서….


 개 코 :    관심을 가져주셔서 일단 감사드려요. 또, 일이 이렇게 돼서 너무 죄송해요.


 최 자 :    골수 팬들에겐 다른 방법으로 이러한 고마움을 갚아 드리고 싶어요.


 개 코 :    이번 일을 통해 많이 배운 것도 있고요.


- 앞으로 한정판은 더 많이 찍어야겠다는 거요? (웃음)


 개 코 :    아니요. 앞으로 한정판은 안 해야겠다. (웃음)



- 힙합씬에서 '디스'(Diss, Disrespect)가 이제는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는데요. '디스'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다이나믹 듀오는 조금 자제하는 것 같더라고요. (디시이용자 'canceI', '네.응.', '커빈', '민엄마손파이'님)


 최 자 :    디스가 우리 문화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힙합이라 해도 한국 사람이 하는 거고, 힙합이라는 틀을 통해서 한국 문화를 투영, 보여주는 것인데, 디스라는 것이 잘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나라가 너무 좁고, 또 서로들 너무 가까이에 있으니까. 예를 들어, 내가 얘를 욕해도. 큰 힙합 공연이 있으면 다 같이 모이고 보게 되거든요.


 개 코 :    주변인들, 친한 사람에게서 전화가 와요. 친한 동생인데, 왜 그랬어. 화풀어. 저희도 혈기왕성할 땐 몇 번 해봤거든요.


 최 자 :    결국 한 달 만에 서로 만나서 화해하게 됐죠. 주변 사람들이 그런 자리를 만들어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런 거 해서 뭐하나. 이렇게 화해할 것을. (웃음)


 개 코 :    듣는 사람들에게는 이슈가 되고 재미가 될 수 있지만, 우리와는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최 자 :    또, 형동생문화가 있잖아요. 나보다 형인 사람에게는 강도 높게 욕 할 수 없고.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라는 비난이 나오니까. 그 사람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다 나를 싫어하니까.


 개 코 :    최근 힙합씬에서, 디스전이 많았잖아요. 인신공격이 아니라, 스타일을 지적

하고 재미있게 표현한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있어요. (최자 : 말장난이긴 한데, 말장난의 테크닉 자체의 발전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힙합의 최고 묘미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 자 :    솔직히 예전에는 우리와 스타일이 다르거나, 인간적으로 잘못한 사람이 되게 싫었고, 욕을 하고 싶었죠.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이해가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 앗, 나이가 들었다는…. (웃음)


 최 자 :    네, 쟤도 입장이 있고. 저럴 수도 있었겠구나. 만나서 물어봐야지. 그런 식으로 인식이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디스'를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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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자주 방문하는 편이세요? 이번 다이나믹 듀오 4집 포스터만 봐도 디시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것 같아서요. 주로 어느 갤러리를 이용하시나요? (디시이용자 'ㅇㅇ', 'awp', '황뮤탈', '앙퀴', 'BAWOO', '퀙퀙뷕큄', '김나스'님)


 개 코 :    자주는 아닌데, 힙합 갤러리는 들어가 봤어요. 너무 욕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 평소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생긴 건 저래도 열심히 하니까 좋다, 뭐 이렇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욕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것도 그냥 뭐 스타일에 대한 욕보다는 못생겼다 라는 내용이어서. 아,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고 잠깐 충격을 받았죠. (웃음)


 최 자 :    그런데, 이제는 잠 안 올 때 보면 너무 재미있어요. 늦은 시간에도 글이 올라오는 곳은 디시인사이드밖에 없더라고요. 조금 웃긴 것도 많고 해서. 참, 시간 보내기엔 좋은 것 같아요.


- 디시인사이드 내 '다이나믹 듀오' 갤러리가 없는 것에 대해, 실망스럽진 않으셨어요?


 개 코 :    그러니까요. 안 그래도 디시뉴스와 인터뷰 한다고 해서 얼마 전에 들어가 봤는데, 없더라고요.



-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다이나믹 듀오' 갤러리가 생기면 인증글을 남길 의향이 있으신지요? (디시이용자 'LeeSunny'님)


 개 코 :    워낙 저희가 인터넷 활동을 낯뜨거워해서요. 거의 안 해요. 해야하는 건데, 이상하게 창피하고. 또, 팬들에게 답장하는 것도 영 어색하더라고요.



- 사이트 성향상 '형, 왔다!' 하고 반말로 인증글을 남기셔도 돼요. (웃음)


 개 코 :    만들어 주시면. 감사해서 남겨야죠. 하지만, 초반에는 열심히 활동하다 갑자기 뜸해지면 이용자분들이 실망할 것 같아서.


 최 자 :    그리고 갤러리에 사람이 별로 없으면, 저희도 부끄럽잖아요. (웃음) 나이가 들면서 배운 게 있는데요. 사람을 만나서 말로 했을 때 이해가 되는 것도 텍스트로 뭔가 잘못 남기면, 시간이 흘러 이상한 의미로 왜곡돼 돌아온 다든가, 지울 수 없는 실수로 남기 때문에 가능한 텍스트로 안 남기려 하고 있어요.


- 또, 글이 캡처되잖아요. (웃음)


 개 코 :    그래서 인터뷰 할 때도 서면으로 하는 건 되게 싫어해요.


 최 자 :    실수가 많은 사람이라, 꼭 실수를 하더라고요.



- 디시인사이드 힙합 갤러리 등 온라인 공간에서 본인들에 대한 평가를 자주 확인하는 편인가요? (디시이용자 '커빈', '콩라인'님)


 개 코 :    앨범 나올 때는 자주 들어가서 확인해요. 사람들은 우리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 궁금하니까. (최자 :  눈팅은 되게 많이 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반응도 살피고요.


- 디시인사이드 힙합 갤러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디시이용자 '♥파니동정론', '힙돌', '수제자'님)


 최 자 :    처음에는 비판글이 올라오면 약간 삐치고 그랬는데, 지금은 건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개 코 :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제대로 비판해 주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우리가 생각해도. 맞아 맞아. 이런 부분이 부족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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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쥐떼들'이란 곡에서 그 비판 대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요. 일부에서는 '네티즌들의 횡포'를 비판하는 것이다, 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 곡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어떻게 해서 탄생한 곡인가요? (디시이용자 'ㅏ', '소녀떼대통령', 'bq'님)


 최 자 :    듣고, 가슴 찔려 하는 분들을 동시에 공격한 곡인데, 네티즌뿐 아니라. 우리도 포함되고, 집단이기주의를 비판하는 곡이에요. 인격적으로 흠잡을 데 없고, 똑똑한 사람도 집단 안으로 들어가면 어린애처럼 변하잖아요. 마음대로 행동하려 하고요. 그것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죠. 한 명이 어떤 말을 잘못하면 동시에 공격하고, 며칠 있으면 다 잊어버리고. 그 사람만 바보 되고 끝나는 거잖아요. 그런 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특정 인물 혹은 집단을 지칭한 건 아니고, 집단이기주의 자체가 너무 가슴 아파서, 소수 의견도 존중해야 하는데, 집단이기주의가 인간의 습성이라, 그런 잘못된 부분을 다 같이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에요. 인터넷이 집단이기주의가 나타나는 장소로 큰 역할을 하긴 하거든요. 역기능이기도 한 데. 뭔가 정당한 이유없이 타인을 공격하는 건 안 좋으니까. (개코 : 공산주의보다 더 무서운 것 같아요) 100명의 취향이 다 다를 수도 있는 건데. 나머지 99명과 안 맞는 얘기를 하면 동시에 한팀이 되어 한명을 따돌리니까. 때론, 다른 사람의 생각도 그대로 인정해 주고 받아들이는 관용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아요.


- 인터넷 문화가 조금 더 발전해야 할 것 같긴 해요. 지금 전 세계적인 추세라 하더라고요. 'Trust Me'라는 곡에서는 디시인사이드 힙합 갤러리가 언급됐어요. < 인터넷 rhythmer dc inside hiphopplaya 거기 기생충처럼 존재하는 playahater 아무리 나를 물어뜯고 때리고 상처줘도 관대해. 홍철이형처럼 나는 대인배 > 이런 내용을 왜 넣으신 건지, 살짝 불쾌감을 드러낸 이용자들도 있었거든요. (디시이용자 '각선미.', '정무웅', 'Aplus', '♥파니동정론', '콩라인', '노원인', '제레치', '추순사삼이', '김나스', '김머셔'님)


 개 코 :    그냥, 홍철이 형 얘기를 비유한 거예요.



- 정말 노홍철 씨가 대인배 인가요? (디시이용자 '음악내삶', '붐붐이'님)


 개 코 :    어…. 정말 대인배에요. 어떤 걸 표현하고 싶었냐면요. 아파트에서 누가 홍철이 형을 때리고 물어뜯고 도망간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때 홍철이 형이 그냥 용서했죠, 괜찮다고. 그걸 비유하고 싶었어요. 인터넷 악플러들이 우리를 아무리 욕해도, 홍철이 형처럼 그 사람들을 용서하고 싶다, 뭐 이런 비유를 쓰고 싶었는데, 만약 제가 그렇게 맞았다면 못 참았을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사람들은 '홍철이형처럼 나는 대인배' 그 앞부분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그냥, 말장난처럼 가볍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 그랬군요. 일부 이용자들은 그 앞부분만 보고. '대인배라면서, 왜 디시인사이드를 깐 거야?' 이렇게 받아들였죠.


 개 코 :    전체적인 문장을 보고 내용을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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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굉장히 친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방송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자주 만나세요? (디시이용자 '김배추'님)


 개 코 :    방송을 안 해도 공연이 많잖아요. 거의 가족보다, 여자친구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어요.


 최 자 :    스케줄이 없는 날은 안 볼 때도 있는데, 서로 각자 친구를 만나도 이상하게 꼭 만나게 되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동창이고, 제일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친구도 많이 겹치거든요. (웃음)


- 초등학교 때부터 힙합을 꿈꾸며 두 분이 만난 건 아니죠?


 개 코 :    그때부터 좋아하긴 했죠. 그러니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음악을 우연찮은 기회로 접하게 됐는데, (최자 : 그때 뭐, 힙합이라 하기엔 그렇고….) 없었어요. MC해머(MC Hammer), 노티바이네이처(Nauty by Nature) (최자 : 랩 음악이었죠)



- 그때부터 랩에 빠졌던 거군요.


 개 코 :    네, 그때 잘못 빠졌어요. 노래로 빠졌어야 하는 건데,


 최 자 :    노래를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지금쯤 돈을 더 많이 벌지 않았을까. (웃음)


 개 코 :    랩을 잘하는 건, 초등학교 때 딱지를 아무리 잘 처도 공부 잘하는 애들 못 이기는 것과 똑같아요. 그래도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 그래도 예전 언더그라운드 때보다 힙합이 대중화되었다는 것을 몸소 느끼실 텐데요. 대중화된 한국의 힙합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요즘 메이저 힙합 앨범을 들으면 사회에 대한 비판이 적고 대중에게 어필할 곡들이 많다는 의견이 있어요. 이러한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디시이용자 '말보로', '솔비알바', '커빈'님)


 개 코 :    사람이 사는 데, 비판만 하고 살 수 없잖아요.


- 그렇지만, 힙합 하면 '비판정신'이라는 등호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박혀 있으니까요.


 개 코 :    그런 고정관념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현재 세계적으로 힙합의 추세가 도구화 혹은 탈장르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사회 비판만 한다면, 그걸 노래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되게 피곤할 것 같아요. 사랑할 때도 있고, 부모님과 친구를 생각하는 등 여러 감정이 있는 건데….


- 힙합을 하나의 도구로써. 본인들의 음악을 표현하고 있다는 말이죠.


 개 코 :    네, 유독. 힙합은 곧 사회비판, 이런 고정관념이 있는 것이 안타깝네요.


 최 자 :    우리가 생각하는 힙합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시대를 (개코 : 자세하게) 현실적이고 세밀하게, 그 당시 사람들이 쓰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음악이라는 거예요. 근데, 그렇게 표현하게 되면 거친 부분이 표현될 수도 있고. 하지만, 거친 부분만 표현되는 건 아니니까. 단지, 힙합이 한국에 소개될 때 당시 상황이 많이 거칠긴 했죠. 인종차별도 심했고. (개코 : 사고도 잦았고) 지금 미국에서도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힙합곡은 많지 않아요. 히트곡들만 봐도 사랑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죠. 힙합이란 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물론 비판해야 할 것이 있으면 비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것에 대해 비판할 생각이 없다면, 굳이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노래하는 거죠.



-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후배가 있나요? 레이블 '아메바컬쳐'(Amoeba Culture)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마음에 든다, 영입하고 싶다, 하는 분들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디시이용자 '민엄마손파이','U43', '笛'님)


 개 코 :    눈여겨본 후배들은 다 계약했어요. 슈프림팀과 공시디(0C.D), 라디(Ra.D) 등이요. 진짜 실력파들이에요. (최자 : 군대 가면 우리 밥그릇 뺏길까봐 무서워서 계약했어요) 너무 잘해서 도와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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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않아도 '슈프림팀'에 대한 질문도 꽤 많이 올라왔어요.


 개 코 :    우리보다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공연하면 다 매진되고, 믹스테이프를 만들면 일주일 만에 다 팔리고. 저력 있는 친구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을 대중에게 더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 친구들을 이용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재미있게 같이 음악하고 싶다, 순수하게 음악의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슈프림팀'과 계약을 한 거죠.


 최 자 :    지금 언더그라운드에서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친구들은 다 잘하는 친구들이에요. (개코 : 다 가능성 있는 사람들이에요) 힙합에 대한 거품이 가라앉은 지 오래고, 각자 살아남기 위한 힘든 시절을 지내왔기 때문에 이를 견뎌낸 친구들은 대단할 수밖에 없죠. 스윙즈(Swings). 키비 등 정말 다 잘해요. 그 사람들이 더 대중에게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 슈프림팀 활동계획이나 앨범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아요? (디시이용자 '로티플', '민엄마손파이', '김조르반느', '소스라침', '문화의사대','50원', '민엄마손파이', '라이츄', '부랄퀴', '작곡가지망생', '붓빠'님)


 개 코 :    1집은 내년 초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요. 우리 앨범이 끝날 때쯤. 라디(Ra.D) 싱글 앨범이 먼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라디(Ra.D)는 이미 다 만들어 놓은 상태거든요. 너무 좋은 곡들이 많아서 빨리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슈프림팀은 아직 작업 초기 단계라, 각자 솔로로 활동해 왔던 터라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죠.



- 슈프림팀의 방송 활동은요?


 최 자 :    우리가 방송가에 영향력이 있으면, 더 많이 대중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데 우리도 방송을 워낙 안 해서 뭐, 방송 활동을 해봤자 아마 우리 정도? 하지만, 그 친구들의 음악을 보여 줄 수 있는 방송이라면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 아메바컬쳐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디시이용자 '정영민', '투견', '병츈쿠키'님)


 최 자 :    자기 음악에 가사 정도는 쓸 수 있는 친구가 좋아요. 여러 가지 다 잘하면 좋지만. 음악 특성상 자기가 쓴 가사를 가장 잘 부를 수 있고 자기가 만든 멜로디를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랩은 어쩔 수 없이 당연히 그렇고요.


 개 코 :    어떤 식으로든 열정이 있는 사람이 제일 좋죠. 가사만 잘 쓰더라도 열정이 있어야 해요.


 최 자 :    우리가 처음부터 다 만들어 줄 수 없고, 웬만큼 잘하고 능력 있는 친구를 뒤에서 더 밀어주고 싶은 거죠.



- 전반적으로 요즘 힙합인들의 예능 활동이 늘고 있어요. 이에 대한 활동 계획은 없으세요? 혹시, 예능프로그램을 거부하는 건 아니시죠? (디시이용자 '이건 꼭물어..', '솔비알바', 'dd', '초딩근성', '50원', '김드렁켄', '민엄마손파이', '나챨'님)


 개 코 :    예능 프로그램을 거부하는 건 아니고요. 몇 번 해보진 않았지만,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천하에 웃긴 사람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 평범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 나가서 억지로 웃기려고 노력하니까 더 안 웃긴 거 같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어요. 회사 분들도 어렵게 나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라 기대하고 볼 텐데, 이에 부응하지도 못하고. 솔직히 잘하면, 여러 번 나가겠는데, 잘 못해서요.


 최 자 :    우리를 필요로하는 곳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좋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억지로 출연하려고 발악하긴 싫어요. (웃음)


- 예능 출연을 원한다면 어떤 프로그램에? 1박 2일이나 무한도전은 어떠세요? (디시이용자 '정무웅'님)


 개 코 :    그런 프로그램이라면 좋죠. 근데, 그 프로그램에서 우리를 필요로로 할지는 의문이네요. (웃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하고 싶어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부러운 게 모든 경험을 다 해볼 수 있으니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도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하니까.


 최 자 :    그런 능력이 있으니까 하는 거로 생각해요. 그냥 우리가 잘하는 거나 열심히 해야죠.



-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라'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배우신 건가요? (웃음)


 최 자 :    네,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가 굳이 나갈 이유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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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군요. 그래도 이렇게 말씀을 잘하셔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다이나믹 듀오의 모습이 내심 기대가 되긴 하네요.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에요. 어쩌면, 정규앨범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4집 앨범이 나왔는데,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또, 다이나믹 듀오가 추구하는 힙합은요? (디시이용자 '위험인물', '추순사삼이', ' 네.응.', '커빈', '슷하조아', '김배추'님)


 최 자 :    기본적으로 공연 위주의 활동을 펼칠 것 같아요. 콘서트도 많이 잡혀 있고, 9월은 대학축제 시즌이라. 새로운 노래를 많이 들려 드리고 싶어요. 11월쯤엔 콘서트를 할 거고, 라디(Ra.D)와 슈프림팀 앨범 작업을 도와주고. 군대 가기 전에 앨범은 아니어도 음반을 하나 더 발표하고 싶은 게 우리 계획이에요.


 개 코 :    다이나믹 듀오의 방향성이라면, 그때그때 달라질 것 같아요. 그냥, 우리의 진심이 담겨 있는 형식, 그것이 어떻게 변하던 간에 솔직하게 음악 하고 싶어요.


 최 자 :    그리고,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요.


- 언제까지 하고 싶으세요?


 개 코 :    죽을 때까지 하면 좋겠죠. 우리 음악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으면, 죽을 때까지 하고 싶죠.


 최 자 :    뚜렷한 목표를 정해 놓은 건 아니고, 음악을 꾸준히 계속 오래하는 게 목표예요. 끝이 안 보이는 계단을 한 계단씩 그냥 올라가는 것 자체가 목표이기 때문에, 그냥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다이나믹 듀오는 그들의 이름처럼 '다이내믹'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게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더 다이내믹해졌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결국 '라스트 데이즈'는 음악 시장의 변화에 따른 이들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숨 가쁘게 달려온 20대를 향해 작별을 고하는 아쉬움 등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번 앨범을 마지막으로 최자, 개코는 동반입대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그들의 앞길을 막을 쏘냐! 한동안 그들의 새로운 음악을 듣긴 어렵겠지만, 서른을 훌쩍 넘긴 이들의 늦은 고백을 기다리는 것도 설레는 일인 것 같다.

 

나유나 kornlove11@dcinside.com

기자갤로그 : http://gallog.dcinside.com/kornlove11




 

Posted by poise
올라온 지는 좀 되었지만,
Dok2 a.k.a. GONZO THA NOTORIOUS KID 링크합니다.

http://www.hiphopplaya.com/magazine/article/view.html?category=3&page=1&sort=1&num=3503

 
인터뷰가 재미있어요.
자신감도 느껴지고.

슈프림팀의 이센스와 사이먼 도미닉의 첫인상이 굉장히 안좋았던 모양이죠?ㅎㅎㅎ
선배들을 저렇게 이야기해도 되나요.ㅎㅎㅎㅎㅎ



+

이 인터뷰 나가고 난 다음에 이센스가 도끼 미니홈피에 남긴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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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웃어도 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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