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블로그에서 음반 리뷰어를 모집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 처음으로 신청했다가 운 좋게 리뷰어로 선정되었다. ^-^ 그동안 위드블로그에서 제공되던 음반에 비하면 그나마 알고 있는 뮤지션이었기 때문에 신청을 했었다. 내가 평소 J-pop을 즐겨듣는 편이 아닌데도, 시미즈 쇼타를 알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음악잡지 프라우드의 2009년 1월호 덕이었다.



 비록 긴 페이지를 할애한 것은 아니지만, "김이환의 스페셜 etc"라는 코너에서 "음악이 아닌 상업적 논리에서 이 음반을 사야할 한 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짧게 시미즈 쇼타의 음반이 소개되어있던 것이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잡지에 실린 글의 제목만 보면 다소 자극적이지만 "정말로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되는 음반에 한해서 왜 이 음반을 사야만 하는지, 오로지 경제적인 가치에서만 생각해보았다." 는 말인 즉, 이렇게까지 홍보할테니 좋은 음악이 담긴 앨범은 좀 사자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김이환 씨가  꼽은 사도 절대 돈이 아깝지 않을 음반 7장 중 하나가 바로 시미즈 쇼타였다. (불행히도, 디카를 남동생이 쓴다고 가져가 버려서;; 핸드폰 사진으로만 찍었더니 화질이 조악하다;;) 시미즈 쇼타의 음반을 두고는 이 잡지에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일본의 니요? 미래의 히라이 켄? 몸값 올라가기 전에 알아두면 나중에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걸?" (프라우드 1월호, 김이환)

 솔직히 말하자면 이 문구에 혹해서 나도 나중에 소위 "아는 척" 좀 해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몇 곡을 들어보고,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10대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면 어디까지 신뢰를 해야할지 들어보기 전에도, 들어본 후에도 결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괜한 의심이 스며들기도 하고, 그도 그럴 것이 저런 자극적인 문구를 달고 나오는 가수들에게 우리는 또 얼마나 속았었던가. (따져보면, 시미즈 쇼타는 1989년 생이고 2008년에 첫 앨범이 나왔으니 우리나라 식으로 나이를 세면 20대에 데뷔한 거지만.)


 하지만 역시 평론가의 후한 평가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라서, 음반에 호의를 가지고 접근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 1집 앨범의 타이틀곡 "Home"은, 10대 남성 싱어송라이터로서는 처음으로 오리콘 차트에서 5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가 이 기록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곡의 가사때문이었다. (한국 라이센스반에는 가사해석집이 패키지에 첨부되어 있다.) "Home" 은 꿈을 가지고 고향에서 잘난 척하며 뛰쳐나왔지만, 내가 얼마나 약한지 알게 되었고,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돌아가겠다는 가사의 노래이다. 흔히 사랑 노래만이 차트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가요 순위때문인지 좀 독특해보였다. 사랑 노래가 많은 것은 아마 일본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이런 진지한 가사로 대중음악계에 접근해 오리콘 차트에까지 오른 것을 보면 시미즈 쇼타의 실력과 진심을 이미 일본에서 인정했다는 뜻이 아닐까?


 결국 이 음반은 이미 검증된 음반이다. 13곡의 수록곡에서는 아마추어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많이 준비하고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임하는 뮤지션의 자세가 느껴진다. 10대 싱어송 라이터라고 하기에 무심코 예상했던 어린 아이의 목소리도 아니다. 그는 R&B 소울에 적합한 목소리를 지녔고, 표현력도 뛰어나다. 흑인 R&B 소울 가수와는 다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목소리다.


13개의 트랙은 일관성을 잃지 않고 있다. 어떤 가수는 자신의 앨범을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로 만들곤 한다. 새로운 도전은 팬에게도, 가수에게도 즐거운 일이지만, 요즘같이 음악 시장이 빠르게 급변하는 시점에서는 다만 그 중 어느 한 곡이라도 대중들의 귀에 "얻어 걸리길"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흐름 가운데, 시미즈 쇼타는 오히려 한 가지 장르로 음반을 채움으로써, 데뷔앨범에서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 같다. 같은 장르의 곡 13곡을 불러도 앨범을 듣는 사람이 내내 주의를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했을 시도다.


 요즘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소위 "후크송"을 방송 매체에서 듣는 것 외에는 피하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에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새 귀가 그런 자극적인 음악에 적응이 되었던 모양이다. 처음에 이 음반을 들을 때는 첫곡부터 끝곡까지 듣는 것이 그리 즐겁지가 않았다. 같은 장르의 곡이 연속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떤 곡이 어떤 곡인지 구분도 되지 않았고, 귀에 확 꽂히지가 않아 지루하다고 생각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더 빠져드는 음반이다. 여러번 반복 청취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일본어 가사라 잘 못 알아듣고 있지만, 그래도 음악은 만국공통이니까.ㅎㅎ


 이 앨범이 첫 앨범이라니, 시미즈 쇼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아무래도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리스트에 이름을 하나 추가해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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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5집 <Pieces, Part one>

- 대서사에서 소서사로,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는 시간


 에픽하이는 소위 말해 “뜬” 이후로 온갖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마음껏 망가지고, 특출한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겨왔다. 하지만 에픽하이의 음악은 장난끼를 걷어낸 그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예능프로에서 그들을 보며 웃었던 10대 소녀도, 까다로운 취향을 자랑하는 힙합 리스너들도 그들의 음반이 나오기를 날짜를 세며 기다린다. ‘예전이 훨씬 낫다’라고 비판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잘 만든 1집 앨범은 어떤 의미로는 뮤지션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 언더 그라운드 힙합씬에서 인정받았던 1집 앨범 이후, 에픽하이는 언제나 ‘변질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언더에서 오버로 자리 옮김하는 뮤지션에게는 늘상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 말이기도 하지만, 에픽하이는 그런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더 철저히 무장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3집부터는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스하기 시작했고, 샘플링 작법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07년에 내놓았던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은 꽉찬 2CD로 세상에 나왔고, 예전이 좋다고 말했던 까칠한 힙합 리스너들에게 드디어 그들 세 사람만의 음악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5집 앨범은 어떤가? 

 


 이 앨범은 그동안의 앨범이 지니고 있던 방향성과는 좀 다르다. 확실히 튄다. 1집 <Map Of The Human Soul>에서부터, 2집 <High Society>,  3집 <Swan Songs>,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앨범은 제법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었고, 그에 어울리게 넓은 시선과 다양한 상상력을 담고 있었다.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자살한 뮤지션을 추억하기도 하고, 자신들을 욕하는 사람들의 뒷담화를 하기도 했으며, 피해망상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다루기도 했다. 

 


 5집은 그동안의 ‘대서사’에 비하면 ‘소서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 <Pieces, part one>이라는 앨범 제목이 말하고 있는 그대로이다. 사회에 대한 비판은 ‘breakdown' 한 곡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대신 자기 자신과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늘었다. 'be'와 '낙화‘는 타블로, 'decalcomanie'는 미쓰라, '20fingers'는 투컷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다.  ‘연필깎이’와 ‘eight by eight’, ‘the future'는 힙합에 대한 자신들의 신념과 의지를 보여준다. 주변 지인들의 자살과 사고를 목격하면서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One'과 'ignition',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담은 ‘당신의 조각들’, 이별의 슬픔을 담은 ‘우산’까지. 이 앨범은 철저하게 소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데뷔 5년, 크고 원대한 이상을 좇아 쉬지 않았던 에픽하이는 이 앨범을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미처 돌보지 못했던 자신과 주변을 비로소 돌아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내왔던 일련의 앨범들의 흐름을 잠깐 멈추면서까지. 그건 어쩌면 그동안의 작업에 대한 염증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창조의 영감을 얻기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의미일 수도 있다. 아마 그들에게 이 앨범은 각별한 의미일 것이다. 비록 그전까지의 에픽하이에게 익숙했던 리스너들은 갑자기 소서사로 변한 가사에 의아함을 느끼고, ‘팝’과 ‘락’의 색채가 더 강해진 곡들을 듣고 ‘아! 옛날이여!’를 외치겠지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픽하이는 그들의 길을 갈 것이다. 언제는 그들이 남의 말을 들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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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5집 리뷰를 쓴 적이 없다는 것이 생각나서;;-_-;;;
새 음반 나오기 전에 써본 뒤늦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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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초까지만 해도, 내가 락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었다. 전까지는 힙합이나 R&B를 좋아했었고, 동생이 자주 듣고 카피하던 우리나라 몇몇 락밴드들의 음악이 별로 흥미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은 지금도 락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밴드는 나와 좀 다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칭송(?)해마지않는 라디오헤드의 음반이 궁금해졌고 라디오헤드의 "R"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들이 다 명반이라고 하더라는 단순한 이유로 음반을 구매했다.

 
 기대에 차서 처음 음반을 들었을 때, 기대와는 달리 '엥? 이게 뭐야?'하는 다소 김빠진 느낌이 들었었다. 묘하고 이상했을 뿐이었다. 그때는 이 음반이 왜 명반이라는 칭호를 얻었는지도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귀에 익숙치 않은 음악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하긴, 라디오헤드의 팬들도 이 3집 앨범이 나왔을 당시에 바뀐 음악 때문에 놀랐었다고 할 정도니까. 아무튼 그대로 이 음반은 진열장에 '진열'되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라디오헤드의 곡들이 점차 좋다고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 곡들이 대부분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임을 알았다. 그래서 최근에 다시 이 음반을 꺼내게 된 것이다. 그간 익숙해진 곡들도 있고 하니, 전보단 좀 더 들을 수 있겠지 하고.

 그랬더니....맙소사!! 내가 이걸 아직까지 제대로 안 들었던게 엄청나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평생 들을 음악이라는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이건 정말로, 버릴 트랙이 없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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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악기 소리는 단연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인데,
데파페페는 내가 좋아하는 딱 그런 기타소리를 들려준다.

 
기타로 만들 수 있는 음악도 다양하지만,
데파페페는 그 중에서도 주로 유쾌하고 밝은 느낌의 곡을 전해준다.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청량하고 맑은 기분 좋은 이들의 음악은
아침에 일어나 눈뜰 때 듣고 싶은 음악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슬픔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한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 드라이브라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 잘 될 거야."라는 자기 암시를 걸기에 충분한 음악.
데파페페라는 기타 듀오는 그런 기쁨과 희망을 이 음반에 가득 담아둔 것 같다.

 

"자~~!! 출~발!" 이라는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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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고두고 생각나는 노래'가 명반의 기준이라면, 이 음반은 '명반'으로 분류해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음반이 출시되었을 때,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이 음반은 19세미만 청취불가 판정을 받은 음반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이 음반을 들은 영향으로 불량 청소년이 된 것도 아니요, 말끝마다 욕을 지껄이는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니 '19세미만 청취불가'라는 판정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좀 의구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DJ DOC의 앨범이 진한 반항의 색을 띄고 있는 것은 언제나 그랬지만, 특히 5집에서 그런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속시원하게 퍼부어대는 음반을 처음 들어봤던 그 때,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요. 금지된 비속어와 욕설이 가사의 태반을 차지하는 'L.I.E.'나 '포조리'같은 노래들을 들으며 '아, 노래에서 이런 종류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노래방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면 친구들이 의아하게 쳐다보기도 했어요. 어찌됐건 모범생 축에 끼는 제가 이런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에요.

 그런가하면 '기다리고 있어'나 '비애', '사랑을 아직도 난' 같은 곡은 '반항아'의 색을 쏙 뺀, 아주 멋진 사랑 노래에요. 이들에게 이런 감성이 있구나 싶어 놀랐던 곡들이구요. 2000년에 나왔던 이 앨범에 실린 노래들이 2008년 지금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는 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찾아보니 당시 60만장이 판매되었다고 하네요.) 전 비가 내리는 날은 '비애'라는 노래가 아직도 떠올라요.  이 앨범이 이런 사랑 노래를 많이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힙합팬들에게 사랑받았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좀 놀랍기도 한데요. 요새는 힙합하는 사람이 사랑노래를 부르면 '뭐하는 짓이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왕왕 있으니까요.(;;) 그래도 결국 곡이 좋으면 인정받는 거겠지요. 

  당시에 테이프로 사서, 정말 늘어날 만큼 많이 들었던 이 앨범이 문득 문득 생각나서, 얼마전 CD로 다시 구매했습니다. 좋은 앨범이에요. 요즘은 예능 프로에서 DJ DOC 멤버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예전에 비해서 많이 행동이나 말투가 유연해진 느낌입니다만, 이 앨범을 들으면 그분들도 옛모습을 만나보실 수 있으실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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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에서 '앵콜요청금지'를 처음 들었을 때, 심장이 아래로 툭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 밴드의 이름을 처음 듣고 사실 좀 웃었었다. 노래 제목도 '앵콜요청금지'라니. 유머가 있는 밴드라고 생각했다. 펑크밴드인가하는 예상도 했었다. 그런데 노래에는 그런 장난기가 없었다. 기교 없이 부르는 노래, 화려한 수식 없는 노랫말, 복잡하지 않은 멜로디들이 귀와 마음을 더 빼앗아버렸다. 오히려 단순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단순함은 대학시절의 열정같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안되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만' 아마 앵콜을 요청하지 말아달라는 이 노랫말에서, 자신의 끝나버린 사랑을 떠올린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속성. 지나고 나면 끝이 확실하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 이런저런 추억이 떠올라 쓸쓸해지고 말았다.

 '앵콜요청금지'가 실려있던 이들의 EP앨범 이후로 긴 시간이 흘러 드디어 1집이 나왔다. 1집의 타이틀곡은 '보편적인 노래'이다. 사랑노래이고, 아주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가사도 이렇다. '보편적인 노래를 너에게 주고 싶어 이건 너무나 평범해서 더 뻔한 노래' 그렇다. 사실, 평범하고 뻔한 사랑 노래처럼 오래 기억되는 것도 없다.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그런 사랑으로 오래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노래이고, 사랑이 끝난 자리에 빈 손으로 서서 부를 법한 노래다. 피아노와 기타가 딱 필요한 만큼의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있다.

 1집 앨범이고, 이들의 앨범이 대체적으로 '아마추어리즘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노래에서 이지형이나 언니네 이발관이 떠오르기도 한다. 앨범이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밴드 멤버들의 사정으로 활동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들었다. (무기한 활동 중단 상태라고 한다.) 대부분의 멤버가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회사원)이라고 하니 그럴 법도 하다. 하긴 EP 앨범을 냈을 때도, 신촌과 홍대의 단 두 곳에서만 레코드를 판매했지만 이런 구석진 동네에 사는 나에게까지 소문이 났던 걸 생각하면 이들에게 활동을 하고 안 하고가 뭐 대수랴 싶긴 하다. 중요한 것은 2008년이 가기 전에 좋은 앨범이 또 하나 나왔다는 것이다.



p.s.
1. 여담이지만...밴드 이름 후보작으로 "저 여자 눈 좀 봐", "엄마 쟤 흙먹어"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후후 

2. 김작가 님의 블로그에서 '보편적인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쓴 것보다 훨씬 나은 리뷰이니 읽어들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
http://zakka.egloos.com/4008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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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scream : music for lovers and hartbreakers


 에픽하이는 참 묘한 그룹이다. 지나칠 수 밖에 없을 것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음악으로 가사로 만들어 낸다. 그런 디테일한 감성이 어느 틈에 듣는 이의 마음을 허물고야 만다. 격의없게 다가오는 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만든다.  이번 소품집의 리뷰를 적어보고자 하는데, 아무래도 그다지 객관적이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그들의 팬이기 때문에.


 에픽하이는 이번 소품집에서 기존의 에픽하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예고했었다. 분홍색의 앨범 자켓만 보아도, 이전의 에픽하이의 앨범과는 다르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그간의 앨범들이 검은색, 흰색, 갈색톤의 자켓이었던 것과는 상반된다.부클릿 첫장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깨끗한 종이 한장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라고. 팬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것 이상으로,  자신들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뭔가가 필요한 시기였던 모양이라고 추측해본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전자음보다 아날로그 사운드를 위주로 하고 있고, 사랑에 대한 기억을 소박한 가사에 담고 있다. 작고 아름다운 앨범이다. 이들은 사랑이 아름답기만 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사랑은 때론 지루하고, 결국엔 끝이 나고, 되돌릴 수 없어 고통스럽다. 사전에 없는 단어, "lovescream"이란 단어를 굳이 만들어 낸 것도 때때로 너무나 고통스러워 절규하고 싶은 그 심정을 담아낸 것이리라.


  "Butterfly Effect"는 타블로가 작사작곡을 한 곡으로 사랑에 대한 타블로의 생각을 영어가사로 들을 수 있다. 가사로 미루어볼 때, 그는 사랑을 "죄"라고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겠지만 사랑의 양면성을 생각해보게하는 가사가 좋았다.


 두번째 트랙은 "Fallin' "으로 투컷이 작곡하고  타블로와 미쓰라진이 가사를 쓴 곡이다. 루싸이트 토끼의 조예진이 피쳐링진으로 참여했다. 이 소품집에 실린 곡들 중 템포가 가장 빠르다. '미쓰라 진의 랩이 지루하다. 라임에만 치중해서 가사가 난해하다.' 라는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타블로의 래핑 역시 비트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1분 1초"와 함께 많은 이를 사로잡을 트랙이다. 타이틀곡으로 삼았어도 무리가 없었으리라 본다.


 "Harajuku Days"는 짧은 연주곡으로 허밍이 들어가있다. 타블로가 작곡한 곡이다. 하라주쿠 거리를 떠올리며 듣고 있는데, 많은 이가 빠르게 지나쳐가는 거리에서 혼자 벤치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연상된다. 유난히 쓸쓸한 곡이다. 
    

 "습관"은 미쓰라 진이 작곡한 곡으로 하동균이 피쳐링한 곡이다. 미쓰라 진이 작곡한 곡은 그동안의 앨범에 한 곡 정도씩 실렸었는데, 이번 곡을 들어보니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안정적이다. "습관"은 에픽하이의 곡으로는 드물게, 미쓰라의 벌스가 먼저 등장한다. 미쓰라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가사로 적은 것 같다. 하동균은 언제나처럼 멋진 보컬을 보여주고 있다. 워낙에 서로가 친분이 있어서인지, 타고난 것인지 곡을 잘 이해하고 부른다는 느낌이다. 애절한 표현이 좋다. 앞으로 하동균과 또 작업해도 좋을 것 같다.  


  "쉿" 역시 "Harajuku Days"와 같은 짧은 연주곡이다. 타블로의 곡으로,  자기 안에서 잠들지 않는 사랑에 대한 기억과 잡념들, 반복되는 그리움을 소리로 표현한 것 같다.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옮겨다니는 소리가 마음 속에 떠다니는 상념처럼 느껴졌다. 추상화가 떠올랐다. 어지러운 빛깔로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빙글빙글 맴도는 그 소리들처럼 기억도 잠재우고 싶었을까. 

 
  "1분 1초"는 타블로가 작곡하고 타블로와 미쓰라 진이 함께 가사를 쓴 곡으로, <Lovescream>의 타이틀곡이다. 후렴구가 중독적이다. 매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노래를 만들어내다니 놀라게 된다. 티저영상을 여러번 보아서인지 익숙한 곡인데, 노래 초반부에서 심장소리 같은 간헐적인 비트를 채워가는 타블로의 래핑이 인상적이다. 하품소리, 웃음소리 같은 작은 효과들까지 지나간 사랑의 흉터를 자꾸 아프게 한다. 자신의 경험담으로 가사를 써서, 녹음하고 작업하는 내내 힘들었다고 하더니, 내게도 그 가사가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부서지는 심장" 이라는 가사에서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안무가 있던데 그것마저 너무 슬프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옛사랑을 떠올리게 되겠지. (자주 꺼내다보면 그 기억은 힘을 잃을까, 아니면 더욱 강해질까.)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 흘리며 만들었으리라고 예상되는 노래라서...들을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투컷이 작곡한 "1825 (Paper Cranes)"라는 곡의 제목은 365 * 5 = 1825, 즉 데뷔 5년이 된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어제 있었던 새 앨범의 쇼케이스 현장에서 에픽하이는 5집 활동기간동안 진지하게 해체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해체를 의논하기로 한 자리에서, 결국은 음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다시 집에 와서 묵묵히 작업을 했다는 그들. 문제는 하나지만, 해답이 많아서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는 미쓰라 진의 가사처럼, 에픽하이의 앞날에 대한 고민과 그 무게가 느껴지는 곡이다. 1825의 뜻을 알았을 때, 이 곡이 지난 5년동안의 시간에 감사하는 곡일 줄 알았는데,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저, 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들이 좀 더 오래 음악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Lovescream>은 사랑에 대한 세 사람의 생각이 표현되어 있는 소박한 앨범이다. (가사에 참여하지 않는 투컷의 경우는 간접적으로 곡에서 유추해야하겠지만.) 트랙수도 적고, 재생시간도 짧다. 하지만 이전의 앨범들과 차별화된 주제와 접근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라도 이 앨범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또 언제 이런 "선물"을 받을지 알 수 없으니까.(여러 컷의 사진을 담아준 것도 아마 "선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가을, 이들이 이런 좋은 선물을 준비해줘서 참 기쁘다. 아끼며 들어야겠다.







저의 목소리가 노크를 할때 벽이 아닌 문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 타블로

재가 되기 전에 더 활활 타오르고 싶어 - DJ투컷

우리 모두가 음악앞에 순수한 , 녹지 않는 눈이 되었으면 합니다. - 미쓰라眞 







수록곡


01 . Butterfly Effect   
02 . Fallin'    (feat. 조예진 of 루싸이트 토끼)
03 . Harajuku Days   
04 . 습관 (feat. 하동균)  
05 . 쉿   
06 . 1분 1초  (feat. 타루)   
07 . 1825 (Paper Cranes)  

All music composed, arranged, and written by epik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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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이것이 영국 록의 진수” 런던 뒤흔든 ‘비바’ 함성 [중앙일보]

3년만에 4집 앨범 낸 콜드플레이 공연 대성황
발매 사흘만에 30만장 팔려
영국·미국서 연이어 1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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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투어 콘서트 전날 런던에서 열린 무료 콘서트 현장.

16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의 브릭스턴 아카데미. 낡고 붉은 벽돌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공연장이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자마자 골목 어귀에 있던 암표상들이 “콜드플레이 티켓 있느냐”며 말을 걸어왔다. 어느 누구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날 관객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앨범 발매 기념 무료콘서트에 초대된 행운아들이었다. 치열한 경쟁의 온라인 응모를 뚫고 귀한 티켓을 손에 쥔 이들이다. 3년 만에 나온 콜드플레이의 4집 앨범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 올 히스 프렌즈(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는 전작 ‘엑스 앤 와이(X & Y)’ 만큼이나 대박을 터뜨릴 조짐이다. 12일 발매 이후 사흘 만에 30만 장이 팔리며,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관객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섰다.

드디어 크리스 마틴을 비롯한 네 명의 멤버들이 무대에 올랐다. 5000여 명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마틴은 군복 스타일의 재킷을 입고, 오른쪽 팔에 완장 모양의 띠를 두르고 나타났다.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앨범 표지와 함께 각별한 상징성을 지닌 복장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콜드플레이는 1시간20분의 공연(총 16곡 연주)에서 초반 다섯 곡에 승부를 건 듯했다. 신보의 연주곡 ‘라이프 인 테크니컬러(Life In Technicolor)’로 포문을 연 뒤 ‘바이올렛 힐(Violet Hill)’, ‘클락스(Clocks)’, ‘인 마이 플레이스(In My Place)’,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를 불러 젖혔다. 신곡과 히트곡의 절묘한 배합이 관객의 심장을 두드렸다.

감성적 피아노 연주와 몽환적 가성의 마틴이 ‘클락스’를 객석에 뿌려댔다. 피아노 건반 앞에서 더욱 빛나는 남성 뮤지션은 엘튼 존뿐만이 아니었다. ‘바이올렛 힐’과 ‘비바 라 비다’는 라이브로 처음 연주된 신곡이지만, 관객들은 가사를 외우며, 마틴과 합창을 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대중이 얼마나 콜드플레이의 신보를 기다려 왔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공전의 히트곡 ‘인 마이 플레이스’를 연주할 때 마틴은 거의 노래하지 않았다. 관객들이 곡의 기타 리프에 맞춰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영국 국가를 합창하는 것 같은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분명 국보급 밴드에 대한 대중의 ‘경배’였다. 마이크를 객석으로 향해 놓고 합창을 음미하는 마틴의 얼굴은 희열로 가득 찼다.

마틴이 강한 영국 악센트로 인사말을 건넸다. “오늘 공연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는 이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당신이 질 것 같을 때 이 노래를 부르세요. 노래는 정의의 힘을 발휘합니다.” 이어진 곡은 새 앨범의 타이틀 곡 ‘비바 라 비다’. ‘비바(VIVA)’ 글자가 적힌 대형 걸개가 무대 위에서 내려올 때 객석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마틴은 자신의 에너지를 100% 이상 무대에 쏟아 부었다. 무릎 부상으로 공연이 힘들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무색하게 했다. 공연 도중에는 연주하던 기타를 객석으로 던지기도 했다.

이날 콜드플레이는 과장되거나 의도된 무대 매너로 관객을 즐겁게 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무대를 즐길 뿐이었다. 그들은 첫 번째 앙코르 무대에서 무대 조명을 끈 뒤 발코니로 올라가 서너 곡의 어쿠스틱 송을 연주했다. 어디서 노래가 흘러나오는지 영문을 모르던 관객들은 상황을 파악한 뒤 “크리스, 뛰어내려”라고 외치기도 했다.

마틴의 부인인 할리우드 스타 귀네스 팰트로가 두 아이(애플·모세스)와 함께 공연장에 왔다면, 혹시 그 발코니에서 남편의 공연을 보고 있지 않았을까. 옆에 있던 한 영국 기자에게 마틴의 가족이 이곳에 왔느냐고 물었다. 그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크다. 봤다는 사람도 있다”고 대답했다. 

런던=글·사진 정현목 기자


새 앨범 ‘비바 라 비다’는 …
추상적 가사에 아름다운 사운드 ‘절묘한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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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네 멤버. 왼쪽부터 크리스 마틴, 윌 챔피언, 존 버클랜드, 가이 베리먼.



콜드플레이의 새 앨범을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비바 라 비다’와 ‘바이올렛 힐’이 권력의 무상함과 권력자에 대한 분노를 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반 표지는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하지만 밴드는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베이시스트 가이 베리먼은 앨범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뿐, 음악에 정치적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담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리스 마틴은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앨범은 죽음에 대한 공포, 사랑, 그리고 권력자의 위선에 대한 분노에 대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새 앨범도 부당한 권력에 대한 분노에서 출발해 인간 존재의 보편적 조건을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마틴은 유난히 ‘자아(ego)’가 강한 아티스트다. 음악을 만들 때 그 에고의 칼날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린다. 그런 까닭인지 콜드플레이는 난해하고 추상적인 가사에 냉철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운드를 실어왔다. 특정 메시지를 강하게 주장하지도, 공감을 강요하지도 않지만, 그게 되레 듣는 이를 전율케 한다.

새 앨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더욱 서사적이고 공간감이 풍부한 사운드를 빚어냈다. 록밴드 유투(U2)의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가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아 유투의 분위기도 다소 느껴진다.

콜드플레이는 그간 ‘브릿 록’(영국 록)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라디오헤드와 자주 비견됐다. 2000년 데뷔작 ‘패러슈츠’에서 라디오헤드의 냄새가 풍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후속 앨범을 낼수록 서정적인 피아노 록에 기반한 자신만의 문법을 구축해갔다. 라디오헤드에 비해 좀 더 밝은 톤의 감성과 멜로디, 풍부한 표현력을 갖춰가고 있다. 이제는 자신들에게 영향을 줬던 라디오헤드와 다른 차원의 세계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2008.06.24 01:10 입력 / 2008.06.25 14:41 수정


기사출처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200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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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Viva La Vida에 대한 저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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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위에 담아온 기사에 대해 말하자면, 6월에 난 기사이니 꽤 오래되서 더이상 '신문(新聞)'이라고 할 수 없을 지경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굳이 이 기사를 스크랩해온 이유는, 이 기사 안의 두 문장 때문이었다. 라디오에서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자주 접하다가 뒤늦게 나도 팬이 되었는데, 이번 신곡인 Viva la Vida의 가사가 좀 어려웠다. 무슨 뜻일까 찾다보니 이 기사가 나왔고 중간 쯤에 있는 “당신이 질 것 같을 때 이 노래를 부르세요. 노래는 정의의 힘을 발휘합니다.”라는 Coldplay의 말에 금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어려울 것이 없었다. 이 곡은 삶의 과정에서 많은 '싸움'을 앞둔 많은 이에게 힘을 더해주려는 노래였다. 곡 전체에 흐르는 비장함을 띤 반복적인 현악기 소리라든지,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듯한 종소리를 듣고 있자면 전쟁터나 혁명의 한가운데라도 용기를 가득 안고 뛰어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곡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었다는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이해는 더 쉬워진다. 멕시코의 여류화가인 프리다칼로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화가였지만, 소아마비를 앓았고, 18세에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으며,  평생 32번의 수술을 해야했다. 말년에는 회저병으로 다리를 절단해야했으며, 47세에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 디에고 리베라는 여성편력이 심했고, 그녀는 건강때문에 아이도 낳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녀의 마지막 그림인 수박 정물화에 'viva la vida' 즉 "인생 만세"라는 문구를 적어뒀다고 한다.  나도 프리다 칼로에게 매료되어 여러권의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불행가운데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를 소유하고 있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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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은 불행 중에 꽃피고, 그래서 가치있고 강하다. 퇴락하여 역사의 뒤편으로 잊혀지는 권력자의 모습을 노래하는 Coldplay의 노래가사는 이런 맥락으로 살핀다면, 그리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있는 이 노래의 주인공이 역설적으로 "VIva La Vida" 를 외치는 모습이, 많은 이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Coldplay의 따뜻한 배려가 고맙다. 어리석은 일일지는 몰라도, 매순간 '희망'을 신뢰하는 나에게 이 노래는 멕시코의 더운 열기와 프리다칼로의 열정, 프랑스 혁명에 참여했던 민중들의 격정을 한 번에 전달해준다. 열정의 상징인 붉은색을 떠올리게 한다. 한 곡의 노래는 때로 절망에 빠져 숨을 끊으려는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다. 이 노래도 그런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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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올렸던 윤하에 대한 짧은 글에 내용을 추가해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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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가 한국에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기 전에, 우연히 한 신문기사를 통해 윤하를 알게 되었다. 노래를 들어보니 호감이 생겼고, 카페에 가입해서 일본 활동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할 정도로 호기심이 일었다. 그런데 한국 앨범에서는, 일본 싱글이나 앨범에서 보여줬던 맑은 감성이 제대로 드러나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우리나라곡 중 가장 멋지게, 가장 먼저 살려낸 게 토이 앨범의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이었다. 이 곡을 통해 윤하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발견"되었다.


 물론 한국에서 낸 앨범에도 시원한 가창력이나 퍼포먼스를 보여준 여러 곡들이 있었지만, 윤하 양의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대중성을 의식해서인지 가사 내용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거나하는 점들이 그동안 내심 아쉬웠다. 윤하가 노래를 못 한다거나 실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세심한 프로듀싱이 필요하지 않았나 아쉬웠다는 것이다. 일본 앨범의 발라드 곡들을 들으면서 '이건 정말 10대 소녀의 목소리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의 깊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감탄하곤 했는데 그걸 프로듀서 유희열 씨가 잘 짚어낸 것이다. 아주 좋은 타이밍에.


 에픽하이의 타블로도 토이 앨범에서 이 노래를 듣고, 아예 윤하 양에게 피쳐링 부탁할 것을 생각하고 "우산"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우산" 또한 토이 앨범에서 보여줬던 윤하의 "발견"을 더욱 극대화해준 곡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활동을 쉬는 동안 다른 이의 앨범에 피쳐링 참여를 하며 많은 성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번 앨범은 기대가 됐다. 그리고 윤하의 2집은 그런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특히 윤하가 절절한 가사를 살려내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인데, '기억'이나 '미워하다'의 경우 특히 이런 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어린 나이에, 이런 아픈 사랑을 경험해본 듯이 처절할 정도로 슬픈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처음으로 녹음 작업을 하다가 힘들어서 울어봤다는 그녀의 말도 이쯤되면 이해가 된다.


  슬픈 감성 외에도, '빗소리'의 1절 가사는 정말 듣는 사람까지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가사의 감정을 잘 살려냈다. "비오는 거릴 걷다 수줍은 웃음이 나/ 비좁은 우산 속에 너와 내 모습/ 참 이상하지? 비오는 날이 좋아졌어/ 지금 내 옆에 널 만나" 이 부분을 듣고 있자면, 정말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녀의 수줍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작은 웃음소리마저 들려오는 것 같다. 'Strawberry Days'도 이런 감정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은데, 반짝반짝 상큼하고, 맑은 아침을 눈 앞에 그려지게 한다.


  기존에 윤하가 보여줬던 피아노락이나 팝 발라드 외에도, 일렉트로니카나 재즈 느낌의 곡까지. 이번 앨범은 꽤나 여러 장르의 음악을 담고 있는데 신기할 정도로 이 모두가 윤하와 잘 어울린다. 솔직하고 담백한 목소리이면서도, 윤하는 자기 자신을 여러 장르에 어울리는 악기로 활용할 줄을 안다. 하나의 틀 안에 갖히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긴, 아직은 많은 가능성을 가진 나이이기도 하다.


  그녀는 대중에게 자신의 어린 나이와 귀여움으로 호소하려는 생각이 전혀없다. 쇼프로를 종횡무진하기보다는 가수로서 자신이 해야할 일에 충실한 모습은 칭찬할 만하다. 윤하는 오직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심많은 뮤지션이다. 원래 윤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호의어린 것이긴 했지만, 이번 2집 앨범을 통해 윤하는 확실히 한 단계 진보했다. 맑고 투명한 감성, 강하고 씩씩한 기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길어올린 듯한 슬픔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이 나이 또래의 가수는, 윤하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앨범을 듣고 있자면, 그녀의 수고와 노력이 보인다. 무엇보다 오래도록 지켜볼만한 좋은 뮤지션이 되어가고 있는 윤하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윤하도 알고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자신이 자신의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는 것을. 앞으로도 그녀의 성장은 계속 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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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잘 듣고 있는 다이나믹 듀오 앨범에 대한 리뷰를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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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한국의 힙합씬에서 뚜렷한 역할을 일임하고 있는 다이나믹 듀오의 새 앨범이 나왔다. 수많은 젊은 랩퍼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지만, 다이나믹 듀오는 여전히 존경받는 선배 MC로서, 많은 리스너에게 환영받는 MC로서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이나믹 듀오가 가진 뚜렷한 색깔을 대체할 만한 MC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다이나믹 듀오의 컴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알만한 이야기지만, 이번 4집 앨범은 애초에 3천장의 한정판 앨범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많은 리스너들이 다이나믹 듀오의  한정판 앨범을 소유하기 위해 며칠 간을 잠복하며 기다렸고, 덕분에 단시간에 예약 물량이 바닥이 났을 뿐 아니라 힙합 플레이야 사이트에서 자신들에게 할당된 물량보다 너무 많은 물량을 예약 받아 큰 혼란이 야기되었다. 결국 3천장을 더 발매하게 된 것에 대해 이래저래 말이 많았지만, 이러한 모든 일들이 다이나믹 듀오의 4집 앨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대신 할 것이다.


  존경과 인정, 그리고 인기는 당연히 그들의 음악에서 기인한다. 그간의 앨범들에 대한 리스너들의 호불호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들은 주목할 만한, 기대할 만한 그룹으로 분류된다. 위트와 풍자가 적당히 버무려진 매콤한 가사와 코끝을 찡하게 하는 사람냄새 나는 구수한 가사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골계미'의 측면에서 두사람의 가사는 더욱 빛난다. 경험과 관록을 갖춘 이들은 '뼈있는 소리'를 '재미있게, 장난스럽게' 건네는 노련함을 가졌다. 물론 이들의 목소리가 가진 개성, 훌륭한 가사 전달력, 귀에 착 달라붙는 라임과 플로우 등도 이러한 가사에 맞춤한 듯 꼭 맞는다. "알아듣기 힘든 가사/ 아무리 들어도 내 귀에는 빵상 / 사람들이 가사책 안 보고 감상할 때까지 연습해 그 전까지는 손빨아"(Trust me 中)라는 가사를 자신있게 써도 되겠다 싶은 연습량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힙합이랑 결혼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너는 혼인빙자간음'(길을 막지마 中)이라는 가사는 얼마나 귀에 쏙 들어오며 한 번에 이해되는가? "너란 깜깜한 감옥에서 출소/ 세상아 내게 두부를 줘"(solo 中), "침대는 과학/ 우리는 love scientist"(해변의 걸 中) 라는 가사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사랑 노래의 가사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일상어에 가까운 가사,  쉬우면서도 신선하고 낯선 비유와 직유를 함유한 가사. 그러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라며 공감할 만한 가사를 쓰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이나믹 듀오는 이 부분에서 자신들의 특출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령층을 만족시킬 만한 가사를 준비해두었다.  


 다이나믹 듀오와 마찬가지로 오버에서 활동하면서도 리스너들 사이에서 일정한 인정을 받고 있는 에픽하이와 비교해본다면, 이들의 가사가 가진 특징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에픽하이의 가사가 문학적인 아름다움과 비극적 감수성을 특징으로 한다면, 다이나믹 듀오의 가사는 보다 흥겹고, 장난스럽다. 직설적이며 솔직하다. 그러므로, 힙합이라는 같은 장르 안에 속해있지만, 두 그룹이 점유하고 있는 위치도, 팬들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바도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아직도 다이나믹 듀오는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이번 4집 앨범을 통해 다이나믹 듀오는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전자음을 많이 도입했고, 피쳐링진의 성격도 조금은 달라졌다. 이들은 박진영, 김범수, 알렉스, J 등 의외의 수를 두었다. 이전의 앨범들의 피쳐링 진과 비한다면 더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것을 피쳐링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supreme team, Ra.D, 0CD, SEAN2SLOW의 피쳐링으로 기존 리스너들의 욕구에도 충실히 부응하려한 것도 보인다. 사랑 노래를 많이 담은 것도 이전 앨범에 비하면 조금 달라진 부분이다. 특히 김범수와 함께한 "good love"는 다이나믹 듀오가 이렇게까지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DJ DOC의 감성적인 곡으로 "비애"를 꼽는 것처럼 다이나믹 듀오에게는 "Good love"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코와 최자는 이번 앨범 활동이 끝나면 내년 초에 군에 입대하게 된다. 아마도 2년간의 공백기를 메워줄만한 강력한 한 수를 내놓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욕심이 여실히 느껴지는 음반이다. 이번 앨범에서 시도했던 다양한 변화들이 군 제대 후에 다시 만나게 될 그들의 5집에 어떤 식으로 나타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만 할테지만 Last days, '최후의 날들' 이라는 각오로 낸 다이나믹 듀오의 4집 앨범이 그 2년을 충분히 달래줄 것 같다.



 

by. poise


 


헉;; 다음 메인의 카페/블로그 영역에 제 글이 소개됐네요.
티스토리 메인은 가본 적 있었지만;;; 다음에서 소개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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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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