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앨범 커버. 1집의 분위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렌카의 1집이 DVD가 포함된 버전으로 다시 나왔다. (이런 버전이 나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 있고, 초판본에 의미를 두는 게 아니라면 나중에 사는 게 이득인 것 같다. 제이슨 므라즈도 몇번이나 리패키지 되어서 나왔던가. ㄷㄷ) 

 CD

01. The Show
02. Bring Me Down
03. Skipalong
04. Don't Let Me Fall
05. Anything I'm Not
06. Knock Knock
07. Dangerous And Sweet
08. Trouble Is A Friend
09. Live Like You're Dying
10. Like A Song
11. We Will Not Grow Old
 DVD

01. All My Bells Are Ringing : Audio
02. Trouble Is A Friend (RAC Maury Remix) : Audio
03. Don't Let Me Fall (The Glass Rem Remix) : Audio
04. The Show (New) : Video
05. The Show (Original) ; Video
06. Trouble Is A Friend (Original) : Video
07. Don't Let Me Fall (Woodstock Video) : Video
08. Lenka In Montreal Working On The Album : Video
스페셜 에디션 버전의 CD와 DVD의 구성


  처음 라디오에서 "The Show"를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낭랑하고 보들보들한 목소리와 밝은 멜로디는 Mocca를 떠올리게 했다. 찾아보니 앨범 커버도 무척이나 산뜻해서 10대 후반, 아니면 20대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왠걸, 렌카는 1978년생으로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30대의 여가수였던 것이다. 절로 "저 나이에 이 목소리는 사기야~~!!!!"를 외칠 수 밖에. 그녀는 사실 호주에서는 유명한 TV 스타라고 한다. 8살에 TV 드라마의 연기자로 데뷔해서 활동해왔고 1992년에야 음악에 심취하게 됐다고. 



 

 섹시함과 도도함이 균형잡혀 묘한 분위기를 지닌 얼굴에, 게다가 그 목소리는 얼마나 개성적이던지. 한 번 들은 "The Show"가 TV의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BGM으로 잠시 흘러나올 때 나는 정확히 이 노래의 제목과 가수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제목과 이름이 짧다는 것도(;;) 어느 정도 기여했겠지만, 이렇게 금새 가수와 곡의 제목을 기억하는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실력이라고 해야할지, 매력이라고 해야할지, 마력이라고 해야할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런 면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매력을 알아본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제 1집 음반이 나온 렌카가 일본의 대표적 락페스티벌인 서머소닉의 무대(세컨드 무대였지만)에 섰다. 비록 올해는 지산 락페스티벌과 세력다툼을 하느라 그 위상이 좀 손상되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펜타포트 무대에도 렌카가 올랐다. (그녀는 이 밖에 우리나라에서 <EBS 스페이스 공감>에도 출연했다고.) 게다가  CF의 배경음악이 되기도 했으니 어느새 그녀의 목소리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차원으로 등극하고 있다. 



 렌카의 매력은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무대에서도 돋보인다.  평범한 것을 싫어하는 듯, 독특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어른의 모습으로 소녀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귀여운 목소리로 인생을 관통하는 자조적인 가사를 노래하는 것은 분명 뭔가 부조화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렌카여서일까? 오히려 그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The Show의 라이브 무대.
음반으로만 듣다가 무대를 보니 신선했다. 키보드를 치면서 노래한다. 
그녀는 피아노, 펑커션 등 여러가지 악기를 다룰 수 있다고 한다.



The Show (Origina Version)
 
뮤직비디오는 렌카가 등장하는 Original 버전과 애니메이션(?) 이미지만 등장하는 버전, 미국 드라마 <어글리 베티>와 함께 편집된 버전으로 총 세가지 버전이 있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 버전이 마음에 든다. 이유는...귀여워서!
 
 
 타이틀곡 때문에 렌카가 달달하고 가벼운 노래만 부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오히려 우울한 주제를 다룬 곡들이 많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 'The Show',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다룬 'Anithing I'm Not'이나 삶 속의 골치아픈 문제들에 대해 노래하는 'Trouble Is A Friend', 쉽게 하는 말들에 상처받는다는 내용의 'Dangerous And Sweet',  이별을 노래하는 'Bring Me Down'과 'Like A Song'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렌카는 그것들을 낙천적으로 바라보고 긍정한다. 그래서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고민은 날아가고, 힘이 생긴다. 렌카처럼 다소 엉뚱발랄하게, 소녀처럼 순수하게 모든 일에 기뻐하고 희망을 품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음반이 많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않았나 싶다.
 
 
 
 
 모든 트랙이 기대이상이었다. "The Show" 한 곡만 알고 있다면, 그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음반을 통해 그녀를 만나본다면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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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os> 앨범을 이미 구입했었는데 마침 위드블로그에서 또 한 장을 받았다.
CD를 받은 이상, 리뷰를 써야한다.
위드블로그에서 리뷰어로 선정되면,
타임 리밋이 있기 때문에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ㅎㅎ



글은 리뷰블로그에 쓴 것을 링크한 것.

http://thedreamers.tistory.com/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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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01. Soulport
02. Diving
03. Wake Up
04. 사진기 Feat. lady Jane
05. 불면제 (Produced by Kebee, Loptimist)
06. 화가, 나 Feat. 넋업샨, Loptimist, Jinbo
07. Go Space Feat. Soulman
08.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 Feat. Tablo
09. Goodbye Boy Feat. Minos
10. 그림자
11. Where Is The Claps? Feat. 샛별
12. 인사 Feat. Junggigo
13. Still Shining Feat. The Quiett, D.C
14. 이 별에서 이별까지


 

 [The Passage],  키비의 세번째 앨범이다. 키비는 3월에 발매됐던 에픽하이의 북앨범 [Map the soul]의 "8 by 8"에 피쳐링 참여를 했었는데, 그 곡에서 자신의 벌스 마지막을 "나에게 소식 있다면 키비 3집 발매임박"이라는 가사로 장식한 바있다. 2집 이후 근 1년 반동안 그를 기다려온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일 수 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메시지를 아름답게 엮어내어 가사를 쓸 수 있다는 것은 힙합 뮤지션의 큰 자산이다. 나 또한 처음 힙합의 매력을 느낀 것은 가사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키비를 알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힙합 플레이야에서 '가사가 좋은 힙합 앨범'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키비의 앨범은 꼭 그 추천 목록에 포함이 되곤 했기 때문에 눈여겨 보았던 것이다. 특히 1집의 "양치기 소년"이나 "자취 일기", 2집의 "백설공주"와  "잃어버린 아이들의 숲", 그밖에 "고3 후기"나 "소년을 위로해줘" 같은 곡들.


 하지만, 이제는 그는 소년이 아닌 자신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필연적으로 '소년의 감성'이라고 일컫던 부분은 어느 정도는 변화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 대해 리스너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퇴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 단정하긴 이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3집의 인트로 트랙 'soulport'가 꽤 마음에 들었는데 드럼 비트 위를 배경으로 울리는 어쿠스틱 기타의 음색은 (드럼이 좀 강한 것만 빼면) 모던 락 앨범의 인트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두번째 곡부터는 제대로 힙합음악의 색이 나타나지만. ^^ 이런 트랙들이라면 인스트루먼트 음반으로 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4번 트랙 '사진기'는 비트와 가사, 피쳐링 모두가 지루하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데모곡을 잘못 실은 거 같은;;)


 변화가 느껴지는 곡은 5번 트랙 '불면제'였다. 2~4번 트랙에서 얌전한 스타일의 랩핑을 보여줬다면 이 곡에서는 스피드가 느껴진다. 샛별이라는 분이 피쳐링을 맡았는데, 목소리도 좋고 곡과 잘 어울렸다. 곡의 내용은 이별한 후 꿈에 나타나는 연인을 만나는 것이 힘들어 영원히 잠들지 않는 '불면제'라는 것이 있다면 먹고 싶다는 것. 잊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괴로운 심정과 랩핑 스타일이 잘 어울렸다고 본다. 이곡의 비트는 키비와 랍티미스트의 솜씨인데 아름답고 지루하지 않다.

 
 'Go space'는 경쾌한 비트에 욕망으로 구역질나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자고 비아냥대는 - 사실 실제로 우주로 갈 수는 없으니까;; - 가사가 조금은 유쾌하게 느껴진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곡이 타이틀곡이었다. 물론 우주를 배경으로 한 앨범 자켓을 염두에 두면 이 곡이 타이틀곡이라는 건 당연하지만...일반 대중에게 어필하긴 힘들 것 같다. (애초에 여성 보컬이 있는 힙합곡에만 익숙한 게 문제지만;;) 오히려 '불면제' 쪽이 타이틀곡으로는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는 평소 좋아하던 Tablo의 피쳐링 때문에 더 기대했던 곡이었는데 기대보다는 평이했다. 그래도 무브먼트와 소울컴퍼니의 교류는 흔한 일은 아니니까 거기에 의미를 둘 수는 있겠다. 


 오히려 이 앨범에서 의미 있는 트랙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타이틀 곡 보다도 역시 'Goodbye boy'를 꼽고 싶다. 3집에 이르러 스스로를 돌아보며 '더이상 나는 어리지 않잖아. 누구나 어른이 되잖아'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현주소를 알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안다는 사실은 분명 중요한 것이니까. 그런 점에서 이 곡은 그 어떤 인터뷰보다 확실한 의사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 트랙 '이별에서 이 별까지'는 인스트루먼트 곡이다. 사이버틱한(한국어로 하자면 '우주적인') 사운드를 배치한 것이 인상적이다. 1번 트랙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아마 '출발'과 '도착'의 의미인 것 같다. Passage는 '통행', '이주'의 뜻을 지닌다. 이번 앨범을 통해 키비는 자신의 세계가 좀 더 넓고 풍부해졌음을 보여주고 싶어한 것 같다. 사운드에 들인 공이 느껴진다. 다만 랩 스타일은 1, 2집과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앨범이 구태의연한 동어반복처럼 느껴진다면 이것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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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블로그에서 음반 리뷰어를 모집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 처음으로 신청했다가 운 좋게 리뷰어로 선정되었다. ^-^ 그동안 위드블로그에서 제공되던 음반에 비하면 그나마 알고 있는 뮤지션이었기 때문에 신청을 했었다. 내가 평소 J-pop을 즐겨듣는 편이 아닌데도, 시미즈 쇼타를 알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음악잡지 프라우드의 2009년 1월호 덕이었다.



 비록 긴 페이지를 할애한 것은 아니지만, "김이환의 스페셜 etc"라는 코너에서 "음악이 아닌 상업적 논리에서 이 음반을 사야할 한 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짧게 시미즈 쇼타의 음반이 소개되어있던 것이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잡지에 실린 글의 제목만 보면 다소 자극적이지만 "정말로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되는 음반에 한해서 왜 이 음반을 사야만 하는지, 오로지 경제적인 가치에서만 생각해보았다." 는 말인 즉, 이렇게까지 홍보할테니 좋은 음악이 담긴 앨범은 좀 사자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김이환 씨가  꼽은 사도 절대 돈이 아깝지 않을 음반 7장 중 하나가 바로 시미즈 쇼타였다. (불행히도, 디카를 남동생이 쓴다고 가져가 버려서;; 핸드폰 사진으로만 찍었더니 화질이 조악하다;;) 시미즈 쇼타의 음반을 두고는 이 잡지에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일본의 니요? 미래의 히라이 켄? 몸값 올라가기 전에 알아두면 나중에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걸?" (프라우드 1월호, 김이환)

 솔직히 말하자면 이 문구에 혹해서 나도 나중에 소위 "아는 척" 좀 해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몇 곡을 들어보고,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10대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면 어디까지 신뢰를 해야할지 들어보기 전에도, 들어본 후에도 결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괜한 의심이 스며들기도 하고, 그도 그럴 것이 저런 자극적인 문구를 달고 나오는 가수들에게 우리는 또 얼마나 속았었던가. (따져보면, 시미즈 쇼타는 1989년 생이고 2008년에 첫 앨범이 나왔으니 우리나라 식으로 나이를 세면 20대에 데뷔한 거지만.)


 하지만 역시 평론가의 후한 평가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라서, 음반에 호의를 가지고 접근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 1집 앨범의 타이틀곡 "Home"은, 10대 남성 싱어송라이터로서는 처음으로 오리콘 차트에서 5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가 이 기록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곡의 가사때문이었다. (한국 라이센스반에는 가사해석집이 패키지에 첨부되어 있다.) "Home" 은 꿈을 가지고 고향에서 잘난 척하며 뛰쳐나왔지만, 내가 얼마나 약한지 알게 되었고,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돌아가겠다는 가사의 노래이다. 흔히 사랑 노래만이 차트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가요 순위때문인지 좀 독특해보였다. 사랑 노래가 많은 것은 아마 일본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이런 진지한 가사로 대중음악계에 접근해 오리콘 차트에까지 오른 것을 보면 시미즈 쇼타의 실력과 진심을 이미 일본에서 인정했다는 뜻이 아닐까?


 결국 이 음반은 이미 검증된 음반이다. 13곡의 수록곡에서는 아마추어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많이 준비하고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임하는 뮤지션의 자세가 느껴진다. 10대 싱어송 라이터라고 하기에 무심코 예상했던 어린 아이의 목소리도 아니다. 그는 R&B 소울에 적합한 목소리를 지녔고, 표현력도 뛰어나다. 흑인 R&B 소울 가수와는 다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목소리다.


13개의 트랙은 일관성을 잃지 않고 있다. 어떤 가수는 자신의 앨범을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로 만들곤 한다. 새로운 도전은 팬에게도, 가수에게도 즐거운 일이지만, 요즘같이 음악 시장이 빠르게 급변하는 시점에서는 다만 그 중 어느 한 곡이라도 대중들의 귀에 "얻어 걸리길"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흐름 가운데, 시미즈 쇼타는 오히려 한 가지 장르로 음반을 채움으로써, 데뷔앨범에서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 같다. 같은 장르의 곡 13곡을 불러도 앨범을 듣는 사람이 내내 주의를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했을 시도다.


 요즘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소위 "후크송"을 방송 매체에서 듣는 것 외에는 피하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에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새 귀가 그런 자극적인 음악에 적응이 되었던 모양이다. 처음에 이 음반을 들을 때는 첫곡부터 끝곡까지 듣는 것이 그리 즐겁지가 않았다. 같은 장르의 곡이 연속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떤 곡이 어떤 곡인지 구분도 되지 않았고, 귀에 확 꽂히지가 않아 지루하다고 생각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더 빠져드는 음반이다. 여러번 반복 청취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일본어 가사라 잘 못 알아듣고 있지만, 그래도 음악은 만국공통이니까.ㅎㅎ


 이 앨범이 첫 앨범이라니, 시미즈 쇼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아무래도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리스트에 이름을 하나 추가해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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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5집 <Pieces, Part one>

- 대서사에서 소서사로,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는 시간


 에픽하이는 소위 말해 “뜬” 이후로 온갖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마음껏 망가지고, 특출한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겨왔다. 하지만 에픽하이의 음악은 장난끼를 걷어낸 그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예능프로에서 그들을 보며 웃었던 10대 소녀도, 까다로운 취향을 자랑하는 힙합 리스너들도 그들의 음반이 나오기를 날짜를 세며 기다린다. ‘예전이 훨씬 낫다’라고 비판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잘 만든 1집 앨범은 어떤 의미로는 뮤지션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 언더 그라운드 힙합씬에서 인정받았던 1집 앨범 이후, 에픽하이는 언제나 ‘변질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언더에서 오버로 자리 옮김하는 뮤지션에게는 늘상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 말이기도 하지만, 에픽하이는 그런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더 철저히 무장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3집부터는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스하기 시작했고, 샘플링 작법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07년에 내놓았던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은 꽉찬 2CD로 세상에 나왔고, 예전이 좋다고 말했던 까칠한 힙합 리스너들에게 드디어 그들 세 사람만의 음악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5집 앨범은 어떤가? 

 


 이 앨범은 그동안의 앨범이 지니고 있던 방향성과는 좀 다르다. 확실히 튄다. 1집 <Map Of The Human Soul>에서부터, 2집 <High Society>,  3집 <Swan Songs>,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앨범은 제법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었고, 그에 어울리게 넓은 시선과 다양한 상상력을 담고 있었다.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자살한 뮤지션을 추억하기도 하고, 자신들을 욕하는 사람들의 뒷담화를 하기도 했으며, 피해망상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다루기도 했다. 

 


 5집은 그동안의 ‘대서사’에 비하면 ‘소서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 <Pieces, part one>이라는 앨범 제목이 말하고 있는 그대로이다. 사회에 대한 비판은 ‘breakdown' 한 곡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대신 자기 자신과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늘었다. 'be'와 '낙화‘는 타블로, 'decalcomanie'는 미쓰라, '20fingers'는 투컷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다.  ‘연필깎이’와 ‘eight by eight’, ‘the future'는 힙합에 대한 자신들의 신념과 의지를 보여준다. 주변 지인들의 자살과 사고를 목격하면서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One'과 'ignition',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담은 ‘당신의 조각들’, 이별의 슬픔을 담은 ‘우산’까지. 이 앨범은 철저하게 소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데뷔 5년, 크고 원대한 이상을 좇아 쉬지 않았던 에픽하이는 이 앨범을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미처 돌보지 못했던 자신과 주변을 비로소 돌아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내왔던 일련의 앨범들의 흐름을 잠깐 멈추면서까지. 그건 어쩌면 그동안의 작업에 대한 염증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창조의 영감을 얻기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의미일 수도 있다. 아마 그들에게 이 앨범은 각별한 의미일 것이다. 비록 그전까지의 에픽하이에게 익숙했던 리스너들은 갑자기 소서사로 변한 가사에 의아함을 느끼고, ‘팝’과 ‘락’의 색채가 더 강해진 곡들을 듣고 ‘아! 옛날이여!’를 외치겠지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픽하이는 그들의 길을 갈 것이다. 언제는 그들이 남의 말을 들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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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5집 리뷰를 쓴 적이 없다는 것이 생각나서;;-_-;;;
새 음반 나오기 전에 써본 뒤늦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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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초까지만 해도, 내가 락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었다. 전까지는 힙합이나 R&B를 좋아했었고, 동생이 자주 듣고 카피하던 우리나라 몇몇 락밴드들의 음악이 별로 흥미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은 지금도 락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밴드는 나와 좀 다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칭송(?)해마지않는 라디오헤드의 음반이 궁금해졌고 라디오헤드의 "R"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들이 다 명반이라고 하더라는 단순한 이유로 음반을 구매했다.

 
 기대에 차서 처음 음반을 들었을 때, 기대와는 달리 '엥? 이게 뭐야?'하는 다소 김빠진 느낌이 들었었다. 묘하고 이상했을 뿐이었다. 그때는 이 음반이 왜 명반이라는 칭호를 얻었는지도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귀에 익숙치 않은 음악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하긴, 라디오헤드의 팬들도 이 3집 앨범이 나왔을 당시에 바뀐 음악 때문에 놀랐었다고 할 정도니까. 아무튼 그대로 이 음반은 진열장에 '진열'되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라디오헤드의 곡들이 점차 좋다고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 곡들이 대부분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임을 알았다. 그래서 최근에 다시 이 음반을 꺼내게 된 것이다. 그간 익숙해진 곡들도 있고 하니, 전보단 좀 더 들을 수 있겠지 하고.

 그랬더니....맙소사!! 내가 이걸 아직까지 제대로 안 들었던게 엄청나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평생 들을 음악이라는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이건 정말로, 버릴 트랙이 없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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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악기 소리는 단연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인데,
데파페페는 내가 좋아하는 딱 그런 기타소리를 들려준다.

 
기타로 만들 수 있는 음악도 다양하지만,
데파페페는 그 중에서도 주로 유쾌하고 밝은 느낌의 곡을 전해준다.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청량하고 맑은 기분 좋은 이들의 음악은
아침에 일어나 눈뜰 때 듣고 싶은 음악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슬픔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한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 드라이브라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 잘 될 거야."라는 자기 암시를 걸기에 충분한 음악.
데파페페라는 기타 듀오는 그런 기쁨과 희망을 이 음반에 가득 담아둔 것 같다.

 

"자~~!! 출~발!" 이라는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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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고두고 생각나는 노래'가 명반의 기준이라면, 이 음반은 '명반'으로 분류해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음반이 출시되었을 때,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이 음반은 19세미만 청취불가 판정을 받은 음반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이 음반을 들은 영향으로 불량 청소년이 된 것도 아니요, 말끝마다 욕을 지껄이는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니 '19세미만 청취불가'라는 판정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좀 의구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DJ DOC의 앨범이 진한 반항의 색을 띄고 있는 것은 언제나 그랬지만, 특히 5집에서 그런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속시원하게 퍼부어대는 음반을 처음 들어봤던 그 때,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요. 금지된 비속어와 욕설이 가사의 태반을 차지하는 'L.I.E.'나 '포조리'같은 노래들을 들으며 '아, 노래에서 이런 종류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노래방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면 친구들이 의아하게 쳐다보기도 했어요. 어찌됐건 모범생 축에 끼는 제가 이런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에요.

 그런가하면 '기다리고 있어'나 '비애', '사랑을 아직도 난' 같은 곡은 '반항아'의 색을 쏙 뺀, 아주 멋진 사랑 노래에요. 이들에게 이런 감성이 있구나 싶어 놀랐던 곡들이구요. 2000년에 나왔던 이 앨범에 실린 노래들이 2008년 지금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는 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찾아보니 당시 60만장이 판매되었다고 하네요.) 전 비가 내리는 날은 '비애'라는 노래가 아직도 떠올라요.  이 앨범이 이런 사랑 노래를 많이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힙합팬들에게 사랑받았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좀 놀랍기도 한데요. 요새는 힙합하는 사람이 사랑노래를 부르면 '뭐하는 짓이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왕왕 있으니까요.(;;) 그래도 결국 곡이 좋으면 인정받는 거겠지요. 

  당시에 테이프로 사서, 정말 늘어날 만큼 많이 들었던 이 앨범이 문득 문득 생각나서, 얼마전 CD로 다시 구매했습니다. 좋은 앨범이에요. 요즘은 예능 프로에서 DJ DOC 멤버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예전에 비해서 많이 행동이나 말투가 유연해진 느낌입니다만, 이 앨범을 들으면 그분들도 옛모습을 만나보실 수 있으실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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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에서 '앵콜요청금지'를 처음 들었을 때, 심장이 아래로 툭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 밴드의 이름을 처음 듣고 사실 좀 웃었었다. 노래 제목도 '앵콜요청금지'라니. 유머가 있는 밴드라고 생각했다. 펑크밴드인가하는 예상도 했었다. 그런데 노래에는 그런 장난기가 없었다. 기교 없이 부르는 노래, 화려한 수식 없는 노랫말, 복잡하지 않은 멜로디들이 귀와 마음을 더 빼앗아버렸다. 오히려 단순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단순함은 대학시절의 열정같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안되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만' 아마 앵콜을 요청하지 말아달라는 이 노랫말에서, 자신의 끝나버린 사랑을 떠올린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속성. 지나고 나면 끝이 확실하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 이런저런 추억이 떠올라 쓸쓸해지고 말았다.

 '앵콜요청금지'가 실려있던 이들의 EP앨범 이후로 긴 시간이 흘러 드디어 1집이 나왔다. 1집의 타이틀곡은 '보편적인 노래'이다. 사랑노래이고, 아주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가사도 이렇다. '보편적인 노래를 너에게 주고 싶어 이건 너무나 평범해서 더 뻔한 노래' 그렇다. 사실, 평범하고 뻔한 사랑 노래처럼 오래 기억되는 것도 없다.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그런 사랑으로 오래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노래이고, 사랑이 끝난 자리에 빈 손으로 서서 부를 법한 노래다. 피아노와 기타가 딱 필요한 만큼의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있다.

 1집 앨범이고, 이들의 앨범이 대체적으로 '아마추어리즘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노래에서 이지형이나 언니네 이발관이 떠오르기도 한다. 앨범이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밴드 멤버들의 사정으로 활동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들었다. (무기한 활동 중단 상태라고 한다.) 대부분의 멤버가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회사원)이라고 하니 그럴 법도 하다. 하긴 EP 앨범을 냈을 때도, 신촌과 홍대의 단 두 곳에서만 레코드를 판매했지만 이런 구석진 동네에 사는 나에게까지 소문이 났던 걸 생각하면 이들에게 활동을 하고 안 하고가 뭐 대수랴 싶긴 하다. 중요한 것은 2008년이 가기 전에 좋은 앨범이 또 하나 나왔다는 것이다.



p.s.
1. 여담이지만...밴드 이름 후보작으로 "저 여자 눈 좀 봐", "엄마 쟤 흙먹어"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후후 

2. 김작가 님의 블로그에서 '보편적인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쓴 것보다 훨씬 나은 리뷰이니 읽어들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
http://zakka.egloos.com/4008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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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scream : music for lovers and hartbreakers


 에픽하이는 참 묘한 그룹이다. 지나칠 수 밖에 없을 것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음악으로 가사로 만들어 낸다. 그런 디테일한 감성이 어느 틈에 듣는 이의 마음을 허물고야 만다. 격의없게 다가오는 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만든다.  이번 소품집의 리뷰를 적어보고자 하는데, 아무래도 그다지 객관적이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그들의 팬이기 때문에.


 에픽하이는 이번 소품집에서 기존의 에픽하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예고했었다. 분홍색의 앨범 자켓만 보아도, 이전의 에픽하이의 앨범과는 다르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그간의 앨범들이 검은색, 흰색, 갈색톤의 자켓이었던 것과는 상반된다.부클릿 첫장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깨끗한 종이 한장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라고. 팬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것 이상으로,  자신들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뭔가가 필요한 시기였던 모양이라고 추측해본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전자음보다 아날로그 사운드를 위주로 하고 있고, 사랑에 대한 기억을 소박한 가사에 담고 있다. 작고 아름다운 앨범이다. 이들은 사랑이 아름답기만 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사랑은 때론 지루하고, 결국엔 끝이 나고, 되돌릴 수 없어 고통스럽다. 사전에 없는 단어, "lovescream"이란 단어를 굳이 만들어 낸 것도 때때로 너무나 고통스러워 절규하고 싶은 그 심정을 담아낸 것이리라.


  "Butterfly Effect"는 타블로가 작사작곡을 한 곡으로 사랑에 대한 타블로의 생각을 영어가사로 들을 수 있다. 가사로 미루어볼 때, 그는 사랑을 "죄"라고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겠지만 사랑의 양면성을 생각해보게하는 가사가 좋았다.


 두번째 트랙은 "Fallin' "으로 투컷이 작곡하고  타블로와 미쓰라진이 가사를 쓴 곡이다. 루싸이트 토끼의 조예진이 피쳐링진으로 참여했다. 이 소품집에 실린 곡들 중 템포가 가장 빠르다. '미쓰라 진의 랩이 지루하다. 라임에만 치중해서 가사가 난해하다.' 라는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타블로의 래핑 역시 비트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1분 1초"와 함께 많은 이를 사로잡을 트랙이다. 타이틀곡으로 삼았어도 무리가 없었으리라 본다.


 "Harajuku Days"는 짧은 연주곡으로 허밍이 들어가있다. 타블로가 작곡한 곡이다. 하라주쿠 거리를 떠올리며 듣고 있는데, 많은 이가 빠르게 지나쳐가는 거리에서 혼자 벤치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연상된다. 유난히 쓸쓸한 곡이다. 
    

 "습관"은 미쓰라 진이 작곡한 곡으로 하동균이 피쳐링한 곡이다. 미쓰라 진이 작곡한 곡은 그동안의 앨범에 한 곡 정도씩 실렸었는데, 이번 곡을 들어보니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안정적이다. "습관"은 에픽하이의 곡으로는 드물게, 미쓰라의 벌스가 먼저 등장한다. 미쓰라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가사로 적은 것 같다. 하동균은 언제나처럼 멋진 보컬을 보여주고 있다. 워낙에 서로가 친분이 있어서인지, 타고난 것인지 곡을 잘 이해하고 부른다는 느낌이다. 애절한 표현이 좋다. 앞으로 하동균과 또 작업해도 좋을 것 같다.  


  "쉿" 역시 "Harajuku Days"와 같은 짧은 연주곡이다. 타블로의 곡으로,  자기 안에서 잠들지 않는 사랑에 대한 기억과 잡념들, 반복되는 그리움을 소리로 표현한 것 같다.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옮겨다니는 소리가 마음 속에 떠다니는 상념처럼 느껴졌다. 추상화가 떠올랐다. 어지러운 빛깔로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빙글빙글 맴도는 그 소리들처럼 기억도 잠재우고 싶었을까. 

 
  "1분 1초"는 타블로가 작곡하고 타블로와 미쓰라 진이 함께 가사를 쓴 곡으로, <Lovescream>의 타이틀곡이다. 후렴구가 중독적이다. 매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노래를 만들어내다니 놀라게 된다. 티저영상을 여러번 보아서인지 익숙한 곡인데, 노래 초반부에서 심장소리 같은 간헐적인 비트를 채워가는 타블로의 래핑이 인상적이다. 하품소리, 웃음소리 같은 작은 효과들까지 지나간 사랑의 흉터를 자꾸 아프게 한다. 자신의 경험담으로 가사를 써서, 녹음하고 작업하는 내내 힘들었다고 하더니, 내게도 그 가사가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부서지는 심장" 이라는 가사에서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안무가 있던데 그것마저 너무 슬프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옛사랑을 떠올리게 되겠지. (자주 꺼내다보면 그 기억은 힘을 잃을까, 아니면 더욱 강해질까.)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 흘리며 만들었으리라고 예상되는 노래라서...들을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투컷이 작곡한 "1825 (Paper Cranes)"라는 곡의 제목은 365 * 5 = 1825, 즉 데뷔 5년이 된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어제 있었던 새 앨범의 쇼케이스 현장에서 에픽하이는 5집 활동기간동안 진지하게 해체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해체를 의논하기로 한 자리에서, 결국은 음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다시 집에 와서 묵묵히 작업을 했다는 그들. 문제는 하나지만, 해답이 많아서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는 미쓰라 진의 가사처럼, 에픽하이의 앞날에 대한 고민과 그 무게가 느껴지는 곡이다. 1825의 뜻을 알았을 때, 이 곡이 지난 5년동안의 시간에 감사하는 곡일 줄 알았는데,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저, 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들이 좀 더 오래 음악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Lovescream>은 사랑에 대한 세 사람의 생각이 표현되어 있는 소박한 앨범이다. (가사에 참여하지 않는 투컷의 경우는 간접적으로 곡에서 유추해야하겠지만.) 트랙수도 적고, 재생시간도 짧다. 하지만 이전의 앨범들과 차별화된 주제와 접근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라도 이 앨범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또 언제 이런 "선물"을 받을지 알 수 없으니까.(여러 컷의 사진을 담아준 것도 아마 "선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가을, 이들이 이런 좋은 선물을 준비해줘서 참 기쁘다. 아끼며 들어야겠다.







저의 목소리가 노크를 할때 벽이 아닌 문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 타블로

재가 되기 전에 더 활활 타오르고 싶어 - DJ투컷

우리 모두가 음악앞에 순수한 , 녹지 않는 눈이 되었으면 합니다. - 미쓰라眞 







수록곡


01 . Butterfly Effect   
02 . Fallin'    (feat. 조예진 of 루싸이트 토끼)
03 . Harajuku Days   
04 . 습관 (feat. 하동균)  
05 . 쉿   
06 . 1분 1초  (feat. 타루)   
07 . 1825 (Paper Cranes)  

All music composed, arranged, and written by epik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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