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젠가 신문에서 추천받았던 책을, 최근 지인에게서 추천받았습니다. 그래서 냉큼 사서 읽었습니다. 원제는 <Art & Fear>, 한국 번역본 제목은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입니다. 두 명의 예술가가 쓴 이 책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예술가들이 느끼게 되는 다양한 두려움에 대한 분석과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글, 음악, 사진, 그림 등 어떤 분야의 창작자가 읽어도 좋을 만한 책입니다. 용기를 불어넣어 주니까요. 예술가의 정신에 대한 꽤나 통찰력있는 이야기랍니다. 밑줄치며 읽고 싶은 책었습니다. 제게는. 7년 여에 걸쳐 두 저자가 이 책을 썼다고 하니, 이 책 또한 Art와 Fear의 소산인 모양입니다.^^






p.27
포기는 중단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단은 늘 하는 것이지만 포기는 그것으로서 마지막이다. 포기한다는 것은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작하고 또 시작해야 하는 것이 예술인 것을.

p. 47
예술가인 척 가식을 부릴 수는 있어도, 예술을 창조하는 척할 수는 없다. 소설을 쓰는 척하면서 한번 써보라. 그게 가능한가?

p.170
예술가들은 한데 모였다가도 할 말과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다시 각기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가 오직 혼자서 자신의 예술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로 그 단순한 진리가 예술가들을 이어주는 가장 깊은 고리일 것이다.  (중략) 예술가의 일은 자신의 삶으로부터 자신의 예술로 곧고 뚜렷한 선을 긋는 것이다.

Posted by poise

행복론

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고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

 문득, 최영미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어쩌면 행복이라는 건, 엄청나게 지루하고 하품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남이 닦아놓은 길로만 가고, 질문도 없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아서도 안되고, 아무것도 배우지도 않는, 시를 쓰지도 읽지도 않는, 지난 일은 모두 잊고,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고 믿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확실히 이상하다. 행복은 저렇게 이상한 것이었던가 싶어서 생각이 헝클어진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잠시 머리속에 담아본다. 행복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절대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저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묘한 설득력을 느낀다. 어쩌면 저렇게 어떤 식으로든 현실을 눈감아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심없는 밝은 미소같은 건 아이나 백치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생각의 끝은 또 비극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므로, 그리하여, 나는 영영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이 생각을 어떻게 해야 떨쳐버릴 수가 있을까. 나는 때로 아주 유쾌한 사람이지만, 행복한 사람은 되지 못하리라. 하물며 저렇게 재미없는 "행복"은 싫다.

 같은 맥락에서 타블로의 말대로 세상의 많은 꿈들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





Posted by poise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많은 사람이 읽은 책에 대해, 이제와서 감상을 적는다는 것은 무의미하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한 일이다. 어떤 리뷰를 쓴들 그 소설 자체보다 그 소설을 더 잘 이해하게 할 수는 없다. 언어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여기에는 부족한 나의 능력에 대한 약간의 변명도 얼마간 포함되어 있지만.


 그냥 짧게 적고 싶다. 개츠비는 로맨티스트였으며, 로맨티스트이기 때문에 위대했다. 이 시대의 많은 이들이 위대하지 못한 이유는 낭만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도,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닉이거나, 데이지이거나, 톰이거나, 조단일 것이다. 아니면, 그보다 더 나쁘거나.


 산업시대의 어떤 시점을 분기로하여 우리는 사랑에 대한 신뢰를 급격히 잃어왔다. 그러나 개츠비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때, 그렇게 했다. 그가 가진 위대함은 그것이 전부다.  그 사실은, 우리에게 그래도 그런 사랑이 이 세상 어디엔가  다만 한 조각이나마 남아있지 않을까하는 식의, 가늘게 팔딱이는 어린 새의 심장같은 연약한, 그러나 살아있는 희망을 남겼다.


아직도 먼 불빛을 바라보는 것으로 사랑을 지탱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한 사람은 남아있을까? 어쩌면, 당신을 사랑할지 모를 누군가를 위해 오늘 하루쯤은 침실의 불을 끄지 않고 잠드는 것이 낭만일 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작년 가을, 동부에서 돌아왔을 때만해도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를테면 유니폼을 입은 것처럼 균일해지고 또한 영원히 일종의 정신적 주의력을 기울여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말하자면 나는 특권이라도 부여받은 듯한 눈빛으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요란한 유람이나 답사 같은 것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오직, 개츠비 한 사람, 이 책에 이름을 부여한 그 한 사람만이 나의 반발을 벗어나는 예외였다 - 개츠비는 내가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만일 끊임없이 연출되는 연기의 총체를 개성이라 한다면, 그에게는 무엇인가 현란한 개성이 있었다. 즉, 인생의 장래에 대한 어떤 고양된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치, 1만 마일 밖에서 발생한 지진까지도 기록할 수 있는 복잡한 기계와 연관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민감성은 '창조적 기질'이라고 그럴듯하게 불려지는 그 무기력한 감수성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 그것은 희망을 갖는 탁월한 재능이며, 낭만적인 준비와도 같은 것인데 내가 다른 사람에게서는 일찍이 발견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다시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 그렇다. 결국 개츠비가 옳았다는 것이 밝혀졌다.내가 사람들의 절망적인 슬픔이나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대한 나의 관심을 잠시나마 차단시켰던 것은 개츠비를 희생물로 이용한 것들, 개츠비의 꿈을 뒤따라 떠돌았던 더러운 먼지때문이었다.
Posted by pois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갤용 짤방 제작 - by. poise)


꿈꾸라 100일 결산

내가 꼽는 빅재미

1. 080714 블로맘대로 꿈꾸라 노롸이뱅
2. 080429 닥터피쉬편
3. 080701 DJ들의 수다 (덩크슛)
4. 080705 작가3인방(아스트랄전생)
5. 080526 블로맘대로 노래끝말잇기 1편
6. 080528 화 - 국내최초 모자이크 라디오 방송
7. 080527 DJ들의 수다 (김종완의 희생정신)
8. 080623 블로맘대로 성시경편 (미쓰라는 왜 거기 있었나)
9. 080616 어디야 뭐해(전화연결) - 보거스횽 인증
10. 080424 - 블로글리쉬 & 어디야 뭐해(전화연결) - It's Hip-hop!
11. 080531 - 굿나잇팝스(블로야마인드)
12. 080612, 080629 이모삼촌상담소 - 안재환, 이소라편 (오로록)
13. 080509  연애의 기술 with 투컷, 거미 ('까만하트'의 유래)

내가 꼽는 빅훈훈

1. 080520 꿈꾸라 오프닝 - 병원에서 전화로 오프닝하는 타블로
2. 080707 블로맘대로 - 아티스트 A to Z (타블로의 음악세계)
3. 080629 블로맘대로 - 타DJ의 1998년 & 블로노트 "눈을 감으면 너만 보이는데 눈을 뜨면 널 볼 수 없다는 게 날 미치게해."
4. 080714 블로맘대로 꿈꾸라 노롸이뱅 中 듀스의 여름 안에서 "몽상가 여러분!! 난 너를 사랑해♬"
5.  080616 꿈꾸라 오프닝 "사라지지 말아요....놓지 말아요."
6. 080712 굿나잇팝스 - CO2에 대한 논문발표ㅋ
7. 080425 꿈꾸라이브 제임스 블런트편 (사실 꿈꾸라이브는 모두 다 개념.ㅠ)
8. 080710 화 코너 이후 4통 연속 문자 폭격 "하하하하~여러분 그냥 사랑해요 하하하하 사랑해~"




★ 개념 세줄요약 ★
1. 미치게 웃긴다.
2. 때로는 훈훈하다.
3. 블로야 부디 오래만 해다오.



꿈꾸라의 100일을 축하합니다!!


이따 밤에 써먹어야지.ㅋㅋ

Posted by poise

에픽 하이 - One (feat. 지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잘 나가는 가수들의 신보를 접할 때마다 늘 갖게 되는 의구심이 있다. '이번에도 좋을까?' 아티스트 부재에 허덕이는 요즘 시대에 이 물음에 긍정적인 답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롱런하는 가수들이 드문 것도 그 때문이다. 'One'을 처음 플레이시킬 때도 같은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Time is ticking~'이란 가사가 끝나고 폴 밴 딕이 연상되는 일렉트로닉 멜로디가 나오자, 이런 의구심은 없어졌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중독적이었다. 스타일도 달랐다. 오케스트레이션이 인상적이던 'Fan'과 달리 'One'은 전형적인 클럽 테크노의 진행을 따랐다. 변화를 주면서도 비등한 매력치를 유지한다는 것. 이런 신보가 나오는 건 흔치 않다.

'Fan', 'Love love love'에서 보았던 작곡가로서의 타블로의 재능을 이 곡에서 다시 확인한다. 이런 의구심의 해소가 몇 번이 반복되면, 그 사람은 곧 쉬이 떨어지지 않는 단계의 인정을 획득한다. 그 임계점을 넘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대화(dae-hwa82@hanmail.net)



출처 : http://www.izm.co.kr/  (가요평론가 임진모의 음악관련 사이트)



Posted by poise
Pieces, Part One   


에픽 하이의 다섯 번째 앨범은 그늘지고 축축한 면모와 활연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조금은 음울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곡들을 마주하면 지난 앨범 < Remapping The Human Soul >에 내재되었던 기조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사운드의 외양 면에서나 메시지에서 하드코어 요소를 전면 배치한 장쾌하고 공격적인 노래에서는 앞의 감성과는 전혀 다른 씩씩함이 묻어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아픔을 나누고, 힘을 실어 주고 싶었다는 그들의 언사와 부합되는 부분이다.

감정의 접점을 찾고자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강인하게 모습을 즉각 변화하는 탓에 조금 혼란스러운 감도 존재한다. 각 노래가 보유한 정조(情調)를 기온으로 따져 그래프를 만든다면 비교적 고른 흐름이 아닌 영상과 영하를 일정한 규칙 없이 오가는 그림이 나올 터, 따로 흩어져 있기에 곡의 순번대로 묶어내기 어려운 심상의 전개는 하나하나의 곡이 아닌, 앨범 전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함에 명확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Girl', 'The future', 'Ignition'으로 이어지는 각기 다른 감성 체감온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사랑했던 연인을 추억하며 잊지 못하는 슬픔을 내비치다가 확장된 시선으로 자기가 아닌 조금 더 큰 면을 바라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행동을 하도록 의견을 개진한다. 그러나 다시 다음으로 넘어가서는 개인 상념에 경도되어 어둡게 과거를 돌이키는 순서를 밟으니, 이를 직감으로 정리한다면 영하, 영상, 영하로 옮겨가는 구도. 나에서 우리로 갔다가 나로 돌아오는 주체의 시선 이동 또한 어지럽게 여겨질 우려가 크다.

이러한 전환은 반대로 청취자들의 듣는 재미를 충족시켜 줄 때에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곡이 지향하는 대기에 따라 반주도 자연스레 그에 맞는 색으로,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형태로 옷을 갈아입어 감상 시 지루함을 저감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일직선의 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자칫 평이해져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픽 하이는 그러데이션(gradation) 형식의 아주 은은한 바뀜보다는 강약의 이미지를 도드라지게 함으로써 비트를 제일로 여기는 시대의 청취자를 배려했다.

힙합 뮤지션이라는 학습된 울타리를 허물고 흑인 음악적인 것 외에 다른 장르의 요소를 따와 교배한 것도 형식 전환으로 발생하는 즐거움에 일조한다.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양식을 빌리며, 일정 부분 록과 팝의 얼개를 떼어와 색다른 맛을 가미한다. 완연한 트랜스의 틀을 갖춰 한밤의 클럽으로 듣는 이를 공간 이동시키는 앨범의 맨 마지막 곡 'One'의 리믹스 버전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틀곡 'One'은 사운드 면에서 상당한 재미를 제공한다. 일렉트로니카의 강성 장르인 테크노를 중심축으로 두었지만 80년대 유행한 신스 팝의 요소도 차용하고 있으며, 일렉트릭 기타로 미약하게나마 기력을 유지한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스트링 프로그래밍으로 클래식적인 접목을 시행, 전자음 구성으로 딱딱하게만 들릴 부분을 침착하게 보강했다. 전작들의 타이틀곡인 'Fly', 'Fan'과 상당히 닮아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한층 섬세하게 정제되었음이 예전 곡들과 구별되는 매력이다.

침투력 강한 신스 루프로 트렌디한 힙합을 완성한 'Breakdown'과 '연필깎이', 세차고 날카로운 프로그래밍으로 메시지에 더욱 힘을 싣는 'The future', 아트 오브 노이즈(Art Of Noise)의 'Moments in love'를 떠오르게 하는 'Decalcomanie', 하드코어 힙합의 화끈함과 박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Eight by eight' 등은 마니아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곡이다.

반면, 윤하가 보컬로 참여한 '우산'은 힙합을 숭배하지 않는 이라도 누구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노래다. 사물에 대한 감각적이고 예쁘장한 표현들로 연결된 이야기는 한 편의 순정만화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고, 도입부와 중간에 삽입된 빗방울 떨어지는 효과음과 간소한 어쿠스틱 느낌의 반주, 밑면에 깔리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쓸쓸하게 남은 사랑에 대한 기억 한 구석을 아련히 자극한다. 거기에 윤하의 절제된 음성이 잘 융화되어 다수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곡처럼 하이브리드 상(像)을 띠지는 않지만, 다른 곡들이 지닌 거센 모습은 없지만 '당신의 조각들'은 그 조근조근함에서도 막대한 힘이 느껴진다. 첫 번째 버스(verse) 중 문장이 아닌 단어로 종결되는 '당신', 그와의 기억에 대한 은유는 이 앨범에서 서정성이 극대화되는 파트다. 그럼에도, 절대 말캉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를 한때 방패와도 같은 존재였지만 세월에 쇠해진 그에게 이제는 화자 자신이 힘이 되어 주고픈 의지가 서린 노랫말에서 발견 가능하다. 그래서 '당신의 조각들'을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가 되고 싶다는 앨범의 중심 줄기를 가장 부드럽게 압축, 요약한 곡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인들이 겪는 초통(楚痛)에의 동감을 드러내는 유약한 기운, 긍정적 의욕을 회복할 수 있게끔 어루만지는 언어가 버무려진 앨범은 은근한 힘을 갖는다. 굳이 구원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이타적 발상은 연숙한 편곡 기술력의 병행으로 더 높은 접근성을 보유하게 됐다. 다음에 이어질 또 다른 '조각들'이 기대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수록곡-
1. Be (작사 : Tablo / 작곡 : Tablo)
2. Breakdown (Tablo, Mithra 眞 / Tablo)
3. 서울, 1:13 AM (Short Piece) (작곡 : Tablo)
4. One (feat. 지선) (Tablo, Mithra 眞 / Tablo)
5. 연필깎이 (feat. Kebee) (Tablo, Mithra 眞, Kebee / Tablo)
6. Girl (feat. 진보) (Tablo, Mithra 眞 / DJ Tukutz)
7. Slave (Short Piece) (DJ Tukutz)
8. The future (feat. Yankie) (Tablo, Mithra 眞, Yankie / DJ Tukutz)
9. 20 fingers (Short Piece) (feat. DJ Friz) (DJ Tukutz)
10. Ignition (feat. 나윤권) (Tablo, Mithra 眞 / DJ Tukutz)
11. Eight by eight (feat. Dynamic Duo, Dok2, Double K, TBNY) (Tablo, Mithra 眞, Double K, Topbob, Yankie, Dok2, Gaeko, Choiza / DJ Tukutz)
12. Decalcomanie (Mithra 眞 / Mithra 眞)
13. Icarus walks (Short Piece) (Tablo)
14. 낙화 (落花) (Tablo / Tablo)
15. 우산 (feat. 윤하) (Tablo, Mithra 眞 / Tablo)
16. 당신의 조각들 (feat. 지선) (Tablo, Mithra 眞 / Tablo)
17. B-Side 01 : Breakdown (Supreme Mix)
18. B-Side 02 : One (Planet Shiver Remix)

  2008/05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출처 : http://www.izm.co.kr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음악 관련 사이트)



Posted by poise

Remapping The Human Soul
   


에픽 하이(Epik High)의 음악이 이제껏 마냥 밝고 산뜻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칙칙함으로 중무장한 이번 앨범은 전혀 예상 밖이다. 우울 삼매경. 물론 힙합은 모름지기 침울하고 어두운 맛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마니아들도 있겠지만 그건 미(美) 힙합의 황금기와 그 이후로 몇 년간 인기를 누린 단순하고 퍽퍽한 하드코어 비트를 향한 노스탤지어에 '주로' 국한되는 것이겠고, 이들의 멜랑콜리 노선은 음원 형태보다는 글에 촉수를 뻗치고 있다.

기본 노선과 정책은 우울함의 드러냄이고, 스물일곱 곡으로 그에 대한 구체적인 강령과 영적, 육적인 경험을 취합해 옮겨 놓는다. 음반의 중심을 관통하는 태도와 감성은 하나이건만 영역을 나눈 내용상의 차이가 있었을 터, (콘텐츠의 정렬 기준이 모호해 보이는 곡도 더러 있으나) 한쪽-The Brain-은 굉장히 사회적이고 대륙적 기상이 충만한 나머지 세상 온갖 고민 다 하다가 되레 그 무게에 눌려 고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다른 한쪽-The Heart-은 단순 연애사가 주를 이루는 지극히 개인적인 걱정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두뇌'와 '가슴'이 냉랭함을 공통분모로 두는 것은 다르지 않다.

이 얼음장같이 차갑고 어두운 면모를 지켜가며 원대한 포부를 밝히는 것에 욕심을 낸 나머지 초반부터 과잉이다. 일례로 '白夜'는 말이 너무 많아 지치게 한다. 장중해서 잠깐은 좋지만 장황해서 감흥이 떨어진다.

뒤이어서 가혹한 세상사에 지치고 외로움에 허덕이는 이의 모습을 그린 '알고 보니'가 싸늘한 기운의 바통을 받고 있으며 '희생양'과 'Nocturne'에서는 현 사회를 온갖 죄로 얼룩지고 타락할 대로 타락한 곳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신에 대한 불만, 부정을 토로한다. 이쯤 되면 세상 밝게 살려는 사람에겐 완벽한 청각형 불온문서의 날림이다.

치정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털어내는 '가슴(The Heart)' 편에서도 잠잠하면서도 쓰라린 감정의 표출은 이어진다. 한 사람을 향한 광기 어린 사랑을 담은 타이틀곡 'Fan'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지만 음악의 전개 방식은 앨범 수록곡 중 이질적인 스타일의 노래 중 하나일 것이다. 계속 쪼아대는 듯한 전자음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느낌을 배가하는 속도감을, 현악 프로그래밍으로 감싼 반주는 결국엔 그것도 사랑임을 역설함으로써 작게나마 따스함을 제시한다.

습한 상황의 연결은 그칠 줄을 모른다. 담배는 끊었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이 끊어져 버린 이의 고통이 깊게 느껴지는 '중독', 장난감 이상의 기계로 자리매김한 로봇의 고민까지도 이펙트를 줘가며 구슬프게 풀어내는 'Broken toys', 독백의 절묘한 오버래핑으로 섬뜩한 자살 버스(verse)를 완성한 '행복합니다'는 실로 불길함의 행진. 부모라면 반드시 자녀 손에 못 가게 할 음반 리스트에 올려놓아야겠다.

사랑 얘기야 귀에 차일 정도로 보편화된 소재니 어떻게 다루던 특별한 감도가 적은 게 사실이지만, 사회 문제를 노랫말로 옮기고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마치 영화 <주온>의 토시오 같이 내내 음침하게 구는 '너무 변한' 에픽 하이를 등장하게 한 배경이 궁금해진다.

아마도 방송에서 보이던 이미지를 음악으로나마 쇄신하고자 하는 욕심이 크게 작용했을 것 같다. TV에서는 귀엽고 치기 어린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만 보여줬지만 음악만큼은 마치 '저희가 만판 가볍기만 한 그룹이 아니란 걸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전작들에서는 무게감 있는 노래를 실어도 타이틀곡에 가려 비중을 갖지 못한 아쉬움도 이유가 됐을지 모른다.

다른 원인 중 하나를 'FAQ'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떠돌던 실제 악플을 나열한 노랫말은 에픽 하이가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힙합 그룹'으로서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을지 대충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어 청진한다면 두 장의 CD를 통해 시종일관 드러내는 우울한 감정의 골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가능하리라.

다행히도 안티 팬들, 혹은 미덥지 않게 보는 마니아들에게 받은 압박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 듯하다. MC로서의 다양한 표현방법을 모색-모든 곡에 문학 작품의 등장인물이나 성경 구절로 부제를 달아 이야기를 짜맞춰 보는 흥미를 제공-하고, 사회의 불합리한 모습에 대한 고찰과 소재와 주제를 폭넓게 수용함으로써 메시지를 강화하려는 욕심이 빚어낸 결과물은 안티의 비난도 무력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메시지의 기분에 맞춰가는 과도하게 충직한 비트들로 인해 음반의 분위기는 다시 한 번 죽도록 무겁고, 무거워서 죽을 지경이다. 랩에서는 여러모로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는데 비트와 연계한 풀이 능력은 단순하고 고루하기 짝이 없다. 그런 우중충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랬다면 매우 성공적이지만 그것 때문에 다시 듣고 싶지는 않을 음반이 돼버렸다. 혹시 우울함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붙어도 좋다.

-수록곡-
CD 1 - The Brain
1. The end times (Opening) (작곡 : DJ Tukutz)
2. 白夜 (작사 : Tablo, Mithra 眞 / 작곡 : DJ Tukutz)
3. 알고 보니 Feat. 진보 (Tablo, Mithra 眞, 진보 / DJ Tukutz)
4. 실어증 Feat. Paloalto (Tablo, Mithra 眞, Paloalto / Pe2ny)
5. Mr. Doctor Feat. 양키 of TBNY (Tablo, Mithra 眞, 양키 / 양키)
6. Runaway (MIthra's word) (Mithra 眞 / Mithra 眞)
7. Exile (Halftime) (Pe2ny)
8. Still life Feat. 진보, The Quiett, Kebee, TBNY, MC Meta (Tablo, Mithra 眞, The Quiett, Kebee, 양키, MC Meta, 톱밥, 진보 / DJ Tukutz)
9. 피행망상 pt.1 Feat. Junggigo (Tablo, Mithra 眞, 고정기 / DJ Tukutz)
10. 희생양 Feat. Sweet Sorrow (Tablo, Mithra 眞 / Tablo)
11. Nocturne (Tablo's word) (Tablo / DJ Tukutz)
12. 혼 (Tablo, Mithra 眞 /김범종)
13. In peace (Closing) (DJ Tukutz)

CD 2 - The Heart
1. Slave song (Overture) (Tablo / Tablo)
2. Flow Feat. Emi Hinouchi (Tablo, Mithra 眞 / Tablo)
3. Love / Crime (Fan prelude) (Tablo)
4. Fan (Tablo, Mithra 眞 / Tablo)
5. 거미줄 Feat. Itta (Tablo, Mithra 眞 / Tablo)
6. 선곡표 Feat. DJ Zio (Tablo, Mithra 眞 / DJ Zio)
7. 중독 Feat. Wanted (Tablo, Mithra 眞 / Pe2ny)
8. Underground railroad (Intermission) (Pe2ny)
9. FAQ (Tablo, Mithra 眞 / Tablo)
10. Love love love Feat. 웅진 of Casker (Tablo, Mithra 眞 / Tablo)
11. Girl rock Feat. Jiae (Tablo, Mithra 眞 / Tablo)
12. Broken toys Feat. Infinite Flow (Tablo, Mithra 眞, Young GM, 넋업샨 / Tablo)
13. 행복합니다 Feat. JW of Nell (Tablo, Mithra 眞, JW / Tablo)
14. Public execution (Finale) (Tablo)

  2007/02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출처: http://www.izm.co.kr/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음악 관련 사이트)


----------------------------------------------------------------------------------


난 4집의 그 우울과 무게를 좋아한다.
굉장한 쓴소리다.


Posted by poise
Swan Songs   


학벌 프리미엄은 가수에게도 유효하다. 성시경, 유엔의 김정훈, 박진영 등등 명문대 출신 가수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지만, 타블로처럼 '지성인' 이미지 덕을 톡톡히 보는 캐릭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스탠퍼드 대학 영문학 석사 출신'이란 꼬리표가 에픽 하이(Epik High)의 타블로(Tablo, 이선웅)를 늘 따라다닌다. 그의 지명도가 높아가면서 힙합음악의 껄렁한 뒷골목 이미지가 단번에 날아갈 판이다.

'스탠퍼드' 출신이란 점이 부각되는 것을 타블로 본인은 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막강한 경력은 그가 무심코 내뱉은 농담마저 어련히 남다른 의미가 있겠거니 여기게 만든다. 더구나 그가 좋아하는 것이 좋은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과 사회주의'이고, 미니 홈피의 책 소개 코너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비롯한 각종 영문학 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원서다.

아일랜드 시인 예츠(W. B. Yeats)의 작품 'The Lake Isle of Innisfree'에서 제목을 따서 'Innisfree'란 인트로를 만든 것, '백조가 죽을 때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 혹은 '시인이나 작곡가의 마지막 작품'이란 의미의 앨범 타이틀 < Swan Songs > 때문에 불거졌던 항간의 해체설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면서 덧붙였던 “Death is the start of a new life.”라는 글귀에 내포된 기독교적 관념 등등, 미쓰라 진(Mithra 眞, 최진), DJ 투컷츠(Tukutz, 김정식)와 구성한 3인조 힙합 그룹 '에픽 하이'의 이미지는 타블로의 '학식'이 상당부분을 이끌고 있다.

'평화의 날'이 연상되는 타이틀곡 'Fly'는 소울사이어티(Soulciety)의 Amin. J가 피쳐링한 곡으로 '잔인한 세상이 힘들고 실패가 거듭되지만 꿈은 아직 있고 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매 앨범마다 시리즈 형식으로 발표해 세 번째 이른 'Lesson 3'은 진보한 힙합을, 이현도가 프로듀스하고 러브홀릭의 지선이 노래를 부른 'Paris'는 낙원과 타락을, 신인 보컬리스트 L. Wan이 참여한 'Ride'는 스쿠터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물질 만능주의적인 사회를 벗어나고 싶은 의지를, 그리고 신인 MYK가 함께한 '그녀는 몰라'는 경박한 성문화를 거론한다.

사실 인문학 서적 몇 권만 읽어봐도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볼 수 있는, 고학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주제들이다. 단 에픽 하이이기 때문에 기대되는 것은 문학소양이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얼마나 아름답고 설득력이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스탠퍼드대 영문학 석사'란 선입관이 만든 높은 기대치이겠지만, 혜택을 받았다면 그만큼의 결과를 환원해야 하지 않을까!

타블로가 소설가 이윤기 씨와 나눈 대화를 옮겨놓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 베니스의 상인 >에 나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가사에 넣었더니 팬들이 '샤일록이 뭔가'를 두고 논쟁하더군요. 더 깊은 감동을 주려고 선택한 문학적 표현인데 어려워하며 거부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셰익스피어가 글을 잘 쓸 뿐 아니라 말장난이나 재치로 유명하잖아요. 래퍼들이 대결하는 '랩 배틀'은 사실 누가 더 말장난을 잘 하느냐는 내기인데, 가만 보면 옛 시인들의 재치 대결하고도 닮았어요. 힙합 시대에 태어났다면 셰익스피어도 랩을 굉장히 잘했을 거예요.” 대화내용을 보면 확실히 공부 많이 한 티가 난다. 이쯤이면 셰익스피어 소네트가 보여준 언어의 희열을 타블로에게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아쉽게도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이 고영준('Yesterday'), DJ 투컷츠와 스크래치 협연곡을 만든 unknownDJs('Funkdamental'), 넬의 김종완('Let it rain'), 클래지콰이의 알렉스('이별, 만남... 그 중점에서'), 이정과 I.F. ('도시가 눈을 감지 않는 이유') 등의 다채로운 게스트와 다양한 입맛보다 에픽 하이에게 더 급한 것은 한국힙합의 '고급화 임무'다. 기대치만 자꾸 높여놓는 학벌 프리미엄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수록곡-
1. Innisfree (intro)
2. Yesterday
3. Lesson 3 (MC)
4. Fly
5. Funkdamental
6. 그녀는 몰라
7. Ride
8. 이별, 만남... 그 중점에서
9. The Epikurean (intermission)
10. Paris
11. Let it rain
12. 도시가 눈을 감지 않는 이유
13. Follw the flow
14. Swan song
15. Goodbye (outro)


  2005/10 엄재덕 (ledbest@hanmail.net)




출처 : http://www.izm.co.kr/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음악 관련 사이트)






Posted by poise
HIGH SOCIETY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친구들임에 틀림없다. 이들의 1집 음반이 2004년 상반기에 발매되어 적지만 확고한 파장을 일으키고 얼마 되지도(정확히 반년)않은 이번 하반기에 또 다른 신보를 선보이는 것을 보면 에픽하이(Epik High)란 친구들은 분명 할말이 많은 것이다.

1집의 화려한 라인업은 그대로 유지되며 음악 파일의 확장은 2집의 가장 반가운 부분이다. 한국적 힙합. 사실 한국적 힙합이란 것이 정확히 무엇이라 못박기는 힘들더라도 댄스에 가까운 것은 확실한 국적 불명의 Made in Korea와 비교했을 때 에픽하이의 음악은 정체성이 확고하다.

첫 음반의 발매 후 반년 안에 다시 발매된 이들의 음반의 퀄리티는 수준급 이상이다. 기획사의 인형들이 만든 타의적인 음반의 허전함은 보이지 않는다. 자발적인 창의력이 가득한 'High Society'는 여러 가지 음악(일렉트로니카, 펑크, 포크, 록)의 결합으로 다양함이 깃들여 있다.

타이틀인 'Lady'는 적당한 풍자가 가미된 멋진 곡이다. 멤버들의 조화와 경쾌한 리듬은 듣기 편하다는 말이 정확하게 어울리는 모범적인 곡이다. 앨범의 나머지 곡(나머지라 표현하기엔 곡들의 질이 매우 높다)들도 저마다의 개성을 충분히 표현한다.

애틋한 사랑이야기('혼자라도' Feat. 클래지콰이)부터 신랄한 비판(신사들의 절약정신)까지 소재의 다양함과 그에 버금가는 수의 많은 아티스트의 참여가 돋보인다.

세계화에 발맞추고(?) 있는 가요계지만 몇몇 장르는 흉내만 내는 실정이다. 그 중 하나가 힙합이란 장르다. 그러나 에픽하이의 2집은 그런 모방에서도 창조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수작임에 틀림없다.

-수록곡-

1. 신사들의 산책 (Good Morning)
2. High Skool
3. 평화의 날
4. The Sunrise Interlude
5. Lesson 2 (The Sunset)
6. Ghetto
7. The Basics
8. 신사들의 절약정신 (Good Afternoon)
9. Lady (High Society)
10. 피해망상 pt.3
11. 11월1일
12. 뚜뚜루
13. 혼자라도
14. Daydream (사직서)
15. Open M.I.C.
16. 뒷담화
17. 신사들의 몰락 (Good Evening)
18. I Remember (70s Soul Remix, Bonus Track)

프로듀서 : Epik High


  2004/08 유수봉




출처 : http://www.izm.co.kr/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사이트)
Posted by poise
Map Of The Human Soul   


2004년 힙합의 전성시대 예고?!

인생이란 버드나무, 너는 지는 낙엽 / 수천 수만 가지 입은 너의 경쟁자며, / 실패란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낙엽이 된 가엾은 그대여... 두발로 뛰어가렴 / 버팔로 같이 거친 인생의 풍파도, / 날카로운 창과 칼로 다진 수난도, / 자신감의 방패를 쥔 너의 두 팔로 / 막아내고 다시 태어나 인생의 투사로 / 눈물로 고개를 숙여버리기엔 / 너는 아직도 채 익지 않은 벼이기에 / 힘에 부칠 땐 기대감에 기대 / 실패는 기회란 생각이 참된 삶의 지혜 (중략) -풍파 中-

마치 한편의 시(詩)적인 가사를 매끈하고 유연한 라임(Rhyme)에 싣고 노래하는 신예 힙합 팀이 등장했다. 두 명의 MC, 타블로(Tablo, 이선웅)와 미쓰라 진(Mithra 眞, 최진), 그리고 DJ 투컷츠(Tu:kutz, 김정식)로 구성된 3인조 에픽 하이(Epik High)가 바로 그 주인공들. 고급스런 소울과 재즈, 펑크(funk),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킨 참신하고 탄력적인 힙합 비트 위로 리드미컬한 래핑을 선사하는 이들은 분명 올해 주목해야만 하는 '힙합 다크호스'임에 틀림없다. 일찌감치 일부 매스컴조차 국내 힙합의 차세대 기대주로 에픽 하이를 언급하고 나섰을 정도다.

“타블로는 바보, 가문의 왕따고, 그 잘난 대학교 나와서 랩 한다고? 내게 물어봤지 지금의 나는 미스터리”라는 랩 가사에도 나와있듯, 미국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리드 래퍼 타블로의 이력은 랩 가사에 문학적 접근을 시도한 지성파 힙합퍼의 등장을 알린다.

왜, 랩 음악이 하찮은 쓰레기인 냥 멜로디가 없는 저질 흑인 음악으로 천대받아야만 하는가?! 에픽 하이의 음악적 키포인트는 바로 힙합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의 반기에서 시작된다. 음반을 감싸고도는 가사와 사운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샘플 기법을 두루 활용한 멜로디컬한 힙합을 천명(闡明)하고 나선 점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에픽 하이의 힙합을 맛배기로 보여주는 오프닝 트랙 'Go'만 접해봐도 이들의 가사에 대한 신선한 해석과 세련된 팝 코드의 적절한 수용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에픽 하이의 랩 스타일은 국내 힙합의 개척자 CB Mass와도 유사하다. 그럴만한 이유도 매스의 개코와 최자가 음반의 일정 부분에서 작, 편곡을 도왔고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자신들의 입김을 불어 넣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운드 메이킹의 핵심은 J-Win(최재유)의 몫이다.

그는 자유분방한 사고와 메시지를 랩으로 더없이 잘 표현해내는 에픽 하이 특유의 힙합 서라운드를 제대로 꽤 뚫어 매끄럽고 윤택한 파퓰러한 랩 문체를 형상화시켰다. 여성 백 보컬을 앞세운 팝 적인 멜로디라인, 턴테이블 스크래칭과 샘플링 위로 쏟아지는 경쾌하고 탄탄한 래핑의 조화가 세련되고 유려한 힙합을 주조해낸다.

음반은 흑인 냄새 짙은 알앤비와 소울, 재즈, 블루지한 발라드를 버무린 다채로운 힙합 향연을 가져간다. 대한민국 펑크(funk) 마스터 한상원이 맛깔스런 보코더를 선사한 '풍파'와 여성 알앤비 싱어 리즈가 팝 적인 고급스러움을 한껏 더해준 '10년 뒤에', 남궁연 악단의 보컬리스트 박성웅이 걸출한 피처링 보이스를 실어낸 'Love song' 등 게스트 손님들의 할당량을 최대치 배려해 그들과의 멋들어진 호흡이 일품이다.

나스(Nas)를 닮은 주석의 랩 스킬이 인상적인 'Street lovin''과 재즈 랩에 대한 한국적인 해석을 실험하고 나선 '고독 恨 사랑'도 매력적인 트랙.

이제 힙합은 21C 대중문화의 주류 코드로 정착했다. 에픽 하이뿐만 아니라 드렁큰타이거, 리쌍, 윤미래, 최자, 개코, 은지원 등이 몸담고 있는 '무브먼트 크루'와 더불어 데프콘, 주석 등의 '마스터플랜', 지난해 얼어붙은 음반 시장을 뜨겁게 녹이며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YG 사단 등 어느덧 굵직한 국내 힙합 계파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또한 인디 시장에서 힙합이 차지하는 퍼센티지만 봐도 이는 비단 증명된다.

지난 2003년 여성 돌풍의 주역이던 이효리와 렉시도 부분적으로 힙합을 수용하며 “강인한 여성의 진면목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몸소 실천했다. 바야흐로 요즘 가요계는 힙합의 전성시대다. 에픽 하이, 이들도 주목하자!

-수록곡-
1. Go
2. 풍파 Feat. 한상원
3. I Remember Feat. Kensie
4. 10년 뒤에(Dear me) Feat. Leeds
5. Lesson One(Tablo's word)
6. Street lovin' Feat. Joosuc
7. Love song Feat. 박선웅 Of 남궁연 악단
8. 고독 恨 사랑(Mithra's word)
9. Free love
10. Get high
11. 유서 Feat. TBNY
12. 막을내리며(Dedication)


  2004/01 김獨 (quincyjones@hanmail.net)




출처 - http://www.izm.co.kr
음악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한 음악 평론 사이트.

IZM은 이 싸이트를 만든 음악평론가 임진모님의 이니셜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ism(사상)이라는 영어 접미사를 결합시켜서 음악에 대한 생각을 담는 싸이트라는 의미도 동시에 담았습니다
Posted by poise
이전버튼 1 2 3 4 5 6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