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참 공평한 감정이다. 몸이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가진 돈이 많든 적든, 가방끈이 길든 짧든, 자기가 어떤 처지에 있든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서가 지금의 자리에서 더 나아가 어떠한 결실을 맺고 결과를 내려고 할 때에는 몇몇, 때로는 수많은 제약과 조건이 따라와서 그것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자유로움을 침해하기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느낌의 ‘형성’만큼은 사회적, 물리적 요인이나 누가 간섭한다고 해서 어떻게 좌우될 수 없는 개개인 고유의 권한이기에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도록 일반적인 정서는 그 사사로운 특성으로 여러 모양을 띤다. 어떤 이를 흠모하는 마음을 홀로 간직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풋풋함도 있으며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이들의 열정 어린 모습도 존재한다. 그런가 하면 만날 티격태격하면서도 미운 정도 정이라며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챙겨주는 애증, 만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친구인지 연인인지 구분이 되지 않지만 미미한 정이 버티는 것 같은 사이 등 셀 수 없이 많은 정황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사랑 얘기만을 집성한 에픽 하이(Epik High)의 소품집에는 적은 숫자의 수록곡이지만 앞서 열거한 내용처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마련되어 있다.

앨범이 내세우는 주제와 소재는 무척 대중적이어서 다수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용이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랑과 그것을 다루는 노래는 너무나도 평범해서 여간해서는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갖는다. 어떤 남녀가 연정을 품고, 이를 심화하고, 결국 이별을 하고, 잔여 추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과정을 그리는 노랫말은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서 따분함을 가증시키기에 충분할 뿐이다. 이 약점을 이들은 마감 잘 된 반주로 보완한다.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프로그래밍 된 디지털 신호를 최소화하고 아날로그 냄새 풍기는 음악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에픽 하이는 말한다. 내면의 이야기, 기복이 있어 일률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곧게 나아가고 딱딱 떨어지는 차가운 음들을 멀리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작들의 타이틀곡과 비교했을 때 기본 골격은 좀처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현악기로 연주된 소리를 조금 더 크게 키운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악기는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드럼 파트는 ‘습관’을 빼놓고는 조금 기력을 뺀 상태의 드럼 앤 베이스에 유착하며 하우스, 트랜스와 같은 규격으로 달린다. 그래서 이들이 매체를 통해 강조한 아날로그 감성의 회복은 효과를 나타내기가 어렵다.

사실 이 앨범의 사운드는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과도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아마도 ‘Harajuku days’ 같은 인스트루멘틀이 형성하는 존재감과 함께 미디 작업과 실제 악기의 연주가 반반 수준의 비율을 맞춰 이뤄지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1분 1초’는 반복되는 건반 소리 위에 코러스가 시작되며 얹히는 스트링이 그 프로젝트 앨범의 차가움과 건조함을 상기시키며, 드럼이 아직 빠르게 전개되지 않는 버스(verse)의 초반부에는 그러한 느낌을 더욱 고조시키기까지 한다. 한편으로는 이전 타이틀곡과도 붕어빵이라고 할 만하다. ‘Fan’과 ‘One’에서처럼 ‘~했죠’라는 용언을 사용하지 않고 비교적 체언 위주로 마디를 끝맺고 있다는 점이 구별될 뿐, 전자 음악과 섞는 그들의 제조 공식은 여전하다.

가사나 분위기상으로 전작들에 담았던 사랑 노래들과 감정 선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굳이 EP로까지 제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물음도 남는다. 일곱 곡 모두가 어스레하게 보이는 게 옛날에 사랑을 원료로 해서 불렀던 곡들과 유사한 것으로 인지된다. 어떤 재료의 포장지를 사용할 것인가, 어떤 모양으로 장식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내용물도 관건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희소성은 떨어진다. 사랑이 아무리 공평한 심정일지라도 그걸 표현하는 ‘사랑 이야기’는 다양성과 신선함을 배태해야 호감을 얻는다. EP라는 이유로 미처 담지 못했거나, 혹은 그들이 놓친 부분이 이것이다.

-수록곡-
1. Butterfly effect (작사 : 타블로 / 작곡 : 타블로)
2. Fallin' (타블로, 미쓰라 / 투컷)
3. Harajuku days (작곡 : 타블로)
4. 습관 (타블로, 미쓰라 / 미쓰라)
5. 쉿 (타블로)
6. 1분 1초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7. 1825 (Paper cranes) (미쓰라 / 투컷)
2008/10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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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2007년 'Fan'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에픽 하이의 음악은 우울해졌고 선율의 비중이 눈에 띠게 늘었다. 타블로는 작년 페니와 함께 아예 랩이 없는 연주 프로젝트 이터널 모닝을 결성했고, 올해는 윤하와 파트너를 이루어 ‘우산’, ‘기억’ 같은 멜로디 위주의 쓸쓸한 히트곡을 내기 시작했다.

‘1분 1초’는 더하다. 타블로는 ‘랩’이 아닌 ‘노래’를 하고 있고, (하더라도 나레이션에 가깝다), 곡의 중심을 장악하는 것도 대표적 선율 악기인 피아노, 스트링, 그리고 타루의 노래다. 무드 역시 몽롱하고 슬프다. 소품집이란 명분으로 묶어 따로 발표했을 정도니 이 방향에 대한 애정이 매우 각별한 듯 싶다.

‘팝’으로 놓고 보면 제대로 만들었다. 피아노 선율은 단순하면서도 포인트가 살아 있고, 타루의 상실감 짙은 감정 표현은 슬픈 멜로디를 타고 아련하게 스민다. 타블로의 약간은 어색한 보컬, 'One'이나 'Fan'과 비교해 대중적 흡인력이 살짝 덜한 것만 빼면 에픽 하이의 평균작 이상으로 쳐줄 수 있는, 가을에 듣기 좋은 팝 한 곡이다.
2008/10 이대화(dae-hwa82@hanmail.net)



출처 : 이즘(http://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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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다보니  
객관성을 잃고 감상할 때도 많아요.
그래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런 비평도 읽어봅니다.


그래도...전 러브스크림이 좋습니다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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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ZM



"1분1초"에 별 세 개 밖에 안 주시다니...짜다..ㅠ 흑
그래도 원더걸스 노바디는 별 두 개 였고..
트래비스 신곡 Song to self도 세 개 반이니까 나쁘진 않다.
(사실 별 네 개 이상 나온 곡을 보지 못했다.)

이즘의 비평이 늘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에픽하이의 팬이 아닌 사람의 객관적인 시선을 알 수 있는 자료니까, 담아와봤다.
(....만 속이 쓰리다.)

이 슬픈 사랑 노래를...별 세 개...ㅠ
블로 씨, 보컬 트레이닝 받으러 갈까요...ㅠ
...랩퍼가 보컬까지 잘해야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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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scream : music for lovers and hartbreakers


 에픽하이는 참 묘한 그룹이다. 지나칠 수 밖에 없을 것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음악으로 가사로 만들어 낸다. 그런 디테일한 감성이 어느 틈에 듣는 이의 마음을 허물고야 만다. 격의없게 다가오는 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만든다.  이번 소품집의 리뷰를 적어보고자 하는데, 아무래도 그다지 객관적이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그들의 팬이기 때문에.


 에픽하이는 이번 소품집에서 기존의 에픽하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예고했었다. 분홍색의 앨범 자켓만 보아도, 이전의 에픽하이의 앨범과는 다르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그간의 앨범들이 검은색, 흰색, 갈색톤의 자켓이었던 것과는 상반된다.부클릿 첫장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깨끗한 종이 한장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라고. 팬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것 이상으로,  자신들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뭔가가 필요한 시기였던 모양이라고 추측해본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전자음보다 아날로그 사운드를 위주로 하고 있고, 사랑에 대한 기억을 소박한 가사에 담고 있다. 작고 아름다운 앨범이다. 이들은 사랑이 아름답기만 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사랑은 때론 지루하고, 결국엔 끝이 나고, 되돌릴 수 없어 고통스럽다. 사전에 없는 단어, "lovescream"이란 단어를 굳이 만들어 낸 것도 때때로 너무나 고통스러워 절규하고 싶은 그 심정을 담아낸 것이리라.


  "Butterfly Effect"는 타블로가 작사작곡을 한 곡으로 사랑에 대한 타블로의 생각을 영어가사로 들을 수 있다. 가사로 미루어볼 때, 그는 사랑을 "죄"라고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겠지만 사랑의 양면성을 생각해보게하는 가사가 좋았다.


 두번째 트랙은 "Fallin' "으로 투컷이 작곡하고  타블로와 미쓰라진이 가사를 쓴 곡이다. 루싸이트 토끼의 조예진이 피쳐링진으로 참여했다. 이 소품집에 실린 곡들 중 템포가 가장 빠르다. '미쓰라 진의 랩이 지루하다. 라임에만 치중해서 가사가 난해하다.' 라는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타블로의 래핑 역시 비트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1분 1초"와 함께 많은 이를 사로잡을 트랙이다. 타이틀곡으로 삼았어도 무리가 없었으리라 본다.


 "Harajuku Days"는 짧은 연주곡으로 허밍이 들어가있다. 타블로가 작곡한 곡이다. 하라주쿠 거리를 떠올리며 듣고 있는데, 많은 이가 빠르게 지나쳐가는 거리에서 혼자 벤치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연상된다. 유난히 쓸쓸한 곡이다. 
    

 "습관"은 미쓰라 진이 작곡한 곡으로 하동균이 피쳐링한 곡이다. 미쓰라 진이 작곡한 곡은 그동안의 앨범에 한 곡 정도씩 실렸었는데, 이번 곡을 들어보니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안정적이다. "습관"은 에픽하이의 곡으로는 드물게, 미쓰라의 벌스가 먼저 등장한다. 미쓰라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가사로 적은 것 같다. 하동균은 언제나처럼 멋진 보컬을 보여주고 있다. 워낙에 서로가 친분이 있어서인지, 타고난 것인지 곡을 잘 이해하고 부른다는 느낌이다. 애절한 표현이 좋다. 앞으로 하동균과 또 작업해도 좋을 것 같다.  


  "쉿" 역시 "Harajuku Days"와 같은 짧은 연주곡이다. 타블로의 곡으로,  자기 안에서 잠들지 않는 사랑에 대한 기억과 잡념들, 반복되는 그리움을 소리로 표현한 것 같다.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옮겨다니는 소리가 마음 속에 떠다니는 상념처럼 느껴졌다. 추상화가 떠올랐다. 어지러운 빛깔로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빙글빙글 맴도는 그 소리들처럼 기억도 잠재우고 싶었을까. 

 
  "1분 1초"는 타블로가 작곡하고 타블로와 미쓰라 진이 함께 가사를 쓴 곡으로, <Lovescream>의 타이틀곡이다. 후렴구가 중독적이다. 매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노래를 만들어내다니 놀라게 된다. 티저영상을 여러번 보아서인지 익숙한 곡인데, 노래 초반부에서 심장소리 같은 간헐적인 비트를 채워가는 타블로의 래핑이 인상적이다. 하품소리, 웃음소리 같은 작은 효과들까지 지나간 사랑의 흉터를 자꾸 아프게 한다. 자신의 경험담으로 가사를 써서, 녹음하고 작업하는 내내 힘들었다고 하더니, 내게도 그 가사가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부서지는 심장" 이라는 가사에서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안무가 있던데 그것마저 너무 슬프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옛사랑을 떠올리게 되겠지. (자주 꺼내다보면 그 기억은 힘을 잃을까, 아니면 더욱 강해질까.)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 흘리며 만들었으리라고 예상되는 노래라서...들을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투컷이 작곡한 "1825 (Paper Cranes)"라는 곡의 제목은 365 * 5 = 1825, 즉 데뷔 5년이 된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어제 있었던 새 앨범의 쇼케이스 현장에서 에픽하이는 5집 활동기간동안 진지하게 해체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해체를 의논하기로 한 자리에서, 결국은 음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다시 집에 와서 묵묵히 작업을 했다는 그들. 문제는 하나지만, 해답이 많아서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는 미쓰라 진의 가사처럼, 에픽하이의 앞날에 대한 고민과 그 무게가 느껴지는 곡이다. 1825의 뜻을 알았을 때, 이 곡이 지난 5년동안의 시간에 감사하는 곡일 줄 알았는데,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저, 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들이 좀 더 오래 음악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Lovescream>은 사랑에 대한 세 사람의 생각이 표현되어 있는 소박한 앨범이다. (가사에 참여하지 않는 투컷의 경우는 간접적으로 곡에서 유추해야하겠지만.) 트랙수도 적고, 재생시간도 짧다. 하지만 이전의 앨범들과 차별화된 주제와 접근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라도 이 앨범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또 언제 이런 "선물"을 받을지 알 수 없으니까.(여러 컷의 사진을 담아준 것도 아마 "선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가을, 이들이 이런 좋은 선물을 준비해줘서 참 기쁘다. 아끼며 들어야겠다.







저의 목소리가 노크를 할때 벽이 아닌 문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 타블로

재가 되기 전에 더 활활 타오르고 싶어 - DJ투컷

우리 모두가 음악앞에 순수한 , 녹지 않는 눈이 되었으면 합니다. - 미쓰라眞 







수록곡


01 . Butterfly Effect   
02 . Fallin'    (feat. 조예진 of 루싸이트 토끼)
03 . Harajuku Days   
04 . 습관 (feat. 하동균)  
05 . 쉿   
06 . 1분 1초  (feat. 타루)   
07 . 1825 (Paper Cranes)  

All music composed, arranged, and written by epik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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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라의 블로노트에서 이 영화를 소개해준 것을 듣고 보게 됐는데 좋더라구요.
리뷰 써봤는데 이 글에 링크할게요.
http://thedreamers.tistory.com/45





타블로 씨가 추천한 책이나 영화는 대부분 취향에 맞는 거 같아요.
이런 취향 가진 남자분 있으면 소개 좀.....굽신굽신
(저따위에게 기회가 오려나 모르겠지만....ㅎㅎ)

지금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을 읽고 있는데 이 책도 너무 맘에 들거든요.
이게 사랑인 거 같아요. (<- 타블로 씨가 자주 쓰는 말 흉내내기.ㅎㅎㅎ)


↓ 참고하실 내용.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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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사이트에 제가 쓴 페니 씨 음반 리뷰가 계속 소개되어 있더니만
1만원 상품권을 준다고 하네요. +ㅁ+
전 이런 거 있는 줄도 몰랐는데 문자가 와서 확인해봤더니
쪽지 와있더라구요.
물론 그 리뷰는;;; -_-;; 매우 조잡했습니다만,
여전히 페니 씨의 앨범 리뷰는 그것 뿐이네요. (...)

Alive soul cut vol.1 리뷰 조만간 다시 써야할텐데 말이죠;;
구글 애드센스보다 이게 낫네요.ㅎㅎㅎㅎ



어쨌든 이걸로 에픽하이 소품집 사면 되겠네요.
포인트 모인 것도 8800원인가 있는데.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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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이것이 영국 록의 진수” 런던 뒤흔든 ‘비바’ 함성 [중앙일보]

3년만에 4집 앨범 낸 콜드플레이 공연 대성황
발매 사흘만에 30만장 팔려
영국·미국서 연이어 1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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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투어 콘서트 전날 런던에서 열린 무료 콘서트 현장.

16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의 브릭스턴 아카데미. 낡고 붉은 벽돌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공연장이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자마자 골목 어귀에 있던 암표상들이 “콜드플레이 티켓 있느냐”며 말을 걸어왔다. 어느 누구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날 관객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앨범 발매 기념 무료콘서트에 초대된 행운아들이었다. 치열한 경쟁의 온라인 응모를 뚫고 귀한 티켓을 손에 쥔 이들이다. 3년 만에 나온 콜드플레이의 4집 앨범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 올 히스 프렌즈(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는 전작 ‘엑스 앤 와이(X & Y)’ 만큼이나 대박을 터뜨릴 조짐이다. 12일 발매 이후 사흘 만에 30만 장이 팔리며,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관객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섰다.

드디어 크리스 마틴을 비롯한 네 명의 멤버들이 무대에 올랐다. 5000여 명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마틴은 군복 스타일의 재킷을 입고, 오른쪽 팔에 완장 모양의 띠를 두르고 나타났다.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앨범 표지와 함께 각별한 상징성을 지닌 복장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콜드플레이는 1시간20분의 공연(총 16곡 연주)에서 초반 다섯 곡에 승부를 건 듯했다. 신보의 연주곡 ‘라이프 인 테크니컬러(Life In Technicolor)’로 포문을 연 뒤 ‘바이올렛 힐(Violet Hill)’, ‘클락스(Clocks)’, ‘인 마이 플레이스(In My Place)’,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를 불러 젖혔다. 신곡과 히트곡의 절묘한 배합이 관객의 심장을 두드렸다.

감성적 피아노 연주와 몽환적 가성의 마틴이 ‘클락스’를 객석에 뿌려댔다. 피아노 건반 앞에서 더욱 빛나는 남성 뮤지션은 엘튼 존뿐만이 아니었다. ‘바이올렛 힐’과 ‘비바 라 비다’는 라이브로 처음 연주된 신곡이지만, 관객들은 가사를 외우며, 마틴과 합창을 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대중이 얼마나 콜드플레이의 신보를 기다려 왔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공전의 히트곡 ‘인 마이 플레이스’를 연주할 때 마틴은 거의 노래하지 않았다. 관객들이 곡의 기타 리프에 맞춰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영국 국가를 합창하는 것 같은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분명 국보급 밴드에 대한 대중의 ‘경배’였다. 마이크를 객석으로 향해 놓고 합창을 음미하는 마틴의 얼굴은 희열로 가득 찼다.

마틴이 강한 영국 악센트로 인사말을 건넸다. “오늘 공연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는 이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당신이 질 것 같을 때 이 노래를 부르세요. 노래는 정의의 힘을 발휘합니다.” 이어진 곡은 새 앨범의 타이틀 곡 ‘비바 라 비다’. ‘비바(VIVA)’ 글자가 적힌 대형 걸개가 무대 위에서 내려올 때 객석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마틴은 자신의 에너지를 100% 이상 무대에 쏟아 부었다. 무릎 부상으로 공연이 힘들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무색하게 했다. 공연 도중에는 연주하던 기타를 객석으로 던지기도 했다.

이날 콜드플레이는 과장되거나 의도된 무대 매너로 관객을 즐겁게 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무대를 즐길 뿐이었다. 그들은 첫 번째 앙코르 무대에서 무대 조명을 끈 뒤 발코니로 올라가 서너 곡의 어쿠스틱 송을 연주했다. 어디서 노래가 흘러나오는지 영문을 모르던 관객들은 상황을 파악한 뒤 “크리스, 뛰어내려”라고 외치기도 했다.

마틴의 부인인 할리우드 스타 귀네스 팰트로가 두 아이(애플·모세스)와 함께 공연장에 왔다면, 혹시 그 발코니에서 남편의 공연을 보고 있지 않았을까. 옆에 있던 한 영국 기자에게 마틴의 가족이 이곳에 왔느냐고 물었다. 그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크다. 봤다는 사람도 있다”고 대답했다. 

런던=글·사진 정현목 기자


새 앨범 ‘비바 라 비다’는 …
추상적 가사에 아름다운 사운드 ‘절묘한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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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네 멤버. 왼쪽부터 크리스 마틴, 윌 챔피언, 존 버클랜드, 가이 베리먼.



콜드플레이의 새 앨범을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비바 라 비다’와 ‘바이올렛 힐’이 권력의 무상함과 권력자에 대한 분노를 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반 표지는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하지만 밴드는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베이시스트 가이 베리먼은 앨범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뿐, 음악에 정치적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담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리스 마틴은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앨범은 죽음에 대한 공포, 사랑, 그리고 권력자의 위선에 대한 분노에 대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새 앨범도 부당한 권력에 대한 분노에서 출발해 인간 존재의 보편적 조건을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마틴은 유난히 ‘자아(ego)’가 강한 아티스트다. 음악을 만들 때 그 에고의 칼날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린다. 그런 까닭인지 콜드플레이는 난해하고 추상적인 가사에 냉철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운드를 실어왔다. 특정 메시지를 강하게 주장하지도, 공감을 강요하지도 않지만, 그게 되레 듣는 이를 전율케 한다.

새 앨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더욱 서사적이고 공간감이 풍부한 사운드를 빚어냈다. 록밴드 유투(U2)의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가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아 유투의 분위기도 다소 느껴진다.

콜드플레이는 그간 ‘브릿 록’(영국 록)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라디오헤드와 자주 비견됐다. 2000년 데뷔작 ‘패러슈츠’에서 라디오헤드의 냄새가 풍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후속 앨범을 낼수록 서정적인 피아노 록에 기반한 자신만의 문법을 구축해갔다. 라디오헤드에 비해 좀 더 밝은 톤의 감성과 멜로디, 풍부한 표현력을 갖춰가고 있다. 이제는 자신들에게 영향을 줬던 라디오헤드와 다른 차원의 세계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2008.06.24 01:10 입력 / 2008.06.25 14:41 수정


기사출처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200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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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Viva La Vida에 대한 저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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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위에 담아온 기사에 대해 말하자면, 6월에 난 기사이니 꽤 오래되서 더이상 '신문(新聞)'이라고 할 수 없을 지경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굳이 이 기사를 스크랩해온 이유는, 이 기사 안의 두 문장 때문이었다. 라디오에서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자주 접하다가 뒤늦게 나도 팬이 되었는데, 이번 신곡인 Viva la Vida의 가사가 좀 어려웠다. 무슨 뜻일까 찾다보니 이 기사가 나왔고 중간 쯤에 있는 “당신이 질 것 같을 때 이 노래를 부르세요. 노래는 정의의 힘을 발휘합니다.”라는 Coldplay의 말에 금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어려울 것이 없었다. 이 곡은 삶의 과정에서 많은 '싸움'을 앞둔 많은 이에게 힘을 더해주려는 노래였다. 곡 전체에 흐르는 비장함을 띤 반복적인 현악기 소리라든지,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듯한 종소리를 듣고 있자면 전쟁터나 혁명의 한가운데라도 용기를 가득 안고 뛰어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곡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었다는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이해는 더 쉬워진다. 멕시코의 여류화가인 프리다칼로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화가였지만, 소아마비를 앓았고, 18세에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으며,  평생 32번의 수술을 해야했다. 말년에는 회저병으로 다리를 절단해야했으며, 47세에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 디에고 리베라는 여성편력이 심했고, 그녀는 건강때문에 아이도 낳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녀의 마지막 그림인 수박 정물화에 'viva la vida' 즉 "인생 만세"라는 문구를 적어뒀다고 한다.  나도 프리다 칼로에게 매료되어 여러권의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불행가운데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를 소유하고 있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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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은 불행 중에 꽃피고, 그래서 가치있고 강하다. 퇴락하여 역사의 뒤편으로 잊혀지는 권력자의 모습을 노래하는 Coldplay의 노래가사는 이런 맥락으로 살핀다면, 그리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있는 이 노래의 주인공이 역설적으로 "VIva La Vida" 를 외치는 모습이, 많은 이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Coldplay의 따뜻한 배려가 고맙다. 어리석은 일일지는 몰라도, 매순간 '희망'을 신뢰하는 나에게 이 노래는 멕시코의 더운 열기와 프리다칼로의 열정, 프랑스 혁명에 참여했던 민중들의 격정을 한 번에 전달해준다. 열정의 상징인 붉은색을 떠올리게 한다. 한 곡의 노래는 때로 절망에 빠져 숨을 끊으려는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다. 이 노래도 그런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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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IZM이라는 사이트(http://www.izm.co.kr/)를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죠? 읽을 거리도 많고, 앨범평들도 공감할만해서 자주 가보는 사이트입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의 이니셜을 따서 IZ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또, -ism(사상)이라는 영어 접미사를 결합시켜서 음악에 대한 생각을 담는 싸이트라는 의미도 동시에 담고 있다고 해요. 웹진, 국내가요, 팝, OST 등 음반리뷰 등을 수록하고 있는데 즐겨찾기에 추가하셔도 좋을만한 사이트에요.


 IZM의 필진으로는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쟁쟁한 분들이 많으시네요. 전문 음악평론가 외에도,  기자분들이나 라디오의 작가님이나 PD분들도 많으시구요. 제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작가님이나, "하동균의 라디오데이즈"의 신혜림 작가님도 필진에 포함되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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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외 음반이나 곡에 대한 평가를 보고, 찾아 들어보면서 음악을 이해하는 폭이 좀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평론가의 평을 신뢰하지 않는 분들도 많지만, 전문가의 리뷰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자신이 모든 음악을 들어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개편 전에는 앨범이나 곡에 대해서는 리뷰가 글로만 실렸었는데, 2008년 7월에 사이트를 개편하고부터 명반 코너를 제외한 나머지 앨범 리뷰엔 별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더군요. 그동안 별점 제도의 양면성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하던데, 한눈에 보기는 더 편해졌어요.



+


아, 그리고 윤하의 2집 앨범에 대한 리뷰가 올라왔는데, 제 생각과 거의 비슷했어요.
별점 제도 도입하고 두달 남짓한 기간동안 별 다섯 개를 받은 앨범은 하나도 없었고,
별 네 개를 받은 앨범도 아래의 6개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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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번 윤하 앨범에 주어진 "★★★★"가 정말 의미있네요.
대중음악 가운데서 오랜만에 만족할만한 수준의 앨범이 나온 것 같습니다.
윤하양, 고마워요. 앞으로도 분발해줘요. ^^





(아래 내용은 IZM에서 스크랩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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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19600&bigcateid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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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걱정이 앞섰다. 토이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 에픽 하이의 ‘우산’이 히트하면서 윤하는 단기간에 너무 빨리 소비되어 버렸다. 신인은 신선함이 생명임을 감안할 때, 이미 남의 곡을 통해 다 소진된 윤하의 캐릭터를 대중들이 굳이 간발의 차를 두고 발표된 정규 앨범에서까지 찾을까 우려되었다.

신보는 그 우려를 불식시킨다. 그것도 아주 말끔히 씻어버린다. 고조된 불안이 해소되었다는 건 그만큼 음악이 좋다는 뜻이다. 연거푸 3번을 들은 뒤 이 앨범이 지금껏 윤하가 발표한 최고의 작품임을 확신했다.

일단 보컬이 발군이다. 에너지에 넘치면서도 안정되었으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 묘한 기품이 서려 있다. 당차고 귀여운 용모에 어울리는 패기 있으면서도 유쾌한 감정 선은 듣고 있으면 일단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력이 있다.

‘Strawberry days’, ‘빗소리’ 같은 센티한 곡에서는 능숙하게 보이스 컬러를 바꿔 훌륭한 발라드 가수가 된다. 이때도 과도하게 울거나 하는 것 없이 깨끗하면서도 힘 있는 호소력을 전달한다. 워낙 보컬이 좋으니 평균적인 선율이라도 그 매력에 한층 탄력을 더한다.

앨범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첫 곡인 ‘Gossip boy’에서 타이틀곡 ‘텔레파시’까지는 본래 자신의 주특기였던 ‘록’이 주도하고, ‘Rain & the bar’에서 빗소리와 재즈 연주가 흐르면 그 뒤로는 애틋한 감성 발라드가 주도한다. ‘비밀번호 486’에서 충분히 인정받은 유쾌한 록 질주와 토이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 이후 본격 부각된 감성 발라드를 크게는 2부, 작게는 적절한 주고받기 배합으로 배치했다. 윤하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속속들이 맛보면서 감상이 너무 지루해지지도 않도록 훌륭히 짜여 있다. 거창한 ‘컨셉’ 앨범까지는 아니지만, 이게 ‘앨범’ 듣는 맛이다.

윤하는 스스로 “요즘 사람들이 끈기가 없다. MP3 발달로 스킵해서 음악을 듣는데 전곡을 차례대로 들을 수 있도록 스토리를 담아봤다.”고 말한다. ‘싱글’ 시대에 사라져 가는 ‘앨범’ 미학을 되살려 보겠다는 의지다. 디지털 싱글 하나로 쉽게 스타덤을 얻어 예능에서 그 인기를 확대재생산하는 지금 음악 산업 구조 속에서 보자면 일종의 ‘도발’이다. 그것도 참 예쁘고 기특한 도발.

대담함은 앨범 속에 반영시킨 록의 강도에서도 드러난다. 윤하는 시작부터 내리 4곡을 강성의 록으로 밀어 버린다. 특히 ‘Hero’ 같은 곡은 ‘비밀번호 486’ 때와는 차원이 다른 볼륨 업 노래다. 이렇게 격정적인 질주를 어린 주류 스타가 보여준 예는 없었다. 늘 사납고 까칠한 음악을 싫어했던 우리 음악계에 정말 겁 없이 들이댔다. 거의 오열하듯 쳐대는 피아노 연주도 그 동안의 주류 판에서는 듣기 힘든 것이었다.

‘빗소리’에서는 재지하고 컨트리의 풍미를 잘 살린 발라드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질려버린 주류 가요의 발라드 흐름을 윤하는 의도적으로 한 발짝 벗어난다. 빗겨가고 배제하지만 그러나 대중성을 잃지 않았다. 흡사 노라 존스(Norah Jones)를 듣는 듯 달콤하다. 이게 멋지다.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타이틀곡 선정의 가벼움이다. 같은 스타일이라도 ‘Gossip boy’ 같은 좋은 곡이 있는데도 굳이 통속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한 ‘텔레파시’를 내세울 이유가 없다. 곡의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덜함을 본인도 알 텐데, 너무 대중을 대하는 마음이 조급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잘 만든 앨범임에도 그것을 대표하는 곡이 스스로 가진 완성도와 깊이를 전혀 보증하지 못하고 있다. 아쉬운 선택이다.

‘텔레파시’를 제외하면 앨범 수록곡들 모두가 기대 이상이다. 특히 틴 로맨스와 유쾌한 로큰롤이 만난 ‘Gossip boy’, 조규찬이 작곡한 ‘Strawberry days’, 타블로가 작곡과 피처링에 참여한 ‘기억’은 모두 싱글로 발표되어도 관계없을 베스트 트랙들이다. 직접 작곡하고 부른 ‘미워하다’도 크게 부각되어 들리지 않을 뿐 문제없이 귀에 잘 감긴다.

주류 음악계에서 간만에 만난 ‘빛나는’ 앨범이다. 이 성과는 작금의 ‘과거 지향’ 가요계에 ‘현재성’의 신선함을 던진다. ‘음악성’의 배고픔을 1990년대 스타들에 빚지고 사는 중인 우리 세대에게 21살 팔팔한 신인이 그 대체 상품을 내놓았다. ‘리메이크’와 ‘귀환’ 화제들에 가려진 1980년대 생 뮤지션들의 지금 감성의 힘을 당당히 각인시키는 앨범이다.

스타 만들기에 급급해 쉽게 써버리곤 하는 ‘차세대’, ‘유망주’ 같은 말을 이 앨범에서야 오랜 만에 부끄럽지 않게 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윤하. 역시 좋은 음악은 ‘현재’ 속에서 나왔을 때 가장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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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추천" 이라고 표시된 곡들이 딱 내가 이 앨범에서 좋다고 생각했던 트랙들이라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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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올렸던 윤하에 대한 짧은 글에 내용을 추가해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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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가 한국에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기 전에, 우연히 한 신문기사를 통해 윤하를 알게 되었다. 노래를 들어보니 호감이 생겼고, 카페에 가입해서 일본 활동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할 정도로 호기심이 일었다. 그런데 한국 앨범에서는, 일본 싱글이나 앨범에서 보여줬던 맑은 감성이 제대로 드러나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우리나라곡 중 가장 멋지게, 가장 먼저 살려낸 게 토이 앨범의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이었다. 이 곡을 통해 윤하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발견"되었다.


 물론 한국에서 낸 앨범에도 시원한 가창력이나 퍼포먼스를 보여준 여러 곡들이 있었지만, 윤하 양의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대중성을 의식해서인지 가사 내용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거나하는 점들이 그동안 내심 아쉬웠다. 윤하가 노래를 못 한다거나 실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세심한 프로듀싱이 필요하지 않았나 아쉬웠다는 것이다. 일본 앨범의 발라드 곡들을 들으면서 '이건 정말 10대 소녀의 목소리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의 깊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감탄하곤 했는데 그걸 프로듀서 유희열 씨가 잘 짚어낸 것이다. 아주 좋은 타이밍에.


 에픽하이의 타블로도 토이 앨범에서 이 노래를 듣고, 아예 윤하 양에게 피쳐링 부탁할 것을 생각하고 "우산"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우산" 또한 토이 앨범에서 보여줬던 윤하의 "발견"을 더욱 극대화해준 곡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활동을 쉬는 동안 다른 이의 앨범에 피쳐링 참여를 하며 많은 성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번 앨범은 기대가 됐다. 그리고 윤하의 2집은 그런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특히 윤하가 절절한 가사를 살려내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인데, '기억'이나 '미워하다'의 경우 특히 이런 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어린 나이에, 이런 아픈 사랑을 경험해본 듯이 처절할 정도로 슬픈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처음으로 녹음 작업을 하다가 힘들어서 울어봤다는 그녀의 말도 이쯤되면 이해가 된다.


  슬픈 감성 외에도, '빗소리'의 1절 가사는 정말 듣는 사람까지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가사의 감정을 잘 살려냈다. "비오는 거릴 걷다 수줍은 웃음이 나/ 비좁은 우산 속에 너와 내 모습/ 참 이상하지? 비오는 날이 좋아졌어/ 지금 내 옆에 널 만나" 이 부분을 듣고 있자면, 정말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녀의 수줍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작은 웃음소리마저 들려오는 것 같다. 'Strawberry Days'도 이런 감정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은데, 반짝반짝 상큼하고, 맑은 아침을 눈 앞에 그려지게 한다.


  기존에 윤하가 보여줬던 피아노락이나 팝 발라드 외에도, 일렉트로니카나 재즈 느낌의 곡까지. 이번 앨범은 꽤나 여러 장르의 음악을 담고 있는데 신기할 정도로 이 모두가 윤하와 잘 어울린다. 솔직하고 담백한 목소리이면서도, 윤하는 자기 자신을 여러 장르에 어울리는 악기로 활용할 줄을 안다. 하나의 틀 안에 갖히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긴, 아직은 많은 가능성을 가진 나이이기도 하다.


  그녀는 대중에게 자신의 어린 나이와 귀여움으로 호소하려는 생각이 전혀없다. 쇼프로를 종횡무진하기보다는 가수로서 자신이 해야할 일에 충실한 모습은 칭찬할 만하다. 윤하는 오직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심많은 뮤지션이다. 원래 윤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호의어린 것이긴 했지만, 이번 2집 앨범을 통해 윤하는 확실히 한 단계 진보했다. 맑고 투명한 감성, 강하고 씩씩한 기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길어올린 듯한 슬픔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이 나이 또래의 가수는, 윤하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앨범을 듣고 있자면, 그녀의 수고와 노력이 보인다. 무엇보다 오래도록 지켜볼만한 좋은 뮤지션이 되어가고 있는 윤하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윤하도 알고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자신이 자신의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는 것을. 앞으로도 그녀의 성장은 계속 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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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잘 듣고 있는 다이나믹 듀오 앨범에 대한 리뷰를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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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한국의 힙합씬에서 뚜렷한 역할을 일임하고 있는 다이나믹 듀오의 새 앨범이 나왔다. 수많은 젊은 랩퍼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지만, 다이나믹 듀오는 여전히 존경받는 선배 MC로서, 많은 리스너에게 환영받는 MC로서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이나믹 듀오가 가진 뚜렷한 색깔을 대체할 만한 MC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다이나믹 듀오의 컴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알만한 이야기지만, 이번 4집 앨범은 애초에 3천장의 한정판 앨범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많은 리스너들이 다이나믹 듀오의  한정판 앨범을 소유하기 위해 며칠 간을 잠복하며 기다렸고, 덕분에 단시간에 예약 물량이 바닥이 났을 뿐 아니라 힙합 플레이야 사이트에서 자신들에게 할당된 물량보다 너무 많은 물량을 예약 받아 큰 혼란이 야기되었다. 결국 3천장을 더 발매하게 된 것에 대해 이래저래 말이 많았지만, 이러한 모든 일들이 다이나믹 듀오의 4집 앨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대신 할 것이다.


  존경과 인정, 그리고 인기는 당연히 그들의 음악에서 기인한다. 그간의 앨범들에 대한 리스너들의 호불호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들은 주목할 만한, 기대할 만한 그룹으로 분류된다. 위트와 풍자가 적당히 버무려진 매콤한 가사와 코끝을 찡하게 하는 사람냄새 나는 구수한 가사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골계미'의 측면에서 두사람의 가사는 더욱 빛난다. 경험과 관록을 갖춘 이들은 '뼈있는 소리'를 '재미있게, 장난스럽게' 건네는 노련함을 가졌다. 물론 이들의 목소리가 가진 개성, 훌륭한 가사 전달력, 귀에 착 달라붙는 라임과 플로우 등도 이러한 가사에 맞춤한 듯 꼭 맞는다. "알아듣기 힘든 가사/ 아무리 들어도 내 귀에는 빵상 / 사람들이 가사책 안 보고 감상할 때까지 연습해 그 전까지는 손빨아"(Trust me 中)라는 가사를 자신있게 써도 되겠다 싶은 연습량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힙합이랑 결혼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너는 혼인빙자간음'(길을 막지마 中)이라는 가사는 얼마나 귀에 쏙 들어오며 한 번에 이해되는가? "너란 깜깜한 감옥에서 출소/ 세상아 내게 두부를 줘"(solo 中), "침대는 과학/ 우리는 love scientist"(해변의 걸 中) 라는 가사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사랑 노래의 가사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일상어에 가까운 가사,  쉬우면서도 신선하고 낯선 비유와 직유를 함유한 가사. 그러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라며 공감할 만한 가사를 쓰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이나믹 듀오는 이 부분에서 자신들의 특출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령층을 만족시킬 만한 가사를 준비해두었다.  


 다이나믹 듀오와 마찬가지로 오버에서 활동하면서도 리스너들 사이에서 일정한 인정을 받고 있는 에픽하이와 비교해본다면, 이들의 가사가 가진 특징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에픽하이의 가사가 문학적인 아름다움과 비극적 감수성을 특징으로 한다면, 다이나믹 듀오의 가사는 보다 흥겹고, 장난스럽다. 직설적이며 솔직하다. 그러므로, 힙합이라는 같은 장르 안에 속해있지만, 두 그룹이 점유하고 있는 위치도, 팬들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바도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아직도 다이나믹 듀오는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이번 4집 앨범을 통해 다이나믹 듀오는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전자음을 많이 도입했고, 피쳐링진의 성격도 조금은 달라졌다. 이들은 박진영, 김범수, 알렉스, J 등 의외의 수를 두었다. 이전의 앨범들의 피쳐링 진과 비한다면 더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것을 피쳐링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supreme team, Ra.D, 0CD, SEAN2SLOW의 피쳐링으로 기존 리스너들의 욕구에도 충실히 부응하려한 것도 보인다. 사랑 노래를 많이 담은 것도 이전 앨범에 비하면 조금 달라진 부분이다. 특히 김범수와 함께한 "good love"는 다이나믹 듀오가 이렇게까지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DJ DOC의 감성적인 곡으로 "비애"를 꼽는 것처럼 다이나믹 듀오에게는 "Good love"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코와 최자는 이번 앨범 활동이 끝나면 내년 초에 군에 입대하게 된다. 아마도 2년간의 공백기를 메워줄만한 강력한 한 수를 내놓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욕심이 여실히 느껴지는 음반이다. 이번 앨범에서 시도했던 다양한 변화들이 군 제대 후에 다시 만나게 될 그들의 5집에 어떤 식으로 나타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만 할테지만 Last days, '최후의 날들' 이라는 각오로 낸 다이나믹 듀오의 4집 앨범이 그 2년을 충분히 달래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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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다음 메인의 카페/블로그 영역에 제 글이 소개됐네요.
티스토리 메인은 가본 적 있었지만;;; 다음에서 소개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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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1pagestory.com/main/cafe_view.php?id=v8_review&no=299
 

에픽하이의 4집 리뷰


그냥 문득 웹서핑 중 발견하고 링크

그런데 저 글 제목과는 반대로 난 요즘 들을 노래가 많아 미치겠다.

몇 년 전, 100대 명반에 선정된 음반들도 들어보고 싶고,

새로 알게된 힙합씬의 명반들도 들어보고 싶고,

일렉트로니카 계열에도 관심이 생겼고,

락음악에도 흥미가 생겼고,

그 와중에 신보도 쏟아져 나온다.

어쩌라고..ㅠㅠ




밀린 숙제처럼 허겁지겁 듣고 있다.

좀 여유롭게 들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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