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인터뷰

올해 5집 앨범 을 내놓고 ‘One’, ‘우산’이 히트하며 다시 한 번 국내 최고 인기 그룹임을 입증한 에픽 하이가 지난 9월 소품집 < Lovescream >을 내놓았다. 약간 이른 감이 없지 않은 발표 시기에도 불구, 신보는 벌써 4만 장 이상이 팔렸고 첫 싱글 ‘1분 1초’도 음원 차트에서 인기 구가 중이다. 새 앨범에 담긴 음악적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그들을 만났다. 이제 막 방송 녹화를 마치고 온 그들의 의상에서는 ‘가을’ 분위기가 났다. 곧바로 앨범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 Lovescream >이란 소품집 앨범을 내놓았다. 이번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투컷 : 하나의 주제를 가진 컨셉 앨범이요. < Lovescream >이 원래는 5집 작업할 때 나왔던 노래들이에요. 그런데 작업 도중에 5집이 방향을 바꾸게 되었고, 그 방향에 맞게 배제했던 남은 곡들을 EP 형식으로 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또 가을도 되니까 다들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잖아요. 잘 포장을 해서 들려드리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타블로 : 5집이 약간 전자음이 좀 많았잖아요. 사실 우리는 한 2집 때부터 전자음을 많이 사용을 했는데, 전자음이 이렇게 많아질 줄 몰랐어요. 라디오 디제이, 음악 프로그램 MC를 하면서 가요계가 전곡이 다 전자음 위주인 거에요. 그래서 분명 듣는 사람들 중에서는 자연적인 소리, 악기들을 듣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텐데 생각했죠. 그래서 아날로그적이고 자연적인 소리로 만들어보자 했어요. 전자음은 웬만하면 쓰지 말자.

그러나 여전히 ‘내츄럴’이라 평하기엔 프로그래밍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타블로 : 그렇긴 하죠. 아직도 드럼은 리얼 드럼을 안 썼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다음 앨범에는 더 자연적으로 가고 싶어요.

그럼 자꾸만 ‘힙합’ 그룹 에픽 하이가 ‘밴드’적으로 변해간다는 얘기인데...

타블로 : 되게 특이한 게, 이 앨범을 만들면서, 우리 세 명이 각자 원하는 게 확실히 많이 좀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서로 뭘 원했나?

타블로 : 저는 밴드 음악, 그러니까 록(Rock)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4집, 5집 전부 다 제가 개인적으로 만든 곡들은 록 성향이 강해요. 그래도 일단 힙합 그룹이다 보니까 그 록 성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했었는데, 이젠 계속 그러긴 싫고...

투컷 : 저는 1집부터 지금까지 많은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어요. 전형적인 힙합, 트렌디 팝, 아날로그 사운드도 해봤고, 다른 이름을 만들어서 리믹스를 하는 것도 시도를 하고 있어서요. 딱히 지금 시점에서 뭘 하고 싶다기보다는 더 많은 걸 해 보고 싶어요.

미쓰라 : 저는 아직 (만들기 시작한지가) 얼마 안 되어서. 기본적으로 약간 소울 밴드 느낌을 하고 싶은 건 있어요.

소울? 의외다. 미쓰라는 소울이 왜 끌리나.

미쓰라 : 전에는 진짜 힙합, 일렉트로니카가 좋았는데, 이젠 그 소리들 자체가 걸리기 시작했어요. 소울 음반들도 다시 찾아서 듣곤 해요.

에픽 하이는 설명이 필요 없이 ‘힙합 그룹’이다. 그런데 이 날 듣기로는 타블로는 ‘밴드 음악’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미쓰라 진은 ‘랩’이 아닌 ‘노래’ 중심의 음악인 소울에 끌리고 있었다. 더욱이 미쓰라 진은 일렉트로니카, 힙합 같은 사운드가 이젠 귀에 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결국 힙합의 비중을 줄이고 싶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그렇다면 앞으로 에픽 하이의 음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점에 대해선 타블로가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타블로 : 만약에 다음 앨범을 구상을 한다면, 아마 세 명의 색깔이 팀이라는 이유로 양보할 필요 없는, 그런 구성을 만들어서 앨범을 만들 것 같아요. 어떨 때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미쓰라의 가사 스타일이 들어가면 제가 못하는 것이 있어요. 반면에 투컷이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랩이 들어가야 하니까 못하는 것이 있고. 그렇게 팀을 위해서 양보하지 않는 스타일로 만들면 팀도 조금 더 발전할 것 같고, 각자도 더 발전할 것 같아서...

에픽 하이는 분명 소위 ‘잘 나가는’ 그룹인데, 가사는 좀 우울한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그렇던데. 이번 신보에서 가사에 대한 고민을 듣고 싶다.

타블로 : ‘1분 1초’ 같은 경우는 일상적인 가사를 써보고 싶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제 가사들이 좀 광범위하고 너무 화려해졌다고 생각을 했어요. ‘자살’ 같은 큰 주제들을 다루다보니까. 가사들이 막 블록버스터 스타일로 변하기 시작해서요. 이번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느꼈어요. 나이도 서른 즈음이 되니까 막상 제가 듣게 되는 노래들도 유재하 노래들이나 잔잔한 발라드 곡들, 그냥 시인과 촌장 노래들. 이런 노래를 듣고 그 가사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것에 영향 받았어요. 제가 고민했던 건, 랩이라는 것의 문제가 단어가 너무 많다는 거에요. 그래서 일단 랩을 줄였고요. 라임을 신경을 많이 안 썼고.

‘1분 1초’는 타블로가 들려주던 감각적인 멜로디, 콱 터지는 전개 방식이 ‘One’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선지 약간 재미가 덜했다.

타블로 : 약간 무미건조하게 만들려고 한 거에요. 왜냐면 내용 자체가 그냥 여자 친구랑 밥 시켜두고 DVD 보던 기억이잖아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기억. 그것 때문에 슬프다는 것이어서. 사실 만약에 우리가 힙합 그룹이 아니었다면 비트도 없었을 거에요. 원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세게 가면서 확 시원해지는 거였는데, 음악이 화려하면 '이건 좀 내 포인트가 아닌 것 같다..’ 그 생각 들었어요.

왜 그렇게 미니멀하게 하는 건가

타블로 : 제가 여태까지 오래 들은 노래들을 생각해 봤어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들. 그 노래들의 공통점은 노래들이 전부다 화려하지 않고요, 쓸데없이 뭔가를 보여주려는 노래들도 아니고, 처음 들었을 땐 되게 밋밋했던 노래들이더라고요. 비틀스(Beatles) 하면 물론 ‘Hey Jude’ 같은 다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들도 있지만, 저는 ‘Strawberry fields forever’가 제일 좋거든요. 처음엔 듣고서 ‘이게 뭐야?’ 했는데, 계속 간직하게 되더라고요. 제 자체가 취향이 그러다보니까. 물론 ‘Fly’나 ‘Fan’, ‘One’ 이런 노래들은 처음에 딱 나왔을 때 사람들의 주목을 빨리 끌고 그러는데, 그 만큼 빨리 휘발되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그냥 편하게 ‘이 노래 나쁘지 않네’ 한 다음에 계속 들을 수 있을까...

밋밋하고 건조할지 모르나 다소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타블로 : 네. ‘One’ 같은 경우는 믹싱 끝나고 마스터링 할 때 이미 다 질렸어요. 만드는 과정에서 한 1000번 이상은 들으니까 벌써 질리더라고요. 전자음이 화려하거나 클라이맥스가 웅장한 노래들은 금방 질리더라고요.

그럼 투컷은 역동성을 담당하는 ‘비트’, ‘랩’의 미학을 추구하는 사람인데, 타블로의 방향과 너무 상충되는 것 아닌가?

타블로 : 그래서 얘 곡에 랩할 때는 제가 좀 더 열심히 해요. 제가 지금까지 랩을 열심히 한 건 다 얘 곡이에요.

투컷이 만든 ‘Fallin'’을 들었을 때 타블로는 랩을 줄이려고 하는데 투컷 때문에 못 줄이겠다 싶었다

타블로 : 정확히 보셨어요. 왜냐면 작업할 때 얘한테 랩은 1,2절만 있어도 될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면, 얘가 3절 해 달라고 해요. 가끔 제가 랩을 느슨하게 쓸 때가 있거든요. 그럼 얘가 랩 좀 빠르게 좀 더 강렬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해요.

드는 생각인데, 투컷은 약간 남성적인 음악, 타블로는 여성적인 음악 성향인 것 같다.

투컷 : 약간 그런 면이 있어요.
타블로 : 아... 맞다.

연주곡이 3곡이다. 랩이 없는 건데. 이런 모습들이 계속 드러나는 이유는?

타블로 :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갈수록 보여주고 싶은 음악을 할 생각이 없어지고 있어요. 뭔가를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이나, ‘우리 이 만큼 해요~’ 이런 걸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요, 우리는 이제 우리 음악 들어주는 사람 수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과 소통만 하고 싶어요. 잔잔하게. TV 많이 안 나가는 이유도 TV에 나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음악적으로 크게 도움이 안 돼요.

타블로 : 어느 잡지 인터뷰 중에 이런 걸 물어봤어요. “만약 여태까지 에픽 하이의 전체적인 음악 생활이 만약 파티라면, 지금이 파티의 어느 시기냐” 묻더라고요. 근데 저는 정말 이 앨범하고 5집도 포함해서 올해 했던 활동들은 축구 경기가 있으면 전반전 후반전 사이에 화장실에서 칸 안에서 몰래 피우는 담배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을 해요. 예전에 원했던 것들을 많이 덜어냈고, 앨범을 홍보하는 데에 있어서도 예전 방법들을 거의 버렸고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홍보하는 것도 없고. 물론 이러면서 수익 면에서는 타격을 많이 봤어요. 물론 잘 되고 있죠. 잘 되고 있긴 한데, 그런 걸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타블로 : 물론 저보다 형님이신 분들도 지금 힙합을 하시고 있긴 하지만, 내년에 제가 서른이 되잖아요. 그걸 생각했을 때 뭔가 저한테 안 맞는 옷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에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지금 솔직히 좀 고민 중이에요.

인터뷰 내내 계속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에픽 하이가 처음엔 ‘힙합’ 그룹으로 시작했지만, 음악계 활동과 5집의 여정 동안 취향, 지향, 생각들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랩을 줄이고 싶다거나, 힙합이란 옷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발언들은 대담했고, 수위도 높았다.

타블로 : 이런 고민들 때문에 진짜 해체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끼리는 해체 했었어요. 에픽 하이라는 걸로 새로운 문을 열던지 발전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서로 원하는 것들이 자꾸만 달라지고 음악적으로 이걸 융합시키긴 너무 어려운 숙제였어요. 그렇게 음악적인 고민으로 해체를 하기로 했었다가, 쉬어가면서 음악 하나 만들자.. 그게 이번 앨범이에요.

‘해체’하려 했다는 말이 이번 인터뷰에서 처음 나온 말은 아니다. 얼마 전 열렸던 < Lovescream > 쇼케이스에서 에픽 하이는 숱한 기자들과 팬들이 있는 곳에서 이미 해체를 생각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해체 위기 속에서 나온 신보인만큼 서로의 완충지대를 어디서 찾을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에픽 하이는 자신들의 해결책을 이렇게 설명했다.

타블로 : 우리가 다음 앨범을 이미 구상하고 있는데요, ‘따로 함께’하는 방법을 만들고 있어요. 하나의 작품이 나오는데도 따로 함께한 느낌이 나게. 그래서 아마 지금 구상한 대로 나오게 되면 국내에서는 최초일 거에요. 되게 좀 빡쎄긴 한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타블로 : 활동하는 방식도 다를 거에요. 원래 있었던 대중적인 방식으로 음악을 하는 건 이제 해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이돌 그룹들을 어떻게 이겨요. 솔직히 말이 안 돼요. 춤도 못 추고, 나이도 많고, 얼굴도 안 되고. 오늘 어떤 기자분이 오셔서 저한테 “에픽 하이는 대형 기획사도 아니고, 그렇게 큰 팬클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춤도 안 추고, 예능도 안 나가는데 왜 지금 동방신기 다음으로 앨범 판매 2위냐?” 물어보시더라고요. 기사를 쓰고 싶은데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거에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진짜 모르겠어요. 기이한 상황인데.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돌 그룹이랑 경쟁하기엔 우리가 진짜 역부족이에요. 경쟁할 생각도 솔직히 없고. 그래서 또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데, 그 방식이 아직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습관’ 들으면서 느꼈는데, 미쓰라 진은 약간 뽕필이었다. 웃음.

타블로 : (눈이 커다랗게 되어 놀라며) 그렇죠? 웃음. 얘가 자연적으로 뽕필인가 봐요. 개인적으로 저나 투컷을 뽕필을 되게 싫어해요. 어떻게 해서든 뽕필이 생기면 배제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미쓰라는 아니에요. 이제 막 프로듀싱을 시작할 때는 자기 성향이 나오잖아요. 약간 뽕 성향이 있나 봐요. 그거는 우리가 좀 도와주고 있어요. 그렇다고 뽕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고요.

미쓰라 진은 어렸을 때 뭐 들었기에?

미쓰라 : 부모님이 들은 것도 있고 뭐. 웃음.

투컷 : 근데 뽕이라고 해서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결국 꽂힌다는 얘기잖아요. 가만히 있다가 문득문득 생각나는 곡은 다 쟤 노래에요. 웃음.

타블로 : 며칠 전에 저랑 넬의 김종완이랑 술을 마시고 있는데, 이러는 거에요. “야 근데 ‘습관’ 그 노래는 여태까지 에픽 하이가 만든 최초의 뽕끼 있는 노래 같애” 그래서 그 다음에 저랑 투컷도 서로 얘기하면서 “미쓰라는 약간 뽕필인 것 같애” 그랬어요. 그런데 오늘 얘기하시네요. 웃음.

‘1분 1초’에는 타루가 피처링을 했던데. 해보니 타루가 어떤 것 같나.

타블로 : ‘1분 1초’ 보컬을 누구를 할까 생각하다가, 타루 목소리의 매력은 그렇게 특별하지도, 튀지도 않고, 예쁜데 무미건조해요. 그래서 타루가 이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들었을 때 ‘평범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이 부르고 있다’, 이 느낌이 올 것 같았어요. 솔직히 말해서 노래를 너무 잘 부르는 친구들은 이게 저 같은 사람이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거든요. 타루는 평범하면서도 예쁜 목소리를 갖고 있는 것 같아서. 녹음을 하면서도 제가 최대한 평범하게 부르도록 부탁했어요. 아마 타루 씨 입장에서는 ‘나 그냥 잘 부를 수 있는데 잘 부르게 해주지’ 이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 자체가 잘 부르는 것 싫어하고, 여태까지 제 노래를 잘 들어보면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가는 노래가 하나도 없어요. 바이브레이션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빼요. 왜냐고 하면 내가 그냥 싫어한다고 해요. 저는 기교 없는 딱 평이한 보컬을 선호해요.

투컷 : 그런 게 약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미쓰라는 ‘습관’을 통해 해보고 싶었던 거라면?

미쓰라 : 그 당시에 빠져 있던 음악이, 루츠 앨범들을 다시 듣고 있던 시기였어요. 이런 걸 해보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어요. 공부가 많이 되었어요. 밴드적인 사운드에 랩을 입힌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투컷이 만든 ‘Fallin'’은 지금까지 투컷의 느낌하고 좀 다른 것 같았다.

투컷 : 이전까지는 강한 힙합, 그런 것들을 주로 해왔는데, 감성적으로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멜로 영화들을 쭉 보다가 <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 >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난 피아노 멜로디가 있어요. 그것부터 시작을 해서 만들었어요.

'Fallin''을 만들고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투컷 : 한 방향을 더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내가 갈 수 있는 방향 하나를 더요.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을 이렇게 들어달라는 말 부탁한다.

타블로 : 편하게 들어주세요. 그냥 사랑했던 사람 생각하면서요.


인터뷰 : 임진모, 이대화
정리 : 이대화
사진 : 제희정, 김일권

2008/10 이대화(dae-hwa82@hanmail.net)

 

 

 

출처 : IZM 이즘
(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19712&bigcateidx=11&width=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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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라디오 생방에서, 좀 전에 임진모 씨 만나고 왔다고 하기에
IZM에 에픽하이 인터뷰 기사가 올라올 거라고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었지요.ㅎㅎ
오늘 드디어 올라왔어요~

 

Posted by poise


사랑은 참 공평한 감정이다. 몸이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가진 돈이 많든 적든, 가방끈이 길든 짧든, 자기가 어떤 처지에 있든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서가 지금의 자리에서 더 나아가 어떠한 결실을 맺고 결과를 내려고 할 때에는 몇몇, 때로는 수많은 제약과 조건이 따라와서 그것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자유로움을 침해하기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느낌의 ‘형성’만큼은 사회적, 물리적 요인이나 누가 간섭한다고 해서 어떻게 좌우될 수 없는 개개인 고유의 권한이기에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도록 일반적인 정서는 그 사사로운 특성으로 여러 모양을 띤다. 어떤 이를 흠모하는 마음을 홀로 간직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풋풋함도 있으며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이들의 열정 어린 모습도 존재한다. 그런가 하면 만날 티격태격하면서도 미운 정도 정이라며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챙겨주는 애증, 만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친구인지 연인인지 구분이 되지 않지만 미미한 정이 버티는 것 같은 사이 등 셀 수 없이 많은 정황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사랑 얘기만을 집성한 에픽 하이(Epik High)의 소품집에는 적은 숫자의 수록곡이지만 앞서 열거한 내용처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마련되어 있다.

앨범이 내세우는 주제와 소재는 무척 대중적이어서 다수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용이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랑과 그것을 다루는 노래는 너무나도 평범해서 여간해서는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갖는다. 어떤 남녀가 연정을 품고, 이를 심화하고, 결국 이별을 하고, 잔여 추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과정을 그리는 노랫말은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서 따분함을 가증시키기에 충분할 뿐이다. 이 약점을 이들은 마감 잘 된 반주로 보완한다.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프로그래밍 된 디지털 신호를 최소화하고 아날로그 냄새 풍기는 음악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에픽 하이는 말한다. 내면의 이야기, 기복이 있어 일률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곧게 나아가고 딱딱 떨어지는 차가운 음들을 멀리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작들의 타이틀곡과 비교했을 때 기본 골격은 좀처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현악기로 연주된 소리를 조금 더 크게 키운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악기는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드럼 파트는 ‘습관’을 빼놓고는 조금 기력을 뺀 상태의 드럼 앤 베이스에 유착하며 하우스, 트랜스와 같은 규격으로 달린다. 그래서 이들이 매체를 통해 강조한 아날로그 감성의 회복은 효과를 나타내기가 어렵다.

사실 이 앨범의 사운드는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과도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아마도 ‘Harajuku days’ 같은 인스트루멘틀이 형성하는 존재감과 함께 미디 작업과 실제 악기의 연주가 반반 수준의 비율을 맞춰 이뤄지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1분 1초’는 반복되는 건반 소리 위에 코러스가 시작되며 얹히는 스트링이 그 프로젝트 앨범의 차가움과 건조함을 상기시키며, 드럼이 아직 빠르게 전개되지 않는 버스(verse)의 초반부에는 그러한 느낌을 더욱 고조시키기까지 한다. 한편으로는 이전 타이틀곡과도 붕어빵이라고 할 만하다. ‘Fan’과 ‘One’에서처럼 ‘~했죠’라는 용언을 사용하지 않고 비교적 체언 위주로 마디를 끝맺고 있다는 점이 구별될 뿐, 전자 음악과 섞는 그들의 제조 공식은 여전하다.

가사나 분위기상으로 전작들에 담았던 사랑 노래들과 감정 선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굳이 EP로까지 제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물음도 남는다. 일곱 곡 모두가 어스레하게 보이는 게 옛날에 사랑을 원료로 해서 불렀던 곡들과 유사한 것으로 인지된다. 어떤 재료의 포장지를 사용할 것인가, 어떤 모양으로 장식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내용물도 관건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희소성은 떨어진다. 사랑이 아무리 공평한 심정일지라도 그걸 표현하는 ‘사랑 이야기’는 다양성과 신선함을 배태해야 호감을 얻는다. EP라는 이유로 미처 담지 못했거나, 혹은 그들이 놓친 부분이 이것이다.

-수록곡-
1. Butterfly effect (작사 : 타블로 / 작곡 : 타블로)
2. Fallin' (타블로, 미쓰라 / 투컷)
3. Harajuku days (작곡 : 타블로)
4. 습관 (타블로, 미쓰라 / 미쓰라)
5. 쉿 (타블로)
6. 1분 1초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7. 1825 (Paper cranes) (미쓰라 / 투컷)
2008/10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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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2007년 'Fan'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에픽 하이의 음악은 우울해졌고 선율의 비중이 눈에 띠게 늘었다. 타블로는 작년 페니와 함께 아예 랩이 없는 연주 프로젝트 이터널 모닝을 결성했고, 올해는 윤하와 파트너를 이루어 ‘우산’, ‘기억’ 같은 멜로디 위주의 쓸쓸한 히트곡을 내기 시작했다.

‘1분 1초’는 더하다. 타블로는 ‘랩’이 아닌 ‘노래’를 하고 있고, (하더라도 나레이션에 가깝다), 곡의 중심을 장악하는 것도 대표적 선율 악기인 피아노, 스트링, 그리고 타루의 노래다. 무드 역시 몽롱하고 슬프다. 소품집이란 명분으로 묶어 따로 발표했을 정도니 이 방향에 대한 애정이 매우 각별한 듯 싶다.

‘팝’으로 놓고 보면 제대로 만들었다. 피아노 선율은 단순하면서도 포인트가 살아 있고, 타루의 상실감 짙은 감정 표현은 슬픈 멜로디를 타고 아련하게 스민다. 타블로의 약간은 어색한 보컬, 'One'이나 'Fan'과 비교해 대중적 흡인력이 살짝 덜한 것만 빼면 에픽 하이의 평균작 이상으로 쳐줄 수 있는, 가을에 듣기 좋은 팝 한 곡이다.
2008/10 이대화(dae-hwa82@hanmail.net)



출처 : 이즘(http://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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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다보니  
객관성을 잃고 감상할 때도 많아요.
그래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런 비평도 읽어봅니다.


그래도...전 러브스크림이 좋습니다만.ㅠ



Posted by poise

출처 - IZM



"1분1초"에 별 세 개 밖에 안 주시다니...짜다..ㅠ 흑
그래도 원더걸스 노바디는 별 두 개 였고..
트래비스 신곡 Song to self도 세 개 반이니까 나쁘진 않다.
(사실 별 네 개 이상 나온 곡을 보지 못했다.)

이즘의 비평이 늘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에픽하이의 팬이 아닌 사람의 객관적인 시선을 알 수 있는 자료니까, 담아와봤다.
(....만 속이 쓰리다.)

이 슬픈 사랑 노래를...별 세 개...ㅠ
블로 씨, 보컬 트레이닝 받으러 갈까요...ㅠ
...랩퍼가 보컬까지 잘해야하다니.......




Posted by poise
뮤지션이 말하는 나의 앨범-페니(Pe2ny)

출처 : IZM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19645&bigcateidx=11&width=250)


페니는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와의 2인조 유닛 소울 챔버(Soul Chamber)의 멤버로 데뷔한 이후 수많은 래퍼의 곡에 비트메이킹을 담당했으며, 2007년에는 타블로와 이터널 모닝이라는 프로젝트를 결성, 순수 경음악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반향을 얻은 작품을 만든 힙합 프로듀서이다. 2002년, 재지(jazzy)한 느낌이 강한 인스트루멘틀 EP < Journey Into The Urban City >를 선보였던 터라 이번에도 그와 닮은 음악을 들려주지 않을까 추측되기도 했지만, 최근 발표한 작품은 20명이 넘는 MC들이 참여한 ‘랩 앨범’이여서 다소 예상을 뒤엎는다. 그에게서 첫 정규 앨범 < Alive Soul Cuts Vol. 1 >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보았다.




단기 완성 프로젝트, 그러나 장기간 미뤄둔 숙원 사업

일단은 구상하게 된 계기와 시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Alive Soul Cuts’라는 타이틀로 프로젝트를 만들려고 했거든요. 컴필레이션 성격을 띠는, 원래 소수의 MC만 참여하는 걸 계획했어요. 이를 테면 누자베스(Nujabes)의 < Hydeout Production > 앨범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를 원한 거죠.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처음 의도랑은 다르게 많은 인원이 참여하게 됐어요. 회사에서도 좀 더 많은 MC가 참여해서 더 많은 사람이 듣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서 반영해 나온 결과에요.

2001년쯤부터 생각해 두었던 건데 진행은 못 하고 있다가 최근에 와서 빠르게 추진하게 되었어요. 작업은 발매 3개월 전부터 시작했고요. 전에 만들어 두었던 곡들은 전혀 사용을 안 했으니 3개월 안에 끝마치는 단기간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해치운 거죠. ‘Vol. 1’, ‘Part 1’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시작한다고 해도 그다음으로 이어지지 않는 작품들도 많지만, 저는 계속해서 할 생각이에요. 여러 여건이 받쳐주면 좋은 것이고, 안 되면 제 능력으로라도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 중 하나에요.

아날로그 느낌과 회색 톤이 강조된 음악

이번 앨범 제작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것이 있다면 사운드적인 측면이에요. 전자 악기를 사용하든 어쿠스틱을 사용하든 그런 걸 떠나서 요즘 음악은 억지로 벌리고 강하게 만드는 걸 중요시해요. 제 음악은 밀도는 떨어지지만, 저는 이게 더 따듯한 소리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개인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래도 제 귀엔 가장 잘 맞았어요. 색깔로 치면 ‘회색 톤’을 강조했다고 할까요? 샘플 소스를 사용하는 것이나 믹스를 할 때에는 질감에 대한 부분을 신경 썼죠. 요즘 음악 트렌드보다는 약간 거칠고 아날로그적인 소리들을 잡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요.

멜로디를 돋보이게 한 작법의 변화

그런 작법들 외에도 악기 사용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게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12비트 샘플러 한 대랑 앤소닉(Ensoniq)사의 ASR-X라는 장비를 쓰고 있어요. 사용하기도 무지 편하고 제가 좋아하는 소리를 많이 표현할 수 있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회색빛’이 나는 데에 도움을 많이 주었죠. LP에서 디깅하지 못한 소스들을 CD 안에서도 샘플링할 수 있고, 제가 운용하는 드럼 샘플이랑 잘 묻히지 않을 때에는 12비트 샘플러를 통해서 떨어뜨린 다음에 다시 샘플링하면 드럼이랑 잘 맞는 사운드가 나오더라고요.

이터널 모닝 끝나고 나서 음악 레슨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 걸 배우다 보니까 같은 샘플링이더라도 작법 쪽에서 많이 변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드럼을 먼저 프로그래밍했다면 이제는 샘플링, 프로그램, 그다음 드럼을 어울리게 얹는 순서로 바뀌었어요. 그러다 보니 드럼보다는 멜로디 쪽에 많이 신경을 쓴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샘플링으로만 만들지 않고 미디를 쓴 것도 그런 영향을 줬고요. ‘One light’에서의 드럼 롤과 신스는 직접 연주했고 곡이 끝난 다음에도 밴드 연주를 연결했거든요.

편해서 아쉬웠던 스튜디오 작업

객원 래퍼들에게 가사 내용이나 뭐 그런 걸 요구한 게 없어요. 시작할 때 분명히 “너희들 디렉팅 안 볼 테니까 너희 가사로 진행을 해보자”라고 했어요. 알아주는 실력파들인데다가, 도와주는 사람한테 일일이 참견하는 건 앨범 성격이랑 너무 안 맞는 것 같아서 뒤에 앉아서 자다가 끝나면 확인하면서 큰 선만 건드린 형식이거든요. 충돌은 아예 없었고, 녹음은 편안했는데, 돌이켜보니까 그게 제일 신경 못 쓴 부분이 되어 있더라고요. 나중에 가사를 훑어보니 수록곡들이 거의 다 비슷한 내용인 거예요. ‘다른 걸 얘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거죠.

각별한 뜻을 담은 ‘Still shining’

다른 곡들과 달리 ‘Still shining’은 원래 생각해 둔 곡이라 조금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제이 딜라(J Dilla)를 워낙 좋아했고,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꼭 한번은 해보고 싶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랑 같은 세대에서 비트 만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존경하는 프로듀서잖아요. 돌아가신 다음에 상실감이 굉장히 컸어요. 그런 걸 함부로 얘기하기에는 쉽지 않고 더구나 제가 지금은 랩을 하는 게 아니니까 표현도 제한되는 게 사실인데, 콰이엇이랑 작업을 하면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그 친구한테 애초에 곡을 만들기 전부터 얘기했어요. 존경하는 뮤지션을 추모하고 헌정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때로는 힙합적이지 않은, 의도와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보너스 트랙 ‘You!!’에 대해 말씀이 가장 많으시더라고요. 들으시는 분들이 깜짝 놀라요. ‘왜 리오 케이코아를 여기에 넣었느냐?’ 막 그러시는데…. 전형적인 힙합이라기보다 듣기 편한, 정말 이지 리스닝이잖아요. 약간은 자위성으로 만들었다고 할까요? 애초부터 보너스 트랙으로 실을 걸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니깐 제가 언제든지 하고 싶은 건 그런 식으로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사실 멜로디 쓰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여자 보컬이 들어가나 남자 보컬이 들어가든요. 그런데 ‘Musicbox’ 같은 곡은 일단 특정 가수를 염두에 두고 멜로디를 썼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베이지 씨를 미리 생각해 두고 작업한 거라 그분 목소리를 상상하며 멜로디를 썼죠. 타이틀곡인 ‘Alive’에 대해서는 가장 힙합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이런 게 힙합이다’하는 기준을 이야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하고 싶었던 작법을 구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나온 노래라고 볼 수 있어요.

다음 목표는 흐름과 굴곡을 표현해내는 것

마니아 쪽에서 실망하시는 분이 많았던 게 초반에는 마음에 걸렸어요. 오히려 음악 하는 분들은 좋아하는 편인데. 정규 앨범을 낸 적이 없어서 힙합 팬들은 저에 대한 약간의 선입견이 있나 봐요. 제가 한 2001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음악이 무척 투박했거든요. 이 앨범은 ‘내가 조금 더 학습을 했고, 공부를 해서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드리는 결과물인데, 예전에 비해 무난해지다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또 하나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은 ‘흐름’이에요. 외국 음반 중 잘 만들어진 작품은 전체적인 굴곡이 눈에 보여요. 곡에만 기승전결이 있는 게 아니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게 보이는데, 나중에 마스터링하고 모니터를 하니까 제 앨범은 너무 일정하더라고요. 한 곡 한 곡 작업은 많이 했지만 정규 앨범을 제작한 건 처음이라 그런지, ‘흐름’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아직 제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 Vol. 2 >나 < Vol. 3 >에서는 적은 인원의 MC들이랑 프로젝트 성향을 띤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하나의 주제 아니면 하나의 얘기들을 재밌게 진행한다든가 이번에 미처 표현하지 못한 그런 굴곡들을 내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 : 이대화, 한동윤
정리 : 한동윤
2008/09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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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IZM이라는 사이트(http://www.izm.co.kr/)를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죠? 읽을 거리도 많고, 앨범평들도 공감할만해서 자주 가보는 사이트입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의 이니셜을 따서 IZ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또, -ism(사상)이라는 영어 접미사를 결합시켜서 음악에 대한 생각을 담는 싸이트라는 의미도 동시에 담고 있다고 해요. 웹진, 국내가요, 팝, OST 등 음반리뷰 등을 수록하고 있는데 즐겨찾기에 추가하셔도 좋을만한 사이트에요.


 IZM의 필진으로는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쟁쟁한 분들이 많으시네요. 전문 음악평론가 외에도,  기자분들이나 라디오의 작가님이나 PD분들도 많으시구요. 제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작가님이나, "하동균의 라디오데이즈"의 신혜림 작가님도 필진에 포함되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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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외 음반이나 곡에 대한 평가를 보고, 찾아 들어보면서 음악을 이해하는 폭이 좀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평론가의 평을 신뢰하지 않는 분들도 많지만, 전문가의 리뷰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자신이 모든 음악을 들어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개편 전에는 앨범이나 곡에 대해서는 리뷰가 글로만 실렸었는데, 2008년 7월에 사이트를 개편하고부터 명반 코너를 제외한 나머지 앨범 리뷰엔 별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더군요. 그동안 별점 제도의 양면성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하던데, 한눈에 보기는 더 편해졌어요.



+


아, 그리고 윤하의 2집 앨범에 대한 리뷰가 올라왔는데, 제 생각과 거의 비슷했어요.
별점 제도 도입하고 두달 남짓한 기간동안 별 다섯 개를 받은 앨범은 하나도 없었고,
별 네 개를 받은 앨범도 아래의 6개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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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번 윤하 앨범에 주어진 "★★★★"가 정말 의미있네요.
대중음악 가운데서 오랜만에 만족할만한 수준의 앨범이 나온 것 같습니다.
윤하양, 고마워요. 앞으로도 분발해줘요. ^^





(아래 내용은 IZM에서 스크랩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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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19600&bigcateid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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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걱정이 앞섰다. 토이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 에픽 하이의 ‘우산’이 히트하면서 윤하는 단기간에 너무 빨리 소비되어 버렸다. 신인은 신선함이 생명임을 감안할 때, 이미 남의 곡을 통해 다 소진된 윤하의 캐릭터를 대중들이 굳이 간발의 차를 두고 발표된 정규 앨범에서까지 찾을까 우려되었다.

신보는 그 우려를 불식시킨다. 그것도 아주 말끔히 씻어버린다. 고조된 불안이 해소되었다는 건 그만큼 음악이 좋다는 뜻이다. 연거푸 3번을 들은 뒤 이 앨범이 지금껏 윤하가 발표한 최고의 작품임을 확신했다.

일단 보컬이 발군이다. 에너지에 넘치면서도 안정되었으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 묘한 기품이 서려 있다. 당차고 귀여운 용모에 어울리는 패기 있으면서도 유쾌한 감정 선은 듣고 있으면 일단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력이 있다.

‘Strawberry days’, ‘빗소리’ 같은 센티한 곡에서는 능숙하게 보이스 컬러를 바꿔 훌륭한 발라드 가수가 된다. 이때도 과도하게 울거나 하는 것 없이 깨끗하면서도 힘 있는 호소력을 전달한다. 워낙 보컬이 좋으니 평균적인 선율이라도 그 매력에 한층 탄력을 더한다.

앨범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첫 곡인 ‘Gossip boy’에서 타이틀곡 ‘텔레파시’까지는 본래 자신의 주특기였던 ‘록’이 주도하고, ‘Rain & the bar’에서 빗소리와 재즈 연주가 흐르면 그 뒤로는 애틋한 감성 발라드가 주도한다. ‘비밀번호 486’에서 충분히 인정받은 유쾌한 록 질주와 토이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 이후 본격 부각된 감성 발라드를 크게는 2부, 작게는 적절한 주고받기 배합으로 배치했다. 윤하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속속들이 맛보면서 감상이 너무 지루해지지도 않도록 훌륭히 짜여 있다. 거창한 ‘컨셉’ 앨범까지는 아니지만, 이게 ‘앨범’ 듣는 맛이다.

윤하는 스스로 “요즘 사람들이 끈기가 없다. MP3 발달로 스킵해서 음악을 듣는데 전곡을 차례대로 들을 수 있도록 스토리를 담아봤다.”고 말한다. ‘싱글’ 시대에 사라져 가는 ‘앨범’ 미학을 되살려 보겠다는 의지다. 디지털 싱글 하나로 쉽게 스타덤을 얻어 예능에서 그 인기를 확대재생산하는 지금 음악 산업 구조 속에서 보자면 일종의 ‘도발’이다. 그것도 참 예쁘고 기특한 도발.

대담함은 앨범 속에 반영시킨 록의 강도에서도 드러난다. 윤하는 시작부터 내리 4곡을 강성의 록으로 밀어 버린다. 특히 ‘Hero’ 같은 곡은 ‘비밀번호 486’ 때와는 차원이 다른 볼륨 업 노래다. 이렇게 격정적인 질주를 어린 주류 스타가 보여준 예는 없었다. 늘 사납고 까칠한 음악을 싫어했던 우리 음악계에 정말 겁 없이 들이댔다. 거의 오열하듯 쳐대는 피아노 연주도 그 동안의 주류 판에서는 듣기 힘든 것이었다.

‘빗소리’에서는 재지하고 컨트리의 풍미를 잘 살린 발라드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질려버린 주류 가요의 발라드 흐름을 윤하는 의도적으로 한 발짝 벗어난다. 빗겨가고 배제하지만 그러나 대중성을 잃지 않았다. 흡사 노라 존스(Norah Jones)를 듣는 듯 달콤하다. 이게 멋지다.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타이틀곡 선정의 가벼움이다. 같은 스타일이라도 ‘Gossip boy’ 같은 좋은 곡이 있는데도 굳이 통속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한 ‘텔레파시’를 내세울 이유가 없다. 곡의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덜함을 본인도 알 텐데, 너무 대중을 대하는 마음이 조급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잘 만든 앨범임에도 그것을 대표하는 곡이 스스로 가진 완성도와 깊이를 전혀 보증하지 못하고 있다. 아쉬운 선택이다.

‘텔레파시’를 제외하면 앨범 수록곡들 모두가 기대 이상이다. 특히 틴 로맨스와 유쾌한 로큰롤이 만난 ‘Gossip boy’, 조규찬이 작곡한 ‘Strawberry days’, 타블로가 작곡과 피처링에 참여한 ‘기억’은 모두 싱글로 발표되어도 관계없을 베스트 트랙들이다. 직접 작곡하고 부른 ‘미워하다’도 크게 부각되어 들리지 않을 뿐 문제없이 귀에 잘 감긴다.

주류 음악계에서 간만에 만난 ‘빛나는’ 앨범이다. 이 성과는 작금의 ‘과거 지향’ 가요계에 ‘현재성’의 신선함을 던진다. ‘음악성’의 배고픔을 1990년대 스타들에 빚지고 사는 중인 우리 세대에게 21살 팔팔한 신인이 그 대체 상품을 내놓았다. ‘리메이크’와 ‘귀환’ 화제들에 가려진 1980년대 생 뮤지션들의 지금 감성의 힘을 당당히 각인시키는 앨범이다.

스타 만들기에 급급해 쉽게 써버리곤 하는 ‘차세대’, ‘유망주’ 같은 말을 이 앨범에서야 오랜 만에 부끄럽지 않게 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윤하. 역시 좋은 음악은 ‘현재’ 속에서 나왔을 때 가장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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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추천" 이라고 표시된 곡들이 딱 내가 이 앨범에서 좋다고 생각했던 트랙들이라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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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넬(Nell) 인터뷰

밴드 넬(Nell)에게 남겨진 과제는 대중과의 조우였다. 영국의 감성 모던 록을 이 땅에 훌륭하게 접목시켰고 마니아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해외 음악계의 동향에 밝지 않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다가서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넬은 지난 앨범 < Healing Process >부터 조금씩 변화를 주며 이 난점을 해결하려 했다. 가요적 현악 편곡을 가미해봤고, 어쿠스틱 기조를 따라 앨범을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적 터치만을 내세우려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인 히트싱글과 함께 팀의 네 구성원이 가진 음악적인 실험을 동시에 구현하려는 욕심도 있다. 정규작으로는 2년만의 신보인 < Separation Anxiety >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타이틀곡 '기억을 걷는 시간'이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호조를 보이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반면, 앨범의 후반부에는 난해한 일렉트로닉 실험작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타리스트 이재경은 “넬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모르는 사람들 모두 접속할 수 있는 앨범”이라 압축했다.

지난 3월 말,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속내를 조심스레 밝혔다. 80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 뭉친 팀답게 분위기는 시종 즐거웠으며, 음악 이야기가 시작되자 모두들 활기를 띠었다. 특히 '앨범'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었다.


지난 앨범부터 조금씩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멤버들이 의도한 바는 무엇인가.
(김종완) 음악적인 변화나 시도라 한다면, 시퀀스 프로그래밍 부분이 조금 더 많은 부분이 생겼어요. 강화라기보다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조화를 이전에는 많이 실패를 해서 앨범에 싣지를 못했는데, 5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공부를 좀 했죠.

'기억을 걷는 시간'은 5분이 넘는다. 전형적인 싱글이라 할 만큼 좋은 곡이고 라디오에서 곡이 나오는 흔치 않은 밴드인데 홍보하기엔 좀 긴 것은 아닌가.
(김종완) 편곡 구성을 두고 굉장히 애를 먹은 곡이예요. 브릿지 코드를 바꿀까, 리듬을 넣을까 말까 많이 고민했죠. 그런데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예전앨범들을 보면 곡의 길이를 상관 안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곡의 길이를 두고 무의식적으로 자기검열을 하려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전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방송할 때는 결국 잘랐죠. 그것 때문에 고민 많이 했습니다.

이번 앨범의 기본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
(김종완) 사운드 적으로는 건반과 프로그래밍이 주가 되는 부분, 그리고 이것이 실제 연주와 조화를 이루는 부분이 어느 정도 흐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곡 순서도 그렇게 짰고요.

전체적으로 조형미를 획득하고 싶었다는 말인가.
(이재경) 멋있는데요. (웃음) 저희도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앨범을 만들려고 하는 팀인 것 같아서 안도감마저 들었다.
(이재경) 저희가 90년대를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 시대가 앨범이 위주인 시대였잖아요. 그런 것을 하고 싶었던 거죠. 당연한 건데 요즘 시대에는 그게 튀었던 것 같아요.
(김종완) 감정이 끊기는 게 싫어요. 한 곡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았는데 다음 곡에서는 어떻게 이어줄까라는 만족도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 디지털 싱글시대에는 이것을 충족시켜 줄 수가 없어요.

앨범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곡을 피땀 흘려서 만들고 전체적인 앨범의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재경) 예전에 저희가 듣고 자랐던 테이프는 스킵할 수가 없잖아요. 지금은 듣다가 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예전 테이프는 첨부터 죽 듣게 되요. 그게 진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앨범이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그래서 앨범 전체를 다 들어야 하죠.

그래서 앨범을 알릴 수 있도록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기억을 걷는 시간'이 단일 곡으로는 제대로 걸린 것 같은데.
(이재경) 감사합니다. 음악을 만들고 마무리 작업하면서 들을 때 이 음악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나라는 활동방식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것을 표현하는데 아무래도 힘이 드네요.

곡이 좋으면 된다. 문제는 어떻게 리스너들과 연결이 되느냐다.
(김종완) 저희도 고민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장님과 그런 얘기를 제일 많이 하거든요. 방송을 보는 연령대는 정해져있으니까요. 저희 나이 또래는 사실 TV를 거의 안 보잖아요. 그런 사람들과 소통을 할 방법이 없으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강구하고 있어요. 일부 사람들에게만 들려 줄 수는 없잖아요.

곡 순서도 넬이 정한다고 했다. 마지막 곡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그건 마지막 곡으로 해야 한다. 대중적인 터치를 배제할 수는 없지 않나.
(김종완) 사실 언더 1집을 할 때부터 저흰 다 대중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한테는 너무 당연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대중성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대중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곡을 쓰고 연주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게 대중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재경) 그렇다면 저희 음악이 바로 대중적인 음악이겠네요.

멜로디가 정말 잘 흘러갔다고 본다. 'Promise me'도. 여기까지는 정말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연주하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어떤가. 곡을 가져왔을 때.
(이정훈) 항상 하듯이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종완이가 노래를 한번에 10곡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한 곡 한 곡 들려주면서 작업하기 때문에요. 작업방식이 거의 그래요. 하모니 구성도 때에 따라 다르고요. 20분 만에 끝내기도 하고 삼일 밤낮이 걸리기도 하죠.

곡의 윤곽이 나왔을 때 잘 되었다라고 생각한 곡은?
(김종완) 첫 곡 'Separation anxiety', '기억을 걷는 시간', 'Promise me'. 그리고 10번 트랙 '12 Seconds'요.
(정재원) 스튜디오에서 좋았던 것은 '멀어지다'랑 '12 Seconds'였어요.
(이재경) 'Fisheye lens'는 리얼 연주가 아니라 프로그래밍으로 베이스 라인을 짠 곡이죠. 처음 들었을 때부터 바로 왔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Fisheye lens'랑 'Separation anxiety'요. '기억을 걷는 시간'도 좋고요.

아까 프로그래밍과 리얼 연주의 배합이 잘 되게 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어떤 곡인가.
(김종완) 'Separation anxiety'랑 'Tokyo'요. 'Tokyo'는 저랑 정훈이가 일본 악기점에 갔을 때 떠오른 곡이예요. 악기점은 자유롭게 연주를 하게 놔두잖아요. 그때 멜로디가 나와서 한국에 와서 작업한 곡입니다.

보컬리스트로서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김종완) 굉장히 멀었죠. 저만의 장점은 있겠지만 보컬뿐만 아니라 음악을 봤을 때 만족을 하기에는 아직 먼 것 같아요. 제 속에 있는 것을 다 표현하기에는 미숙한 점이 많음을 느껴요. 더 연습을 해야죠.

넬은 라디오헤드의 우울한 감수성을 한국가요에 잘 옮긴 밴드다. 신보는 곡마다 컬러가 다르지만 여전히 우울한 기조는 남아있다. 라디오헤드 같은 영국밴드는 그 나라의 환경과 아티스트의 대응이라는 우울의 이유가 있는데, 넬에게서도 우울의 정체와 그 이유가 궁금하다.
(김종완) 저희가 같이 있을 때는 어렸을 때부터 동네친구니깐 장난을 많이 치는데, 개인을 돌아봤을 때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정서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낙천적이라거나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이재경) 전 우울이라고만 표현하는 건 좀 그래요. 사람들이 우울이라고 표현하니 그런가보다 하는 거죠. 그리고 사실 우울함을 표현하기에는 한국이 더 좋은 환경이 아닌가요. 라디오헤드의 경우도 저희한테는 100퍼센트 다가왔습니다.

넬의 사운드가 젊은이들의 시대환경이라는 데에 대해 반영이라는 말인가.
(이재경) 제 주위에 행복하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김종완) 전 대변한다는 느낌은 받아본 적은 없고. 영향을 있다고 봐요. 요즘 사람들을 봤을 때 도저히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희 음악이 개인적인 부분이 많아서 다른 이들의 정서나 환경을 저희가 표현했다기보다는 개인감성이라 말하는 게 낫겠지만, 시대와의 연관성도 무시할 순 없겠죠.

동네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넬을 결성한지 올해로 10년이다. 약간의 멤버 교체를 감안한다 해도 그리 짧지 않은 기간인 셈이다. 그리고 넬에게는 물리적인 시간을 상회하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기도 하다. 2001년 인디시절의 데뷔작 < Reflection Of Nell >을 발표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서태지가 설립한 레이블 '괴수인디진'과 손을 잡은 2003년의 < Let It Rain >으로는 주류무대에 성공적으로 입성했지만 이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현재는 서태지 컴퍼니를 나온 이후 세 장의 앨범을 더 발표한 상황. 멤버들에게 지난 10년을 물었다.

넬은 성실한 밴드다. 거의 1년에 한 장씩 7장의 앨범이다. 성실성은 어디서 나오나. 해마다 앨범을 내는 것을 보고 이것도 저항이 아닌가 싶었다.
(정재원) 나이도 먹고 열정이 식고 예전보다 덜 한다는 느낌이 들 때 오히려 더 푸시를 하죠. 요즘 너무 노는 거 아니냐 서로 그러면서요. (웃음)

서태지가 픽업해서 앨범이 두 장이 나왔다. 잘 만든 앨범이었음에도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녔는데.
(이정훈) 부담이 없었다는 거짓말이고요. 그냥 저희가 하던 대로 하는 거고 (서태지 컴퍼니를) 나와서도 그대로 하고 있어요. 크게 얽매이진 않아요.

득과 실이 있었을 텐데.
(김종완) 득이라고 한다면, 좋았던 건 스튜디오 작업에 눈을 뜬 거죠. 제작환경이나 엔지니어 하던 분도 많이 가르쳐주셨고. 우리 음악을 녹음해서 들어보면 이런 느낌이 나오는 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음악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죠. 홍보면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게 있었죠. 크게 잃었던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외부적으로 나오는 얘기는 뭐..누가 되었든 그건 있었을 거예요. 회사를 나오게 된 것도 이야기가 많은데, 그냥 계약만료였어요.

인디 앨범 두 장이 있는데 신보를 4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다.
(김종완)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밴드들 보면 언더 때 앨범은 매수에 포함을 시키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로망이라고 볼 수도 있죠. 저희 입장에선 난감한 부분이 < Let It Rain >을 그냥 1집이라고 하면 상관이 없는데, 그걸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메이저 1집이라고 표현하죠.

어쿠스틱 앨범 < Let`s Take A Walk >을 낸 이유가 궁금하다. 앨범은 설득력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데, 사적인 앨범으로 보였다.
(김종완) 공연할 때 어쿠스틱 편곡을 많이 해요. 3집을 끝내고 나서 시기상으로 앞으로는 못할 것 같았죠. 그때의 감성을 재현한다는 게 어려울 것도 같았고요. 또 공연들에 대한 추억도 많잖아요. 어떻게 보면 밴드 자체로서 기념하고 추억하는 앨범일 수도 있어요.

1집 < Let It Rain>은 어떤 앨범인가.
(김종완) 개인적으로는 치기어린 앨범인 것 같아요. 나쁜 의미에서의 치기가 아니라 레코딩면에서요. 인디때 레코딩에 대한 후회가 너무 많았거든요. 그래서 레코딩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앨범이었어요. 감성표현은 기본적인 거니까 불만은 없습니다.

2집 < Walk Through Me >는?
(김종완) 어쿠스틱한 느낌을 처음으로 시도한 앨범이에요. 담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들. 그리고 프로그래밍이 가미된 것들을 조금씩 보여주고 싶었죠. 연구도 많이 했고요. 그런 측면들을 부각시켰죠.

3집 < Healing Process >는 어땠나.
(김종완) 제일 텀이 길었고, 작업 때 애를 많이 먹었죠. 기획사도 바뀌었고.
(이재경) 시간이 많았던 만큼 시도도 많았죠. 못했던 것들 멜로디 스케일, 사운드 스케이프 등 모든 면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죠.

넬의 최고 앨범을 꼽는다면?
(이재경) 개인적으로는 < Let It Rain > 앨범을 좋아하고, 베스트는 신보예요. 넬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들도 접속할 수 있는 앨범인 것 같아요.
(김종완) 저는 < Healing Process > 아니면 이번 앨범인 것 같네요. 둘이 다fms 의미인데요. 이번 앨범은 밴드가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이 들고, < Healing Process >는 소속사도 옮겼고 스케일도 커졌고, 그 당시의 추억이나 그런 것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뿌듯한 앨범입니다.
(이정훈) 저는 이번 앨범이 제일 애착이 가는데요. 이유는 소리적인 측면이에요.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래밍 시퀀스가 저번 앨범들 보다 더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서요.
(정재원) 의미 있는 앨범은 < Let It Rain >이요. 제일 좋아하는 앨범은 이번 앨범이고요.

그렇다면 넬을 규정할 수 있는 곡은 무엇인가. 예술적인 면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곡은?
(이재경) 이런 말하면 그 곡에 너무 힘을 주는 것 같아서 어려운데.. 굳이 꼽는다면 스페셜 앨범에서 편곡한 '백색왜성'이랑 '믿어선 안 될 말'이요.
(김종완) 넬을 규정하는 건 앨범 전체인 것 같은데요.
(이정훈) 너무 어려운데요. 넬적인 측면을 말하자면, 'One time bestseller'요. 개인적으로는 저희 노래 중 가장 아름다운 곡인 것 같습니다.
(정재원) 전... 잘 모르겠습니다.

앨범을 만들 때 들었던 앨범이 있나? 요즘 듣고 있는 앨범도 괜찮다.
(이재경) 작업할 때 들었던 건 없고요. 요즘은 트래비스(Travis)와 라디오헤드 이번 신보를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라디오헤드는 90년대에 나온 앨범들이 더 좋더라고요.
(김종완) 근래에 들은 앨범은 실버체어(Silverchair)의 최근 앨범이요. 또래인 밴드인데 자신들의 색깔이나 고집을 꺾지 않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이정훈) 전 영국 전자 음악 듀오 프루 프루(Frou Frou)의 2002년 앨범 < Details >를 많이 들었어요. 제가 생각한 모든 스타일이 들어있는 앨범이었어요.
(정재원) 록 앨범을 들자면, 뮤즈(Muse)랑 옐로카드(Yellowcard)요. 요즘 흑인 드러머한테 빠져있거든요. 영화 '원스(Once)' OST도 좋았습니다.

나이 40이 넘어도 음악을 계속할 자신은 있나.
(이재경) 네, 그럼요. 당연합니다.
(이정훈) 유투(U2)나 에어로스미스(Aerosmith)처럼 오랫동안 활동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아직도 20대처럼 보이잖아요.

인터뷰: 임진모, 윤지훈
사진: 배강범
정리: 윤지훈





출처 : http://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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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 인터뷰

이터널 모닝,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아이에프(IF), 각나그네, 피앤큐(P&Q)를 비롯해 최근에는 노을 강균성의 솔로 1집을 프로듀싱하며 명실 공히 대한민국 대표 힙합 프로듀서로 자리 잡은 페니(Pe2ny)와 우리들의 스타 '에픽 하이'의 타블로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풀어 설명하면 흔한 말로 '포스'가 느껴질 것. 이미 많은 팬의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두 사람이 방금 발표한 경음악 힙합 앨범 < Soundtrack To A Lost Film >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MC와 프로듀서의 조합이라면 또 모를까, 예상 밖이었다. 가장 대중적인 힙합 뮤지션이 정반대의 '가장 비대중적인' 형식이라 할 연주 음악을 택했다는 사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음악을 대중에게 다가서기 쉽게, 철저히 소비 위주로 만들려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찾아보기 힘든 인상적인 출발일 수도. 또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리릭시스트(lyricist)로 통하는 래퍼 타블로가 자신의 주특기라 할 글과 랩을 버리고 전격 프로듀서로 분(扮)했다는 점 또한 의외였다. 타블로는 “랩이 하기 싫어서 이 앨범을 만들었다”고 했다. 물론, 이제껏 자신의 노래를 직접 만들어온 그만의 작법과 페니의 스타일이 더해져 색다른 음악을 내올 수 있을 거란 기대와 계획이 있었기에 이 작업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저마다 각기 다른 양식을 지닌 '인스트루멘틀 힙합'이 존재하는 외국에 비하자면 그다지 새로운 사건이 아닐 테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비교적 신선한 실험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무모한 시도이기도 하다. 지난 11월의 마지막 날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페니와 타블로는 특이하다면 특이할 그들의 첫 작품에 대해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그냥 편하게, 가볍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여기에서는 두 사람 다 프로듀서다. 타블로의 역할은 무엇인가?
타블로 : 작곡이요. 음악 소스를 뽑는 일도 같이했고요.

둘이 만나게 된 계기는?
타블로 : 한 6년 전에 한국에 음악 하러 들어왔을 때, 저는 음반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고 페니는 그때 프로듀서로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어요. 당시 아는 형이 하나 있었어요. 씨비 매스(CB Mass)랑 같이 작업하는 그 형이 페니의 곡들을 저한테 전해주고, 제가 녹음한 데모(에픽 하이 준비 하면서 제작한)를 페니한테 들려주고…. 그렇게 하면서 둘이 작업해보면 좋겠다고 추천을 해주셔서 저희 데뷔 앨범에 한 곡 작업을 했어요.
우리가 대체로 외부 곡을 잘 안 받는 편인데 페니의 이름은 항상 모든 앨범에 있어요. 앨범마다 한두 곡쯤은 항상 작업을 했고, 4집에서는 제가 아예 가사가 없는 곡을, 연주곡을 두 개를 부탁해서 그래서 페니가 만든 게 총 네 곡이 들어갔죠.
저도 연주곡을 몇 개 하고, 페니한테 맡겨서 몇 개 하고, 그런 식으로 꾸준히 교류를 해오다가 이번에 같이 한 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이터널 모닝에 대한 윤곽은 4집 때부터 교감이 있었기 때문인가?
페니 : 거의 처음 만났을 때부터예요. 좋아하는 장르라 서요.

좋아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제휴의 욕구가 생긴 거라 볼 수 있겠다. 그럼 페니가 타블로와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음악적 이유는?
페니 : 제가 한곳에 머물러서 하고 있다면, 블로는 한 발짝 앞서가서 쳐다보면서 하는 친구거든요. 저는 샘플링 작업을 좋아하는데, 블로는 자기가 코드를 써가면서 하고, 그러면서 힙합을 해요. 제가 그 부분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같이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럼 타블로가 페니랑 굳이 하고 싶었던 음악적 이유는?
타블로 : 페니가 곡들의 로 엔드(low end) 쪽을 굉장히 잘 다뤄요. 드럼이나 베이스, 전체적인 곡의 로 엔드 느낌을 흑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내기에 무척 어려운데, 이 친구는 굉장히 잘 표현을 해요. 드럼 소리나 다른 악기 모두, 본토에서 힙합 하시는 분들 만큼 정말 드럼 소스나 리듬을 구성하는 방식 자체가 굉장히 좋아요. 그루브나 이런 것들 말이죠. 정말 뛰어나요.
웬만한 곡도 페니 드럼으로 바꾸면, 똑같은 노래인데도 무척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것도 좋았고, 거기다가 제가 짜놓은 멜로디나 이런 것들을 페니가 리샘플링(re-sampling)을 해서 변형을 잘하다 보니까, 재창조가 뚜렷하다고 할 수 있죠. 제가 하지 못하는 것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럼 두 사람 연배가?
둘 다 : 같은 나이에요.

둘이만 같이한다고 에픽 하이 멤버들이 삐치지 않았나?
타블로 : 근데, 멤버들은 별로 신경을 안 써요. (웃음) 원래 멤버들이 서로 각자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은 두지만 참견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식이라서요. 저는 거기다가 페니랑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요. 사실 저보다 에픽 하이 다른 멤버들이랑 페니랑 먼저 알았어요.

마니아들한테서는 타블로가 워낙에 글 잘 쓰는 작사가로 인정되어있는데, 여기엔 그 특기가 아예 배제되어 있다. 무모한 도전 같기도 한데.
타블로 :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음악 하는 저와, 그리고 제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음악 하는 저는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남들에게는 가사가 중점적이고…. 많은 사람이 가사를 먼저 쓰는지, 반주를 먼저 만드는지 물어봐요. 저 같은 경우는 가사보다는 멜로디를 훨씬 더 좋아해요. 그리고 음악을 만들 때 멜로디 만드는 것을 먼저 하고요. 제가 봤을 때 오히려 저는 멜로디를 잘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음악 만드는 거 자체를 좋아하지, 가사가 메인은 아니었어요. 그건 부수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던 것 같아요.

그럼 에픽 하이 4집까지 쓴 곡 중에서, 멜로디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
타블로 : 아… 잠시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이 작품이, 열두 곡의 경음악들이 언젠가는 랩으로 덮일 가능성이 있나?
둘 다 : 전혀요. (웃음)
타블로 : 여기에 랩을 하기가 불가능하지 않나 싶은데요.

그럼 이런 음악은 어떤 곳에 쓰임새가 있는 것인가. 어떤 친구는 음식을 만들고, 빨래를 널면서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둘 다 : 그거 좋네요. 저희가 생각했던 거예요. (웃음)
타블로 : 다른 창작을 하시는 분들이나 어떤 분들이든 간에 다른 일 하시면서 편하게 들으시면 돼요. 기분도 좋아지고, 영감도 받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의 뮤직비디오를 찍으신 감독님이 있는데, 그분이 원래는 뮤직비디오를 안 찍는 분이세요. 그런데 음악을 들어보시더니 당신께서 우리 비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하신 거예요. 작업 할 때 저희 음악을 들으셨는데 되게 잘 된대요. 그냥 가볍게 듣고 싶으면 가볍게 듣고, 그래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힙합 세대를 위한 휴식 음악 정도? 이렇게 표현하면 될까?
페니 : 인터뷰를 하면서 “이게 어떤 장르냐?” 이런 걸 여쭤보시는데 정말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저희도 뚜렷한 색깔이 없는 상태에서 이 작업을 시작한 것 같아요. (웃음)
타블로 : 원래 음악을 먼저 한 게 아니라 글을 쓰다가 시작했어요. 글을 쓸 때는 항상 음악을 틀어놓고 썼어요. 그래야, 더 잘 써지고 그랬죠. 록을 좋아하지만 글 쓸 때 듣기에는 좀 그렇고, 힙합 같은 경우는 가사가 있다 보니까 거기에 집중되어서 글을 못 쓰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음악을 찾게 됐어요.

생활 사운드트랙? 이렇게 표현하면 될까? (웃음)
둘 다 : 생활 사운드트랙. 하하. 그거 괜찮네요. (웃음) 정답인 거 같아요.

그럼 그걸 둘이서 처음부터 생각했단 말인가?
페니 : 네, 언제 어디서나 편히 들을 수 있는 사운드트랙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한테 본보기가 될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스타고, 인기 그룹의 리더인 사람이 얼핏 봐선 이렇게 전혀 돈 안 될 것 같은 실험을 한다는 것이… 그게 진짜 음악가가 아닌가.
타블로 : 사실 음악 일에 관련 없는 분들은 “그래,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이렇게 얘기를 하시고, 오히려 주변의 음악 하는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쟤네 돌았구나!”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웃음) 얼마 전에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다가 심심해서 제가 가사를 쓰고 페니가 곡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었어요. 그냥 그날 바로 녹음해서 올린, 재미삼아 만든 번개송이었는데 반응이 되게 좋더라고요. 앨범을 판다거나 음악 하는 걸 떠나서 여러분 들으시라고 한 것뿐이거든요. 그때 느꼈어요. 사람들이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은 비슷하다는 걸요. 사람들한테 다가가는 길이 생각보다 편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영화감독님께서 전화하셔서는 우리가 상업적 고려 없이 음악 하는 걸 보고서 영감을 얻으셨다고, 인터넷에 무료로 올리는 영화를 같이 제작해보고 싶다고 전화를 주시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라디오헤드가 나오는 건가. (웃음)
타블로 : 그런데 라디오헤드는 그렇게 해서 돈 많이 벌었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했으면 8만 원밖에 못 벌었을 텐데. (웃음)

스트링이나 트럼펫, 색소폰 같은 소스를 썼던데, 그게 아마 음악의 주요 포인트였던 것 같다. 다 샘플을 뽑은 건가?
페니 : 이정식 씨께서 연주하신 리얼 음원도 있어요. 두 곡은 해주셨고, 나머지는 제가 프로그램으로 했습니다.

다른 관악기는 어떻게 되는지.
타블로 : 색소폰, 플루트, 피아노도 들어가고요. 피아노는 제가 직접 친 것도 있어요. 앨범 작업할 때에 저희가 작은 악단을 만들었는데, 현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 피아노 치시는 형이랑 기타 치시는 형이랑 불러서 이렇게…, 재킷엔 그냥 이터널 모닝 오케스트라라고 쓰여 있고요. (웃음) 미흡한 부분은 제가 다시 재연출을 했고. 거의 리얼 악기들이 대부분이에요.
페니 : 관악기의 80% 정도는, 턴테이블을 틀어 놓고 아날로그 피치를 조정해서 땄어요.

어떤 과정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한다.
타블로 : 절대 음악 식으로 다 한 다음에, 그 뒤에 효과음 형식으로, 재작업을 하는 거예요.
페니 : 드럼은 거의 다 컴퓨터에서 뽑은 소스고요.
타블로 : 드럼도 한 곡은 쳤어요.

드럼은 꼭 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타블로 : 저희 같은 경우는 힙합의 베이스를 벗어나긴 싫었거든요. 저희가 그거는 놓치지 말자고 해서요. 관악기는 약간 음질을 낮췄어요. 약간 너무 튀지 않게 내렸죠.

이번에 같이 하면서 타블로의 역량이 정말 잘 나타난 곡은?
페니 : 저는 6번 곡 'Rainclouds in my room' 이 가장이요.
타블로 : 작업실을 생각하면서 썼어요.

작업실 환경은 어떤가?
타블로 : 되게 작아요. 한마디로 구려요. (웃음) 정말 창문이 없거든요, 노래에는 부분적으로 가사가 하나 나와요, 내 방에는 창문이 없다고. 근데 정말 없어요. 작업할 때 가금 감옥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하는 내가 감옥 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원래 대부분 음악 하는 사람들의 작업 환경이 깨끗하지 않은 것 같다.
타블로 : 요즘은 작업실들이 되게 좋던데요. 깜짝 놀랐어요. 어제 텔레비전을 보는데, 연예인 집 공개 같은 걸 했어요. 재용이의 19금에서. 제 작업실도 나왔는데, 무슨 그지 같은 거예요. (페니를 보며) 나 정말 작은 방에서 살잖아, 그런데 다른 분들은 의외로 대 저택 같은 곳에서 살고 있더라고요. '가수들이 요새 그렇게 많이 돈을 버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타블로도 유복한 집안 아닌가?
타블로 : 많이는 아니에요.

CF도 찍고 많이 벌었을 것 같은데.
타블로 : 일단 제가 학비를 많이 썼기 때문에, 대학 때 형한테 빌렸던 돈도 있고요. 그거 부모님이랑 형한테 다 갚아드리고 나니 지금은 '개털' 됐어요. (웃음)

겉모양을 반지르르하게 내려고 억지로 광을 내지 않은 음악,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소리는, 다르지만 서로의 연출 방식을 존중하는 작업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기존의 힙합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억셈과 강함이 기존 힙합의 미덕이었다면 이들이 만든 음악은 자연스러움과 안락함이 그것을 대신한다.

힙합다우면서도 어떻게 보면 전혀 힙합 같지 않은 이터널 모닝의 세계는 모호하지만 선명했다. 어떠한 틀과 공식으로 나누기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지향은 오직 몸으로 감상하고, 가슴으로 듣는, 때로는 영상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것에 닿아있었다. 그래서 이들의 작품을 두고 순화된 레프트 필드 힙합이니, 트립 합이니 하며 장르를 구분하거나 경계를 가르는 일은 불필요한 과정 같아 보인다. '가장 실험적인 마인드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장 자연스런 사운드'. 그들 역시 특별히 한 장르를 염두에 두고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이번에 어떤 형태로든 작사, 편곡을 하고, 음원을 골라내거나, 그런 작업을 지휘했을 텐데, 그러면서 역점을 둔 것은?
페니 : 가장 중점을 두었던 건 자연스러움이에요. 음악을 들을 때 LP, CD, MP3 등 어떤 매체로 듣는 다양한 맛이 있는데, 자연스러움을 찾다, 찾다 보니 LP가 가장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소리를 일부러 좀 낡게 만들었어요. 제가 가진 장비 중에 12비트 샘플러가 있거든요. 그것도 빈티지인데요, 깨끗한 소리를 오히려 더 낡게 만들었어요.

그래서인지 타이틀곡인 'White'의 질감이 화이트가 아니라 그레이가 된 것 같다.
페니 : 그렇죠. (웃음)

그럼 원래 내추럴한 것이 목표인데, 그렇게 하면 소리가 약간 퍼지지 않나? 듣는 사람의 편함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데.
페니 : 그건 저희가 음악을 보는 시각 같아요. 로우하고, 지저분한 것. 그게 더 좋아요.
타블로 : 곡 작업이 되게 재밌었던 게, 각자의 작업실에서 작업할 때도 잦았어요. 시작할 때 제가 키보드로 연주해서 멜로디랑 그런 것들을 녹음한 다음에 아무런 드럼이나 이런 것 없이 페니한테 보내줬어요. 그럼 페니가 12비트로 해서, 마치 LP에서 딴 것처럼 해서 리듬을 만들어 저한테 보내면 제가 또 추가해서 악기를 넣어요. 또 그걸 보내면 여기서 또 추가하고, 이렇게 해서 녹음실에 가서 완성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진행이 있는데, 그게 페니랑 좀 달라요. 제가 피아노곡을 염두에 두고 보냈는데, 완전히 다른 음악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그게 재밌더라고요.
화려한 걸 싫어해요. 원래 되게 싫어해요. 화려한 걸 기대하는 사람도 계시고, 둘이 작업하면 매우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작품이 나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저희 같은 경우는 그냥 쓸데없이 꾸며진 음악이나, 쓸데없이 화려한 음악은 별로 듣지도 않고, 만들고 싶지도 않거든요.

음악을 만들고 나서의 느낌은 어땠나?
페니 : 성취감도 물론 있었지만 다음 앨범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도 들더라고요. 그런 아쉬움이 있었죠. 이를테면, 저희 세계보다 더 다른 소리를 넣어볼 수 있었는데, 약간 미흡했고요, 과감하지 못했던 것도 아쉬워요.

이런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다리를 놓는 연주 앨범을 통해서 얻는 음악적 만족감이라면?
페니 : 저는 되게 좋아하는 두 장르거든요. 일렉트로닉 뮤직과 힙합. 미흡하나마 이 둘을 하나로 묵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좋은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런 힙합, 일렉트로니카가 훌륭히 교배된 것을, 앨범 중에서 하나를 꼽는다면?
페니 : (또다시 고민하는 표정)
타블로 : (페니를 보며) 난 하나도 일렉트로니카 같지가 않아. (앨범 전체적으로 앰비언트적인 접근이 드러난다고 하자) 저 같은 경우는 제가 하고 있다는 걸 잘 몰라요. 그래서 제가 만드는 음악을 제가 만드는 것 같은데, 저는 여기서 재즈적인 느낌을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만들어본 적이 없어요. 내가 원하는 음악이 있고 그걸 위해선 이런 악기가 들어가야 한다, 이 정도요.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는 없었다는 뜻인가?
타블로 : 네, 그렇죠. 가끔 젊은 프로듀서들이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 “형, 근데 이건 힙합이 아니잖아” 아니면, “형, 좀 더 힙합적인 느낌이 나야 하지 않겠어?” 같은 말이요. 왜냐고 물어보면, “힙합이니까”라고 말해요. 음악 하는 동생들이 자기의 장르를 이미 의식화해서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런 단순한 대답이나 사고방식이 도리어 영감을 죽이는 것 같거든요.

아직 안 뽑았는지….
페니 : 2번 트랙 'Plastic umbrella'요.

그 곡의 색소폰 연주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Good bye'랑 느낌이 비슷하던데.
타블로 : 이정식 선생님의 연주가 들어간 곡인데요, 자기만의 프레이즈가 있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분이 자주 사용하시는 프레이즈가 있나 봐요.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이나 이런 것들을 들어보면, 곡마다 특정 프레이즈가 있어요. 전 그게 그런데 되게 좋아요.

'Holden Caulfield'를 좋게 들었다. 스트링이 좀 어긋난 것 같은데, 의도한 것인가?
타블로 : 네, 어긋나요. 의도적이에요. 그게 4집 두 번째 시디 인트로를 다시 만든 건데요. 현을 원래는 되게 예쁘게 짰었어요. 감미롭다기보다는 극적으로.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웃음) 만들고 나서 들어보니까 약간 SG 워너비 풍의 음악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만들고 싶은 건 이게 아니다 싶어서 엎고 다시 짰어요. 뭘 해도 정석대로 하면 노래가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럼 이게 화음이 안 돼도, 굉장히 삐걱거리는 느낌으로 해보자 그래서 드럼 소리도 굉장히 탁하고, 마치 그냥 길거리에서 깡통 차듯이, 미국 지하철역에서 바이올린 연주하는 분들이 조율을 잘 못하시는데, 그분들의 악기 소리가 불협인데도 막상 들으면 매력이 있거든요. 그런 거예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주인공이 홀든 콜필드이다. 그럼 이 곡이 그와 어떤 연관이 있나?
타블로 : 전 곡을 우리가 영화 장르를 하나씩 고른 다음, 그 장르에 어울리는 가상 영화를 생각해서 OST를 만드는 식으로 해보자 했어요. 그래서 그 곡은 애니메이션 식으로 만드는 걸로 해보자. 소설의 주인공처럼 집을 나왔다가 사회에서 뜻밖의 현실을 맞보며 다시 찾아가는 느낌으로.

그럼 'The 8th day'는?
타블로 : 사이언스 픽션이요. 'Love is' 같은 경우는 로맨틱 코미디. 'Plastic umbrella'는 에로 영화나 포르노에 맞춘 음악이에요. 신음 소리도 나와요. (웃음) 'White'는 <베를린 천사의 시>를 생각했고요.

타블로는 어떤 노래가 맘에 드는지.
타블로 : 'Black shoe'란 노랜데요, 공포 영화를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샤이닝> 류의 영화요.

영화 좋아하는가?
타블로 : 네.

다운로드 받아서 보는가?
타블로 : 어떨 때는요. 되게 웃긴 게, 영화감독님들 모임에 초대받아서 간 적이 있었는데, 저만 가수였거든요. 거기에서 어떤 감독님께서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에픽 하이 너무 좋아한다”고, “에픽 하이 음악 MP3로 다 다운 받아서 들었다”고 얘기를 하시기에, “네, 저도 선생님 영화 다 다운로드 받아서 봤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웃음)

심지어 문화 관계자들마저도 다운로드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
타블로 : 매체가 변하는 건 당연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과도기에 끼어 있으니까 좀 아쉬운 점도 많지만, 저 같은 경우엔 CD랑 LP를 사는 쪽이거든요.

이 음반을 만들면서, 음원 부분에서 사람들이 이 음악을 많이 사용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컬러링이라든가.
페니 :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웃음)
타블로 : 컬러링 만드는 회사들이 원래는 자기들이 알아서 후렴구를 끊잖아요. 그런데 이 음반을 듣고서는 어느 부분을 써야 하는 건지, 도저히 못 하겠으니 직접 해달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저희가 다 했죠.

어차피 지금 디지털 시장인데, 디지털 싱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타블로 : 저는 죽을 때까지 앨범만 낼 거예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싱글을 내는 것은 괜찮은데 디지털 싱글만 내겠다는 식의 마인드는 어찌 보면 음악 매춘 같다는 얘기를 했었거든요. 미안하고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저는 앨범은 매체라기보다는 정말 제가 봤을 때는 아티스트가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걸 담은 일기장이기도 하고, 사진첩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앨범에 대한 건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앨범 만들어봤자 두 세곡만 들을 건데, 두 세곡만 내면 되지 않느냐 그런 얘기도 하고.

음악 하는 사람 중에 아티스트가 많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타블로 : 이번에 일본에서도 좀 작업을 했는데, 그게 좀 좋았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벗어나 보니까, 모든 음악이 매우 큰 사랑을 받고 있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음반 가게를 월요일 아침에 갔는데, 직장인들이 거기에 매여 있어요. 퇴근 시간 되면 다들 음반 가게 들렀다가 가나 봐요. 못 들어가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번 음반 만들면서 자주 들었던 음반이 있다면?
페니 : 평상시에도 주로 듣는 음악들이, 인스트루멘탈 앨범 많이 듣거든요. 근데 듣는 게 아직은 좀 폐쇄적이에요. 벗어나서 들으려고 하진 않으니까요. 피트 록(Pete Rock)이나 콰지모토(Quasimoto) 같은 거요.
타블로 : 저는 평소 누자베스(Nujabes) 앨범 중에 <사무라이 참프루 OST>가 아주 좋았거든요. 되게 미니멀하면서도 힙합 음악으로 이미지랑 이런 것들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과 사운드트랙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저는 그런 걸 들었던 것 같아요.

타블로는 어떤 곡이 맘에 드는지.
타블로 : 저는 'Love is'를 좋아해요. 이 곡은 원래 마스터링할 때 없었어요. 마스터링할 때 로맨틱 코미디 곡을 하나 만들고 싶다. 그래서 다시 한 곡 때문에 마스터링을 다시 했어요.

랩 하고 싶은 충동을 어떻게 억제했는지 궁금하다.
타블로 : 전 랩 하기 싫어서 이 앨범 만들었어요. (웃음) 요즘 제가 작곡하는 스타일이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떤 노래는 랩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큰일 났어요. 만드는 곡마다 앉아서 들으면 “야~ 이건 차라리 랩이 아예 없는 게 예쁘겠다”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사실 회사에서는 “너 에픽 5집도 이렇게 만들 건 아니지?”하고 걱정하더라고요. (웃음)

만약 이 앨범에서 공을 돌리고 싶은 게 있다면? 각자 서로에게.
페니 : 색깔과 진행이요. 곡의 흐름.
타블로 : 음악이 멋있게 되는 거요. 되게 인간적인 걸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멜로디 잘 쓴 곡을 아직 얘기하지 않은 것 같다. (웃음)
타블로 : 저는 'Fly'요. 저는 그 노래가 심플해서 좋아요. 사람들한테 희망의 메시지를 단순하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멜로디가 그 역할을 잘해준 것 같아요. 'Fly'를 좋아하는 이유가요, 'Fly' 이후로는 제가 밝은 멜로디를 잘 못 써요. 그때는 해맑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다음엔 밝은 멜로디를 써도 그다지 밝지가 않아요.
3집 이후로 제가 심하게 좀 이상해졌었어요. 그때 정말 절실히 느꼈거든요. 내가 아닌 내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심하게 들어서…, 그런데 어느 순간 노력을 해도 음악이 우울해지더라고요.

직접 참여해 본 페니의 경험으로, 에픽 하이 앨범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페니 : 색깔들을 유지할 건 해나가면서 발전시킬 건 발전을 해나간 것 같아요. 1집을 가진 사람은 1집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가수들은 똑같은 음악을 가지고 1,2,3집을 쭉 내는 것 같잖아요. 에픽 하이는 각각의 매력이 강해요.
타블로 : 저는 근데 4집이 1집이었으면 좋겠어요. 제 이력에 있어서요. 1집은 제가 랩만 잘했지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걸 거의 못했어요.

그런데 1집이 없으면 오늘날이 없지 않은가.
타블로 : 지우고 싶은 건 아닌데, 1집 때는 프로듀서 분이 있었고, 그리고 제가 들어왔을 때 이미 한국에서 힙합을 하던 사람들이 같이 하다 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 의미에 있어선 1집이 아쉬웠고, 2집에선 본격적으로 '평화의 날' 같은 걸 하면서 작곡을 시작했는데, 그 앨범도 아쉬움이 커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는데, 아직 그걸 잘 못할 때예요. 그리고 3집 때는 앨범 자체는 마음대로 만지고 만족했는데, 근데 3집은 저의, 그러니까 앨범이 나와서 성공을 하면서 사람들이 음악 얘기는 안 하고 너무 저한테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좀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그 이후론 제가 2006년 1년 동안 라디오 디제이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다가 낸 게 4집인데, 4집은 제가 하고 싶은 말도 했고, 사람들이 음악으로 받아줘서 너무 좋았어요.

좀 어려운 앨범이지만, 마케팅에 너무 주눅 들지 말았으면 한다. 어차피 만들 때만 예술의 영역이고, 나온 다음에는 완전히 산업의 영역이니까.
타블로 : 넬(Nell)의 종완이랑 저랑 둘이서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우리가 앨범 작업을 되게 오래하는 편이거든요. 발매 일을 무시하고 몇 달을 넘기는 경우도 있죠. 회사에서 어떻게 된 거야 하면서 물어보면 이렇게 말해요. “앨범을 내기가 싫어요. 만들고 있을 때가 너무 즐거우니까요!”

인터뷰: 임진모, 이대화, 한동윤
사진: 배강범
정리: 한동윤

  2007/12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출처: http://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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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하이 - One (feat. 지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잘 나가는 가수들의 신보를 접할 때마다 늘 갖게 되는 의구심이 있다. '이번에도 좋을까?' 아티스트 부재에 허덕이는 요즘 시대에 이 물음에 긍정적인 답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롱런하는 가수들이 드문 것도 그 때문이다. 'One'을 처음 플레이시킬 때도 같은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Time is ticking~'이란 가사가 끝나고 폴 밴 딕이 연상되는 일렉트로닉 멜로디가 나오자, 이런 의구심은 없어졌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중독적이었다. 스타일도 달랐다. 오케스트레이션이 인상적이던 'Fan'과 달리 'One'은 전형적인 클럽 테크노의 진행을 따랐다. 변화를 주면서도 비등한 매력치를 유지한다는 것. 이런 신보가 나오는 건 흔치 않다.

'Fan', 'Love love love'에서 보았던 작곡가로서의 타블로의 재능을 이 곡에서 다시 확인한다. 이런 의구심의 해소가 몇 번이 반복되면, 그 사람은 곧 쉬이 떨어지지 않는 단계의 인정을 획득한다. 그 임계점을 넘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대화(dae-hwa82@hanmail.net)



출처 : http://www.izm.co.kr/  (가요평론가 임진모의 음악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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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s, Part One   


에픽 하이의 다섯 번째 앨범은 그늘지고 축축한 면모와 활연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조금은 음울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곡들을 마주하면 지난 앨범 < Remapping The Human Soul >에 내재되었던 기조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사운드의 외양 면에서나 메시지에서 하드코어 요소를 전면 배치한 장쾌하고 공격적인 노래에서는 앞의 감성과는 전혀 다른 씩씩함이 묻어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아픔을 나누고, 힘을 실어 주고 싶었다는 그들의 언사와 부합되는 부분이다.

감정의 접점을 찾고자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강인하게 모습을 즉각 변화하는 탓에 조금 혼란스러운 감도 존재한다. 각 노래가 보유한 정조(情調)를 기온으로 따져 그래프를 만든다면 비교적 고른 흐름이 아닌 영상과 영하를 일정한 규칙 없이 오가는 그림이 나올 터, 따로 흩어져 있기에 곡의 순번대로 묶어내기 어려운 심상의 전개는 하나하나의 곡이 아닌, 앨범 전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함에 명확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Girl', 'The future', 'Ignition'으로 이어지는 각기 다른 감성 체감온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사랑했던 연인을 추억하며 잊지 못하는 슬픔을 내비치다가 확장된 시선으로 자기가 아닌 조금 더 큰 면을 바라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행동을 하도록 의견을 개진한다. 그러나 다시 다음으로 넘어가서는 개인 상념에 경도되어 어둡게 과거를 돌이키는 순서를 밟으니, 이를 직감으로 정리한다면 영하, 영상, 영하로 옮겨가는 구도. 나에서 우리로 갔다가 나로 돌아오는 주체의 시선 이동 또한 어지럽게 여겨질 우려가 크다.

이러한 전환은 반대로 청취자들의 듣는 재미를 충족시켜 줄 때에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곡이 지향하는 대기에 따라 반주도 자연스레 그에 맞는 색으로,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형태로 옷을 갈아입어 감상 시 지루함을 저감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일직선의 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자칫 평이해져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픽 하이는 그러데이션(gradation) 형식의 아주 은은한 바뀜보다는 강약의 이미지를 도드라지게 함으로써 비트를 제일로 여기는 시대의 청취자를 배려했다.

힙합 뮤지션이라는 학습된 울타리를 허물고 흑인 음악적인 것 외에 다른 장르의 요소를 따와 교배한 것도 형식 전환으로 발생하는 즐거움에 일조한다.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양식을 빌리며, 일정 부분 록과 팝의 얼개를 떼어와 색다른 맛을 가미한다. 완연한 트랜스의 틀을 갖춰 한밤의 클럽으로 듣는 이를 공간 이동시키는 앨범의 맨 마지막 곡 'One'의 리믹스 버전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틀곡 'One'은 사운드 면에서 상당한 재미를 제공한다. 일렉트로니카의 강성 장르인 테크노를 중심축으로 두었지만 80년대 유행한 신스 팝의 요소도 차용하고 있으며, 일렉트릭 기타로 미약하게나마 기력을 유지한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스트링 프로그래밍으로 클래식적인 접목을 시행, 전자음 구성으로 딱딱하게만 들릴 부분을 침착하게 보강했다. 전작들의 타이틀곡인 'Fly', 'Fan'과 상당히 닮아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한층 섬세하게 정제되었음이 예전 곡들과 구별되는 매력이다.

침투력 강한 신스 루프로 트렌디한 힙합을 완성한 'Breakdown'과 '연필깎이', 세차고 날카로운 프로그래밍으로 메시지에 더욱 힘을 싣는 'The future', 아트 오브 노이즈(Art Of Noise)의 'Moments in love'를 떠오르게 하는 'Decalcomanie', 하드코어 힙합의 화끈함과 박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Eight by eight' 등은 마니아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곡이다.

반면, 윤하가 보컬로 참여한 '우산'은 힙합을 숭배하지 않는 이라도 누구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노래다. 사물에 대한 감각적이고 예쁘장한 표현들로 연결된 이야기는 한 편의 순정만화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고, 도입부와 중간에 삽입된 빗방울 떨어지는 효과음과 간소한 어쿠스틱 느낌의 반주, 밑면에 깔리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쓸쓸하게 남은 사랑에 대한 기억 한 구석을 아련히 자극한다. 거기에 윤하의 절제된 음성이 잘 융화되어 다수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곡처럼 하이브리드 상(像)을 띠지는 않지만, 다른 곡들이 지닌 거센 모습은 없지만 '당신의 조각들'은 그 조근조근함에서도 막대한 힘이 느껴진다. 첫 번째 버스(verse) 중 문장이 아닌 단어로 종결되는 '당신', 그와의 기억에 대한 은유는 이 앨범에서 서정성이 극대화되는 파트다. 그럼에도, 절대 말캉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를 한때 방패와도 같은 존재였지만 세월에 쇠해진 그에게 이제는 화자 자신이 힘이 되어 주고픈 의지가 서린 노랫말에서 발견 가능하다. 그래서 '당신의 조각들'을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가 되고 싶다는 앨범의 중심 줄기를 가장 부드럽게 압축, 요약한 곡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인들이 겪는 초통(楚痛)에의 동감을 드러내는 유약한 기운, 긍정적 의욕을 회복할 수 있게끔 어루만지는 언어가 버무려진 앨범은 은근한 힘을 갖는다. 굳이 구원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이타적 발상은 연숙한 편곡 기술력의 병행으로 더 높은 접근성을 보유하게 됐다. 다음에 이어질 또 다른 '조각들'이 기대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수록곡-
1. Be (작사 : Tablo / 작곡 : Tablo)
2. Breakdown (Tablo, Mithra 眞 / Tablo)
3. 서울, 1:13 AM (Short Piece) (작곡 : Tablo)
4. One (feat. 지선) (Tablo, Mithra 眞 / Tablo)
5. 연필깎이 (feat. Kebee) (Tablo, Mithra 眞, Kebee / Tablo)
6. Girl (feat. 진보) (Tablo, Mithra 眞 / DJ Tukutz)
7. Slave (Short Piece) (DJ Tukutz)
8. The future (feat. Yankie) (Tablo, Mithra 眞, Yankie / DJ Tukutz)
9. 20 fingers (Short Piece) (feat. DJ Friz) (DJ Tukutz)
10. Ignition (feat. 나윤권) (Tablo, Mithra 眞 / DJ Tukutz)
11. Eight by eight (feat. Dynamic Duo, Dok2, Double K, TBNY) (Tablo, Mithra 眞, Double K, Topbob, Yankie, Dok2, Gaeko, Choiza / DJ Tukutz)
12. Decalcomanie (Mithra 眞 / Mithra 眞)
13. Icarus walks (Short Piece) (Tablo)
14. 낙화 (落花) (Tablo / Tablo)
15. 우산 (feat. 윤하) (Tablo, Mithra 眞 / Tablo)
16. 당신의 조각들 (feat. 지선) (Tablo, Mithra 眞 / Tablo)
17. B-Side 01 : Breakdown (Supreme Mix)
18. B-Side 02 : One (Planet Shiver Remix)

  2008/05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출처 : http://www.izm.co.kr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음악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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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apping The Human Soul
   


에픽 하이(Epik High)의 음악이 이제껏 마냥 밝고 산뜻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칙칙함으로 중무장한 이번 앨범은 전혀 예상 밖이다. 우울 삼매경. 물론 힙합은 모름지기 침울하고 어두운 맛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마니아들도 있겠지만 그건 미(美) 힙합의 황금기와 그 이후로 몇 년간 인기를 누린 단순하고 퍽퍽한 하드코어 비트를 향한 노스탤지어에 '주로' 국한되는 것이겠고, 이들의 멜랑콜리 노선은 음원 형태보다는 글에 촉수를 뻗치고 있다.

기본 노선과 정책은 우울함의 드러냄이고, 스물일곱 곡으로 그에 대한 구체적인 강령과 영적, 육적인 경험을 취합해 옮겨 놓는다. 음반의 중심을 관통하는 태도와 감성은 하나이건만 영역을 나눈 내용상의 차이가 있었을 터, (콘텐츠의 정렬 기준이 모호해 보이는 곡도 더러 있으나) 한쪽-The Brain-은 굉장히 사회적이고 대륙적 기상이 충만한 나머지 세상 온갖 고민 다 하다가 되레 그 무게에 눌려 고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다른 한쪽-The Heart-은 단순 연애사가 주를 이루는 지극히 개인적인 걱정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두뇌'와 '가슴'이 냉랭함을 공통분모로 두는 것은 다르지 않다.

이 얼음장같이 차갑고 어두운 면모를 지켜가며 원대한 포부를 밝히는 것에 욕심을 낸 나머지 초반부터 과잉이다. 일례로 '白夜'는 말이 너무 많아 지치게 한다. 장중해서 잠깐은 좋지만 장황해서 감흥이 떨어진다.

뒤이어서 가혹한 세상사에 지치고 외로움에 허덕이는 이의 모습을 그린 '알고 보니'가 싸늘한 기운의 바통을 받고 있으며 '희생양'과 'Nocturne'에서는 현 사회를 온갖 죄로 얼룩지고 타락할 대로 타락한 곳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신에 대한 불만, 부정을 토로한다. 이쯤 되면 세상 밝게 살려는 사람에겐 완벽한 청각형 불온문서의 날림이다.

치정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털어내는 '가슴(The Heart)' 편에서도 잠잠하면서도 쓰라린 감정의 표출은 이어진다. 한 사람을 향한 광기 어린 사랑을 담은 타이틀곡 'Fan'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지만 음악의 전개 방식은 앨범 수록곡 중 이질적인 스타일의 노래 중 하나일 것이다. 계속 쪼아대는 듯한 전자음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느낌을 배가하는 속도감을, 현악 프로그래밍으로 감싼 반주는 결국엔 그것도 사랑임을 역설함으로써 작게나마 따스함을 제시한다.

습한 상황의 연결은 그칠 줄을 모른다. 담배는 끊었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이 끊어져 버린 이의 고통이 깊게 느껴지는 '중독', 장난감 이상의 기계로 자리매김한 로봇의 고민까지도 이펙트를 줘가며 구슬프게 풀어내는 'Broken toys', 독백의 절묘한 오버래핑으로 섬뜩한 자살 버스(verse)를 완성한 '행복합니다'는 실로 불길함의 행진. 부모라면 반드시 자녀 손에 못 가게 할 음반 리스트에 올려놓아야겠다.

사랑 얘기야 귀에 차일 정도로 보편화된 소재니 어떻게 다루던 특별한 감도가 적은 게 사실이지만, 사회 문제를 노랫말로 옮기고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마치 영화 <주온>의 토시오 같이 내내 음침하게 구는 '너무 변한' 에픽 하이를 등장하게 한 배경이 궁금해진다.

아마도 방송에서 보이던 이미지를 음악으로나마 쇄신하고자 하는 욕심이 크게 작용했을 것 같다. TV에서는 귀엽고 치기 어린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만 보여줬지만 음악만큼은 마치 '저희가 만판 가볍기만 한 그룹이 아니란 걸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전작들에서는 무게감 있는 노래를 실어도 타이틀곡에 가려 비중을 갖지 못한 아쉬움도 이유가 됐을지 모른다.

다른 원인 중 하나를 'FAQ'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떠돌던 실제 악플을 나열한 노랫말은 에픽 하이가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힙합 그룹'으로서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을지 대충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어 청진한다면 두 장의 CD를 통해 시종일관 드러내는 우울한 감정의 골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가능하리라.

다행히도 안티 팬들, 혹은 미덥지 않게 보는 마니아들에게 받은 압박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 듯하다. MC로서의 다양한 표현방법을 모색-모든 곡에 문학 작품의 등장인물이나 성경 구절로 부제를 달아 이야기를 짜맞춰 보는 흥미를 제공-하고, 사회의 불합리한 모습에 대한 고찰과 소재와 주제를 폭넓게 수용함으로써 메시지를 강화하려는 욕심이 빚어낸 결과물은 안티의 비난도 무력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메시지의 기분에 맞춰가는 과도하게 충직한 비트들로 인해 음반의 분위기는 다시 한 번 죽도록 무겁고, 무거워서 죽을 지경이다. 랩에서는 여러모로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는데 비트와 연계한 풀이 능력은 단순하고 고루하기 짝이 없다. 그런 우중충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랬다면 매우 성공적이지만 그것 때문에 다시 듣고 싶지는 않을 음반이 돼버렸다. 혹시 우울함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붙어도 좋다.

-수록곡-
CD 1 - The Brain
1. The end times (Opening) (작곡 : DJ Tukutz)
2. 白夜 (작사 : Tablo, Mithra 眞 / 작곡 : DJ Tukutz)
3. 알고 보니 Feat. 진보 (Tablo, Mithra 眞, 진보 / DJ Tukutz)
4. 실어증 Feat. Paloalto (Tablo, Mithra 眞, Paloalto / Pe2ny)
5. Mr. Doctor Feat. 양키 of TBNY (Tablo, Mithra 眞, 양키 / 양키)
6. Runaway (MIthra's word) (Mithra 眞 / Mithra 眞)
7. Exile (Halftime) (Pe2ny)
8. Still life Feat. 진보, The Quiett, Kebee, TBNY, MC Meta (Tablo, Mithra 眞, The Quiett, Kebee, 양키, MC Meta, 톱밥, 진보 / DJ Tukutz)
9. 피행망상 pt.1 Feat. Junggigo (Tablo, Mithra 眞, 고정기 / DJ Tukutz)
10. 희생양 Feat. Sweet Sorrow (Tablo, Mithra 眞 / Tablo)
11. Nocturne (Tablo's word) (Tablo / DJ Tukutz)
12. 혼 (Tablo, Mithra 眞 /김범종)
13. In peace (Closing) (DJ Tukutz)

CD 2 - The Heart
1. Slave song (Overture) (Tablo / Tablo)
2. Flow Feat. Emi Hinouchi (Tablo, Mithra 眞 / Tablo)
3. Love / Crime (Fan prelude) (Tablo)
4. Fan (Tablo, Mithra 眞 / Tablo)
5. 거미줄 Feat. Itta (Tablo, Mithra 眞 / Tablo)
6. 선곡표 Feat. DJ Zio (Tablo, Mithra 眞 / DJ Zio)
7. 중독 Feat. Wanted (Tablo, Mithra 眞 / Pe2ny)
8. Underground railroad (Intermission) (Pe2ny)
9. FAQ (Tablo, Mithra 眞 / Tablo)
10. Love love love Feat. 웅진 of Casker (Tablo, Mithra 眞 / Tablo)
11. Girl rock Feat. Jiae (Tablo, Mithra 眞 / Tablo)
12. Broken toys Feat. Infinite Flow (Tablo, Mithra 眞, Young GM, 넋업샨 / Tablo)
13. 행복합니다 Feat. JW of Nell (Tablo, Mithra 眞, JW / Tablo)
14. Public execution (Finale) (Tablo)

  2007/02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출처: http://www.izm.co.kr/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음악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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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4집의 그 우울과 무게를 좋아한다.
굉장한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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