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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4 [스크랩] Epik High 1집 Map Of The Human Soul 리뷰
Map Of The Human Soul   


2004년 힙합의 전성시대 예고?!

인생이란 버드나무, 너는 지는 낙엽 / 수천 수만 가지 입은 너의 경쟁자며, / 실패란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낙엽이 된 가엾은 그대여... 두발로 뛰어가렴 / 버팔로 같이 거친 인생의 풍파도, / 날카로운 창과 칼로 다진 수난도, / 자신감의 방패를 쥔 너의 두 팔로 / 막아내고 다시 태어나 인생의 투사로 / 눈물로 고개를 숙여버리기엔 / 너는 아직도 채 익지 않은 벼이기에 / 힘에 부칠 땐 기대감에 기대 / 실패는 기회란 생각이 참된 삶의 지혜 (중략) -풍파 中-

마치 한편의 시(詩)적인 가사를 매끈하고 유연한 라임(Rhyme)에 싣고 노래하는 신예 힙합 팀이 등장했다. 두 명의 MC, 타블로(Tablo, 이선웅)와 미쓰라 진(Mithra 眞, 최진), 그리고 DJ 투컷츠(Tu:kutz, 김정식)로 구성된 3인조 에픽 하이(Epik High)가 바로 그 주인공들. 고급스런 소울과 재즈, 펑크(funk),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킨 참신하고 탄력적인 힙합 비트 위로 리드미컬한 래핑을 선사하는 이들은 분명 올해 주목해야만 하는 '힙합 다크호스'임에 틀림없다. 일찌감치 일부 매스컴조차 국내 힙합의 차세대 기대주로 에픽 하이를 언급하고 나섰을 정도다.

“타블로는 바보, 가문의 왕따고, 그 잘난 대학교 나와서 랩 한다고? 내게 물어봤지 지금의 나는 미스터리”라는 랩 가사에도 나와있듯, 미국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리드 래퍼 타블로의 이력은 랩 가사에 문학적 접근을 시도한 지성파 힙합퍼의 등장을 알린다.

왜, 랩 음악이 하찮은 쓰레기인 냥 멜로디가 없는 저질 흑인 음악으로 천대받아야만 하는가?! 에픽 하이의 음악적 키포인트는 바로 힙합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의 반기에서 시작된다. 음반을 감싸고도는 가사와 사운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샘플 기법을 두루 활용한 멜로디컬한 힙합을 천명(闡明)하고 나선 점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에픽 하이의 힙합을 맛배기로 보여주는 오프닝 트랙 'Go'만 접해봐도 이들의 가사에 대한 신선한 해석과 세련된 팝 코드의 적절한 수용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에픽 하이의 랩 스타일은 국내 힙합의 개척자 CB Mass와도 유사하다. 그럴만한 이유도 매스의 개코와 최자가 음반의 일정 부분에서 작, 편곡을 도왔고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자신들의 입김을 불어 넣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운드 메이킹의 핵심은 J-Win(최재유)의 몫이다.

그는 자유분방한 사고와 메시지를 랩으로 더없이 잘 표현해내는 에픽 하이 특유의 힙합 서라운드를 제대로 꽤 뚫어 매끄럽고 윤택한 파퓰러한 랩 문체를 형상화시켰다. 여성 백 보컬을 앞세운 팝 적인 멜로디라인, 턴테이블 스크래칭과 샘플링 위로 쏟아지는 경쾌하고 탄탄한 래핑의 조화가 세련되고 유려한 힙합을 주조해낸다.

음반은 흑인 냄새 짙은 알앤비와 소울, 재즈, 블루지한 발라드를 버무린 다채로운 힙합 향연을 가져간다. 대한민국 펑크(funk) 마스터 한상원이 맛깔스런 보코더를 선사한 '풍파'와 여성 알앤비 싱어 리즈가 팝 적인 고급스러움을 한껏 더해준 '10년 뒤에', 남궁연 악단의 보컬리스트 박성웅이 걸출한 피처링 보이스를 실어낸 'Love song' 등 게스트 손님들의 할당량을 최대치 배려해 그들과의 멋들어진 호흡이 일품이다.

나스(Nas)를 닮은 주석의 랩 스킬이 인상적인 'Street lovin''과 재즈 랩에 대한 한국적인 해석을 실험하고 나선 '고독 恨 사랑'도 매력적인 트랙.

이제 힙합은 21C 대중문화의 주류 코드로 정착했다. 에픽 하이뿐만 아니라 드렁큰타이거, 리쌍, 윤미래, 최자, 개코, 은지원 등이 몸담고 있는 '무브먼트 크루'와 더불어 데프콘, 주석 등의 '마스터플랜', 지난해 얼어붙은 음반 시장을 뜨겁게 녹이며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YG 사단 등 어느덧 굵직한 국내 힙합 계파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또한 인디 시장에서 힙합이 차지하는 퍼센티지만 봐도 이는 비단 증명된다.

지난 2003년 여성 돌풍의 주역이던 이효리와 렉시도 부분적으로 힙합을 수용하며 “강인한 여성의 진면목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몸소 실천했다. 바야흐로 요즘 가요계는 힙합의 전성시대다. 에픽 하이, 이들도 주목하자!

-수록곡-
1. Go
2. 풍파 Feat. 한상원
3. I Remember Feat. Kensie
4. 10년 뒤에(Dear me) Feat. Leeds
5. Lesson One(Tablo's word)
6. Street lovin' Feat. Joosuc
7. Love song Feat. 박선웅 Of 남궁연 악단
8. 고독 恨 사랑(Mithra's word)
9. Free love
10. Get high
11. 유서 Feat. TBNY
12. 막을내리며(Dedication)


  2004/01 김獨 (quincyjones@hanmail.net)




출처 - http://www.izm.co.kr
음악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한 음악 평론 사이트.

IZM은 이 싸이트를 만든 음악평론가 임진모님의 이니셜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ism(사상)이라는 영어 접미사를 결합시켜서 음악에 대한 생각을 담는 싸이트라는 의미도 동시에 담았습니다
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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