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살 때에 스토리나 문체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저 호기심이 컸다.

'배우 구혜선이, 단편 영화 감독이었던 구혜선이, 피아노를 잘 치고, 그림을 잘 그리던 구혜선이 과연 어떤 책을 썼을까' 하는.

대단한 문학적 충격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나는 많이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예상했던 딱 그만큼이었달까.

 

 

문장은 군데군데 좀 더 다듬고 고치면 더 매끄러워지겠다 싶은 부분이 많았다.

그런가하면 몇몇 문장은 꽤나 와닿기도 했지만.

주인공의 첫번째 연인의 이름은 '종운'. 그리고 두번째 연인의 이름은 '시후'였는데 '시후'쪽은 소녀들의 순정만화에서 자주 볼법한 이름이라 어쩐지 이 소설 전체가 그저 판타지로 느껴지기도 했다.

게다가 '시후'가 '연이'에게 하는 긴 이야기는 때로 일본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훈계조의 웅변 같기도 했다. (일본 드라마는 '교훈'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

이야기의 구조는 상투적이었다는 표현을 피할 수가 없을 거 같다.

오히려 독특한 쪽은 직접 그린 독특한 일러스트였는지도 모르곘다.

 

 

배우가 책을 써서 그런 것인지,

자전적인 경험을 섞어 써서 그런 것인지

본인의 구어체 말투를 그대로 써서 그런 것인지

몇몇 부분에서는 소설의 내용이 구혜선의 나레이션처럼 느껴졌다.

그건, 득이기도 하고 실이기도 했다.

평범하지만, 구혜선의 팬들에게는 신선할 수 있는 그런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좀 더 능숙한 작가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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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주소로 들어가셔서 로그인하시고, <당신의 조각들>의 인상적인 구절이나 꼭 가야하는 이유를 적어주시면 신청이 됩니다. 북 콘서트 너무 좋네요. 신청은 했지만 경쟁률 높을 것 같네요. 타블로 씨 뿐만 아니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루사이트 토끼, 그리고 책을 무척 좋게 읽었던 생선작가 김동영 씨가 사회를!! ㅠ_ㅠ 사인도 해주신다고 하고, 2시간동안 진행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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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여덟 소설가
스물다섯 래퍼의 셰익스피어에 관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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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여덟 먹은 소설가와 인기를 끌고 있는 스물다섯 살짜리 래퍼,

이윤기씨와 타블로(Tablo.본명 이선웅)의 만남을 주선했다.

직함만으로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사람의 대담 화두는 '셰익스피어'.

이씨는 영문학 비전공자인데도 '감히' 셰익스피어 전집을 우리말로 풀어내는 데 도전하고 있다.

'겨울 이야기' '한여름밤의 꿈'(달궁)이 잇따라 서점에 풀렸다.

목표는 '젊은 사람에게 읽히는 셰익스피어 쓰기'다.

3인조 힙합그룹 '에픽 하이'의 래퍼 타블로는 미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창작문예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래퍼의 길로 들어섰다.

그도 셰익스피어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이윤기:타블로씨는 셰익스피어의 어떤 작품을 즐겁게 봤나요?

타블로:저는 연극과 영화 속의 셰익스피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셰익스피어나 신화 등 고전을 모르고는 현대 문화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예컨대 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에서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견할 수 있잖아요.

이윤기:저는 '타이타닉'이란 제목만 보고도 비극이란 걸 알아차렸어요.

         '타이타닉'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 '타이탄'을 연상시키잖아요.

          타이탄은 너무 교만하게 굴다가 전쟁에서 올림포스의 신에게 박살이 나거든요.

          이렇게 문화의 큰 문맥을 알면 같은 작품을 놓고도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요.

타블로:저도 가사에 신화나 성경의 비유를 많이 썼거든요.

          아버지가 갖는 부담을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에 빗대는 식으로요.

이윤기:절묘한 비유네요.

          하늘을 짊어지고 있는 거인신 아틀라스는 힘은 세지만 미련하거든.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왜 이리 미련했던 가란 원망까지 담겼네요.

          제가 민요가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봤어요.

          그게 전부 성적 상징으로 이뤄져 있더라고요. '천안 삼거리'를 볼까요.

          삼거리의 모양이 누워 있는 사람의 몸을 연상시켜요.

          그 가운데 있는 '능수야 버들'도 털이 부숭한 느낌을 주는 성적 상징이죠.

         '백도라지'도 씻어 놓으면 여자의 몸이랑 닮았잖아요.

          저는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데, 요새 노래 가사는 상징적인 비유가 좀 부족해요.

          그냥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면 싱겁지 않나요.

타블로:맞아요.

          원래 잘 만든 랩은 시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요.

          음악적인 매력 외에 가사 속의 상징을 알아맞히는 쾌감이 크거든요.

이윤기:힙합이란 것 자체가 보수적 가치체계에 대한 부정이죠.

          그럼에도 인간의 가슴을 치는 방법은 문학의 유구한 전통을 따르고 있네요.

          셰익스피어도 그리스.로마 신화의 전통을 충실히 따랐어요.

          고전과 신화를 절묘하게 응용해 '박물관에서 태어난 작가'란 평도 들었죠.

타블로:그런데 대중은 셰익스피어를 잘 모르더군요.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가사에 넣었어요.

          그랬더니 팬들이 '샤일록이 뭔가'를 두고 논쟁하더군요.

          더 깊은 감동을 주려고 선택한 문학적 표현인데 어려워하며 거부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이윤기:문학평론가 김화영씨가 소설가 이문열씨에게 그랬대요.

         "당신 작품을 가지고 낸 문제, 당신도 절대 못 풀 걸…."

          작품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라 밑줄 그으며 분석하는 게 우리의 문학 교육이니까….

          저도 셰익스피어를 분석하느냐 즐기느냐를 두고 고민했었죠.

          결국 작품 자체를 즐기려고 이 길로 들어섰죠.

타블로:저는 뉴욕에서 '햄릿'을 힙합으로 표현한 극을 즐겨 봤어요.

          살아 있는 셰익스피어를 즐기고 싶어서요.

          셰익스피어를 현대화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윤기:항상 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야죠.

타블로:셰익스피어가 글을 잘 쓸 뿐 아니라 말장난이나 재치로 유명하잖아요.

          제가 랩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예요.

          래퍼들이 대결하는 '랩 배틀'은 사실 누가 더 말장난을 잘 하느냐는 내기인데,

          가만 보면 옛 시인들의 재치 대결하고도 닮았어요.

          힙합 시대에 태어났다면 셰익스피어도 랩을 굉장히 잘했을 거예요.

이윤기:결국 노래 가사도, 문학도 말장난이거든. 고급 말로는 '레토릭(rhetoric)'이라고 하죠.

          타블로씨가 셰익스피어를 힙합으로 퍼뜨려보세요.

타블로:선생님도 30년쯤 늦게 태어나셨다면 저랑 같이 힙합을 하지 않았을까요?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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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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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타블로미니홈피

(http://cyworld.nate.com/tab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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