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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9 과연 카프카는 성장했는가 - <해변의 카프카> 리뷰

 



 아무래도 난 좀 삐딱한 인간인가 보다. 많은 이가 좋다고 말했던 이 책, 동양 제일의 작가라고도 불리워지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이 책에 대해 감히 이렇게 이야기해본다. 과연 카프카는 성장했느냐고. 그의 선택과 자유의지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고.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서 시작된다."(상권 p.256)
라고  이 책은 말한다. 내가 삐딱한 이유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일까?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의 생에는 수많은 메타포가 숨겨져 있다. 불가사의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설정들은 메타포일 것이다. 아버지는 "외계인"에 비유되고 있다. 나카타 상은 미스테리한 사건 후에 "빈 공간"으로 일생을 살았다. 카프카는 아버지로부터 "저주" 받았다. 사에키상은 "소녀"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이야기 흐름의 큰 줄기만을 보자면 거의 모든 것은 카프카의 아버지가 의도한 대로 돌아가고 있다. 결말만은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았지만. 결국 카프카는 예정되어 있던 존재였고, 모든 일은 준비되어 있었던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차 없이, 치밀하게. '터프하게' (나는 이 단어를 그토록 강조하는 것이 좀 우습게 여겨졌지만) 성장해나간다는 소년은 매우 미묘한 지점에 미묘한 포즈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자의적으로 한 행동들은 결국 모두 예정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예정된 저주를 빠르게 해치우는 것에  더 관심이 있어보인다. 운명과 맞서 싸우거나 대응하는 대신에.


 분명히 이 소설은 흥미롭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전의 인용구들도 그랬고, 번갈아 진행되는 이야기가 하나의 접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도 그랬다. 미스테리어스한 여러가지 소재들도 그러했다.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나카타상이 겪은 의문의 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도, 조니 워커가 왜 그 마을에 들어가려고 하는지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사에키상과 딸이 왜 헤어졌는지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사쿠라가 카프카의 누나인지 아닌지도 설명해주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마 이런 식으로 설명이 부족한 채 끝을 맺은 이유는 말로는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그 "마을"과 동일한 의미선상(이 소설의 용어로 치자면 '메타포')에 이 소설을 두고 싶었기 때문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작가는 설명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카프카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신비하고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만 점철되어 있다. 선택의 지점은 매우 좁았다. 성장'한' 것인지, 성장'당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오히려 바보 이미지의 가면을 쓰고 있는 나카타 상 쪽이 더욱 성장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모든 사태의 예정된 운명에 대항한 것은 오히려 그가 아닌가. 아니면 얼떨결에 합류한 호시노라든지. 카프카가 아버지의 저주에 대항하기 위해 한 일은 집을 떠나온 일 외에는 고작 삼림욕과 독서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헷갈리는 것이다. 결국 카프카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기에, 어떤 식으로든 성장하긴 했겠지만 그건 내가 생각하는 '성장'의 의미와는 꽤나 다른 것이라서. '질 것이 뻔한 싸움(운명에 대항하는 싸움)이라도 끝까지 맞서 싸우는 중에 인간은 성장한다.'라는 내 생각이 고루한 것이라면 더이상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흥미로운 소설이라고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미묘한 일이다.



p.s.
흥미로운 관련 포스팅이 있어서 링크합니다~
해변의 카프카 한국판 가상 캐스팅 - http://blog.naver.com/nonameone/70037550556
(호시노 역에 특히 주목할 것)



 

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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