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기사여서,
프라우드 4월호에서 팝 칼럼니스트 한동윤 씨의 기사 일부를 인용합니다.
요즘 노래 제목들을 보면 왠지 한숨이 나오더라구요.
정말 대중들이 그런 자극적인 노래만을 원하고 있는 걸까요? ;;
"대중"이라고 이름 붙일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흐름은 정말 반갑지가 않네요. ^-T


(전략)

 안식과 여유를 누리고자 음악을 찾아 들었던 과거와 달리 들리도록 가공하는 멜로디와 자극적인 제목, 선정적인 노랫말로 구성딘 지금의 노래는 감정의 황폐만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성부, 성자, 성신보다 더 막강한 위력을 행사하는 삼위일체다. 문명의 발달로, 시류는 급변하고 음악조차 인스턴트화된 시점에 노래를 만드는 사람들은 빠르게 어필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에 다수의 이목을 끄는 타이틀을 달고 가사를 붙일 것이다. 그래,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련의 경제활동이 도의에 어긋난다면 문제가 생긴다. 유행가의 주된 소비층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어 어느 정도 가치관이 확립된 어른은 그나마 괜찮다. 기존의 질서를 해칠 위험이 있고, 향락을 선동하며, 일탈에 유혹하는 내용에다 자극적인 딱지를 붙여놓고 주입식 멜로디로 아이들을 중독 시키고 있으니 이 정도면 범죄에 가까운 것 아닌가. 어른들의 장삿속이 연, 자극 난무의 시대에 최대 피해자는 결국 아이들인 셈이다.

 앞으로는 모든 노래의 앞부분에 의무적으로 이런 내용을 녹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가사의 노래를 청취함에 따라 비행청소년 혹은 애늙은이가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수한 음악을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맑고 바른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가 바른 길잡이가 됩시다. 한 편의 음악, 사람의 미래와 사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음악잡지 Proud 4월호, 한동윤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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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블로그에서 음반 리뷰어를 모집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 처음으로 신청했다가 운 좋게 리뷰어로 선정되었다. ^-^ 그동안 위드블로그에서 제공되던 음반에 비하면 그나마 알고 있는 뮤지션이었기 때문에 신청을 했었다. 내가 평소 J-pop을 즐겨듣는 편이 아닌데도, 시미즈 쇼타를 알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음악잡지 프라우드의 2009년 1월호 덕이었다.



 비록 긴 페이지를 할애한 것은 아니지만, "김이환의 스페셜 etc"라는 코너에서 "음악이 아닌 상업적 논리에서 이 음반을 사야할 한 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짧게 시미즈 쇼타의 음반이 소개되어있던 것이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잡지에 실린 글의 제목만 보면 다소 자극적이지만 "정말로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되는 음반에 한해서 왜 이 음반을 사야만 하는지, 오로지 경제적인 가치에서만 생각해보았다." 는 말인 즉, 이렇게까지 홍보할테니 좋은 음악이 담긴 앨범은 좀 사자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김이환 씨가  꼽은 사도 절대 돈이 아깝지 않을 음반 7장 중 하나가 바로 시미즈 쇼타였다. (불행히도, 디카를 남동생이 쓴다고 가져가 버려서;; 핸드폰 사진으로만 찍었더니 화질이 조악하다;;) 시미즈 쇼타의 음반을 두고는 이 잡지에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일본의 니요? 미래의 히라이 켄? 몸값 올라가기 전에 알아두면 나중에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걸?" (프라우드 1월호, 김이환)

 솔직히 말하자면 이 문구에 혹해서 나도 나중에 소위 "아는 척" 좀 해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몇 곡을 들어보고,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10대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면 어디까지 신뢰를 해야할지 들어보기 전에도, 들어본 후에도 결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괜한 의심이 스며들기도 하고, 그도 그럴 것이 저런 자극적인 문구를 달고 나오는 가수들에게 우리는 또 얼마나 속았었던가. (따져보면, 시미즈 쇼타는 1989년 생이고 2008년에 첫 앨범이 나왔으니 우리나라 식으로 나이를 세면 20대에 데뷔한 거지만.)


 하지만 역시 평론가의 후한 평가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라서, 음반에 호의를 가지고 접근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 1집 앨범의 타이틀곡 "Home"은, 10대 남성 싱어송라이터로서는 처음으로 오리콘 차트에서 5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가 이 기록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곡의 가사때문이었다. (한국 라이센스반에는 가사해석집이 패키지에 첨부되어 있다.) "Home" 은 꿈을 가지고 고향에서 잘난 척하며 뛰쳐나왔지만, 내가 얼마나 약한지 알게 되었고,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돌아가겠다는 가사의 노래이다. 흔히 사랑 노래만이 차트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가요 순위때문인지 좀 독특해보였다. 사랑 노래가 많은 것은 아마 일본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이런 진지한 가사로 대중음악계에 접근해 오리콘 차트에까지 오른 것을 보면 시미즈 쇼타의 실력과 진심을 이미 일본에서 인정했다는 뜻이 아닐까?


 결국 이 음반은 이미 검증된 음반이다. 13곡의 수록곡에서는 아마추어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많이 준비하고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임하는 뮤지션의 자세가 느껴진다. 10대 싱어송 라이터라고 하기에 무심코 예상했던 어린 아이의 목소리도 아니다. 그는 R&B 소울에 적합한 목소리를 지녔고, 표현력도 뛰어나다. 흑인 R&B 소울 가수와는 다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목소리다.


13개의 트랙은 일관성을 잃지 않고 있다. 어떤 가수는 자신의 앨범을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로 만들곤 한다. 새로운 도전은 팬에게도, 가수에게도 즐거운 일이지만, 요즘같이 음악 시장이 빠르게 급변하는 시점에서는 다만 그 중 어느 한 곡이라도 대중들의 귀에 "얻어 걸리길"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흐름 가운데, 시미즈 쇼타는 오히려 한 가지 장르로 음반을 채움으로써, 데뷔앨범에서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 같다. 같은 장르의 곡 13곡을 불러도 앨범을 듣는 사람이 내내 주의를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했을 시도다.


 요즘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소위 "후크송"을 방송 매체에서 듣는 것 외에는 피하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에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새 귀가 그런 자극적인 음악에 적응이 되었던 모양이다. 처음에 이 음반을 들을 때는 첫곡부터 끝곡까지 듣는 것이 그리 즐겁지가 않았다. 같은 장르의 곡이 연속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떤 곡이 어떤 곡인지 구분도 되지 않았고, 귀에 확 꽂히지가 않아 지루하다고 생각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더 빠져드는 음반이다. 여러번 반복 청취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일본어 가사라 잘 못 알아듣고 있지만, 그래도 음악은 만국공통이니까.ㅎㅎ


 이 앨범이 첫 앨범이라니, 시미즈 쇼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아무래도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리스트에 이름을 하나 추가해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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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콤하네요~
소속사측에서 2집처럼 굳이 피아노락을 타이틀로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젠 깨달은 듯. ^^
새로운 모습 귀엽고 좋네요.

4월 17일이 발매일이었던 거 같은데
기다리고 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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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8알 약 먹고 그 기운 떨어지면 괴물 되기도, 하지만 마음만은 완쾌됐다."

“척수염에서 완쾌됐다”는 거짓말 더 이상 않겠다는 타이거JK의 고백
          “아파도 가족과 음악이 있는 나는 운이 없는 만큼 축복 받은 사람”
타이거JK / 힙합 뮤지션

기사링크 : 조엔
http://choen.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4/09/2009040901521.html




 찡하네요.-_ㅠㅠ

윤미래 씨와 2세 조단과 오손도손 사시는 게
참 멋져보이고, 건강해보였는데,
아직 척수염이 다 나으신 게 아니었네요.
그래도 희망을 품고 있어서, 그게 더 멋져보여요.
정말 건강한 정신을 가지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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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뭔가가 죽도록 좋아지는 증세 덕분에 어릴 때부터 무언가의, 누군가의 팬으로 죽 살아왔다.

시골에서 서울로 대학 시험을 치러 와선 혼자 두어 시간 버스를 타고 체육관을 찾아 농구 경기를 봤다. 혼자 찾아갔던 콘서트장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직장인이었던 20~30대 주춤했던 나의 ‘팬질’은 백수가 된 요즘 인터넷과 위성중계 같은 미디어들과 맞물려 ‘폐인’ 수준으로 접어들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와 박지성과 박주영, 김연아, 에픽하이에 빠져 날이면 날마다 경기 보고 팬카페 들어가는 게 주요 일과다. 사춘기 아들과는 만날 “그거 봤어?” 하며 시시덕대고, 축구장과 콘서트장에서 같이 꽥꽥 소리 질러대며 자식한테 대단한 일이나 해준 부모처럼 자랑스러워한다.

영원히 철들지 않는 이 ‘팬심(心)’은 이제 ‘팬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한마디쯤은 할 수 있게 한다. 닉 혼비의 ‘피버피치’를 원작으로 한 영화 ‘날 미치게 하는 남자’의 대사가 본질을 쿡 찌른다. “당신은 레드삭스를 사랑하죠. 근데 레드삭스도 당신을 사랑하나요?” 그렇다. 감히 말하자면 ‘조건 없는 숭고한 사랑’으로 치자면 모성애와 더불어 ‘팬덤(fandom)’이 으뜸이다. 그 존재 자체로도 우리에게는 보답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불어 진정한 팬의 즐거움은 대상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팬들만이 만들어내는 아득한 연대감을 느끼는 일이다. 콘서트장에 내려앉은 객석의 어둠 속에서 흔들어대는 야광봉의 거대한 물결, 하나도 틀리지 않고 외쳐대는 먼 나라 가수의 노래 구절, 감격하는 스타의 모습에 뜨겁게 되돌려보내는 환호. 경기장에선 “죽여라” “살려라” 온몸의 힘을 다해 퍼붓는 욕설로 터져나오는 애증. 경기장을 나설 때의 씁쓰레한 느낌. 그러나 또다시 새로운 경기에 앞서서 지난 경기들의 과오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부풀어 오르는 한없는 희망. 이 알 수 없는 사이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팬덤의 미스터리는 ‘팬’이 되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결코 느끼지 못한, ‘우리만의 세상’의 소중한 느꺼움이다.

그렇게 팬으로 살아온 인생에 뭐가 남았느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그래도 팬이었기에 사는 것이 그저 회한과 아픔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열정과 환희를 일깨워줬다고, 그것이 내 젊은 시절의 전부이자 마음속 공허함이 쏟아져 내리지 않게 해주는 댐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헛헛하고 고달픈 삶을 느끼는 사람에게 나는 여전히 무엇인가의 ‘팬’이 되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윤정, TV 칼럼니스트

09.4. 7. 중앙일보   삶의 향기 코너에서 발췌  -> 넬동 '처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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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되어서 재밌는 일이 참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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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리뷰는 나중에 쓰도록 하고,
일단 간단한 느낌이라도 남겨볼까 하구요.
앨범이 나왔으니 앨범 이야기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말에 나왔던 EP 러브스크림도 정말 엄청나게 들었었는데,
이번 북앨범은 또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두 EP 음반 (일단 map the soul도 정규앨범이 아니니 편의상 EP라고 할게요)이
너무 달라서 각각이 더 소중해졌다고나 할까요.

북앨범이라는 형식,  참 친절하더라구요.
가사에 나온 짧은 영어 문장까지 일일이 해석을 달아놓은 데다가
팬들이 궁금해할 법한, 창작의 순간을 여러모로 담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여요.
가사 밑에 짧은 note들까지 수록하는 친절함이라니.ㅎㅎ
"혼"이라는 주제에 대한 타블로의 에세이도 인상적이었어요.


음악 부분에 있어서는,
힙합의 basic에 충실하고자 한 느낌이에요.
팝적인 느낌의 트랙이 없고, 정공법을 구사하고 있어요.  
유명 여가수의 피쳐링이나 중독성을 노린 억지스러운 hook도 없어요.
곡을 히트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진중하게 '생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모처럼 투컷의 곡이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것도
이 앨범이 'hip-hop' 그 자체에 승부수를 뒀다는 뜻 아니겠어요?ㅎㅎ


가사 부분에서도,
외국 팬들을 배려한다는 명분도 있겠다, 마침 MYK와 협력작업을 하겠다
타블로도 (한글을 사랑하는ㅎㅎ) 미쓰라와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영어가사를 자유롭게 원없이 썼다는 느낌이에요.
1집 이후로 모든 벌스가 영어로 되있는 곡은 참으로 오랜만이죠.
미쓰라 진도 5집에 비해서는 가사를 덜 난해하게 쓴 것 같아요.
(Breakdown 미쓰라 벌스는 '이해불가 라임떡칠'이라고 두고두고 회자가 되었던;;)
두 사람 다 언어유희나 유머감각있는 가사가 구석구석 숨어있어서 듣는 재미가 있고요.
Map the soul은 특히 사랑의 정신적인 측면을 아름답게 형상화했더라구요.
역시 "Kiss"니 "Dance all night"이니 "오늘밤"이니 하는 단어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요.
사랑 노래는.


오랜만에 듣는 타블로의 지르는 랩핑도 너무 반가웠고
랩 스타일이 밋밋하다고 때로 비판을 받았었던 미쓰라 진도 Top gun에서 정말 잘 하네요.
MYK.... 이 사람은 실제로 말도 랩처럼 라임과 플로우를 넣어 유려하게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구요.ㅎ
(어디 있다 이제 나오셨나요.ㅎㅎ)


뜻밖에 길어졌지만;;
이건 뭐 앨범 들은지 며칠 안 되서 적는 거니까 그 점 고려하면서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이번 앨범은 에픽하이가 이 음반을 만들면서 겪었을 힘든 선택들때문에라도 애착이 가지만,
앨범과 책에 수록된 내용물만으로도 가치가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팬심이라고 하신다면야....입 다물겠;;)
맘 같아서는 지인들에게 다 강매하고 싶어요.
아, 이번 앨범 진짜 잘 되어야는데.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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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인터뷰

출처 : IZM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0084&bigcateidx=11&width=250

많은 사람이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를 신나고, 격정적이고, 무한으로 흥을 생산하는 힙합 그룹으로 생각한다. 'Ring my bell'과 '출첵' 같은 빠른 템포의 히트곡으로 쌓은 이미지가 그만큼 크고 공고하다는 것을 일러주는 예가 될 것이다.

최근 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김창렬에 이어 무대에 오르며 디제이 디오씨(DJ DOC)가 'Run to you'를 부른 다음에는 스테이지에 서기가 꺼려진다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지만, 그런 부담감을 내비친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름에 걸맞은 '역동적인' 공연을 펼침으로써 관중으로부터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 한 차례의 다이나믹 듀오다운 모습이었다.

이는 그러나 그들 음악을 구성하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팬들과 대중의 반응에 감사하면서도 그런 히트 공식에는 안주하지 않는다. 4집 < Last Days >에서는 전자 음악과의 결합을 시도했고 이번 싱글 < Ballad For Fallen Soul Part 1 >에서는 발라드로의 일시적 변화를 모색했다. 닮고 싶은 뮤지션으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를 거론하며 그의 꾸준함을 이야기한 것처럼 그들 또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색다른 것을 구상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떤 양식의 음악을 발표해도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이나믹 듀오는 죽 정규 앨범으로 작품을 내 왔는데 싱글을 공개해서 의아했다. 물론 고민해서 작업했겠지만 'Beyond the wall'은 조금 심플하지 않나 싶은데?
최자: 한 번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콘셉트를 잡고 가보자 해서 이번 싱글을 만들게 되었어요. 사회에서의 실패나 사랑의 시련을 겪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노래를 기획했는데, 저희가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풀(full) 앨범으로 만들기엔 작업 시간도 넉넉하지 않고,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았어요. 그런 성향 3곡 정도면 싱글을 하나 낼 수 있으니까 그런 점은 편하더라고요.
개코: 고민을 많이 했어요. 'Beyond the wall'이 원래는 카드 광고에 삽입된 곡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하나의 완성된 곡으로 만들어달라는 팬들이 많았거든요. 이 노래는 사실 보너스 트랙으로 넣은 거예요. 타이틀곡 정할 때 홍보해 주시는 실장님 등이 모니터를 많이 해보고 결정하는 편인데 많이 분이 활동하기에는 이 노래가 괜찮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을 내셨어요.
최자: 이번에는 사실 조금 걱정하긴 했어요. 카드 광고 삽입곡이라는 점에서 그랬고, 보여줬던 걸 다시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요. 완전히 신나거나 완전히 감성적이지도 않았고요.

'Beyond the wall'은 버블 시스터즈(Bubble Sisters)의 '주말에만'과 유사하다.
개코: 2년 전에 쓴 곡인데요, 안 떠서 아무도 모르죠. (웃음) 광고 음악 의뢰를 받고 작업하면서 만든 4, 5개의 노래가 다 까였어요. 짜증은 나고, '아, 그럼 무엇으로 하지?' 고민하다가 만들어두었던 것 중에 뭐 없나 싶어서 컴퓨터를 뒤졌어요. 그러다 발견한 곡이 이거였죠. 승희 누나한테 얘기해서 허락 받고 조금 수정해서 보내줬더니 괜찮다는 거예요.
최자: 두 곡만 가지고 아웃 패키지를 내는 건 좀 미안해서 넣은 보너스 트랙이죠. 매니저 팀이나 모바일 쪽 관계자들은 이걸 타이틀로 해야 한다고 밀었어요.

다른 두 노래는 사랑 얘기를 위해서 말랑말랑함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건가?
최자: 많은 분이 'Ring my bell', '출첵'을 기억해주시니까, 앨범에 조용한 곡도 들어가는데도 저희는 그런 신나는 이미지로만 인식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도 이런 것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개코: 9월에 군대를 가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기도 해서 '남은 시간 동안은 인스턴트한 아이디어들로 싱글을 많이 내고 가자'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 빠른 템포의 노래와는 달리 이번처럼 발라드풍의 노래에 랩을 할 때에는 호흡이라든가, 톤 같은 걸 다르게 가져가야 할 텐데, 어떻게 조절하나?
최자: 처음 그 곡을 들었을 때 본능적으로 팍 드는 무언가의 느낌이 있어요. 시행착오를 겪는다기보다는 그냥 느낌이 올 때까지 기다려요. 요즘 같은 경우는 그게 딱 오면 이틀 기다리다가도 한 시간 만에 끝나거든요. 노래마다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얘기 드리긴 힘들어요.

직선적이고 즉각적인 느낌이 중요하다는 건가?
개코: 복합적으로 몸에 배어 있었던 걸 끄집어낸다고 할까요? 다른 스타일이지만 즐겨 들었던 스타일이잖아요. 말랑말랑한 것도 있고, 스트레이트한 것도 있고, 어쨌든 저희가 즐겨 듣던 음악에서 익었던 본능적인 것이 있으니까요.
최자: 저희는 제대로 확립이 안 되었던 시절에 뛰어 들어서 같이 만들던 시대잖아요. 후배들, 어린 친구들은 그걸 들으면서 컸기 때문에 그걸 다 흡수하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려고 하더라고요. 실력 좋은 후배들 노래를 들으면 '우리말로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하며 감탄하게 돼요. 플로우 등을 느꼈을 때, '와... 열심히 해야겠다'하는 위기의식까지 들어요. (웃음)
개코: 슈프림 팀(Supreme Team)에게 오히려 저희가 더 배우고 있어요.

슈프림 팀의 정규 앨범은 언제쯤 나오나?
개코: 4, 5월 정도에 나올 거예요. 이 친구들 진짜 잘해요. 지금 힙합 신에서 랩 잘하는 사람은 넘쳐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지망생도 많고 아마추어도 많았는데, 지금은 정말 다 잘 해요. 그런데 슈프림 팀 같은 경우는 자기 실력도 있으면서 무대 위에서의 끼가 엄청나요. 에너지가 넘치고. 그래서 저 친구들은 뭔가 갖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최자: 에픽 하이 친구들도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잘하는 사람은 많은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이상으로 뭔가 특별한 게 있었던 인물이라고…. 슈프림 팀에겐 그런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길 하더라고요. 싱글에서 보인 모습은 일부고요, 랩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와 남자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요.
개코: 걔네는 태도도 보여줘요. 예전에는 형들 앞에서는 뭔가 숙여야 했어요. 겸손의 미덕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요즘 애들은 자신감이 있어서 '나 이렇게 실력 있어서 이 정도 됐고, 나 짱이야' 이런 걸 아주 자연스럽게 얘기해요.
최자: 방송에서도 활동 계획 같은 거 물어보면 대부분 “저희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그러잖아요. 그런데 얘들은 첫 방송에서 “저희 5월에 앨범 나오거든요? 다 죽여 놓을 거예요”라고 말해서 저희가 더 당황했어요. (웃음)

또 다른 레이블 식구인 공씨디(0CD)는 어떤가? 슈프림 팀만 적극 밀어주는 것 같다.
개코: 공씨디는 독립적으로 작업하는 편이에요. 뭔가 섞이기 힘든 스타일이요. 혼자 방에 들어가서 하루에도 두세 곡씩 만드는 게 참 성실하게 느껴져요,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요. 저희는 조언만 해주는 입장이에요.
최자: 자기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 있잖아요, 블로그나 홈페이지 같은 웹상에서의 자리요. 회사 차원에서 그런 걸 만들어주고, 자신의 음악을 스스로가 천천히 알릴 수 있게 해주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슈프림 팀은 방송에 출현하게 해주는 게 나은 방법인 것 같은데, 공씨디 같은 경우는 다른 방법으로 홍보의 길을 열어 줘야죠.

지난 4집 < Last Days >에서 공씨디가 피처링 한 'Want you back'도 그렇고 힙합, R&B, 댄스, 일렉트로니카 등 최근 음악은 다 오토튠 일색이다. 심지어는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까지도.
개코: 카니예 웨스트는 좀 다른 것 같아요. 그걸 똑같이 하더라도 그 사람만의 색깔이 느껴져요.
최자: 너무 많이들 하니까 오히려 다양하게 느껴지는 있잖아요. 실험을 하다 보니까 공씨디 목소리랑 제일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 친구가 하니까 음이 잘 까지더라고요.

일렉트로니카는 즐겨 듣나?
개코: 솔직히 즐겨 듣진 않아요. 약간 펑키한 느낌이 있거나 소울풀한 느낌이 있는 곡들, 저희 감성하고 맞는 곡들은 들어요.
최자: 하드한 하우스 음악들은 원래 즐겨 듣는 음악이랑 귀를 때리는 부분이 다르니까 못 듣겠어요.

지난 앨범 들으면서 일렉트로니카를 시도했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코: 정확하게 짚으셨어요. (웃음) 음악의 색을 바꾸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저희가 원래 하던 색깔 있잖아요. 3집까지는 비트도 투박하고, 샘플링도 옛날 소리를 가져와서 쓰고, 그 위에도 진짜 기타를 얹고, 그런 방식으로 계속 작업을 해왔는데, 4집 때는 뭔가 다른 느낌의 소리를 내보고 싶었어요. 도구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만들다보니까.
최자: 근데 악기를 바꿔도 같은 놈이 만드니까 비슷하게 나와요. (웃음)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해서는 '이게 무슨 노랜지 제목이나 음악가는 알면서 듣나?' 생각할 때도 있어요. 힙합은 믹싱이 되어도 이건 누구 노래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일렉트로니카는 워낙에 다 비슷해서 믹싱을 해놓으면 알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개코: 그런데 하우스 음악 듣는 사람들에겐 분명 그들만이 느끼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최자: 힙합이 내면에 있는 걸 보여주는 음악인데, 점점 비주얼이 중심이 되는 쪽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콘셉트, 그 다음에 비주얼적인 것으로.

요즘은 피처링도 많다. 멜로디가 없다는 랩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자구인데, 지금은 주객전도된 것 같은 느낌이다.
최자: 뭔가 그런 식으로 약점이 있긴 한 것 같아요. 보컬 비중이 높아지면서 독립적으로 히트곡 큰 걸 만들어내기 힘들고.

< Dangerous Minds >의 'Gangsta's Paradise' 같은 경우는 기존에 있던 멜로디를 넣는 건데, 지금은 완벽하게 새로운 보컬이 들어오니까 힙합 팀의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다. 다이나믹 듀오는 유명하니까 김범수, 나얼 유명 가수 다 한다.
개코: 그래서 이번 싱글은 저희끼리 다 해결을 해보고 싶었어요. 김연우 형님이 'L.B.A.'에 참여하셨는데, 제가 노래를 부른 버전이 따로 있었어요. 세 곡 모두 보컬에 제가 들어가니까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이 하면 어떻겠느냐? 네가 다 하면 좀 지루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더라고요. (웃음) 예전부터 보컬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목표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회사 쪽에선 더 객관적이잖아요. '넌 보컬보다 랩 하는 게 어울리겠다'면서.
최자: 그런 게 많아지면서 의존도도 올라간 것 같아요. 공식처럼 되었다고 할까요? 이젠 랩 하는 사람들이 노래하는 데에 거부감 가지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 자체로도 새로운 음악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건만, 다이나믹 듀오의 인기 전선은 여전히 '이상 무(無)'다. 강산도 변하게 하는 힘을 지닌 세월이 이들 앞에서는 무력하다. 심지어는 수많은 힙합 뮤지션 가운데 안티가 가장 없는 팀이기도 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으로 많은 이가 공감할 내용의 가사의 공도 크지만, 두 멤버의 탄탄한 랩 실력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 흔치 않았던 엇박자의 랩으로 미국 본토의 음악에 뒤지지 않은 세련미를 구축한 그룹으로 언급되는 게 사실, 장기 흥행을 이룰 수 있었던 강점 중 하나다.

“다이나믹 듀오는 랩을 너무 잘해서 문제다”라고 이야기하자 “저희는 별로 공감하지 않습니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아직도 대다수가 힙합을 한다고 하면 껄렁껄렁하고 까칠하고, 상당히 공격적일 거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그러나 힙합 뮤지션들과 직접 만나면 그런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로 일관한 개코, 최자와 함께 힙합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이나믹 듀오가 씨비 매스(CB Mass)부터 치면 10년이 넘은 팀인데, 인기가 변함없는 것 같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개코: 저희 음악은 남자들이 좋아하거든요. 남성적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힙합 얘기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에요, 내 스타일을 막 자랑하는 그런 것도 아니고, 저희의 평범한 얘기를 하다 보니까 들으시는 분들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아 나도 이런 생각한 적 있었는데'하면서요.
최자: 같은 서울 아래서 이 나이대의 사람들이 느끼는 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주변 일들을 쓰고 그러다보니까 옆집 형 같고, 자기 얘기 같고,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힙합 라이프 10년을 살아왔는데, 중요한 순간은 언제였나?
최자: 언더그라운드에서 취미 성향이 강할 때였고, 잘하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 생업이 될 거란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커빈 씨가 씨비 매스를 하자고 했을 때, 저희는 KOD라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팀을 깨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가 1999년 정도에 리더 하던 친구가 갑자기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해산하게 되었어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함께 하자고 했죠. (웃음)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은 그 형이 그때까지 만들어 놓은 커리어를 같이 업고 간 거니까요. 그때 냈던 3장의 음반이 상당히 신선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커빈 포함해서 최자, 개코가 전부 힙합의 청취는 쭉 해왔을 텐데?
최자: 저희 둘 다 신사동에 살아서 지역적인 혜택을 많이 봤죠. 새로운 문화를 빨리 접할 수 있는 동네니까요. 방학 때 유학생들이 미국 옷들, 음반들을 많이 가지고 들어오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음악이 있으니까 들어보자고. 멜로디가 없는 채로 한 곡이 끝나는 거예요.
개코: 처음에 들은 건 노티 바이 네이처(Naughty By Nature), 엠시 해머(MC Hammer) 이런 것들이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들었어요. 그때가 'O.P.P.' 나올 때였는데 그걸 보고 엄청 좋아했어요. < 지구촌 영상음악 >에서 잠깐씩 빌보드에 있는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는데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거기서 나오는 힙합 음악들을 녹화해서 계속 반복해서 봤어요.

최자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누구였나?
최자: 저희 둘 다 메소드 맨(Method Man)이랑 레드맨(Redman)을 좋아했어요. 되게 펑키한 거 있잖아요. 1999년도 그 당시 한국의 랩은 정박이거나, 엇박이어도 눈에 보이는 것들이었는데 우리는 전체적으로 약간 뒤로 밀려 있는 것 같은 그런 엇박을 구사해보자, 남들보다 찰기 있게 랩을 하고 싶었던 거죠. 비트 위에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녹아 붙어 있는 것처럼 하고 싶었어요.

힙합 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더 들면 이런 음악을 못할 거란 불안감이 있지 않을까?
개코: 지금은 그런 불안이 없는 게요, 저희보다 나이 많은 바비 킴 형, 타이거 제이케이 형을 보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국에서도 제이 지(Jay-Z)나 나스(Nas) 등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랩을 하는 걸 보면 우리도 뭔가 노력을 하고 개발하면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 대체로 빠르고 흥겨운 곡들이 많이 흥행했다. 앞으로는 나이에 맞게 컬러 조정을 할 예정인가?
개코: 이 싱글을 낸 이유가 계속 그런 시도를 하고 싶어서예요. 고여 있다는 느낌이 싫거든요.
최자: 저희도 계속 시도를 하고 있는 거고, 저희가 느껴도 이건 되겠다 싶은 건 제대로 밀겠죠. 저희가 일단 변화에 따른 부담은 전혀 없어요. 슈프림 팀이랑 하나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는데, 펑크(punk) 같은 느낌이 되던지, 하드코어 성향이 강한 랩 코어로 가든지,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Rollin' (Air Raid Vehicle)'같은 느낌이 날 수도 있어요. 지금 모든 음악이 여성적이고, 중성적이잖아요. 그게 지겨워서 남자다운 게 뭔지 좀 보여주고 싶어요. 진짜 강한 걸 하나 준비하고 있어요.
최자: 스티비 원더는 지금도 공연도 하고 음반도 내잖아요. 실력도 훌륭하지만, 그렇게 계속 활동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요. 모든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보통 저희 같으면 태만해서 음악 안 할 수도 있는데, 계속 열심히 하는 모습 자체를 닮고 싶어요.

본인들의 앨범 중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최자: 다이나믹 듀오 1집은 가장 많이 팔렸고, 그때는 '불면증', 'Ring my bell' 같이 아시는 곡도 많아요. 그리고 저희가 독을 엄청나게 품고 작업을 했거든요. 씨비 매스 해체하고 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빚쟁이가 되어 있는 거예요. 난 음악만 했는데 왜 빚쟁이가 되었을까 상상도 못한 일이었죠.
최자: '이력서'는 핏대를 세우며 썼는데, 1집이 좀 되니까 긴장이 풀렸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는 몸이 편하니까 실험적인 것만 생각하게 된 거예요. 랩 나오고 그냥 코러스 나와도 되는데, 괜히 이상한 걸 집어넣으려고 하니까 앨범이 너무 복잡해졌어요.
개코: 그래서 3집 때는 좀 비워서 만들었어요.
최자: 3집 때 뭔가 완성이 된 것 같아서, 1집하고 3집이 제일 좋아요.
개코: 3집 때도 독기가 있었어요. 회사에서 독립하고 저희끼리 하는 거니까 생사가 달린 거죠. 저희를 믿고 따라 온 직원 5명이 저희만 바라보고 있으니 더 잘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어요.

내 인생의 앨범 혹은 아티스트를 꼽는다면?
개코: 귀가 닳도록 들었던 힙합 앨범은 로린 힐(Lauryn Hill)의 <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이에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 Ready To Die >도요. 오히려 투팍(2Pac)보다도 두 앨범을 훨씬 많이 들었어요.
최자: 이 사람이 역사상 랩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비기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겠다는…. 투팍은 잘 생기고 연예인의 기질이 있는데, 노토리어스는 목소리 하나로 대접을 받잖아요. 네 글자로도 박자를 꽉 채울 수 있는 사람이에요.
개코: 목소리 들어보면 대역이 다 있어요. 하이에서 제일 아래까지. 저는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요. 어차피 따라갈 수도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독창적이라고 생각해요.
최자: 플로우가, 투팍은 만드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런데 노토리어스는 본능적이에요.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거랑, 악보에 대해서 외우고 있는데 막 바꿔서 부르는, 그런 느낌으로 랩을 하는데, 열여섯 마디가 열여섯 마디가 아니라 하나로 들려요.
개코: 저희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니까 어릴 때는 가사를 못 들었어요. 대신 무슨 소리를 내는가에 더 집중했어요. 외국에 살던 애들은 '이런 펀치 라인 대박이다', '와! 이런 가사 정말 멋있다' 이렇게 감동을 받잖아요. 저희는 악기로서 좋아하는 거죠. 리듬 타는 느낌, 이런 게 정말 좋았어요.

앞으로 계획은?
최자: 군에 가기 전에 싱글을 좀 더 많이 낼 것 같아요. 완전히 다르게 해서.
최자: 지금 완전 남자다운 것을 해도 망하지는 않겠죠? 그걸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짜 남성적인 것.

인터뷰: 임진모, 이대화, 한동윤
정리: 한동윤
2009/03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출처 : IZM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0084&bigcateidx=11&width=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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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로상=산울림
▶심사위원회 특별상=김두수



장기하와 얼굴들과 언니네 이발관이 각각 3관왕,
토이 유희열 씨도 2관왕!!
축하드립니다~

대중음악상이 작년말에 밝힌 포부 그대로
받을만한 사람들이 다 받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결과네요. ^^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http://www.kmusicawards.com/) 들어가셔서 "수상결과" 메뉴에 들어가시면
평론가들의 짧은 코멘트들도 함께 보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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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5집 <Pieces, Part one>

- 대서사에서 소서사로,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는 시간


 에픽하이는 소위 말해 “뜬” 이후로 온갖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마음껏 망가지고, 특출한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겨왔다. 하지만 에픽하이의 음악은 장난끼를 걷어낸 그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예능프로에서 그들을 보며 웃었던 10대 소녀도, 까다로운 취향을 자랑하는 힙합 리스너들도 그들의 음반이 나오기를 날짜를 세며 기다린다. ‘예전이 훨씬 낫다’라고 비판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잘 만든 1집 앨범은 어떤 의미로는 뮤지션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 언더 그라운드 힙합씬에서 인정받았던 1집 앨범 이후, 에픽하이는 언제나 ‘변질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언더에서 오버로 자리 옮김하는 뮤지션에게는 늘상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 말이기도 하지만, 에픽하이는 그런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더 철저히 무장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3집부터는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스하기 시작했고, 샘플링 작법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07년에 내놓았던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은 꽉찬 2CD로 세상에 나왔고, 예전이 좋다고 말했던 까칠한 힙합 리스너들에게 드디어 그들 세 사람만의 음악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5집 앨범은 어떤가? 

 


 이 앨범은 그동안의 앨범이 지니고 있던 방향성과는 좀 다르다. 확실히 튄다. 1집 <Map Of The Human Soul>에서부터, 2집 <High Society>,  3집 <Swan Songs>,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앨범은 제법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었고, 그에 어울리게 넓은 시선과 다양한 상상력을 담고 있었다.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자살한 뮤지션을 추억하기도 하고, 자신들을 욕하는 사람들의 뒷담화를 하기도 했으며, 피해망상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다루기도 했다. 

 


 5집은 그동안의 ‘대서사’에 비하면 ‘소서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 <Pieces, part one>이라는 앨범 제목이 말하고 있는 그대로이다. 사회에 대한 비판은 ‘breakdown' 한 곡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대신 자기 자신과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늘었다. 'be'와 '낙화‘는 타블로, 'decalcomanie'는 미쓰라, '20fingers'는 투컷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다.  ‘연필깎이’와 ‘eight by eight’, ‘the future'는 힙합에 대한 자신들의 신념과 의지를 보여준다. 주변 지인들의 자살과 사고를 목격하면서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One'과 'ignition',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담은 ‘당신의 조각들’, 이별의 슬픔을 담은 ‘우산’까지. 이 앨범은 철저하게 소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데뷔 5년, 크고 원대한 이상을 좇아 쉬지 않았던 에픽하이는 이 앨범을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미처 돌보지 못했던 자신과 주변을 비로소 돌아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내왔던 일련의 앨범들의 흐름을 잠깐 멈추면서까지. 그건 어쩌면 그동안의 작업에 대한 염증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창조의 영감을 얻기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의미일 수도 있다. 아마 그들에게 이 앨범은 각별한 의미일 것이다. 비록 그전까지의 에픽하이에게 익숙했던 리스너들은 갑자기 소서사로 변한 가사에 의아함을 느끼고, ‘팝’과 ‘락’의 색채가 더 강해진 곡들을 듣고 ‘아! 옛날이여!’를 외치겠지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픽하이는 그들의 길을 갈 것이다. 언제는 그들이 남의 말을 들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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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5집 리뷰를 쓴 적이 없다는 것이 생각나서;;-_-;;;
새 음반 나오기 전에 써본 뒤늦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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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초까지만 해도, 내가 락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었다. 전까지는 힙합이나 R&B를 좋아했었고, 동생이 자주 듣고 카피하던 우리나라 몇몇 락밴드들의 음악이 별로 흥미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은 지금도 락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밴드는 나와 좀 다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칭송(?)해마지않는 라디오헤드의 음반이 궁금해졌고 라디오헤드의 "R"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들이 다 명반이라고 하더라는 단순한 이유로 음반을 구매했다.

 
 기대에 차서 처음 음반을 들었을 때, 기대와는 달리 '엥? 이게 뭐야?'하는 다소 김빠진 느낌이 들었었다. 묘하고 이상했을 뿐이었다. 그때는 이 음반이 왜 명반이라는 칭호를 얻었는지도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귀에 익숙치 않은 음악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하긴, 라디오헤드의 팬들도 이 3집 앨범이 나왔을 당시에 바뀐 음악 때문에 놀랐었다고 할 정도니까. 아무튼 그대로 이 음반은 진열장에 '진열'되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라디오헤드의 곡들이 점차 좋다고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 곡들이 대부분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임을 알았다. 그래서 최근에 다시 이 음반을 꺼내게 된 것이다. 그간 익숙해진 곡들도 있고 하니, 전보단 좀 더 들을 수 있겠지 하고.

 그랬더니....맙소사!! 내가 이걸 아직까지 제대로 안 들었던게 엄청나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평생 들을 음악이라는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이건 정말로, 버릴 트랙이 없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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