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에 다룬 몇몇 작품과 노래를 알고 있다. 잠깐 서른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다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출전 : 『서른, 잔치는 끝났다』(창작과 비평사, 1994)
2. 소설
『서른살의 강』(문학동네, 2003)
- 은희경 김소진 전경린 성석제 양순석 이병천 차현숙 박상우 윤효. 젊은 작가 9인의 서른 살 테마 소설집.
수록작품/ 작가
연미와 유미 / 은희경
갈매나무를 찾아서 / 김소진
새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 / 전경린
황금의 나날 / 성석제
서른일곱, 옥잠화 / 양순석
서른, 예수의 나이 / 이병천
서른의 강 / 차현숙
게임의 논리 / 박상우
삼십 세 / 윤호
3. 노래
서른 즈음에 - 원곡 : 김광석
(성시경 씨 버전으로 올려봤어요.)
그리고 최근엔 이 노래도 있다.
장윤주 - 29
위에 제시한 작품들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는 서른살을 '끝', '경계'로 다루어 왔다. 건너가기 싫은 강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29살의 12월 31일 24시, 그러니까 30살의 1월 1일 0시에 모든 이는 더이상 소년, 소녀가 될 수 없다고 일방통보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른살을 다룬 작품은 우울하고 쓸쓸하다. 박탈당한 것에 대한 허탈함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서른'이 과연 많은 나이인가 생각해본다. 이제 인간은 꽤 오래 산다. 평균치가 그렇다. 그런데 유난히 '서른'에 철이 들어야한다고 강요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참 이상하다. 다른 해와 똑같이 그저 한 살 더 먹는 것일 뿐인데, 거기에 무슨 의미를 그렇게 많이 부여하는가. 서른이면 인생이 끝날 듯이 절박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서른'이 되고 싶지 않다. 두려워한다.
이십대를 '청춘'이라고 말하고, 그 이후에는 '청춘이 끝났다'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다. 틀 안에 스스로 자신을 가둘 필요가 있을까? 서른 이후에도 얼마든지 젊은 마음으로 발랄하게, 멋지게 살 수 있다. 그건 마음가짐의 문제다. 그런데 우리는 서른에 과도한 무게를 부여한다. 서른이 되면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짓고, 단골 선술집의 구석자리에 앉아 먼 데를 바라보며 한숨이라도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요된 무게는 폭력이다. '서른'을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가벼워지자.
아직 서른이 되려면 몇 년이 남았다. 나는 가볍게 서른이 되고 싶다. 다른 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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