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드디어 책이 도착했다. 책의 내지에 있는 친필메시지(인쇄본일망정)의 마지막 두 줄때문에 책을 읽기도 전에 찡해졌다. 지금 막 책을 다 읽었다. 생각들을 엮어 글을 남긴다. 책에 대한 리뷰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좀 지껄인 후에...좀 더 세세한 리뷰는 다음번에 남기련다. (사실 요즘은 내게 책을 읽기에 좋은 시기가 결코 아니다. 중요한 시험이 코앞인데,  자꾸 현실도피를 하고 있다. )


 이것은 그가 본 타인의 조각들이면서 동시에 그의 조각들이다. 아프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타블로가 감내하고 살아온 슬픔의 뿌리가 생각보다 더욱 거대하고 깊다는 걸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글을 읽는 동안 내 늪 속 깊숙히 가라앉혀 두었던 슬픈 기억들이 물 위로 떠올랐다. 물밑의 검고 불쾌한 먼지가 함께 휘날려 마음이 산란하다. 아마 이것들이 한동안 내 발목을 무겁게 붙들고, 자려고 누우면 끝없이 땅속으로 나를 끌어당길 것이 분명하다. 요즘 나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서야 비로소 잠든다. 소리가 없는 세상이 불안하다. 취침예약, 30분. 오늘은 몇 번의 30분을 거쳐야 잠들 수 있을까.


 슬픔과 고통은 치유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가 답일 수도 있다. 어떤 것도 완벽하게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하더라. 그리 오래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짧지도 않았던 생을 돌아보면 그랬다. 음악도, 글도, 따뜻한 대화도, 포옹도, 잠시의 안식 후에는 허했다. 허무했다. 어쩌면 내가 지독한 매저키스트라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것인가도 생각했더랬다. 슬프지 않으면 불안했다. 기쁠 때면 이번이 내 생에 허락된 마지막 기쁨은 아닐까 두려웠다. 즐거운 일 앞에 몸을 숙였다. 왜 그런 고귀한 것이 내게까지 왔는지 송구스러웠으니까. 그래도 음악을 들었고, 책을 읽었고, 글을 썼다. 난 그런 방법 밖에 몰랐다.


 대답이 없는 것들을 사랑하며 약간의 위안을 얻는 삶이 반복된다. 그는 아마 계속 음악을 만들고,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안 그러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을 테니까. 같은 이유로 나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갈구하고, 누군가의 글을 맹렬히 읽어나가고, 하찮고 가치없을 망정 몇 줄의 글을 쓰며 매일을 살아갈 것이다. 과연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내 몫의 조각을 지나온 골목 어딘가에 떨어뜨리고 온 것은 아닐까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크고 작은 것에 슬퍼하면서, 자신의 슬픔을 애도하면서, 휘적휘적 술에 취해 걷기도 하면서, 그렇게 . 




2. 조금은 객관적인 감상

 책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하자면 단어가 한 군데, 큰따옴표 한 군데가 잘못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쇄에서는 이러한 점을 시정해주었으면 좋겠다.

  타블로는 사실 그의 현위치를 보면 주류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조금 알고 보면, 그의 성향은 상당히 비주류적이기 때문에 이 책의 이런 편집과 구성은 좀 의외였다. 너무 트렌디했다. 사진이 몰입을 방해한다. 사진은 단편과 단편 사이에만 넣거나, 아니면 차라리 단 몇 장의 삽화가 나을 뻔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한다. 얼핏 책의 분량을 맞추려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두께와 분량과 모양새와 가격을 떠나서 그의 "소설"을 읽고 싶었던 것인데 요즘 책들은 포장에 너무 신경을 쓴다. 이걸 저자나 출판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잘 포장된 책을 사는 이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 문제일 것이다. 심지어는 내용이 어떻든 간에.) 

 
 문장에 대해서는 "안단테"의 경우 문단과 문단, 문장과 문장 사이가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서로 독방에 격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영어 원문을 번역하다가 생긴 문제인지,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의도된 문체인 것인지는 몰라도. 유난히 첫 작품인 "안단테"가 불편했고,  책 전체가 그런가 했더니 또 이후의 작품은 괜찮았다. "쉿"이나 "쥐", "최후의 일격" 등의 작품들은 상상력과 작품의 구조와 문장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유명한 가수이기때문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순수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감히 이야기하자면,  그런 독자들을 매료시킬 만큼의 질은 갖추었다고 판단된다. (어린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순수문학만을 읽는 사람들의 일부도 이 소설에 '괜찮다'는 평을 내릴 것 같다. 한 권의 책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다음에 또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po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