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솔직한 세 남자의 사담()  
2008-10-23 동아일보



"돈이란 있으면 고맙고 없으면 버티는 것”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진, DJ투컷츠(이하 투컷츠))는 그들의 말을 빌리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그룹이다. 추구하는 음악이나 생활 패턴, 이미지 등 모든 것을 자신들이 구축한 만큼 자부심과 객기(?)가 살아있다. 5집 활동을 마치고 멤버 동의 하에 몇 달 동안 해체를 했던 것도, ‘구원’을 노래하던 이들이 일상 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얘기들로 만든 소품집 ‘러브 스크림’으로 돌아온 것도, 그리고 종종 홍대 만화방과 분식집에서 발견되는 것도.

- 정말 놀랐다. 5집 이후 잠시 해체를 했었다고 .

“우리는 가요계에서 ‘에픽하이’가 해야 할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음악을 발전시켜야 하는 시기이지 않을까 싶었다(타블로).”

- 보통 팀은 멤버 간 불화로 깨지는데 그런 건가.

“해체한 후에 소주 마시면서 음악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다시 모이게 됐다(투컷츠). 우리는 음악을 하지 않아도 셋이 빵을 굽든 뭘 하든 평생 함께 할 것 같다(미쓰라진). 떡볶이 장사를 하든(투컷츠).”

- 이번 소품집은 ‘러브 스크림’인데 전작에 비해 힘을 많이 뺐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예전에는 앨범 나오고 스케줄이 빡빡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음반 홍보가 되지 않을까봐. 하지만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부담 가지고 음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타블로).”

- 음악 따라간다고 하더니 한층 부드러워진 것 같다. 전에는 말 걸기 힘든 이미지였는데.

“이거 꼭 써 달라. 그런 얘기 진짜 많이 듣는다. 후배 가수들은 우릴 너무 무서워한다. 말을 못 걸겠다고. 우리 진짜 편한 사람들이다. 먼저 인사하는데도 무섭단다 (타블로). 우리가 다크(Dark)한 이미지여서 그래(미쓰라진). 야∼네 인상 때문이잖아(타블로·투컷츠).”

- 소속사가 없는 상태라고 들었는데.

“사실상 계약은 만료됐다. 그냥 지금 회사와 정과 신뢰로 일하고 있다. ‘러브스크림’도 계약서 없이 만든 거다(타블로).”

- 쉽지 않은 행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하고 싶은 데로 다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에픽하이’라는 콘텐츠에 자본력이 더해지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무너진다(타블로). 우린 녹음할 때 누군가 건드리면 난리난다(미쓰라진).

- 돈에 욕심이 없는 건가.

“돈이라는 건 있으면 고맙고, 없으면 버티는 거다. 나 같은 경우는 월세 내고, 매일 커피 한 잔 먹을 수 있고 만화책, 장난감 살 수 있으면 행복하다. 워낙 돈이 없는 생활에 세팅돼 있어서(타블로).”

- 홍대에서 자주 목격되는데.

“우리가 잘 가는 만화방이 있다. 넬 멤버들과 가서 컵라면을 먹으며 아침까지 만화책을 보고 나온다. 투컷츠가 워낙 분식을 좋아해서 떡볶이도 먹으러 자주 간다(타블로).”

-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나.

“우리 셋이 떡볶이를 먹고 있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 아…무서워서 그런가?(타블로)”

- 얘기가 샛길로 빠졌다. 타이틀곡이 ‘1분 1초’다. 각자에게 가장 소중했던 1분 1초는?

“돌이킬 수도 없고, 미리 갈 수 없는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투컷츠). 어린 시절 캐나다에서 살 때 눈이 엄청나게 왔었다. 아버지와 눈사람을 만들고 눈썰매도 타고 놀다가 눈 위에 누워있었다. 그때가 아버지와 함께 한 마지막 기억이고 유일하게 행복했던 순간이었다(타블로). 평범해도 되나. 1년 두 번 정도 가족과 식사를 한다.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가족끼리 얘기하고 있을 때 가장 좋다(미쓰라진).”

인터뷰가 끝날 무렵 타블로는 세 번째로 “꼭 써 달라”고 부탁한 얘기가 있었다.

“과연 그걸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만큼 인생에 빛날 거대한 앨범 프로젝트를 구상했어요. 요즘도 매일 밤새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은 대작을 선보이기 전에 쉬어가는 거예요. 한 템포.”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사출처 :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810230241


Posted by po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