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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끄적인 생각.

앨범을 만드는 일은 시간을 요구한다. 작곡과 작사, 편곡, 녹음을 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들려주고 싶은 세상의 이야기들을 흡수하고 소화하고 토해내는 시간.

지난 5년동안 '에픽하이'라는 이름으로 어느덧 네 장의 앨범을 만들었고, 지금 이 순간 다섯번 째 앨범을 손에 쥐고 있다. 생각을 해보니, 일년의 2/3는 지하실 작업방과 녹음실에서 있었던거고, 그 시간을 합쳐보면 3년 정도다. 태양을 못 본 3년.

물론 음악을 할 수 있는건, 그것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건, 과분한 축복이다. 너무 고마운 축복. 허나 그 작업하던 많은 시간에 많은걸 잃은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요즘 날 괴롭힌다. 난 작업할 때 자신을 무인도로 만드는 사람이다. 참 어리석게도. 가족, 친구, 사랑, 사회, 일, 잠, 전화요금을 내는 것 마저도 망각하고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몇년동안 그러다 보니, 인생에 있어서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면서, 때론 알면서도 놓치면서, 살아왔던 건 아닐까... 라는 불안한 생각도 든다. 음악보다 소중한 것들이 분명히 있을텐데, 난 그 중 단 하나도 뭔지를 모르는 바보다.

그래서 그런지 앨범을 완성할 때마다 많이 운다. 음악 밖에 있는 삶과 음악 안에 있는 삶... 내게 그런 경계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개의 삶이 부딛히며 하나를 얻기 위해 많은 것을 버려야 하는 시간이 앨범을 만드는 시간이기에. 사실 보여지는건 얻는 것들 뿐이다. 씨디 한장, 많은 새로운 곡들, 그 앨범의 활동으로 얻게되는 것들. 잃은 것들은 음악속에도 있지 않고 무대위에서도 보여지지 않는다. 잃어버린 가족과의 시간, 잃어버린 친구들, 잃어버린 인연들, 행여나 잃어버린 건강.

그럼에도 끝없이 앨범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잘 모르겠다. 시키지 않아도 하는 일. 아무도 내 음악을 원하지 않았을 때도 했던 일, 지금도 변치않은 마음으로 하고 있는 일. 내가 미친 사람 마냥 고집하는 일.

멈출 수가 없다.

너무 우울한 관점인가?

그래, 어쨌든 축복이다. 살아있는한, 이 축복을 고마운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겠지?

- 타블로

20080412
photo by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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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타블로(=이선웅) 씨의 미니홈피에서 퍼온 내용이었습니다.)


 

Posted by po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