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8. 02:34

부모님 몰래 다녀오려고 했던 넬 콘서트.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집에 일이 생겼다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핑계를 대봤지만, 빈축만 샀다.
난 배려심없는 인간이 되었구나.
난 아주 쓸모없고 어리석은 인간이 되었구나.


처음에는 어떻게든 가보려고 했지만,
결국 넬 콘서트 표는 우여곡절 끝에 팔게 됐다.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콘서트라서 의미가 있었던 콘서트.
동생은 "그게 누나랑 무슨 상관인데?"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내 감정은 논리 앞에 연약했다.
내 신세는 내 입을 봉했다.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라서, 그동안 기대했던 모든 마음을 꾹꾹 눌러담았다.
나는 이기적이고, 철없고, 생각없는 인간이다.
나 때문에 공연 같이 가려던 친구까지 김이 빠져서 공연에 안가게 됐다.
자주가는 인터넷 게시판의 친구들이 걱정하고,
어떻게든 나를 콘서트에 보내려고 궁리하다가
표를 팔아주려고 하다가,
 환불을 나대신 가주겠다고까지 했다.


결국 일은 새벽 2시경 연락이 닿은 친구가
콘서트 표 2매를 모두 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처량한 내 신세.
결국  몇 년간 넬 콘서트는 물 건너 갔구나.
머릿속이 멍하다.
그래, 어쩐지 모든 일이 수월하더라.
내 주제에 무슨.
공부나 하고 조용히 살아라.


니가 라디오 작가가 될 법이나 하니?
니가 글 써서 먹고 살겠니?
글을, 음악을 좋아해봤자 남들 눈에는
헛돈쓰는 걸로 밖에 안보이고
욕만 얻어먹을 뿐인데...
그 모든 반대를 이겨낼 자신이나 있었어?
처음부터?






 

p.s.

그 와중에 걱정해주고, 방법 찾아주고,
도와준다고 했던 라갤 분들...모두 감사.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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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o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