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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여인 - 장욱진  作)



얼굴에 휙휙 그어댄 칼자국은 사랑했던 그녀의 얼굴이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슬픔일까.
아니면 여인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
아니면 그녀에 대한 미움? 애틋함? 미련? 절망? 고통? 분노?



널 그리고 싶다.
널 그리기 싫다.


그 미묘한 차이.


+


 지금 이 순간, 미치도록 두려운 것은 내가 내 일생에 걸쳐 미완성만 반복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휙휙 X표를 치고, 갈기갈기 찢어버릴 쓰레기들만 양산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역사의 별책부록에도 기록되지 않을, 거리의 시정잡배의 입에조차 오르내리지 못할,
재활용수거함에도 넣을 수 없는 덧없는 것들만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지금뿐만이 아니라 오래도록, 아니면 영영토록 그렇게.

이성을 속박해 습한 지하실에 감금한 채,
세상 사람들이 쓸데없다고 말하는 감성만 가득차서는
 쉽게 눈물이 차오르고, 쉽게 감동한다.
낭만은 내 영혼을 되살렸으나, 현실은 낭만과의 교류를 거부한지 오래이다.

현실에 대한 아무런 치열한 고뇌없이, 대안없이
음악과 글과 누군가에 취한 채로,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20대가 절반이 지났다.









Posted by po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