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Epik High) 인터뷰   


'에픽 하이'는 줄타기에 능란한 뮤지션이다. 음악을 만드는 부분에서 대중 친화적인 접근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앨범 전체적인 구성에서는 그에 비례하는 힙합 정통의 요소를 구축해 항상 양쪽의 기호와 요구를 충족시켜온 점을 돌이켜보면 수긍이 갈만하다. 우리 시대 가장 인지도 있는 힙합 뮤지션 중 하나가 되었지만, 이와 같은 사실은 에픽 하이를 아이들의 입맛만 맞추며 쉬운 음악을 하는 존재로만 치부할 수 없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대중성과 본색(本色)의 혼합도 어느덧 다섯 번째에 접어들었다. 한쪽이 너무 과했던 탓이었는지 굉장히 무겁고 어둡게만 느껴졌던 지난 앨범에 비해 이번 음반 < Pieces, Part One >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들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편곡 방식에 변화를 둔 요인도 있겠으나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한결 밝아진 걸 보면 심적 부담감을 많이 덜어낸 듯 보였다. 그들도 이 부분에 대해 “늘 긴장감을 갖고 만들지만 이번 앨범은 혁대 풀고, 힘 빼고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한 건 가사의 진지함이다. 이것 역시 에픽 하이에게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유지하게 해주는 것. 노랫말에는 조금 더 하중이 실렸지만, 스타일 면에서 3집의 'Fly', 4집의 'Fan'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타이틀곡 'One'에 대한 언급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앨범 낼 때마다 타이틀곡이 유사한 스타일 아닌가. 대중적인 고려?
타블로 : 꼭 그런 걸 생각하진 않았는데요, 주제가 너무 무거워서, 처음에 주제부터 정해놓고 곡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구원'이라는 주제로 곡을 만드는데 이게 너무 무거워서 대중들이 좀 쉽게 접할 수 있는 곡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Fan' 같은 경우는 곡으로 분위기를 내려고 했던 건데, 메시지가 단순한 거라서 음악으로 무게를 주려고 했고요. 이번 앨범 특별히 타이틀곡이나 '우산' 같은 노래는 힘을 많이 뺀 것 같아요. 큰 변화나 그런 걸 보여주려고 했던 것보다 일단 대중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편하게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해볼 수 있는 그런 곡을 만들려고 했어요.

타블로와 투컷 모두 트랜스적인 요소가 좀 강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블로 : 이 앨범 의도는 그랬고요. 우리 음악 자체가 그렇게 가고 있다기보다는, 이 앨범을 좀 그렇게 만들고 싶었어요.

트랜스 계열은 댄서블한 요소 때문에 천속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투컷 : 요즘 세계 음악의 동향을 보면 일렉트로닉적인 것이 상당히 많았잖아요. 트렌드도 반영하고 싶었고, 앨범 시작하기 전에 이런 요소들이 들어가 있는 최신 사운드를 만들어보자 하고 합의를 하고 만들었어요.

'The future'도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이 전반에 걸쳐 깔려 있지 않나.
투컷 : 요즘 트렌디한 힙합 스타일인데요, 그걸 만들어보려고 시도하다 보니까 잘 나온 것 같아요.

앰비언트, 라운지, 코어적인 것들 등 일렉트로닉에도 종류가 많은데, 굳이 트랜스를 상대적으로 부각한 이유는.
투컷 : 그쪽 음악에 꽂혀 있었어요. 찾아서 듣고 연구하다 보니까 그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악기들을 사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타일이 나왔죠.

그럼 최신 빈티지?
투컷 : 최신 사운드로 만들었는데, 사용된 건 아날로그 악기들이에요. 가격이 꽤 나가요.

타블로도 그런 거 좋아하는지.
타블로 : 얘만 악기 좋아해요. (웃음) 저는 '진지한 롤러장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걸 물어본 거다. 그런 느낌을 노렸으면 그게 맞지.
타블로 : 음악적으로 그걸 꼭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제가 80년대 태어났기 때문에 롤러장 음악을 되게 좋아해요. 그 당시에 흘러나왔던 음악들이 어떻게 보면 다 비슷비슷한데.

롤러장 경험은 있나.
타블로 : 저희가 딱 끝물이에요. 죽어갈 때요. 근데 음악은 완전히 어린 시절을 지배했으니까. 지금도 라디오에서 들으면 너무 좋거든요. (웃음) 저는 그래서 예전부터 롤러장 음악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걸 좀 진지하게 표현해서 메시지는 좀 진지하게 가면 어떨까 생각도 했었고. 한 번 단순하게 그랬던 것 같아요.

베스트는 '연필깎이' 같다. 에픽 하이는 그런 걸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대중성에 대한 요구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5집 정도 왔으면 코어한 음악도 내보여야 하지 않을까. 과감하게.
타블로 : 그런데 여기가 끝이에요. 여기까지는 타이틀곡이나 후속곡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에픽 하이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5집까지는 팬을 위해 약간 봉사하고 싶고. 이후엔 실험도 좀 하겠다?
타블로 : 앨범을 들어보면 좀 그런 곡들이 있어요. 앞으로는 그게 주류가 될 것 같아요. 첫 곡 'Be' 같은 곡이요.

'Be'는 '이터널 모닝' 접근이던데. (이터널 모닝은 타블로와 페니의 인스트루멘탈 힙합 프로젝트팀으로 지난해 음반을 냈다)
타블로 : 예, 제가 약간 그런 거에 꽂혀 있어서요. '낙화', 'Be', 'Breakdown' 같은 곡처럼 세든 세지 않든 과감한 시도를 하고 싶어요.

'낙화'는 어떤 면에서 과감하다는 건가.
타블로 : 욕심이 없어서 과감했던 것 같아요. 화려함보다는 메시지 전달이 잘 될 수 있게 만들었거든요. 그 노래는 그렇게 만들어져야 되고 그렇게 들려져야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이번 앨범 들어보면 에픽 하이라는 팀의 색깔이 더 다양하게 표현된 것 같아요.

두 분이 보기엔 어떤가. 이터널 모닝 앨범도 정말 과감한 시도이지 않았나.
투컷 : 한국에서 경음악 앨범을 낸다는 것 자체가 참 의외였잖아요.
미쓰라 : 저는 정말 좋았어요. 누자베스(Nujabes) 같은 이런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런 걸 우리나라에서 시도한 사람도 별로 없었고 완성도도 높았으니까요.
투컷 : 마스터 나오기 전까지는 일부러 안 들었어요.
미쓰라 : 기대가 상당히 컸어요.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앨범을 들어보니 충격적이었어요.

미쓰라진은 무대에서 정말 멋져 보인다.
미쓰라 : 아, 제가 자다가 일어나서. (웃음)
투컷 : 아까 일어났을 때 정말 지능이 없어 보이더라고. (웃음)

미쓰라진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4집까지의 에픽 하이와 지금이 어떻게 다른 것 같은가.
정리가 된 것 같아요. 멤버들끼리 특히, 타블로와 투컷이 작업하는 데 나뉜 부분이 많았는데, 저희 안에서 화합하는 게 정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4집은 곡마다 특징이 워낙 다양했거든요. 이번엔 타블로와 투컷 사이에서 교집합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전에는 분리된 것 같은데, 이번엔 교집합이 생긴 것 같다? 타블로는 동의하나.
결과적으로 누가 그렇게 본다면 되게 고맙긴 해요. 멋있게 포장되어서 그런 거 같고요. (웃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깊은 생각을 갖고 만든 건 아니에요. 사실 어떻게 해보자 하고 정해둔 건 없어요.

1집에서 5집까지 변하지 않는 건, 어쨌든 에픽 하이 음악은 우울함이 강하다는 건데.
타블로 :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걱정돼요.
투컷 : 평소에는 애에요. 놀고 대화하는 거 보면.

음악 앞에만 가면 우울해지는 건가.
미쓰라 : 우울해진다기보다는 진지해져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타블로 : 거기다가 친구들이 좀 우울해요. 넬의 김종완이나, 하동균 같은 친구들. 개인적으로 둘이랑 베스트인데요. 이상하게 셋이 만나면 뭔 얘기를 해도 되게 우울한 쪽으로 가요. 우울하다가도 친구들 만나면 기분 좋아야 되는데. (잠시 후) 제 생각에는 우울한 이유가 음악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상실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힘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요?

음악계가 아름답지 못해서?
타블로 : 그런 것도 있고요. 이런 얘기는 처음 하는 건데요,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제가 해야 되는 것, 혹은 사람들이 저에게 원하는 것들의 괴리감이 계속 넓어지고 있어요. 대중이든 마니아든 둘 중 하나는 제가 확고하게 원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원하는 것이 제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이랑 달라요. 항상 그래왔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그게 음악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 때도 있어요. 갑자기 이게 하기 싫다 이러면서도 다시 팀으로 오면 그게 특이하게 만들어질 때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음악 시장이나 음악 산업은 절 우울하게 만든 적은 없어요. 우리 앨범들이 그나마 잘 되는 거고. 그거에 대해서는 감사하니까 그런 생각은 없는데, 그냥 사람들이 우리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을 안 아낀다는 생각이 너무 확실하게 드니까 거기에서 허탈함이 밀려와요. 우리 음악에 있는 우울함은 개인적인 우울함도 좀 있겠지만 음악을 하고 있는 것 자체에 대한 우울함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새천년 들어와서 음악은 예술임을 서서히 포기하는 것 같다. 솔직히 그건 맞는 얘기다. 이제 거의 소비품, 장난감 이렇게 되고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더 잘 만들어줘야 한다. 지선하고 윤하를 불러들인 게 그 우울함을 막아볼까 한 전략인 것 같은데...
투컷 : 그렇다기보다는 그 분위기와 딱 맞아서 한 거예요. (웃음)

'One'에서는 지선의 보컬이 조금은 튀는 것 같다.
타블로 : 이게 참 희한한 곡인 거 같아요. 약하게 불러봤더니 너무 처지고, 훨씬 세게도 불러봤거든요. 그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너무 심하게 가서요.
투컷 : 록이 됐어요.
타블로 : 이게 슬픈 노래인지 밝은 노래인지 모르는 곡이 나오는 거예요. '놀러와' 같은 곡을 들어봐도 약간 슬픈 것 같은데 내용은 밝고. (웃음)

'우산'은 토이 앨범에서 윤하가 불렀던 곡과 조금 비슷한 것도 같은데.
타블로 : 제가 작년에 제일 좋아했던 노래가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이에요. 그걸 듣고 나서 윤하를 찾아가 참여해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아예 윤하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거죠. 그냥 저는 작곡가로 만든 거예요.

윤하는 요즘 많은 노래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다 피처링 전문 가수가 되는 거 아닌지.
타블로 : 근데 또 본인이 그렇게 안하려고 해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윤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요. 팬 입장으로서요. 제가 그 나이에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면 정말 좋았을 것 같아요.

앨범에 록의 터치도 있다.
투컷 : 록에 대한 조예는 타블로 쪽이 좀 깊고요.
타블로 : 저는 솔직히 록을 너무 하고 싶어요. 기타 못 치고 노래를 못 불러서 그렇지. 둘 중에 하나라도 잘 했으면 했을 텐데. 저는 정신만 있고 능력이 없어요.
투컷 : 록 작곡가 어때?
타블로 : 그럼 힙합 쪽에서도 욕먹고, 록 쪽에서도 욕먹고. (웃음) 투컷은 듀스의 영향이 좀 많고요. 저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영향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투컷 : 생각해보면 진짜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듀스를 광적으로 좋아했고.

미쓰라진은 어떤가.
미쓰라 : 저는 중간인 것 같아요.
타블로 : 얘는 '쿨'을 좋아했죠.
투컷 : 영턱스 클럽. (웃음)

라이브 무대를 몇 차례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무척 재미있던데.
타블로 : 멋있게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빨리 벗어나야 해요. 싫어서가 아니라 활동하다 보면 너무 피곤하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공연을 미친 듯이 준비해서 한 번이라고 해도 되게 잘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너무 지쳐있는 상태에서 콘서트를 하니까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은데도 그걸 못하는 것 같아요.

아까 트랜스 얘기를 한 건, 공연으로 더 부각되는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공연적 분위기를 업(Up) 시키려는 시도인 듯한데.
타블로 : 네, 맞아요. 진지한 롤러장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 롤러장은 없더라도 롤러장 못지않게 놀 수 있는 곳은 많잖아요? 이왕 놀 거, 생각 없이 놀다가도 나가면서 구원이란 단어 하나라도 머리에 담고 가면. 나한테 구원이 뭘까? 구원?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싶었어요. 사실 방송 무대는 재미가 없어요. 아시겠지만 소리도 너무 작고 아무리 키워달라고 해도 안 키워주고. 방송으로 나가는 것만 생각하니까 연기하는 것 같고. 뮤즈 DVD를 샀는데, 한 곡 무대 연출이 우리가 한 한 달 연습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뮤직비디오 감독을 동원해서 찍어도 십분의 일도 안 나오겠다 싶더라고요. 정말 멋져요.

앨범에 보면 레퍼런스들이 있다. 미리 염두에 두고 만든 건지.
타블로 : 이게 다 파일 이름들이었어요. 처음 작업할 때 사용한 가제들이죠. 그 가제 아래에 가사를 썼는데, 제목을 붙일 때는 또 다른 걸 붙였죠.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저장할 때 곡을 만들다가. 가사도 미리 생각을 하고 만드니까. 파일 이름이 그렇게 붙게 됐어요.

10번째 곡의 레퍼런스는 '나쁜 사마리아인'인데, 그게 어떻게 'Ignition'으로 바뀌었나.
타블로 : 자동차 사고 노래인데요, 우리가 현장을 실제로 본 다음에 생각난 걸 쓴 거거든요.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서요.

주제어들이 종교적인 느낌이 많던데, 교회 다니나.
타블로 : 크리스천이에요. 모범적인 기독교인은 아니지만요. 하나님이랑 예수님, 선과 악 이런 게 확실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 앨범에 있는 몇몇 곡은 CCM 이라고 생각을 해요. 저희가 하는 게 힙합이다 보니까 그렇게 받아들여지진 않겠죠. 하지만 제 마음속에선 CCM이라고 생각하고 만드는 것도 있어요.

신보도 우울함이 강하지만 희망적인 내용도 존재하는 건, 종교의 영향인가.
타블로 : 발악인 것 같아요. (웃음) 사실은 우울한데, 막 미친 듯이 안 우울하고 싶고,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미약한데, 강하고 싶고 막.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음반 제작하면서 자주 들었던 앨범이 있다면.
미쓰라 : < Once > 사운드트랙이요.
투컷 : 잡다하게 많이 들었어요.
타블로 : 전 옛날 공일오비랑 토이요. 패닉, 동률이 형 음반들. 저는 그냥 형님들이 하는 음악을 그대로 해주셨으면 하는 욕심이 있는데.

어떤 면에서 공일오비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건가.
타블로 : 요즘 들어서 90년대 음악을 많이 듣는 것 같아요. 감성이 다들 너무 순수해요. 반항할 때조차도 순수해요. 음악을 재미있게 하는 게 느껴지고요.

1990년대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타블로는 방송이나 기타 프로그램에 섭외되는 가수들 중 자신이 나이가 가장 많은 출연자일 때가 많다고 아픔을 토로하며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고 꼬리를 달았다. 몇몇 선배들을 제외하면 자신이 최고 연장자가 될 정도로 가수들의 나이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은 가수들의 활동 수명이 점점 짧아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데뷔한지 이제 5년째이지만 에픽 하이보다 먼저 데뷔한 선배 힙합 뮤지션들이 많이 사라진 현재, 그들에게 영향을 준 래퍼들과 활동 중인 동료들에 대한 물음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업타운이나 드렁큰 타이거 등, 그런 사람들 중에서 동시대 래퍼들 얘기 좀 해보자. 에픽 하이는 그들과 뭐가 다른지도.
타블로 : 저는 시비 매스(CB Mass)가 제2의 서태지와 아이들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비 매스 짱이었어요, 진짜.
투컷 : 엄청난 사람들이에요. 지금은 친구이지만 그 당시에는 팬이었어요. JK 형 같은 경우는 파이오니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업타운은 어땠나.
투컷 : 저는 개인적으로는 타샤(윤미래)가 랩에 있어서는 독보적으로 1위라고 생각해요. 남녀 합쳐서. 여자라서 참 다행이야. (웃음) 목소리로 할 수 있는 거에 1위라고 생각해요.
타블로 : 난 진짜 시비 매스 2집이 서태지와 아이들이였어.

바비킴은?
미쓰라 : 최고죠.
타블로 : 바비 형은 정말 잘해요.

그런 여러 랩 그룹과 에픽 하이가 뭐가 다른 것 같은지.
미쓰라 : BPM이 조금 빠르고요. (웃음) 한 20~30 정도가 빠르고.
타블로 : 쇼프로 출연 가능하고요. (웃음) 그냥 저희는 약간 4차원적인 게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할 때도 < 20세기 소년 >처럼 공상적으로 상상하는 그런 것들을 만화 그리듯이 음악으로 하는 것 같아요. 리쌍 같은 경우는 그냥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얘기하는 음악이잖아요. 실제 성격도 그렇고. JK 형은 무대 장악력이 최고에요. 다이내믹 듀오는 정말 신나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시비 매스(CB Mass) 2집은 명반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시비 매스의 음악을 듣고서 받은 느낌은.
투컷 : 많은 자극을 받았죠. 개코, 최자가 저희 1집에 참여해줬어요.
타블로 : 저는 2집을 듣고 아예 회사를 찾아갔어요. 찾아가서 '꼭 그들을 만나야 된다'고 말했더니 회사에서는 '네가 뭔데 만나야 되냐?' 그러시고, 저는 '나 음악 하는 사람인데, 무조건 만나야 되겠다고' 얘기하고요. (웃음)

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나.
타블로 : 저는 사실 그래요. 객원 보컬을 기용해서 앨범을 만들고도 싶어요. 비틀스의 'Strawberry fields forever'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데, 그런 음악을 하고 싶거든요. 시도는 할 수 있겠지만, 제가 노래를 너무 못 하니까 잘 불러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제가 쓴 곡을 부르는 식으로 작업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노래 레슨도 받고 싶어요.
미쓰라 : 나이가 많이 들어서까지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노래를 잘하면 랩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다른 감성들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투컷 : 또 너무 훈련이 잘된 보컬은 기계처럼 느껴져서 별로 안 좋아 보일 때가 있어요.

요즘 래퍼들의 디스(diss)에 대한 얘기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타블로 : 안 그래도 어제 무브먼트 식구들이랑 소울 컴퍼니 동생들이 모여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조금 있으면 비지(Bizzy) 형 앨범이 나와서 작업 차 녹음실에 갔거든요. 요즘 디스 전이 난리다 그러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디스는 건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다 같이 한 번 회식이나 했으면 좋겠거든요. 전 그게 가능하다고 봐요. 힙합 하는 사람들이 딱 한 번이라도 모여서 술자리라도 가지면 서로 씹지 않을 거 같아요. 다 좋은 사람들 같은데, 왜 그렇게 서로 욕하고 비난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디스를 통해서 어떤 좋은 음악들이 만들어지는 거라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않잖아요. 안타까운 게, 그렇게 서로 싸우고 다투다 보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 상처가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할 것 같지는 않아요. 음악 하고 싶은 열의를 사그라뜨리게만 할뿐인 것 같아요. 미국에선 디스 전이 있어도 괜찮아요. 디스를 하고 서로 상처 좀 받아도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번단 말이에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랩 하는 사람들은 그 자존심만이 자기가 살아있을 수 있는 유일한 건데, 거면 다른 사람 때문에 꺾이면 어떻게 해요.

만약에 6집부터는, 과감할 수도 있다 그렇게 얘기했는데. 미리 약간 그림을 공개한다면.
타블로 : (투컷과 미쓰라를 바라보며) 근데 네가 원하는 거나, 얘가 원하는 거랑 다 다를 거 같지? (웃음) 나는 솔로로 그냥 알아서 할게.

그럼 제목은 파트 투(Part 2)가 되는 건가.
투컷 : 그렇죠. 그런데,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다음 앨범이 될 수도 있고요, 다른 작품들을 몇 장 낸 다음에 < Pieces, Part Two >를 낼 수도 있고요.

앨범 케이스에 'In The Future'라고 적힌 부분 확실한 계획인지.
타블로 : 하하하. 그래서 Coming Soon이라고 안 썼어요. 이거 물어보는 이유가, 저희가 하도 약속을 안 지켜서 그런 거죠? (웃음)
투컷 : 예전에 어느 웹진에서 물어보셨는데, 2034년 안에는 낼 거라고 했어요. (웃음)
미쓰라 : 저는 못할 것 같아서 안 썼어요.
타블로 : 페니 앨범은 작업 중이고요. 제 솔로도 제가 만들고는 있어요.

공연은 어떻게 예정되어 있나.
투컷 : 수영장 파티가 있어요. 워커힐에서 하고 부산에서도 한 번 하고요.
미쓰라 : 사실 작년부터 계획한 건데.
투컷 : 저희에게는 자양강장제와 마찬가지에요. 신나게 즐기면서 공연을 할 수 있거든요.
타블로 : 활력소가 된다고 해야 할까요. 공연이란 부담 없이 그 시간은 그냥 저희도 같이 노는 거예요.

아직도 많은 래퍼, 힙합 뮤지션이 제대로 된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한 채 무대에 서는 일이 많은 걸 감안한다면, 에픽 하이는 정말 축복 받은 그룹일 것이다. 그런 사정을 자신들도 잘 알고 있기에 계획된 파티 형식의 공연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특히나 조심스러웠다.

인터뷰가 다 끝나갈 무렵, 요즘 어린 음악 팬들이 거친 언어를 사용하고 인터넷 신조어를 남용하는 점과 관련해 아쉬움 섞인 이야기를 꺼내자 멤버들 또한 “음악이 좋다는 말이라도 '쩐다'는 둥, 왜 굳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리고 “힙합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선배 가수들에 대한 이해가 점점 부족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을 덧붙였다. 평소에는 장난기 넘치지만 진지할 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그들의 말과 다름없었다.


인터뷰: 임진모, 이대화, 한동윤
정리: 한동윤

  2008/05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Posted by po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