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유럽도 미국도 한국 음악에 열광"

매일경제 | 입력 2010.03.09 16:55  /

 



"미국과 유럽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지난 2월 미국에서 날아온 CNN 앵커의 첫 질문에 두 사람은 오히려 놀라서 물었다. "정말이요?" 그럴 만도 했다. 힙합그룹 에픽하이는 6집으로 실패의 쓴맛을 본 터였다. 세 사람 신상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DJ 투컷츠는 입대했고, 타블로는 결혼을 했다. 셋이 아니면 활동을 하지 않겠다며 활동 중단까지 선언했다. 공식 활동을 접고 수면 아래 숨어버린 이들을 다시 뛰게 한 건 투컷츠의 독려와 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이었다.

↑ 미쓰라진과 타블로. <사진 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9일 스페셜앨범 '에필로그'를 발매한 에픽하이의 타블로(본명 이선웅)와 미쓰라진(본명 최진)은 "투컷츠와 함께할 수는 없지만 '에필로그'라는 이름처럼 마지막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에픽하이는 소속사를 떠나 독립 레이블을 만들어 '가내수공업'으로 6집을 제작ㆍ유통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음악을 알렸지만 반응은 심심했다.

미쓰라진은 "음악적으로 너무 과한 욕심을 부렸다"고 했지만 그 실패는 에픽하이가 한국을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소통에 나서면서 미국 아이튠스 일렉트로닉 음악 분야에서 한국 가수 음악으로는 이례적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일본과 미국에서 투어를 했고, 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MIDEM(국제음악박람회)에서 에프엑스와 함께 쇼케이스를 열었다.

MIDEM은 각국 대표들이 모인 자리. 기타를 신처럼 연주하는 영국에서 온 17세 가수가 있는가 하면, 남아공의 레게 록밴드는 무대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전 세계 음악관계자들 평가는 냉정해 웃으며 무대에 올랐다가 울며 내려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한 일본 밴드 공연에서는 관객이 모두 나가버리기까지 했다.

이를 목격한 에픽하이도 걱정이 앞섰다. '어차피 이들에게 보여줄 건 무대 존재감과 실력뿐'이라고 마음먹은 이들은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 음악관계자들에게 물을 뿌리며 무대를 누볐다.

"한국어를 아름답고 톡특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타악기의 울림 같은 거랄까. 그날 한국에는 힙합이 없는 줄 알던 이들까지도 신나서 공연을 즐겼죠."(타블로)

성공적인 쇼케이스로 해외 공연에서 초청이 물 밀듯 했고 최근 CNN '토크 아시아'와 인터뷰도 했다.

두 사람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과 똑같은 게 아니라 우리 걸 보여주면 되는구나 했죠. 놀라운 일이죠. 열정만 있으면 골방에서 작업하는 뮤지션도 CNN이 비행기응 타고 와서 인터뷰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에필로그'는 지난 4년간 앨범에 수록되지 못했던 곡들을 다듬고 신곡을 더해 만들어졌다.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진 셈이다. 재활용이라 치부하기엔 가볍고 대중적인 멜로디가 에픽하이 음악의 '정수'에 가깝다.

영화배우 강혜정 씨와 결혼해 5월 아빠가 되는 타블로는 "결혼하기 전 만들곤 했던 어둡고 거친 음악들이 이번엔 버려졌다"면서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음악적으로 무뎌진 게 아니냐"고 묻자 "세상의 앞뜰에서 지켜야 할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6집의 학습 덕분인지 '트위터' 등으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발매 직후 반응도 뜨겁다.

타이틀곡 '런(Run)'은 질주도 숨돌리기도 예측하지 못한 멈춤과 재출발이 있는 달리기를 인생에 비유한 곡. 타블로는 "느려도 빨라도 달리는 모두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창작에는 행복도 슬픔도 약이 되는 법이다. 결혼 후 요즘 너무 행복해 걱정이라는 타블로와 최근 연인과 결별해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미쓰라진. 다시 달음박질을 시작한 이들이 만든 음악은 어떤 맛일까.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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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EM에서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번 앨범 잘됐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없어 아직 제대로 못 들어본 1인.ㅠ)


Posted by po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