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에픽하이의 미공개곡들이 담긴 새 앨범이 나온다. 투컷은 군복무 중이지만, 그 전에 함께 작업했던 곡들 중에서 몇 곡을 고른 모양이다.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아니나 다를까,  블로는 또 설레발을 치고 있다. 4집 색깔과 비슷하다고 자신하는데 누군가에게 나중에 씹을 만한 건수를 주는 것 같아서 내 기분은 좀 찜찜하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4집을 들어 자랑해두었으니 좋은 결과물을 내놓아야한다는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이런 홍보 방식은 악수(惡手)이다.

<혼;map the soul> 앨범 때에도 에픽하이 1집과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블로는 말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평가하지 않았다. 뮤지션의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과거와 현재가 같아도 오히려 이상하다. 잘 됐던 음반은 그저 음반의 완성도나 대중적 인기를 가늠하는 어떤 기준치가 되는 것이지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얼마 전에 '음악여행 라라라'를 보았는데 3집을 준비하는 스윗소로우가 새 앨범 준비의 고충을 김창완 씨에게 토로하며 선배님은 새 앨범 준비를 위해 무엇을 하시냐고 묻더라. 김창완 씨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뮤지션은 자기복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에픽하이의 4집은 무척 좋았다. 2CD가 알차게 채워져있었다. 그리고 에픽하이의 앨범 중에 가장 잘 팔렸다.  하지만 지금 4집과 완벽히 비슷한 느낌의 곡을 내놓는다면 (그런게 가능하긴 가능한 것인가) 그건 4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원본은 원본으로서 가치가 있다. 전성기니 뭐니 그런 것에 구애되지 않고 그냥 흐르는 대로 하고 싶은 현재의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p.s.
1) 이 앨범에서 4집 느낌이 난다면, 그건 과거 그즈음에 만들어두었다가 공개를 안했던 곡이라서 일 거다. 분명.

2) 그래도 기대하게 되는 걸 보면 내가 팬은 팬인 듯. 좋아하는 가수는 까야 제맛.  애정이 있으니 까도 깐다. 부디 기대에 부흥하는 음반 만들어주길....


 

Posted by po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