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보그걸 인터뷰


VOGUE GIRL(이하 V.G.)3집 앨범, 만족스러운가요?

김종완 - 표현하고자 했던 것과 레코딩돼서 나온 결과물 사이에는 항상 상상치 못했던 차이가, 아니 오차라 해야 되나? 늘 그렇긴 한데…. 표현하고 싶은 것은 머릿속에 생각으로 존재하는 거고, 그걸 레코딩하는 건 또 다른 거니까. 그런데 이번 녹음에서는 그 차이가 아주 작아졌다는 거, 그게 이전 앨범들과 가장 큰 차이죠. 예전에는 50~60% 정도밖에 표현 못했다면, 이번에는 80~90% 정도는 표현하지 않았나, 그게 가장 뿌듯하죠.

V.G : 연주, 프로듀싱, 엔지니어링, 레코딩까지 모두 넬이 했다고 들었는데, 예전 앨범보다 사운드가 더 깔끔해진 것 같아요.

김종완 - 1,2집 녹음하면서 시행착오를 뼈저리게 겪어서 다른 뮤지션을 음악을 들을 때 이팀은 어떤 식으로 녹음했고, 이걸 표현하기 위해 어떤 무대를 배경으로 녹음했는가, 그런 걸 굉장히 많이 연구했어요. 편곡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이번 앨범을 3집이라기보다는 메이저에서 내는 데뷔 앨범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했어요. 이전보다 좀 더 좋은 여건에서 녹음했고, 우리도 긴 시간 동안 축적한 게 있으니까 그걸 바탕으로 곡들에 많은 배려를 했죠.

이재경 - 1,2집 때는 시간이 너무 없어서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또는 하고도 후회하는 게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 녹음해보고, 싫으면 없애고, 그랬죠.

V.G : 1,2집에 있던 '어차피 그런 거', '믿어선 안 될 말', '에덴', '낙엽의 비'를 이번 음반에 다시 수록했던데 넬이 가장 애착을 가지는 노래인가요?

김종완 - 사운드적으로 원래 그렇게 표현될 곡들이 아닌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녹음된 게 아쉬워서 이 곡들은 이렇게 놓아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녹음했죠, '믿어선 안 될 말' 은 편곡에 좀 더 신경을 많이 썼구요.

이재경 - 예전에 녹음했던 노래를 더 좋아하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그때의 사운드와 느낌이 훨씬 좋았는데'라고. 그런데 재밌는게 1집을 녹음할 때도 우리는 이번에 만든 사운드랑 똑같은 걸 상상하면서 만들었거든요. 우리는 오히려 이번 앨범에 수록된게 그 때 생각했던 것과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V.G : 서태지 떄문에 넬이 변한 것 아니냐, 아니다. 서태지는 책임 프로듀서일 뿐 자꾸만 연관 짓지 마라. 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데...

김종완 - 작년 10월에 서태지 컴퍼니에서 주최한 'ETPFEST'라고 록 페스티벌이 있었거든요, 그게 인연이 됐죠, 그 전부터 태지 형이 밴드 음악을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에 있는 팀들, 듣기로는 2~3백 개 팀들 음원을 다 수집해서 모니터링했는데, 그 중에 우리 음악이 마음에 들어서 같이 작업하자는 제안을 한 거죠. 음악적으로 생각하는 방향도 서로 비슷하고 그래서 계약했어요, 그런데 서태지 컴포니의 시스템 자체가 한국의 기존 메이저 시스템이었다면, 아마 계약 안 했을 거에요, 음악적인 터치는 없을 거라고 했고, 정말 그런 간섭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안 믿더라구요. 대신 태지 형이 조언을 굉장히 많이 해줬어요. 태지형은 외국에서 작업을 많이 해서 장비나 녹음에 관한 노하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더라구요. 국내에는 록 분야 쪽에 정통한 레코딩 엔지니어가 굉장히 부족한 편이죠, '서태지'라는 이름이 따라다니는 걸 염려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우리 역량에 달린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

V.G. : 아주 간단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한다면? '나는 이런 사람이다 '

정재원 - 가식적인 건 싫어요, 음악을 할 때로 말하자면, 어거지로 만드는 것, 괜히 치장하는 것도 싫고, 내 인생에는 스케이트보드랑 드럼,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돼요.

김종완 - 겉과 속이 다르죠. 다들 그렇겠지만 할 말, 안 할 말 가려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안 하는 말이 거의 없죠. (웃음) 세상이 별로 아름답지가 않은 것 같아서... 냉소적이라기 보다는 아쉬움이 많아요. 일부러 그런 건 잘 얘기 안 하는 편이에요, 그걸 가사로 쓰긴 하지만, 노래에 대한 맴버 각자의 해석이 다 있을 테고, 듣는 팬들도 마찬가지겠죠.

이재경 - 맴버들 다 그런 생각하겠지만, 음악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느껴보고 싶어요. 평소 생활하면서 못 느끼는 기분을 음악하면서 많이 느끼거든요. 좋은 음악 들으면서, 연주하면서... 그런 욕심들로 가득 찬 게 바로 나예요.

이정훈 - 낙천적인 게 장점이라면 장점. 인생 모토 중의 하나가 즐기면서 살자. 뭐든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그게 삶의 원동력이 되죠. 안 좋은일 10가지가 있는데, 그걸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면 8가지 정도는 건질 수 있거든요.

V.G. : 록 밴드라서 더 힘들다는 말에 동의하나요?

김종완 - 그런 팀들 많이 봤어요. 나이가 많거나 굉장히 오래 하셨던 분들 같은 경우 신세 한탄 하듯이 '우리 나라에서는 절대 안돼'. 우리도 가끔 술 마시다 짜증나면 그런 소리 하긴 하는데, 어린 나이, 혈기 왕성하니까 괜찮아요, 재미있어서 음악하고 있고 희열도 크니까요.

이재경 - 책임감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옛날에는 나 하나 게으름 펴도 뭐. 그랬지만 이제는 많은 식구들이 피해보니까, 그런면이 좀 달라졌죠.

김종완 - 성숙해졌군. (모두, 으하하하)

이재경 - 앞으로 우리 넷이서 어떤 걸 만들어낼지 그건 아무도 몰라요. 1년 전에도 지금 이런 음반이 나올 줄 몰랐고. 그러니까 재미있죠.
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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