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DJ를 하는 김창완의 목소리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다. 멘트와 멘트 사이에 그의 재기가 종종 엿보이기도하지만, 대체로 그는 무던하고 평범한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만 그런가하면 그는 자꾸만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꾼다. <요정 컴미>같은 드라마에서는 사람 좋은 아저씨로 나오다가도 <하얀 거탑>에서는 권력욕을 품은 악역으로 분하기도 한다. 라디오 DJ를 계속하면서 1977년에 '아니 벌써'로 데뷔한 이후로 음악 활동도 놓지 않고 있다. 영화에도 종종 등장한다. 책도 쓴다. 진정한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이 든다.


 세대가 다르다보니 김창완의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EP 이후을 거쳐 나온 정규 1집은 정말 '그답다'. 밴드라는 것이 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창완의 (편안하면서도 열정적인) 아우라가 놀라우리만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앨범이다. 수록곡의 제목만 보더라도 그렇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그는 사춘기적인 감성을 여태껏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사람이다.



CD 1
  01. 내가 갖고 싶은 건
  02. 아이쿠
  03. Good Morning(Part 1)
  04. Good Morning(Part 2)
  05. 29-1
  06. 삐에로와 광대
  07. 길
  08. 앞집에 이사 온 아이
  09. 그땐 좋았지
  10. 너를 업던 기억
  11. 결혼하자


 빈곤한 추억을 가졌거나, 피폐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놓치고 말았을 생생한 감정들을 세세히 짚어내고 있는 수록곡들을 듣고 있자면 절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연주 실력과 보컬도 녹슬지 않았다. 소박하고, 순수한 감성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화려함은 없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음반. 두고두고 들을 수 있는 음반을 산 것 같아서 뿌듯하다. 어린 세대들에게는 너무나 낯설겠지만, 꼭 추천하고 싶은 음반.






Posted by po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