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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1 [기사] 어느 습작의 폭풍

 
 
어느 습작의 폭풍 [2008.11.21 제736호]
 
[베스트셀러 워스트리더]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가 쓴 <당신의 조각들>
 
 
 
▣ 구둘래  
  
 
타블로의 <당신의 조각들>이 나왔다. 책이다. 소설집이다. 타블로는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리더다. 카테고리로 치자면 가수다. 두 개의 연관을 찾자면 타블로는 ‘싱어 송라이터’(지금도 음악계에서 쓰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다)다. 2004년 데뷔한 에픽하이는 올해 특히 활동이 활발했다. 5집 앨범 〈Pieces, Part One〉을 4월에 내고, 9월 말에 소품집 〈LOVESCREAM〉을 냈다. 1·2집을 내고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일부러 “뜨기 위해”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던 그는 지금 명성을 뒤로하고 은밀하게 아래로 내려왔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그를 찾아볼 수 없고, 라디오 프로그램도 밝고 명랑한 <친한 친구> 대신 한밤중 ‘교주’ 분위기의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문화방송 FM4U·줄임말 <꿈꾸라>)로 바뀌었다. 좀더 ‘마이너’해졌고 좀더 ‘힙합적’이 됐다. 그리고 ‘마이너’한 품격을 대변하는 게 하나 더 등장했다. <당신의 조각들>이다. 그리고 폭풍처럼 몰아쳤다. 교보문고 1위, 4대 인터넷 서점 1위를 장악한 것이다. 
   
 


» 타블로의 책은 출간 전부터 ‘괜찮은 놈’으로 회자되었다. <당신의 조각들>은 진지하게 쓴 단편 작품 10편이 모인 소설집이다.
 
 
 


초판 5만 부, 열흘 새 4만 부 더


책을 펴낸 ‘달’에 따르면 <당신의 조각들>은 초판 5만 부(11월3일 발간)를 찍었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2주간 이뤄진 사전주문량은 8천 부. 사전예약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서점 쪽에서도 많은 양의 주문서를 넣었고 이를 집계한 것이 4만 부, 이를 다 소화하기 위해 5만 부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달은 문학동네 임프린트인데, 5만 부는 문학동네 내에서 올해 제일 많이 찍은 1쇄 부수이기도 하다. 코엘류나 황석영의 책보다도 많이 찍은 것이다. 5만 부는 순식간에 소진됐다. 1쇄가 깔린 지 나흘 만인 11월7일 2쇄 2만 부, 14일 3쇄 2만 부가 더 서점으로 나갔다. 열흘 새 9만 부다.

타블로의 책은 이미 출판계에서 ‘괜찮은 놈’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타블로 책의 단서가 되는 원고는 텔레비전을 통해 처음 등장했다. 1년 반 전 문화방송 오락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에서였다. 타블로는 자신의 소장품으로 20대에 쓴 소설 ‘안단테’를 꺼냈고, 감정을 위해 나온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원고에 3천만원의 가격을 붙여주었다. “단편집이 출간된다면 10만부는 팔 수 있을 것 같다. 주요 문학상을 받은 중견 작가들이 3만부 팔기 어려운데 그 이상으로 팔릴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이 3천만원이다”라는 이유였다.

이후 물밑에서 많은 출판인들이 타블로와 접촉했다. 시인이기도 한 ‘달’의 이병률 실장은 그런 와중에 출간할 기회를 얻게 된 이유가 “책을 내자가 아니라 원고를 보고 싶다, 고 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타블로는 원고를 보여주는 것도 쭈뼛쭈뼛해했고, 한꺼번에 원고를 보여준 것이 아니라 2개씩, 2개씩 조금씩 보여주었다고 한다. 타블로가 이 실장에게 맨 처음에 물은 것은 “제 소설이 재밌나요”였고 자주 한 말은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는데, 제 책을 안 사볼 것 같다”는 말이었다. <당신의 조각들>에는 특이하게 그의 얼굴 사진 하나 없다. 이 실장은 원고를 읽고 미국의 글쓰기 교육에 놀랐다고 한다. “기본기가 이미 고등학교 때 끝나서 대학교에서는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타블로는 자신이 영어로 쓴 소설을 직접 번역했다.

   
 


» <당신의 조각들>
 
 
 
<당신의 조각들>은 ‘대중’과는 거리가 먼 진지하게 쓴 단편 작품 10편이 모인 소설집이다. 어떤 건 단편이고 어떤 건 장편(掌篇)이다. 조금 긴 ‘안단테’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음악가 아버지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조심스럽게 써내려간다. 짧은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는 점점이 뿌려진 대사가 전체적인 윤곽을 연결하면서 가는 소설이다. ‘쥐’는 끔찍하게 큰 쥐가 나타난 뒤 겪는 소동 이야기다. 주인공은 영화를 하겠다는 꿈을 잃고 시시한 캐스팅 디렉터를 하고 있다. ‘쉿’은 줄거리의 강약이 뛰어나고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병든 어머니를 두고 먼 대학으로 떠나려는 마이크, 그는 잠들 수 없는 밤 밖으로 불러내는 윌을 만나러 대마초를 들고 나간다. 막무가내인 윌은 밖이 추우니까 마크의 방에서 피우자고 한다. 혼미한 상태에서 둘은 평소에 하지 못하던 말(“미안해” “너네 엄마가 나를 싫어하시는 거 알아”)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마이크의 맥박 수가 갑자기 치솟고 어머니는 그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묘사로 공들인 페이소스, 선악이 부재한 폭력, 이유 없는 일탈과 강박증, 스쳐 지나가듯 솟아나는 주제 등 소설은 명백하게 1930~40년대 미국 소설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황석영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뒤


하지만 <당신의 조각들>에는 소설가라면 책으로 내기를 더 고민했을 작품들도 수편 포함돼 있다. ‘안단테’는 다시 고쳐썼을 것이다. ‘쥐’는 조금 더 촘촘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증오범죄’는 주제를 좀더 숨겼을 것이다. 결국 <당신의 조각들>은 한 재능 있는 ‘작가’의 ‘습작’이다. 얼굴을 숨겼지만 타블로의 이름은 ‘소설’보다 크다.

이 책에는 소설집에 따라붙게 마련인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없다. 문학계의 질투인가. 교보문고 한켠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앞에서 “이 사람이 ‘무릎팍 도사’에 나왔더라고”라는 대화가 오간다. 방송 뒤 <개밥바라기별>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다시 등극했다. 대중 미디어가 소설을 죽인 게 하루이틀 새의 일은 아니다. <당신의 조각들>이 10여 일 만에 9만 부를 찍는 사이에 소설을 본업으로 삼은 소설가들의 책은 1만 부를 넘기기가 어렵다. 꽤 팔렸다는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는 9월30일 출간된 뒤 총 1만5천 부가 팔렸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소설가들(권여선, 김종광, 박민규, 박형서, 윤성희, 정영문, 천운영, 하성란)을 일별할 수 있는 ‘아주 경제적인’ 소설집인 200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사랑을 믿다>는 10만 부 팔렸다고 한다. 많이 팔린 것이다. <사랑을 믿다>는 1월18일 출간됐다. 선전한 게 이렇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기사출처 : 한겨레신문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38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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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먼저 데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당신의 조각들>이 타블로의 글만으로 평가받은 소설은 아니지요.
타블로 자신이 말했듯이 10년 전의 글이기 때문에 거칠고 미숙한 부분이 엿보이기도 하고요.
글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고, 문장을 갈고 닦아 더 많이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거에요.
매정한 말일지 몰라도, 현실이 그렇죠.
칭찬 일색의 기사가 아닌 객관적인 기사인 것 같아서 같이 읽어보고 싶어서 담아왔어요.


이상문학상 수상작 읽어봤었는데 저게 10만부 팔렸군요.  많이 팔렸다는 축인데도...
오늘 문학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예전에는 문학이 즐거운 것이었어요.
어쩌면 유일한 놀이거리였죠.
그런데 요즘은 그 역할을 다른 매체들이 대체하고 있으니까요.
그것들에 비하면 문학은 '어렵고'. '골치아픈' 것이 되어버렸죠.
안타까워요.
'이야기'가 없어진다면 삶이 얼마나 팍팍할까요.




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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