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5집 <Pieces, Part one>

- 대서사에서 소서사로,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는 시간


 에픽하이는 소위 말해 “뜬” 이후로 온갖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마음껏 망가지고, 특출한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겨왔다. 하지만 에픽하이의 음악은 장난끼를 걷어낸 그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예능프로에서 그들을 보며 웃었던 10대 소녀도, 까다로운 취향을 자랑하는 힙합 리스너들도 그들의 음반이 나오기를 날짜를 세며 기다린다. ‘예전이 훨씬 낫다’라고 비판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잘 만든 1집 앨범은 어떤 의미로는 뮤지션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 언더 그라운드 힙합씬에서 인정받았던 1집 앨범 이후, 에픽하이는 언제나 ‘변질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언더에서 오버로 자리 옮김하는 뮤지션에게는 늘상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 말이기도 하지만, 에픽하이는 그런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더 철저히 무장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3집부터는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스하기 시작했고, 샘플링 작법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07년에 내놓았던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은 꽉찬 2CD로 세상에 나왔고, 예전이 좋다고 말했던 까칠한 힙합 리스너들에게 드디어 그들 세 사람만의 음악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5집 앨범은 어떤가? 

 


 이 앨범은 그동안의 앨범이 지니고 있던 방향성과는 좀 다르다. 확실히 튄다. 1집 <Map Of The Human Soul>에서부터, 2집 <High Society>,  3집 <Swan Songs>,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앨범은 제법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었고, 그에 어울리게 넓은 시선과 다양한 상상력을 담고 있었다.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자살한 뮤지션을 추억하기도 하고, 자신들을 욕하는 사람들의 뒷담화를 하기도 했으며, 피해망상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다루기도 했다. 

 


 5집은 그동안의 ‘대서사’에 비하면 ‘소서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 <Pieces, part one>이라는 앨범 제목이 말하고 있는 그대로이다. 사회에 대한 비판은 ‘breakdown' 한 곡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대신 자기 자신과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늘었다. 'be'와 '낙화‘는 타블로, 'decalcomanie'는 미쓰라, '20fingers'는 투컷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다.  ‘연필깎이’와 ‘eight by eight’, ‘the future'는 힙합에 대한 자신들의 신념과 의지를 보여준다. 주변 지인들의 자살과 사고를 목격하면서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One'과 'ignition',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담은 ‘당신의 조각들’, 이별의 슬픔을 담은 ‘우산’까지. 이 앨범은 철저하게 소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데뷔 5년, 크고 원대한 이상을 좇아 쉬지 않았던 에픽하이는 이 앨범을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미처 돌보지 못했던 자신과 주변을 비로소 돌아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내왔던 일련의 앨범들의 흐름을 잠깐 멈추면서까지. 그건 어쩌면 그동안의 작업에 대한 염증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창조의 영감을 얻기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의미일 수도 있다. 아마 그들에게 이 앨범은 각별한 의미일 것이다. 비록 그전까지의 에픽하이에게 익숙했던 리스너들은 갑자기 소서사로 변한 가사에 의아함을 느끼고, ‘팝’과 ‘락’의 색채가 더 강해진 곡들을 듣고 ‘아! 옛날이여!’를 외치겠지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픽하이는 그들의 길을 갈 것이다. 언제는 그들이 남의 말을 들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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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5집 리뷰를 쓴 적이 없다는 것이 생각나서;;-_-;;;
새 음반 나오기 전에 써본 뒤늦은 리뷰.


Posted by poise
2008. 10. 31. 09:50
http://news.hankooki.com/lpage/sports/200810/h2008103107341691990.htm


이 기사에 보면 에픽하이가 10만장 이상 판매했다고 나오네요.
5집만의 판매량인지,
소품집 러브스크림까지 합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축하할만한 일이군요!
4집에 비한다면, 좀 오래걸렸다고 볼 수 있겠지만
불법 mp3 다운로드가 판치는 한국에서 매번 이만큼을 팔 수 있다는 건,
역시 대단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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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우리 음악 듣고 죽을 생각을 접었다는 얘기가 가장 뿌듯”



기사링크 : http://isplus.joins.com/enter/star/200810/20/2008102011100312360201000002010400020104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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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hiphopplaya.com/video/view.html?num=2146&category=8&sort=update&page=1&key=






힙합 플레이야에 overclass님이 올려주신 영상입니다.
얀키 씨와 함께하는 The Future 라이브에요!! ^-^
공연장에서 직접 디카로 찍은 영상인 것 같아요.
많이 흔들리긴 하지만,
못 간 사람들에겐 이게 어딥니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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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다음 카페 Epik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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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잘 나왔네요.
무지개가 넘 어색하다는 분들도 많지만, 나쁘진 않은 거 같아요.
역시 <어거스트 러쉬> 헐리웃 1초 진출로 인해...ㅋㅋㅋ 연기에 자신을 얻은(?) 타블로 씨.

계속 머리 위에 비가 내린다...라는 설정도 좋고,
(아까 올린 Travis 노래랑 통하네요.)
영상도 예뻐서 맘에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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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비(?)에 도전하다?!

ETN | 기사입력 2008.07.11 21:57





http://tvnews.media.daum.net/entertain/view.html?cateid=1005&newsid=20080711215709330&cp=etn
   <-영상



인터뷰내용


타블로: ETN 앤유 시청자 여러분 비를 엄청 많이 맞는 타블로 입니다.


Q: 뮤직비디오 컨셉은?

타블로:동화적인 내용인데요. 제가 사는곳에서는 항상 비가 내리고  안타깝게도 저만 우산이 없어요.
그러다가 저같은 사람을  발견하죠 소외된 두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면서 사랑을 알게되는 그런 내용입니다.


Q:수염 왜 깎으셨어요?
수염이요 오늘 그 뮤직비디오는 메이크없 없이 가는건데오  수염이 너무 지저분하게 나온다고


Q:지금 노메이크업 이신가요?

네 비맞는 걸 계속 찍어야 해서 메이크업을 할 수 가 없어요. 비슷해요 저는 메이크업을 하던 안하든


Q: 연기가 자연스럽던데?

무엇보다 저에게 큰 연기경력은 제가 어거서트러쉬라는 1초 ..1초정도 나오는 대사도 없구요그  캡쳐화면이 사실
동영상이에요. 짧아서 캡쳐화면처럼 보이는 겁니다.


Q:이번에는 무슨씬 찍으시는 거에요?
이번엔 무슨씬이 나이라 처음부터 끝가지 비맞으면서 생활하는 거에요 제가
세상 어딜 가도 비가 오는거에요 제마음을 대변해주는 그런 컨셉이죠


Q:다른 멤버들은 출연안한다고  하셨어요?
네 원래 우리 다 출연안한다고 했어요 저번 뮤직비디오 뷁다운에서 할때 막 맞고 그랬잖아요
그거 찍고 난다음에 더이상 직접 출연하고 싶지 않다 생각으로 해가지고
회사에 부탁해서 출연안하기로 했는데 막판에 사장님이 그래도 한명은 출여내야한다고 해가지고 제가
나이가 많은 리더인 제가 채택됐습니다.


Q: 앞으로 활동계획은?

연말까지는 굉장히 많은 공연을 할거구요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잘준비된 열심히 준비한 큰 규모의 콘서트를 할겁니다.


<출처>
다음 카페 EpikHigh에서 담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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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 to say 를 거꾸로 읽으면 "예수님"으로 발음된다. 의도했든 아니든. 백워드 매스킹이라 의심할 만하다. 이 영상은 일단 에픽하이 4집이라고 써있는게 약간 빈정상하긴 하지만;;-_-; 다른 동영상에 비해 전곡의 가사를 적어두었다는 점에서 담아오게 되었다.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고, 정확하지 않은 발음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이건 일부러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반복적으로 나올리가 없지 않은가. 우연이 저렇게 전곡에 걸쳐 반복될 리가 없다.

 5집 발매 이후 "앨범에 놀랄 만한 장치를 숨겨두었다."고 한 적도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인가는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든 아니든 나는 몇 곡은 CCM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한 적도 있다. 타블로가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의도해서 만든 거라면, 이거 만드느라 머리 깨졌겠구나 싶다;;-_-;;; 말하고 싶어서 근질근질 했겠다. 언제 발견할지 막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닐까.ㅎㅎㅎ 이 노래를 들으면서 "one"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알게 모르게 그 이면의 메세지를 전달받은 건가 싶어 새삼 놀랍다.





에픽하이 - BE


원래 가사


난 여기도, 난 저기도, 난 왼쪽도, 오른쪽도, 낮은 곳도, 높은 곳도 아냐.
난 웃음도, 난 눈물도, 난 사랑도, 난 증오도, 난 생명도, 난 죽음도 아냐.

난 너이기도, 나이기도, 병이기도, 약이기도, 선이기도, 악이기도 해.
나이기도, 너이기도, 차갑기도, 뜨겁기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해.

oh, I was a liar. what I mean to say is not what i mean to say.
oh, I need the one. what I mean to say is not what i mean to say.

i'm nothing. i'm everything. whatever you want me to be.
you see, the question is what do you want me to be?
   


위 동영상에 나타나는 백워드 매스킹 가사

(이 노래가 위로)
오 메시야다 예수
이 노래가 있는 곳에 넌
애쓰셨나
호산나

이곳에 이곳에
예수님 우리 위해서도
(십자가) 애쓰셨나 (십자가) 매셨나
예수님 나를 맞으시고 있나요?
영광 (영광) 빛나요
예수님, 나를 맞으시고 있나요? (아멘)
예수님 오

(그 은혜) 우리에게 오셔, 우릴 위해서
우리 영혼을, 우리가 가진, 우리에게 온, 우리 위한


yeah 우리 귀한, 우리에게 어서, 우리에게 다, 우리에게 온 , 우리 위한
우리에게 온
(who is the messiah? about)

눈이 부신 한, 모두 널 위해 산
고통을 산, 모든 나라선, 복음을 난
모든 것을 난...

고통으로, 고통을 산
곳곳으로, 곳곳에 난
우리것이 난, 우리 구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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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하이 - One (feat. 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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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가수들의 신보를 접할 때마다 늘 갖게 되는 의구심이 있다. '이번에도 좋을까?' 아티스트 부재에 허덕이는 요즘 시대에 이 물음에 긍정적인 답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롱런하는 가수들이 드문 것도 그 때문이다. 'One'을 처음 플레이시킬 때도 같은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Time is ticking~'이란 가사가 끝나고 폴 밴 딕이 연상되는 일렉트로닉 멜로디가 나오자, 이런 의구심은 없어졌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중독적이었다. 스타일도 달랐다. 오케스트레이션이 인상적이던 'Fan'과 달리 'One'은 전형적인 클럽 테크노의 진행을 따랐다. 변화를 주면서도 비등한 매력치를 유지한다는 것. 이런 신보가 나오는 건 흔치 않다.

'Fan', 'Love love love'에서 보았던 작곡가로서의 타블로의 재능을 이 곡에서 다시 확인한다. 이런 의구심의 해소가 몇 번이 반복되면, 그 사람은 곧 쉬이 떨어지지 않는 단계의 인정을 획득한다. 그 임계점을 넘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대화(dae-hwa82@hanmail.net)



출처 : http://www.izm.co.kr/  (가요평론가 임진모의 음악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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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s, Part One   


에픽 하이의 다섯 번째 앨범은 그늘지고 축축한 면모와 활연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조금은 음울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곡들을 마주하면 지난 앨범 < Remapping The Human Soul >에 내재되었던 기조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사운드의 외양 면에서나 메시지에서 하드코어 요소를 전면 배치한 장쾌하고 공격적인 노래에서는 앞의 감성과는 전혀 다른 씩씩함이 묻어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아픔을 나누고, 힘을 실어 주고 싶었다는 그들의 언사와 부합되는 부분이다.

감정의 접점을 찾고자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강인하게 모습을 즉각 변화하는 탓에 조금 혼란스러운 감도 존재한다. 각 노래가 보유한 정조(情調)를 기온으로 따져 그래프를 만든다면 비교적 고른 흐름이 아닌 영상과 영하를 일정한 규칙 없이 오가는 그림이 나올 터, 따로 흩어져 있기에 곡의 순번대로 묶어내기 어려운 심상의 전개는 하나하나의 곡이 아닌, 앨범 전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함에 명확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Girl', 'The future', 'Ignition'으로 이어지는 각기 다른 감성 체감온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사랑했던 연인을 추억하며 잊지 못하는 슬픔을 내비치다가 확장된 시선으로 자기가 아닌 조금 더 큰 면을 바라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행동을 하도록 의견을 개진한다. 그러나 다시 다음으로 넘어가서는 개인 상념에 경도되어 어둡게 과거를 돌이키는 순서를 밟으니, 이를 직감으로 정리한다면 영하, 영상, 영하로 옮겨가는 구도. 나에서 우리로 갔다가 나로 돌아오는 주체의 시선 이동 또한 어지럽게 여겨질 우려가 크다.

이러한 전환은 반대로 청취자들의 듣는 재미를 충족시켜 줄 때에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곡이 지향하는 대기에 따라 반주도 자연스레 그에 맞는 색으로,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형태로 옷을 갈아입어 감상 시 지루함을 저감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일직선의 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자칫 평이해져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픽 하이는 그러데이션(gradation) 형식의 아주 은은한 바뀜보다는 강약의 이미지를 도드라지게 함으로써 비트를 제일로 여기는 시대의 청취자를 배려했다.

힙합 뮤지션이라는 학습된 울타리를 허물고 흑인 음악적인 것 외에 다른 장르의 요소를 따와 교배한 것도 형식 전환으로 발생하는 즐거움에 일조한다.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양식을 빌리며, 일정 부분 록과 팝의 얼개를 떼어와 색다른 맛을 가미한다. 완연한 트랜스의 틀을 갖춰 한밤의 클럽으로 듣는 이를 공간 이동시키는 앨범의 맨 마지막 곡 'One'의 리믹스 버전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틀곡 'One'은 사운드 면에서 상당한 재미를 제공한다. 일렉트로니카의 강성 장르인 테크노를 중심축으로 두었지만 80년대 유행한 신스 팝의 요소도 차용하고 있으며, 일렉트릭 기타로 미약하게나마 기력을 유지한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스트링 프로그래밍으로 클래식적인 접목을 시행, 전자음 구성으로 딱딱하게만 들릴 부분을 침착하게 보강했다. 전작들의 타이틀곡인 'Fly', 'Fan'과 상당히 닮아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한층 섬세하게 정제되었음이 예전 곡들과 구별되는 매력이다.

침투력 강한 신스 루프로 트렌디한 힙합을 완성한 'Breakdown'과 '연필깎이', 세차고 날카로운 프로그래밍으로 메시지에 더욱 힘을 싣는 'The future', 아트 오브 노이즈(Art Of Noise)의 'Moments in love'를 떠오르게 하는 'Decalcomanie', 하드코어 힙합의 화끈함과 박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Eight by eight' 등은 마니아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곡이다.

반면, 윤하가 보컬로 참여한 '우산'은 힙합을 숭배하지 않는 이라도 누구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노래다. 사물에 대한 감각적이고 예쁘장한 표현들로 연결된 이야기는 한 편의 순정만화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고, 도입부와 중간에 삽입된 빗방울 떨어지는 효과음과 간소한 어쿠스틱 느낌의 반주, 밑면에 깔리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쓸쓸하게 남은 사랑에 대한 기억 한 구석을 아련히 자극한다. 거기에 윤하의 절제된 음성이 잘 융화되어 다수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곡처럼 하이브리드 상(像)을 띠지는 않지만, 다른 곡들이 지닌 거센 모습은 없지만 '당신의 조각들'은 그 조근조근함에서도 막대한 힘이 느껴진다. 첫 번째 버스(verse) 중 문장이 아닌 단어로 종결되는 '당신', 그와의 기억에 대한 은유는 이 앨범에서 서정성이 극대화되는 파트다. 그럼에도, 절대 말캉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를 한때 방패와도 같은 존재였지만 세월에 쇠해진 그에게 이제는 화자 자신이 힘이 되어 주고픈 의지가 서린 노랫말에서 발견 가능하다. 그래서 '당신의 조각들'을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가 되고 싶다는 앨범의 중심 줄기를 가장 부드럽게 압축, 요약한 곡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인들이 겪는 초통(楚痛)에의 동감을 드러내는 유약한 기운, 긍정적 의욕을 회복할 수 있게끔 어루만지는 언어가 버무려진 앨범은 은근한 힘을 갖는다. 굳이 구원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이타적 발상은 연숙한 편곡 기술력의 병행으로 더 높은 접근성을 보유하게 됐다. 다음에 이어질 또 다른 '조각들'이 기대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수록곡-
1. Be (작사 : Tablo / 작곡 : Tablo)
2. Breakdown (Tablo, Mithra 眞 / Tablo)
3. 서울, 1:13 AM (Short Piece) (작곡 : Tablo)
4. One (feat. 지선) (Tablo, Mithra 眞 / Tablo)
5. 연필깎이 (feat. Kebee) (Tablo, Mithra 眞, Kebee / Tablo)
6. Girl (feat. 진보) (Tablo, Mithra 眞 / DJ Tukutz)
7. Slave (Short Piece) (DJ Tukutz)
8. The future (feat. Yankie) (Tablo, Mithra 眞, Yankie / DJ Tukutz)
9. 20 fingers (Short Piece) (feat. DJ Friz) (DJ Tukutz)
10. Ignition (feat. 나윤권) (Tablo, Mithra 眞 / DJ Tukutz)
11. Eight by eight (feat. Dynamic Duo, Dok2, Double K, TBNY) (Tablo, Mithra 眞, Double K, Topbob, Yankie, Dok2, Gaeko, Choiza / DJ Tukutz)
12. Decalcomanie (Mithra 眞 / Mithra 眞)
13. Icarus walks (Short Piece) (Tablo)
14. 낙화 (落花) (Tablo / Tablo)
15. 우산 (feat. 윤하) (Tablo, Mithra 眞 / Tablo)
16. 당신의 조각들 (feat. 지선) (Tablo, Mithra 眞 / Tablo)
17. B-Side 01 : Breakdown (Supreme Mix)
18. B-Side 02 : One (Planet Shiver Remix)

  2008/05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출처 : http://www.izm.co.kr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음악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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