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9.18 [080911 가혹한 라디오] 현실의 현실 - "행복" (2)
  2. 2008.08.04 행복론 - 최영미

 

 오랜만에 KBS DMB 라디오인 <넬의 가혹한 라디오>를 들었는데, 꽤나 인상적인 이야기라서 편집해서 올려봅니다. 사실 저도 행복에 대한 이런 생각이 비슷한 거 같아요. 꽤 비관적인 이야기가 될테지만요. 행복하고 싶지만 행복의 상태가 완성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완성하고 싶지도 않거든요. 만약 행복해진다면 귀족들의 파티에 어울리지 않는 차림으로 서 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스스로 못 견딜 것 같아요. 상상을 아무리 해보아도, 그런 행복의 어딘가에는 반전을 노리는 무시무시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것 같아, 비극의 복선만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엔 슬픔과 불행이 약간 있는 정도가 제게 자극을 주는 가장 좋은 상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요. 행복이나 사랑을 너무 이상적인 의미로 생각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기쁨을 통해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지만, 슬픔을 통해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되돌아보면 기쁨은 쉽게 증발되고, 슬픔은 진하게 응축되어 고여있죠. 연못의 물처럼 흐르지 않고 머물러있어요. 그런 식으로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는 '행복'이라는 것이 내심 죽음만큼이나 혹은 죽음보다 더한 두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더이상 슬픔을 길어올릴 수 없다는 것은 더이상 무언가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일테고,  결과물에 만족하는 순간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의 일생이 끝나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그들에게 분명 있을 거 같아서, 어쩐지 미안해지네요.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대 잊혀지지 않을 자신"을 남기고 싶을텐데...거기에 가까이 도달하는 순간 자신의 존재 의미가 사라져버릴 지도 모른다니...


 그렇게 보면, 새로운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서 제가  행복할 수 있는 기회의 일부 혹은 전부를 박탈한 것이겠죠.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내놓아달라고 할 때마다 그들은 기쁨과 불행 사이를 왕복하며 자신의 한계에 다다르는 일을 반복해야할테니까... 결국 또 누군가에게 빚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만나보지도 못하고, 말 한마디 못해본 사람들에게도 저는 참 많은 것을 빚지고 살아가네요. 정말로 '행복'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그들이 '기쁨'만이라도 많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들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들이 언제나 기쁨과 행복 사이의 위치에 저를 데려다 주곤 하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당신들이 좀 더 많이 '기쁘길' 바라고 좀 더 많이 '불행하지 않길' 바랍니다. 진심으로요.

 






김종완 :

결과적으로 행복이라는게...
우리가 내린 결론은, 제가 내린 결론은
'행복'이란 건 없다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기쁨'이라는 표현을 좀 많이 쓰려고 하는 건데...
재우씨나 다른 청취자분들이 말씀하신 주변의 소소한 것들.
저는 그런데서 '기쁨'을 찾으려고는 하는데
'행복'이라는 단어는 쓰기가 좀 애매한 거 같더라구요.
물론 습관적으로 가장 쉬운 단어니까 사용을 많이 하지만.
제대로 생각해보면 행복이라는 게 나는 없는 것 같은데도,
우리는 다들 "행복해야해" "행복하기위해 사는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저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물론 제가 계속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수도 있는데,
저는 가장 행복한 순간, 좋은 순간에 죽어야한다고 생각을 해요.
예전부터 제가 해왔던 생각과, 써뒀던 글들을 보면,
자신이 죽을 장소와 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큰 선택권을 나에게 주는 게 아닌가.
가장 좋은 날, 가장 좋은 시간에 그 시간을 딱 멈출 수 있다면.

이건 그냥 제 생각을 이야기하는 건데,
그래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거죠.

(후략)






김종완 :

그런데 그런식으로 따지면 전 굉장히 불행한 거에요.
왜냐면 음악을 할 때 내가 그게 제 맘대로, 뜻대로 잘 안되고 있을때,
뜻대로 안 나오고 있을 때
그걸 좋게 생각하는 순간,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굉장히...(재우 씨: 마이너스)
해서는 안될 짓이죠.
타협을 하거나, '이정도 했으면 된 거야.'이렇게 생각을 해야되는 건데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없거니와,
하는 순간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잖아요.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중략)

그건 '행복하다'기보다는 '불행하지 않은' 거죠.
제가 행복이라는 걸 너무 크게 보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저는 사랑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술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사랑, 믿음이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게 아니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게 아니면 믿음이 아니고, 음악이 아니고 그렇게 생각을 해요.
저는 제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적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저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 편도 아니고
할 때도, 상대방에게 들을 때도 굉장히 의심...의심이라고 할까.
나쁘게 말하면 의심인데 그런걸 많이 하거든요.
그러니까 너무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걸 수도 있어요.
굉장히 고귀하고, 순수한, 순결한 감정과 신념이라고나 할까.

(중략)

조재우 :

종완씨는 행복이라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되게 불행한 과정을 거치면서 내 그림이 완성이 됐을 때 행복을 느끼는 거고,
행복이라는 단어가 쓸 수 있는 거.
그 주변의 소소한 기쁨은 '불행하지 않다', '좋다' 이정도라는 거잖아요.


(중략)


김종완 :

저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실 거에요.
'맞아 나도 저런데...'
그럴 땐 그냥 행복은 단어일 뿐이다.라고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종완:

아무튼 너무 힘든 주제였고
사실 주제를 '불행'으로 했으면
'음악'만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죄송합니다.
'행복'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행복'을 이야기하려고 하니까 쉽지 않네요.



음성출처 - 넬의 가혹한 라디오 08.09.11 방송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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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론

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고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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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최영미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어쩌면 행복이라는 건, 엄청나게 지루하고 하품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남이 닦아놓은 길로만 가고, 질문도 없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아서도 안되고, 아무것도 배우지도 않는, 시를 쓰지도 읽지도 않는, 지난 일은 모두 잊고,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고 믿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확실히 이상하다. 행복은 저렇게 이상한 것이었던가 싶어서 생각이 헝클어진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잠시 머리속에 담아본다. 행복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절대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저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묘한 설득력을 느낀다. 어쩌면 저렇게 어떤 식으로든 현실을 눈감아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심없는 밝은 미소같은 건 아이나 백치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생각의 끝은 또 비극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므로, 그리하여, 나는 영영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이 생각을 어떻게 해야 떨쳐버릴 수가 있을까. 나는 때로 아주 유쾌한 사람이지만, 행복한 사람은 되지 못하리라. 하물며 저렇게 재미없는 "행복"은 싫다.

 같은 맥락에서 타블로의 말대로 세상의 많은 꿈들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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