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oulounge.egloos.com/2874612

평론가 한동윤 씨가
에픽하이 뮤비를 올린 글에
이번 앨범 리뷰를 트랙백 달아주셔서
블로그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신기해요.
인터넷 세상에는 역시 벽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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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가들의 평론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IZM의 평들은 꽤 신뢰하는 편이다. 사실 이제 음악잡지 Proud도 폐간된 마당에 어디서 전문가의 리뷰를 읽기도 힘들어졌지기도 했고( 내가 정기구독 신청하려고 마음 먹자 사라져 버린 비운의 Proud...) 대부분 동의할 수 있는 리뷰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원래 IZM은  아이돌에게는 인색한 평을 내리는 편이고, 에픽하이에게는 그래도 좀 우호적인 편이긴 했다. 다만 힙합플레이야쪽에서는 '명반'으로 취급받는 4집을 평론가 한동윤 씨가


 "그러나 메시지의 기분에 맞춰가는 과도하게 충직한 비트들로 인해 음반의 분위기는 다시 한 번 죽도록 무겁고, 무거워서 죽을 지경이다. 랩에서는 여러모로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는데 비트와 연계한 풀이 능력은 단순하고 고루하기 짝이 없다. 그런 우중충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랬다면 매우 성공적이지만 그것 때문에 다시 듣고 싶지는 않을 음반이 돼버렸다. 혹시 우울함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붙어도 좋다. "


라고 평가한 데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아했었지만(본인은 죽도록 좋았으므로...그래, 난 우울함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래도 3, 4집, 혼:map the soul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우호적인 앨범평들이었던 것 같다. IZM에는 작년부터 앨범평에 별점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다행히 여태까지 별 세 개 이하를 받은 적은 없었다. 몇 몇 아이돌들이  (그들의 팬들에게는 악몽이었을) 별 두 개를 받았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편이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카라의 wanna,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Abracadabra 등이 별 두 개를 받았었다.) 하긴 심지어 비의 Rainism은 별 한 개 를 받았다. 
 

 작년에는 꿈꾸라에서 타블로와 임진모씨가 함께 '더 뮤지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친해진 탓인지 유난히 이즘에서 에픽하이의 인터뷰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앨범평도 빠지지 않고 꼭 올라왔다. (이즘에서 모든 가수의 앨범을 다루지는 않는다는 걸 생각할 때 이 정도 관심을 갖는다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친분만 가지고 평론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게 그들의 직업인 이상;; 


 이즘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것 중 하나는 '도전'의 요소인 것 같다. 남이 이미 다 해버린 인기있는 것만 그대로 따라 하면 IZM에서는 혹평을 면할 수 없다. '대박'을 위해 '제조'된 후크송들과 오토튠 떡칠을 한 음악들은 그래서 모두 혹평을 받았다. 혹은 가수의 비주얼이나 댄스, 온갖 퍼포먼스로 눈을 현혹하는 보여주기 위한 곡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IZM의 특성상 왠만한 위치를 점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하고 있는 에픽하이가 좋은 평가를 받아온 거라고 생각한다.


 앨범의 양과 질을 생각할 때 별 네 개는 나오리라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평이 더 좋다.  팬으로서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IZM에서 별 네 개 반을 받은 다른 음반으로는 조용필 13집(1991년작) 정도를 봤었고, 네 개를 받은 음반은 윤상의 '그땐 몰랐던 일들', 김동률의 2008 콘서트 앨범, 윤하의 2집, 이소라의 '눈썹달', 서울 전자음악단의 'Life Is Strange'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 한가지 문제가 있다. IZM의 평이 좋았던 앨범들과 평이 좋지 않았던 3집과 4집을 나누어 생각해본다면... 아무래도 "(TV 가요프로그램을 위시한) 대중적 인기"와 IZM의 평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인기가요 순위 따위야 상관없지만, 음반 만은 많이 팔려주기를...


 에픽하이는 이제 점점 소녀팬들은 줄어가는 듯한 분위기이다. (하긴 데뷔 6년차라 데뷔초의 소녀팬들은 이미 아가씨/아줌마들이 되었다만....) 그 예로 이번 앨범 첫 활동인 엠넷의 엠 카운트다운 방송에 팬이 단 한 명 응원을 왔었다고. ㄷㄷㄷ 셋 다 품절남이 되어서일까. 나이 때문일까. 어느 쪽이 이유라고 해도 눈물이 ㅠ_ㅠ... 그래도 괜찮겠지. 해외 팬들이 있으니. ㅠㅠㅠㅠㅠㅠ 이제는 약간의 소녀팬과 고정팬인 힙덕후들과 월드와이드 팬으로 팬층이 변화하는 중인 것 같다. 그대신 팬들의 충성도는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맵더소울 사이트로 인한 '가족 의식'은 놀라울 정도이다. 역시 힙합은 '패밀리 정신'인 거다. ㅎㅎ 



                                                                                                                 by. poise

구분선 아랫부분은 IZM의 앨범평을 담아왔어요.




원문링크 :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0757&bigcateidx=1








몇몇 곡들이 지닌 심상이나 제재 등이 서로 중복되기도 해서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진 4집 < Remapping The Human Soul >보다는 정돈이 잘 된 더블 앨범이다. '감성'과 '활기'로 열다섯 곡씩 분할한 작품은 두 카테고리에 맞는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깔끔한 갈무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음반은 에픽 하이의 음악적 특징을 더욱 명확하게 나타낸다. 때로는 지나치게 여린 감정을 내비쳐서 우울해 보이기도 하는 정서의 특화, 그와는 상반되게 힙합을 하는 사람들답게 드러내는 남성성과 공격적인 언사, 내용 면에서는 그렇다. 이렇게 큰 줄기를 두고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나간다.

음악적인 부분도 노랫말, 또는 곡의 분위기가 내는 온도와 습도에 맞춰 간다. < [E]motion >에서는 느긋하고 소담한 반주가 대부분으로 전기의 힘을 빌리지 않은 피아노와 기타 연주가 일부 노래에서 발견된다. 박지윤이 참여한 '선물'은 하우스 음악이 비트의 골격을 전담하고 있음에도 건반이 곡을 리드하는 까닭에 따뜻하게 들린다. '트로트'는 약간의 코믹함이 엿보이지만, 세상 풍파에 시달린 이가 위안을 찾는 음악으로 트로트를 꼽은 것처럼 그 장르만의 구성진 맛이 잘 배어난다. 리듬악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꾸민 'Heaven'은 담백하기 그지없다. 아날로그 냄새 풍기는 음악 만들기에 열중했던 소품집 < Lovescream >을 떠올린다면 그 앨범에 더 어울렸을 노래들이다.

< [E]nergy > 편에서는 트렌디한 힙합 비트와 일렉트로니카 형식을 빌려 온 음악이 넘실댄다. 한국어와 케로 원(Kero One), 다일레이티드 피플스(Dilated Peoples)의 라카(Rakka) 등을 대동해 영어 버전을 실은 'Rocksteady'는 뉴 스쿨 힙합의 체취를 드러내 힙합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타블로와 투컷이 주조한 전자음이 아드레날린의 분출을 돕는 'Madonna', 'High technology'는 클럽의 일렉트로니카 시간으로 듣는 이를 안내한다. 메인스트림 지향의 장쾌함을 한껏 발산하는 '흉'도 그에 일조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동안 에픽 하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스타일이 되어 온 타이틀곡의 전형성을 탈피했다는 점이 또한 새롭다. 'Fan', 'Love love love', 'One', '1분 1초' 등 하우스나 트랜스의 반주에 종결어미가 비교적 동일하고 여성 보컬이 코러스를 부르는 것, 가사로 전해지는 감정이 엇비슷하다는 이유로 너무 패턴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지만, 6집의 타이틀곡 '따라해 (Wannabe)'는 피처링과 반주 형식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예전 노래들과는 사뭇 다르게 들린다. 개인적인 감정과 경험의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결과적으로는 똑같다고 해도 현상을 재밌게 읽어 준다는 것에서 에픽 하이의 감각이 크게 돋보인다. 명품과 물질에 길들여진 사람의 허황된 모습을 꼬집는 'Shopaholic'도 유사한 재기를 발견 가능하다.

참 부지런하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오가며 공연을 펼치고 여러 피처링 작업과 방송을 소화하며 에픽 하이는 2009년을 정말 분주하게 보냈다. 정력적인 움직임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들의 레이블 맵 더 소울(Map The Soul)을 차리고 낸 북 앨범과 리믹스 앨범, 그리고 여섯 번째 정규 작품까지 올 한 해에 발표한 음반이 세 장이나 된다. 5집 발매 후 가졌던 인터뷰에서 타블로는 “스케줄 소화하느라 정작 음악 만들 시간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짧은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신곡을 공개하고 더블 앨범도 제작했으니 정말 열심을 기울였음을 생각할 수 있다.

몇몇 곡에서 나타나는 부자연스럽고 치밀하지 못한 라임 연출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뜻은 다른 한글과 영어 발음의 유사성을 이용해 듣는 재미를 제공하려는 의도이겠으나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자신들의 스타일을 극명하게 두 갈래로 나눈 탓에 정형화된 스타일을 못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음울함을 강하게 어필하는 노래, 앰비언트, 트립 합풍의 인스트루멘틀, 클럽 지향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1990년대로 기억을 회귀하게 하는 힙합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힙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니 이것만도 대단하다.

내용을 담는 그릇 역할을 하는 반주의 맵시도 훌륭하지만, 타블로와 미쓰라가 써 내려가는 감성 짙은 다채로운 언어가 음반의 맛을 한층 진하게 해준다. 차분한 분위기를 내는 노래에서도 펄떡이는 게 감지된다. '사랑해'와 '베이비'가 난무하고 '섹시'만이 숨을 쉬는 이 아름답도록 획일화된 사회에서 받는 답답함을 풀어 버리는 앨범이다.

-수록곡-
CD 1: [E]motion
1. Oceans. Sand. Trees. (작곡: 타블로)
2. Slow motion (작사: 타블로, 미쓰라 / 작곡: 타블로)
3. 선물 (feat. 박지윤) (타블로, 미쓰라 / 투컷)
4. No more christmas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5. Maze (feat. Dumbfoundead, MYK) (타블로, Dumbfoundead, MYK / 투컷)
6. 통기타 (Skit)
7. 트로트 (타블로, 미쓰라, 투컷 / 투컷)
8. Emologue (타블로, MYK / 타블로)
9. Excuses (feat. MYK) (타블로, MYK / 타블로)
10. Moonwalker (타블로, 미쓰라 / 투컷)
11. Breathe (Mithra's word) (feat. 한희정) (미쓰라 / 타블로)
12. Happy birthday to me (feat. 하동균)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13. Heaven (feat. MYK) (타블로, 미쓰라, MYK / 미쓰라, MYK)
14. Owls. Shadows. Tears. (투컷)
15. Slow [e] Motion (Bonus)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CD 2: [E]nergy
1. Orchestras. Spotlights. Turntables. (feat. MYK) (MYK / 타블로)
2. Still here (feat. Dok2) (타블로, 미쓰라 / Gonzo)
3. Sensitive thug (Skit)
4. 따라해 (Wannabe) (feat. Mellow)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5. Rocksteady (feat. Kero One, Dumbfoundead, MYK, Rakka of Dilated Peoples) (타블로, Kero One, Dumbfoundead, MYK, Rakka / 투컷)
6. Madonna (feat. Mellow)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7. 말로맨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8. Shopaholic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9. Supreme 100 (타블로 / 타블로)
10. High technology (타블로, 미쓰라 / 투컷)
11. Rocksteady (Korean Version) (feat. Paloalto, Dok2, Beatbox DG, Beenzino) (타블로, 미쓰라, Paloalto, Dok2, Beatbox DG, Beenzino / 투컷)
12. High skool dropout (반항하지 마) (타블로, Yankie, Planet Shiver / 타블로)
13. 흉 (feat. YDG, Dok2) (타블로, 미쓰라, YDG, Dok2 / MYK)
14. Lesson 4 (Tablo's word) (타블로 / 타블로)
15. Organs. Screams. Televisions. (투컷)
2009/09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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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기사여서,
프라우드 4월호에서 팝 칼럼니스트 한동윤 씨의 기사 일부를 인용합니다.
요즘 노래 제목들을 보면 왠지 한숨이 나오더라구요.
정말 대중들이 그런 자극적인 노래만을 원하고 있는 걸까요? ;;
"대중"이라고 이름 붙일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흐름은 정말 반갑지가 않네요. ^-T


(전략)

 안식과 여유를 누리고자 음악을 찾아 들었던 과거와 달리 들리도록 가공하는 멜로디와 자극적인 제목, 선정적인 노랫말로 구성딘 지금의 노래는 감정의 황폐만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성부, 성자, 성신보다 더 막강한 위력을 행사하는 삼위일체다. 문명의 발달로, 시류는 급변하고 음악조차 인스턴트화된 시점에 노래를 만드는 사람들은 빠르게 어필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에 다수의 이목을 끄는 타이틀을 달고 가사를 붙일 것이다. 그래,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련의 경제활동이 도의에 어긋난다면 문제가 생긴다. 유행가의 주된 소비층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어 어느 정도 가치관이 확립된 어른은 그나마 괜찮다. 기존의 질서를 해칠 위험이 있고, 향락을 선동하며, 일탈에 유혹하는 내용에다 자극적인 딱지를 붙여놓고 주입식 멜로디로 아이들을 중독 시키고 있으니 이 정도면 범죄에 가까운 것 아닌가. 어른들의 장삿속이 연, 자극 난무의 시대에 최대 피해자는 결국 아이들인 셈이다.

 앞으로는 모든 노래의 앞부분에 의무적으로 이런 내용을 녹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가사의 노래를 청취함에 따라 비행청소년 혹은 애늙은이가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수한 음악을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맑고 바른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가 바른 길잡이가 됩시다. 한 편의 음악, 사람의 미래와 사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음악잡지 Proud 4월호, 한동윤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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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참 공평한 감정이다. 몸이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가진 돈이 많든 적든, 가방끈이 길든 짧든, 자기가 어떤 처지에 있든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서가 지금의 자리에서 더 나아가 어떠한 결실을 맺고 결과를 내려고 할 때에는 몇몇, 때로는 수많은 제약과 조건이 따라와서 그것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자유로움을 침해하기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느낌의 ‘형성’만큼은 사회적, 물리적 요인이나 누가 간섭한다고 해서 어떻게 좌우될 수 없는 개개인 고유의 권한이기에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도록 일반적인 정서는 그 사사로운 특성으로 여러 모양을 띤다. 어떤 이를 흠모하는 마음을 홀로 간직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풋풋함도 있으며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이들의 열정 어린 모습도 존재한다. 그런가 하면 만날 티격태격하면서도 미운 정도 정이라며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챙겨주는 애증, 만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친구인지 연인인지 구분이 되지 않지만 미미한 정이 버티는 것 같은 사이 등 셀 수 없이 많은 정황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사랑 얘기만을 집성한 에픽 하이(Epik High)의 소품집에는 적은 숫자의 수록곡이지만 앞서 열거한 내용처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마련되어 있다.

앨범이 내세우는 주제와 소재는 무척 대중적이어서 다수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용이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랑과 그것을 다루는 노래는 너무나도 평범해서 여간해서는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갖는다. 어떤 남녀가 연정을 품고, 이를 심화하고, 결국 이별을 하고, 잔여 추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과정을 그리는 노랫말은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서 따분함을 가증시키기에 충분할 뿐이다. 이 약점을 이들은 마감 잘 된 반주로 보완한다.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프로그래밍 된 디지털 신호를 최소화하고 아날로그 냄새 풍기는 음악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에픽 하이는 말한다. 내면의 이야기, 기복이 있어 일률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곧게 나아가고 딱딱 떨어지는 차가운 음들을 멀리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작들의 타이틀곡과 비교했을 때 기본 골격은 좀처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현악기로 연주된 소리를 조금 더 크게 키운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악기는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드럼 파트는 ‘습관’을 빼놓고는 조금 기력을 뺀 상태의 드럼 앤 베이스에 유착하며 하우스, 트랜스와 같은 규격으로 달린다. 그래서 이들이 매체를 통해 강조한 아날로그 감성의 회복은 효과를 나타내기가 어렵다.

사실 이 앨범의 사운드는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과도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아마도 ‘Harajuku days’ 같은 인스트루멘틀이 형성하는 존재감과 함께 미디 작업과 실제 악기의 연주가 반반 수준의 비율을 맞춰 이뤄지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1분 1초’는 반복되는 건반 소리 위에 코러스가 시작되며 얹히는 스트링이 그 프로젝트 앨범의 차가움과 건조함을 상기시키며, 드럼이 아직 빠르게 전개되지 않는 버스(verse)의 초반부에는 그러한 느낌을 더욱 고조시키기까지 한다. 한편으로는 이전 타이틀곡과도 붕어빵이라고 할 만하다. ‘Fan’과 ‘One’에서처럼 ‘~했죠’라는 용언을 사용하지 않고 비교적 체언 위주로 마디를 끝맺고 있다는 점이 구별될 뿐, 전자 음악과 섞는 그들의 제조 공식은 여전하다.

가사나 분위기상으로 전작들에 담았던 사랑 노래들과 감정 선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굳이 EP로까지 제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물음도 남는다. 일곱 곡 모두가 어스레하게 보이는 게 옛날에 사랑을 원료로 해서 불렀던 곡들과 유사한 것으로 인지된다. 어떤 재료의 포장지를 사용할 것인가, 어떤 모양으로 장식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내용물도 관건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희소성은 떨어진다. 사랑이 아무리 공평한 심정일지라도 그걸 표현하는 ‘사랑 이야기’는 다양성과 신선함을 배태해야 호감을 얻는다. EP라는 이유로 미처 담지 못했거나, 혹은 그들이 놓친 부분이 이것이다.

-수록곡-
1. Butterfly effect (작사 : 타블로 / 작곡 : 타블로)
2. Fallin' (타블로, 미쓰라 / 투컷)
3. Harajuku days (작곡 : 타블로)
4. 습관 (타블로, 미쓰라 / 미쓰라)
5. 쉿 (타블로)
6. 1분 1초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7. 1825 (Paper cranes) (미쓰라 / 투컷)
2008/10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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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2007년 'Fan'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에픽 하이의 음악은 우울해졌고 선율의 비중이 눈에 띠게 늘었다. 타블로는 작년 페니와 함께 아예 랩이 없는 연주 프로젝트 이터널 모닝을 결성했고, 올해는 윤하와 파트너를 이루어 ‘우산’, ‘기억’ 같은 멜로디 위주의 쓸쓸한 히트곡을 내기 시작했다.

‘1분 1초’는 더하다. 타블로는 ‘랩’이 아닌 ‘노래’를 하고 있고, (하더라도 나레이션에 가깝다), 곡의 중심을 장악하는 것도 대표적 선율 악기인 피아노, 스트링, 그리고 타루의 노래다. 무드 역시 몽롱하고 슬프다. 소품집이란 명분으로 묶어 따로 발표했을 정도니 이 방향에 대한 애정이 매우 각별한 듯 싶다.

‘팝’으로 놓고 보면 제대로 만들었다. 피아노 선율은 단순하면서도 포인트가 살아 있고, 타루의 상실감 짙은 감정 표현은 슬픈 멜로디를 타고 아련하게 스민다. 타블로의 약간은 어색한 보컬, 'One'이나 'Fan'과 비교해 대중적 흡인력이 살짝 덜한 것만 빼면 에픽 하이의 평균작 이상으로 쳐줄 수 있는, 가을에 듣기 좋은 팝 한 곡이다.
2008/10 이대화(dae-hwa82@hanmail.net)



출처 : 이즘(http://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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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다보니  
객관성을 잃고 감상할 때도 많아요.
그래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런 비평도 읽어봅니다.


그래도...전 러브스크림이 좋습니다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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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이 말하는 나의 앨범-페니(Pe2ny)

출처 : IZM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19645&bigcateidx=11&width=250)


페니는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와의 2인조 유닛 소울 챔버(Soul Chamber)의 멤버로 데뷔한 이후 수많은 래퍼의 곡에 비트메이킹을 담당했으며, 2007년에는 타블로와 이터널 모닝이라는 프로젝트를 결성, 순수 경음악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반향을 얻은 작품을 만든 힙합 프로듀서이다. 2002년, 재지(jazzy)한 느낌이 강한 인스트루멘틀 EP < Journey Into The Urban City >를 선보였던 터라 이번에도 그와 닮은 음악을 들려주지 않을까 추측되기도 했지만, 최근 발표한 작품은 20명이 넘는 MC들이 참여한 ‘랩 앨범’이여서 다소 예상을 뒤엎는다. 그에게서 첫 정규 앨범 < Alive Soul Cuts Vol. 1 >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보았다.




단기 완성 프로젝트, 그러나 장기간 미뤄둔 숙원 사업

일단은 구상하게 된 계기와 시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Alive Soul Cuts’라는 타이틀로 프로젝트를 만들려고 했거든요. 컴필레이션 성격을 띠는, 원래 소수의 MC만 참여하는 걸 계획했어요. 이를 테면 누자베스(Nujabes)의 < Hydeout Production > 앨범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를 원한 거죠.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처음 의도랑은 다르게 많은 인원이 참여하게 됐어요. 회사에서도 좀 더 많은 MC가 참여해서 더 많은 사람이 듣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서 반영해 나온 결과에요.

2001년쯤부터 생각해 두었던 건데 진행은 못 하고 있다가 최근에 와서 빠르게 추진하게 되었어요. 작업은 발매 3개월 전부터 시작했고요. 전에 만들어 두었던 곡들은 전혀 사용을 안 했으니 3개월 안에 끝마치는 단기간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해치운 거죠. ‘Vol. 1’, ‘Part 1’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시작한다고 해도 그다음으로 이어지지 않는 작품들도 많지만, 저는 계속해서 할 생각이에요. 여러 여건이 받쳐주면 좋은 것이고, 안 되면 제 능력으로라도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 중 하나에요.

아날로그 느낌과 회색 톤이 강조된 음악

이번 앨범 제작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것이 있다면 사운드적인 측면이에요. 전자 악기를 사용하든 어쿠스틱을 사용하든 그런 걸 떠나서 요즘 음악은 억지로 벌리고 강하게 만드는 걸 중요시해요. 제 음악은 밀도는 떨어지지만, 저는 이게 더 따듯한 소리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개인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래도 제 귀엔 가장 잘 맞았어요. 색깔로 치면 ‘회색 톤’을 강조했다고 할까요? 샘플 소스를 사용하는 것이나 믹스를 할 때에는 질감에 대한 부분을 신경 썼죠. 요즘 음악 트렌드보다는 약간 거칠고 아날로그적인 소리들을 잡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요.

멜로디를 돋보이게 한 작법의 변화

그런 작법들 외에도 악기 사용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게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12비트 샘플러 한 대랑 앤소닉(Ensoniq)사의 ASR-X라는 장비를 쓰고 있어요. 사용하기도 무지 편하고 제가 좋아하는 소리를 많이 표현할 수 있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회색빛’이 나는 데에 도움을 많이 주었죠. LP에서 디깅하지 못한 소스들을 CD 안에서도 샘플링할 수 있고, 제가 운용하는 드럼 샘플이랑 잘 묻히지 않을 때에는 12비트 샘플러를 통해서 떨어뜨린 다음에 다시 샘플링하면 드럼이랑 잘 맞는 사운드가 나오더라고요.

이터널 모닝 끝나고 나서 음악 레슨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 걸 배우다 보니까 같은 샘플링이더라도 작법 쪽에서 많이 변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드럼을 먼저 프로그래밍했다면 이제는 샘플링, 프로그램, 그다음 드럼을 어울리게 얹는 순서로 바뀌었어요. 그러다 보니 드럼보다는 멜로디 쪽에 많이 신경을 쓴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샘플링으로만 만들지 않고 미디를 쓴 것도 그런 영향을 줬고요. ‘One light’에서의 드럼 롤과 신스는 직접 연주했고 곡이 끝난 다음에도 밴드 연주를 연결했거든요.

편해서 아쉬웠던 스튜디오 작업

객원 래퍼들에게 가사 내용이나 뭐 그런 걸 요구한 게 없어요. 시작할 때 분명히 “너희들 디렉팅 안 볼 테니까 너희 가사로 진행을 해보자”라고 했어요. 알아주는 실력파들인데다가, 도와주는 사람한테 일일이 참견하는 건 앨범 성격이랑 너무 안 맞는 것 같아서 뒤에 앉아서 자다가 끝나면 확인하면서 큰 선만 건드린 형식이거든요. 충돌은 아예 없었고, 녹음은 편안했는데, 돌이켜보니까 그게 제일 신경 못 쓴 부분이 되어 있더라고요. 나중에 가사를 훑어보니 수록곡들이 거의 다 비슷한 내용인 거예요. ‘다른 걸 얘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거죠.

각별한 뜻을 담은 ‘Still shining’

다른 곡들과 달리 ‘Still shining’은 원래 생각해 둔 곡이라 조금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제이 딜라(J Dilla)를 워낙 좋아했고,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꼭 한번은 해보고 싶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랑 같은 세대에서 비트 만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존경하는 프로듀서잖아요. 돌아가신 다음에 상실감이 굉장히 컸어요. 그런 걸 함부로 얘기하기에는 쉽지 않고 더구나 제가 지금은 랩을 하는 게 아니니까 표현도 제한되는 게 사실인데, 콰이엇이랑 작업을 하면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그 친구한테 애초에 곡을 만들기 전부터 얘기했어요. 존경하는 뮤지션을 추모하고 헌정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때로는 힙합적이지 않은, 의도와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보너스 트랙 ‘You!!’에 대해 말씀이 가장 많으시더라고요. 들으시는 분들이 깜짝 놀라요. ‘왜 리오 케이코아를 여기에 넣었느냐?’ 막 그러시는데…. 전형적인 힙합이라기보다 듣기 편한, 정말 이지 리스닝이잖아요. 약간은 자위성으로 만들었다고 할까요? 애초부터 보너스 트랙으로 실을 걸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니깐 제가 언제든지 하고 싶은 건 그런 식으로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사실 멜로디 쓰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여자 보컬이 들어가나 남자 보컬이 들어가든요. 그런데 ‘Musicbox’ 같은 곡은 일단 특정 가수를 염두에 두고 멜로디를 썼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베이지 씨를 미리 생각해 두고 작업한 거라 그분 목소리를 상상하며 멜로디를 썼죠. 타이틀곡인 ‘Alive’에 대해서는 가장 힙합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이런 게 힙합이다’하는 기준을 이야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하고 싶었던 작법을 구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나온 노래라고 볼 수 있어요.

다음 목표는 흐름과 굴곡을 표현해내는 것

마니아 쪽에서 실망하시는 분이 많았던 게 초반에는 마음에 걸렸어요. 오히려 음악 하는 분들은 좋아하는 편인데. 정규 앨범을 낸 적이 없어서 힙합 팬들은 저에 대한 약간의 선입견이 있나 봐요. 제가 한 2001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음악이 무척 투박했거든요. 이 앨범은 ‘내가 조금 더 학습을 했고, 공부를 해서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드리는 결과물인데, 예전에 비해 무난해지다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또 하나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은 ‘흐름’이에요. 외국 음반 중 잘 만들어진 작품은 전체적인 굴곡이 눈에 보여요. 곡에만 기승전결이 있는 게 아니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게 보이는데, 나중에 마스터링하고 모니터를 하니까 제 앨범은 너무 일정하더라고요. 한 곡 한 곡 작업은 많이 했지만 정규 앨범을 제작한 건 처음이라 그런지, ‘흐름’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아직 제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 Vol. 2 >나 < Vol. 3 >에서는 적은 인원의 MC들이랑 프로젝트 성향을 띤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하나의 주제 아니면 하나의 얘기들을 재밌게 진행한다든가 이번에 미처 표현하지 못한 그런 굴곡들을 내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 : 이대화, 한동윤
정리 : 한동윤
2008/09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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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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