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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0 장영희 교수님이 별세하셨네요.ㅠ_ㅠ 4


제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수필가이신데....돌아가셨네요.
(관련기사 :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905090227&top20=1)

5~6년 전에 조선일보 Books에 매주 연재하시던 고전문학작품 칼럼을 읽고 반해서
"내 생애 단 한번"이라는 수필집을 찾아 읽었었는데 너무 멋진 분이셨어요.
소아마비를 앓으면서도 아버지의 뒤를 따라 영문과 교수가 되셨고,
문학에 대한 안목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글들을 많이 남기셨어요.
유방암이 완치되었나 싶더니 다시 척추암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나봅니다.
한 번도 뵌 적도, 말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저는 그 분을 멘토로 생각했어요. 
지성과 감성을 두루 갖추고, 작은 일에 감사하고 크게 베풀며 사시는.
그 후 그분의 책들과 칼럼들을 간간히 읽을 때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 참 가슴이 따뜻했었거든요.


9년 만에 신작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나온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했던 것이
불과 저번주인데....
아, 아쉽고 슬퍼요.
다시는 이 분의 글을 읽을 수 없다니...
이제는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이메일이라도 한 번 보내볼 걸 그랬습니다.
정말 죽음은 갑작스럽고 잔인하네요.



그분의 책에서 좋아하는 문구 하나 남겨봅니다.


나는 운명론자도, 그렇다고 비운명론자도 아닙니다.

그러나 에이헤브를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설사 운명이란 것이 있어서

내가 내 삶의 승리자나 패배자가 되는 것이

나의 자유의지와 무관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싸우겠습니다. 에이헤브처럼.

에이헤브는 인간의 무능과 허약함에 반기를 들었고,

단지 삶이 그에게 주는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동냥자루가 되기를 거부했습니다.

 

<내 생애 단 한 번> (장영희 에세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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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헤브는 1851년에 허만 멜빌(Herman Melville)이 발표한 소설 <백경>의 등장인물.




옆에 책이 없어서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에세이집의 프롤로그에 있었던 꿀벌에 대한 이야기도 떠오르네요.

꿀벌은 구조상 몸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서 원래 날 수 없다고. 하지만, 자기가 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날개짓을 했고, 그 어리석음 덕분에 마침내 날 수 있었다고.

장영희 교수님의 에세이에는 일관된 주제가 있었어요.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은 없다는 거였죠.
의지가 있으면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악조건 속에서도 늘 귀하고 고운 것을 건져내고,  늘 희망을 발견하시던 이 분은...
좀 더 건강하게, 좀 더 행복하게, 좀 더 오래 사셔야했어요.
슬퍼요.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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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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