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ook.naver.com/todaybook/todaybook_vw.nhn?mnu_cd=naver&show_dt=20090318 

음악 활동과 함께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당신의 조각들>이란 소설집을 내기도 한 '타블로'님이 오늘의 책 한 권을 추천, 소개합니다.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에서 상을 받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원작을 함께 만나보시죠.



Q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릴 때 인도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친구가 얼마 전 제게 건네주더군요. '현대 인도를 가장 아름답게 묘사한, 리얼리티 쇼와 우화의 중간쯤에 있는 소설'이라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라고 했죠. 이 책을 영화화한 작품이 2009 골든글로브 주요 상 4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를 다 휩쓸었더라고요.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8개 부문 에서 수상을 했고. 제가 독서광에다 영화광이거든요. '딱'이죠.

 

Q 책의 어떤 점이 타블로님을 사로잡았나요?

"나는 구속되었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라는 첫 문장이요. 아하, 이 책 뭔가 대단히 흥미진진한 플롯과 기발한 반전이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차 올랐죠. 그 다음부터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으로 단숨에 읽어버렸어요. 빈민가 청년이 퀴즈쇼에 출전하고, '우연히' 모든 문제의 정답을 다 맞혀버려요. 어쩌다 보니 각 문제들이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였더란 말이죠. 물론 이것들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음이 하나씩 증명돼요. 저는 그런 정정당당함이 좋았어요. 통쾌했죠.

또 저를 매료시킨 건, 등장인물들이었어요. 마치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나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어떤 면에서는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정말,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이 절묘하게 얽히고설킨 모자이크 같은 작품이에요. 왜, 그런 거 있죠. 놀이공원에서 파는 셀로판지 망원경 같은.





Q 타블로님 역시 얼마 전 단편집을 출간한 작가인데요, 이 책의 작가에 대해 한마디?

비카스 스와루프 씨, 당신의 기발한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문학이 존재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공감과 위안', 다시 말해 독자와의 소통이라고 봐요. 작가들마다 다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데, 네, 그 방식이라는 게 모든 걸 바꿔놓죠. 비카스 스와루프의 방식은 유머와 인간애라고 생각합니다. 전인류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이죠.

작가가 현재 외교관이면서 이런 글을 썼다는 게 더욱 놀라워요. 인도 사회에 대한 풍자와 질타를 서슴지 않으면서도 자국민에 대한 깊은 애정과 희망을 품고 있죠. 진정성. 비카스 스와루프 씨, 언제 한번 뭄베이에서 소주 한잔 합시다!





Q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가요?

"내 인생 왜 이렇게 안 풀려…."라며 한 번이라도 하늘을, 부모님을, 친구를 원망해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주인공 람처럼 '안약 없이도 언제든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슬프고 고된 영혼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요. 정말 꼭 읽으세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 죽더라도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작품이에요. 용기, 양심, 신의, 그리고 꿈에 대해.


 

오늘의 책을 추천하신 가수 타블로님은

1980년에 태어나 인도네시아, 스위스, 홍콩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폐간된 교내 문학잡지 <망원경>을 되살려 편집장으로 활동했고, 스탠퍼드대학에서는 작가 '토비아스 울프'가 지휘하는 창작문예/영문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했다. 영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대학 안과 밖에서 연극 연출, 문학잡지ㆍ단편영화 제작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했고, 뉴욕에서 독립영화 조감독으로 활동하던 시절, 할렘에서의 생활을 계기로 음악 속으로 미끄러졌다. 현재는 그룹 '에픽하이'의 리더로서, MBC FM4U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의 DJ로 활동하며 거침없는 언변과 자신만의 색깔로 '타블로 월드'를 구축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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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이 책을 추천했던 적이 있다. 문학도였던 그가 추천했던 책들을 그동안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그의 문학적 안목이 상당히 탁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 작품을 소개해준 것은 정말이지 감사하고 싶다. 아마 그가 아니었으면 난 평생 이 책을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낯선 이름을 가진 작가가 쓴, 낯선  책 <축복받은 집>(원제 : Interpreter of Maladies)을 나는 그렇게 만났다.

   
 근 한 달간, 주말마다 다른 도시를 오가는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조금씩 읽어나갔다. 시간이 별로 없는 요즘이지만 아마 마음 먹었으면 하루쯤 다른 일을 미뤄두고 재빨리 읽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천천히 아껴 읽었다. "피르자다 씨가 저녁 식사에 왔을 때"라는 단편에 등장하는 여자아이가 밤마다 초콜릿을 오래오래 녹여 먹으며 기도하듯이 말이다. 이 책의 겉에 쓰여있는 김연수 작가의 "이야기 중독자를 위한 휴대용 구급약"이라는 추천사처럼 길 위에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행복했다.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축복받은 집>은 당시 단편집으로서는 드물게 퓰리처 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때 그녀의 나이는 서른 셋. 데뷔 5년차의 신인 작가에 불과했다. 그만큼 그녀는 월등하게 "잘 쓰는" 작가였던 것이다. 때때로 많은 문학상이 여러 이유로 폄하를 당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다면 아마 이 책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에 수긍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다 마음에 들지만, 특히 처음을 여는 "잠시 동안의 일"과 마지막에 위치한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대륙"에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혹시나 책을 읽는 데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싶어 내용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반복되는 플롯 안에 의미를 숨겨두는 줌파 라히리의 능력에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도 가감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일상의 사소한 일을 우리는 매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사소한 어떤 일들을, 그녀는 우아하게 마름질하여 이 한 권의 책 안에 담아두었다. 일상과 파격, 그 안에서 모든 인물은 애잔하게, 강하게, 따뜻하게 살아 숨쉰다. 세상의 여러 곳에서 이와 같이 인도인들이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것을 짐작하게 한다. 민족적이지만 편파적이지 않고, 특수하지만 보편적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글솜씨를 훔치고 싶을 정도로, 질투를 느꼈다. 그녀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다. 작가에게 그 이상의 칭찬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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