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9.28 IZM에 올라온 에픽하이 6집 앨범평 - 별 네 개 반!! 2
 평론가들의 평론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IZM의 평들은 꽤 신뢰하는 편이다. 사실 이제 음악잡지 Proud도 폐간된 마당에 어디서 전문가의 리뷰를 읽기도 힘들어졌지기도 했고( 내가 정기구독 신청하려고 마음 먹자 사라져 버린 비운의 Proud...) 대부분 동의할 수 있는 리뷰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원래 IZM은  아이돌에게는 인색한 평을 내리는 편이고, 에픽하이에게는 그래도 좀 우호적인 편이긴 했다. 다만 힙합플레이야쪽에서는 '명반'으로 취급받는 4집을 평론가 한동윤 씨가


 "그러나 메시지의 기분에 맞춰가는 과도하게 충직한 비트들로 인해 음반의 분위기는 다시 한 번 죽도록 무겁고, 무거워서 죽을 지경이다. 랩에서는 여러모로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는데 비트와 연계한 풀이 능력은 단순하고 고루하기 짝이 없다. 그런 우중충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랬다면 매우 성공적이지만 그것 때문에 다시 듣고 싶지는 않을 음반이 돼버렸다. 혹시 우울함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붙어도 좋다. "


라고 평가한 데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아했었지만(본인은 죽도록 좋았으므로...그래, 난 우울함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래도 3, 4집, 혼:map the soul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우호적인 앨범평들이었던 것 같다. IZM에는 작년부터 앨범평에 별점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다행히 여태까지 별 세 개 이하를 받은 적은 없었다. 몇 몇 아이돌들이  (그들의 팬들에게는 악몽이었을) 별 두 개를 받았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편이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카라의 wanna,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Abracadabra 등이 별 두 개를 받았었다.) 하긴 심지어 비의 Rainism은 별 한 개 를 받았다. 
 

 작년에는 꿈꾸라에서 타블로와 임진모씨가 함께 '더 뮤지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친해진 탓인지 유난히 이즘에서 에픽하이의 인터뷰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앨범평도 빠지지 않고 꼭 올라왔다. (이즘에서 모든 가수의 앨범을 다루지는 않는다는 걸 생각할 때 이 정도 관심을 갖는다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친분만 가지고 평론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게 그들의 직업인 이상;; 


 이즘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것 중 하나는 '도전'의 요소인 것 같다. 남이 이미 다 해버린 인기있는 것만 그대로 따라 하면 IZM에서는 혹평을 면할 수 없다. '대박'을 위해 '제조'된 후크송들과 오토튠 떡칠을 한 음악들은 그래서 모두 혹평을 받았다. 혹은 가수의 비주얼이나 댄스, 온갖 퍼포먼스로 눈을 현혹하는 보여주기 위한 곡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IZM의 특성상 왠만한 위치를 점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하고 있는 에픽하이가 좋은 평가를 받아온 거라고 생각한다.


 앨범의 양과 질을 생각할 때 별 네 개는 나오리라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평이 더 좋다.  팬으로서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IZM에서 별 네 개 반을 받은 다른 음반으로는 조용필 13집(1991년작) 정도를 봤었고, 네 개를 받은 음반은 윤상의 '그땐 몰랐던 일들', 김동률의 2008 콘서트 앨범, 윤하의 2집, 이소라의 '눈썹달', 서울 전자음악단의 'Life Is Strange'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 한가지 문제가 있다. IZM의 평이 좋았던 앨범들과 평이 좋지 않았던 3집과 4집을 나누어 생각해본다면... 아무래도 "(TV 가요프로그램을 위시한) 대중적 인기"와 IZM의 평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인기가요 순위 따위야 상관없지만, 음반 만은 많이 팔려주기를...


 에픽하이는 이제 점점 소녀팬들은 줄어가는 듯한 분위기이다. (하긴 데뷔 6년차라 데뷔초의 소녀팬들은 이미 아가씨/아줌마들이 되었다만....) 그 예로 이번 앨범 첫 활동인 엠넷의 엠 카운트다운 방송에 팬이 단 한 명 응원을 왔었다고. ㄷㄷㄷ 셋 다 품절남이 되어서일까. 나이 때문일까. 어느 쪽이 이유라고 해도 눈물이 ㅠ_ㅠ... 그래도 괜찮겠지. 해외 팬들이 있으니. ㅠㅠㅠㅠㅠㅠ 이제는 약간의 소녀팬과 고정팬인 힙덕후들과 월드와이드 팬으로 팬층이 변화하는 중인 것 같다. 그대신 팬들의 충성도는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맵더소울 사이트로 인한 '가족 의식'은 놀라울 정도이다. 역시 힙합은 '패밀리 정신'인 거다. ㅎㅎ 



                                                                                                                 by. poise

구분선 아랫부분은 IZM의 앨범평을 담아왔어요.




원문링크 :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0757&bigcateidx=1








몇몇 곡들이 지닌 심상이나 제재 등이 서로 중복되기도 해서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진 4집 < Remapping The Human Soul >보다는 정돈이 잘 된 더블 앨범이다. '감성'과 '활기'로 열다섯 곡씩 분할한 작품은 두 카테고리에 맞는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깔끔한 갈무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음반은 에픽 하이의 음악적 특징을 더욱 명확하게 나타낸다. 때로는 지나치게 여린 감정을 내비쳐서 우울해 보이기도 하는 정서의 특화, 그와는 상반되게 힙합을 하는 사람들답게 드러내는 남성성과 공격적인 언사, 내용 면에서는 그렇다. 이렇게 큰 줄기를 두고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나간다.

음악적인 부분도 노랫말, 또는 곡의 분위기가 내는 온도와 습도에 맞춰 간다. < [E]motion >에서는 느긋하고 소담한 반주가 대부분으로 전기의 힘을 빌리지 않은 피아노와 기타 연주가 일부 노래에서 발견된다. 박지윤이 참여한 '선물'은 하우스 음악이 비트의 골격을 전담하고 있음에도 건반이 곡을 리드하는 까닭에 따뜻하게 들린다. '트로트'는 약간의 코믹함이 엿보이지만, 세상 풍파에 시달린 이가 위안을 찾는 음악으로 트로트를 꼽은 것처럼 그 장르만의 구성진 맛이 잘 배어난다. 리듬악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꾸민 'Heaven'은 담백하기 그지없다. 아날로그 냄새 풍기는 음악 만들기에 열중했던 소품집 < Lovescream >을 떠올린다면 그 앨범에 더 어울렸을 노래들이다.

< [E]nergy > 편에서는 트렌디한 힙합 비트와 일렉트로니카 형식을 빌려 온 음악이 넘실댄다. 한국어와 케로 원(Kero One), 다일레이티드 피플스(Dilated Peoples)의 라카(Rakka) 등을 대동해 영어 버전을 실은 'Rocksteady'는 뉴 스쿨 힙합의 체취를 드러내 힙합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타블로와 투컷이 주조한 전자음이 아드레날린의 분출을 돕는 'Madonna', 'High technology'는 클럽의 일렉트로니카 시간으로 듣는 이를 안내한다. 메인스트림 지향의 장쾌함을 한껏 발산하는 '흉'도 그에 일조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동안 에픽 하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스타일이 되어 온 타이틀곡의 전형성을 탈피했다는 점이 또한 새롭다. 'Fan', 'Love love love', 'One', '1분 1초' 등 하우스나 트랜스의 반주에 종결어미가 비교적 동일하고 여성 보컬이 코러스를 부르는 것, 가사로 전해지는 감정이 엇비슷하다는 이유로 너무 패턴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지만, 6집의 타이틀곡 '따라해 (Wannabe)'는 피처링과 반주 형식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예전 노래들과는 사뭇 다르게 들린다. 개인적인 감정과 경험의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결과적으로는 똑같다고 해도 현상을 재밌게 읽어 준다는 것에서 에픽 하이의 감각이 크게 돋보인다. 명품과 물질에 길들여진 사람의 허황된 모습을 꼬집는 'Shopaholic'도 유사한 재기를 발견 가능하다.

참 부지런하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오가며 공연을 펼치고 여러 피처링 작업과 방송을 소화하며 에픽 하이는 2009년을 정말 분주하게 보냈다. 정력적인 움직임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들의 레이블 맵 더 소울(Map The Soul)을 차리고 낸 북 앨범과 리믹스 앨범, 그리고 여섯 번째 정규 작품까지 올 한 해에 발표한 음반이 세 장이나 된다. 5집 발매 후 가졌던 인터뷰에서 타블로는 “스케줄 소화하느라 정작 음악 만들 시간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짧은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신곡을 공개하고 더블 앨범도 제작했으니 정말 열심을 기울였음을 생각할 수 있다.

몇몇 곡에서 나타나는 부자연스럽고 치밀하지 못한 라임 연출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뜻은 다른 한글과 영어 발음의 유사성을 이용해 듣는 재미를 제공하려는 의도이겠으나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자신들의 스타일을 극명하게 두 갈래로 나눈 탓에 정형화된 스타일을 못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음울함을 강하게 어필하는 노래, 앰비언트, 트립 합풍의 인스트루멘틀, 클럽 지향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1990년대로 기억을 회귀하게 하는 힙합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힙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니 이것만도 대단하다.

내용을 담는 그릇 역할을 하는 반주의 맵시도 훌륭하지만, 타블로와 미쓰라가 써 내려가는 감성 짙은 다채로운 언어가 음반의 맛을 한층 진하게 해준다. 차분한 분위기를 내는 노래에서도 펄떡이는 게 감지된다. '사랑해'와 '베이비'가 난무하고 '섹시'만이 숨을 쉬는 이 아름답도록 획일화된 사회에서 받는 답답함을 풀어 버리는 앨범이다.

-수록곡-
CD 1: [E]motion
1. Oceans. Sand. Trees. (작곡: 타블로)
2. Slow motion (작사: 타블로, 미쓰라 / 작곡: 타블로)
3. 선물 (feat. 박지윤) (타블로, 미쓰라 / 투컷)
4. No more christmas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5. Maze (feat. Dumbfoundead, MYK) (타블로, Dumbfoundead, MYK / 투컷)
6. 통기타 (Skit)
7. 트로트 (타블로, 미쓰라, 투컷 / 투컷)
8. Emologue (타블로, MYK / 타블로)
9. Excuses (feat. MYK) (타블로, MYK / 타블로)
10. Moonwalker (타블로, 미쓰라 / 투컷)
11. Breathe (Mithra's word) (feat. 한희정) (미쓰라 / 타블로)
12. Happy birthday to me (feat. 하동균)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13. Heaven (feat. MYK) (타블로, 미쓰라, MYK / 미쓰라, MYK)
14. Owls. Shadows. Tears. (투컷)
15. Slow [e] Motion (Bonus)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CD 2: [E]nergy
1. Orchestras. Spotlights. Turntables. (feat. MYK) (MYK / 타블로)
2. Still here (feat. Dok2) (타블로, 미쓰라 / Gonzo)
3. Sensitive thug (Skit)
4. 따라해 (Wannabe) (feat. Mellow)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5. Rocksteady (feat. Kero One, Dumbfoundead, MYK, Rakka of Dilated Peoples) (타블로, Kero One, Dumbfoundead, MYK, Rakka / 투컷)
6. Madonna (feat. Mellow)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7. 말로맨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8. Shopaholic (타블로, 미쓰라 / 타블로)
9. Supreme 100 (타블로 / 타블로)
10. High technology (타블로, 미쓰라 / 투컷)
11. Rocksteady (Korean Version) (feat. Paloalto, Dok2, Beatbox DG, Beenzino) (타블로, 미쓰라, Paloalto, Dok2, Beatbox DG, Beenzino / 투컷)
12. High skool dropout (반항하지 마) (타블로, Yankie, Planet Shiver / 타블로)
13. 흉 (feat. YDG, Dok2) (타블로, 미쓰라, YDG, Dok2 / MYK)
14. Lesson 4 (Tablo's word) (타블로 / 타블로)
15. Organs. Screams. Televisions. (투컷)
2009/09 한동윤(bionicsoul@naver.com)

Posted by poise
이전버튼 1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