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랑 친구할래?
[주말, 그리고 말랑한 미디어] 라디오를 켜봐요 ②
2008년 11월 21일 (금) 17:50:25 최우용/mbc 라디오 PD mediaus@mediaus.co.kr

안녕? 이 글을 읽을 네가 몇 살인지 모르지만 말 놓을게. 이거 컨셉이야. 편한 친구처럼 다가가기 위한. 이해하지?

지금은 밤 1시, 나의 퇴근 시간이야. 응? 일 엄청 시키는 대기업에 다니냐고? 아니. 대신 남들 점심 먹는 시간에 출근해. 출근해선 음악을 틀어놓고 대놓고 인터넷을 하지. 응? 회사원 맞냐고? 맞아 나 회사원이야. 입사 5년차 사원. 내 책상은 온통 음악CD들로 뒤덮여 있어. 다 공짜로 받은 거야. 부러워 할 것 없어. 그거 정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거든. 이제 정식으로 인사할게. 난 주식회사 문화방송에 다니는 라디오PD야.

내가 라디오PD라고 얘기하면 인생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늘 하는 얘기가 있어.

“원고는 작가가 쓰고, 진행은 디제이가 하고, 콘솔은 엔지니어가 잡고, 그럼 피디는 뭐하는 거냐? 놀고먹다가 큐사인만 주면 되는 거 아냐?”


음...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선곡이나 섭외, 편집 같은 일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PD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책임지고 지휘하는 사람이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거랄까? 그렇다고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를 떠올리진 말아줘. 난 나름 예의바른 사람이야. 흠흠 어쨌든 일을 시키는 입장이니까 편할 것 같지만 ‘책임’이라는 말과 ‘지휘’라는 말에 실린 무게는 꽤나 무거워. 일이 끝나면 나머지 스텦들은 훌훌 털고 퇴근을 하지만 PD는 남아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에 잠겨. ‘잘 되고 있는 건가?’ ‘다음엔 뭘 할까?’ 등등. 누가 시킨 일은 끝이 있지만 내가 만들어서 하는 일은 끝이 없잖아? 그리고 잘되면 공은 모두에게 돌아가지만 잘못되면 책임은 PD가 져야해. 그래서 PD란 건 참 외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런 외로운 일을 난 왜 하고 있는 걸까? 뭐 사실 이유야 간단하지. 좋아하니까. 라디오를,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니까. 어떤 사람은 그러더라? 왜 TV가 아니라 라디오 PD를 택했냐고. 라디오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머잖아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건 라디오의 매력을 잘 몰라서 그런 거야. 물론 라디오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야. 포털사이트의 검색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사 같지도 않은 기사들만 봐도 알 수 있지. 사실 새로운 매체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그만큼 기존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이런 말 알아? 애인은 떠나도 친구는 남는다. 모른다고? 그래 그럴거야. 내가 방금 만들어낸 말이거든. 사랑이란 건 왔다가도 떠나고 또 오고 그러지만 친구는 늘 내 곁을 묵묵히 지켜주잖아? 난 라디오가 그런 친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하나 물어볼게. 정말 지치고 힘들 때, 우울하거나 답답해서 무언가 위로가 필요할 때 너는 어떡하니? TV를 보니? 아니면 책이나 신문을 보니? 그것도 아니면 컴퓨터게임을 하니?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거야. 다들 나름의 방법이 있겠지. 그런데 그거 알아?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럴 때 라디오를 듣는다고 얘기를 해. 사연을 쓰거나 핸드폰 메시지로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다고 해. 나도 오랫동안 라디오를 들었지만 특히 수험생 때나 군대에 있을 때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 이렇게 지치고 힘들 때 위로가 되는 라디오, 그래서 라디오는 든든한 친구 같아.



그리고 하나 더. 라디오는 참 편해서 친구 같아. 애인처럼 자기만 봐 달라 떼쓰지 않거든. 너 TV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또는 게임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가능할 순 있어도 정말 쉽지 않지. 눈으로 보는 것은 그것 외에 다른 행동을 허용하지 않아. 하지만 귀로 듣는 것은 그렇지 않지. 그래서 사람들은 운전을 하면서, 요리를 하면서, 공부를 하면서 라디오를 들어. 아 예외가 있어. 내가 맡고 있는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는 너무 재밌어서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하기가 힘들 거야. 미안해.



자, 내 얘기는 여기까지야. 편하고 든든한 친구, 그게 바로 라디오의 매력이고 그 매력이 나를 라디오PD라는 세계로 이끌었어. 혹시 지금까지 내가 반말한 이유를 눈치 챘니? 그래, 바로 라디오의 매력을 더 부각시키려고 그런 거야(절대 지금 막 떠오른 생각이 아니야). 라디오를 많이 들어달라고 이 글을 쓴 건 아니야. 그저 그 어느 땐가 네가 라디오를 들으며 즐거워하고,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내가 라디오PD가 된 이유이기도 하고. 우와 벌써 밤이 깊었네? 잘 자, 이름 모를 나의 친구.

출처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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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뚜피 평소의 주관있는 모습과는 달리 너무 나긋나긋한 말투이시네요.ㅎㅎㅎ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지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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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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