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이 책을 추천했던 적이 있다. 문학도였던 그가 추천했던 책들을 그동안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그의 문학적 안목이 상당히 탁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 작품을 소개해준 것은 정말이지 감사하고 싶다. 아마 그가 아니었으면 난 평생 이 책을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낯선 이름을 가진 작가가 쓴, 낯선  책 <축복받은 집>(원제 : Interpreter of Maladies)을 나는 그렇게 만났다.

   
 근 한 달간, 주말마다 다른 도시를 오가는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조금씩 읽어나갔다. 시간이 별로 없는 요즘이지만 아마 마음 먹었으면 하루쯤 다른 일을 미뤄두고 재빨리 읽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천천히 아껴 읽었다. "피르자다 씨가 저녁 식사에 왔을 때"라는 단편에 등장하는 여자아이가 밤마다 초콜릿을 오래오래 녹여 먹으며 기도하듯이 말이다. 이 책의 겉에 쓰여있는 김연수 작가의 "이야기 중독자를 위한 휴대용 구급약"이라는 추천사처럼 길 위에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행복했다.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축복받은 집>은 당시 단편집으로서는 드물게 퓰리처 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때 그녀의 나이는 서른 셋. 데뷔 5년차의 신인 작가에 불과했다. 그만큼 그녀는 월등하게 "잘 쓰는" 작가였던 것이다. 때때로 많은 문학상이 여러 이유로 폄하를 당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다면 아마 이 책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에 수긍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다 마음에 들지만, 특히 처음을 여는 "잠시 동안의 일"과 마지막에 위치한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대륙"에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혹시나 책을 읽는 데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싶어 내용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반복되는 플롯 안에 의미를 숨겨두는 줌파 라히리의 능력에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도 가감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일상의 사소한 일을 우리는 매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사소한 어떤 일들을, 그녀는 우아하게 마름질하여 이 한 권의 책 안에 담아두었다. 일상과 파격, 그 안에서 모든 인물은 애잔하게, 강하게, 따뜻하게 살아 숨쉰다. 세상의 여러 곳에서 이와 같이 인도인들이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것을 짐작하게 한다. 민족적이지만 편파적이지 않고, 특수하지만 보편적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글솜씨를 훔치고 싶을 정도로, 질투를 느꼈다. 그녀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다. 작가에게 그 이상의 칭찬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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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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