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넬(Nell) 인터뷰

밴드 넬(Nell)에게 남겨진 과제는 대중과의 조우였다. 영국의 감성 모던 록을 이 땅에 훌륭하게 접목시켰고 마니아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해외 음악계의 동향에 밝지 않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다가서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넬은 지난 앨범 < Healing Process >부터 조금씩 변화를 주며 이 난점을 해결하려 했다. 가요적 현악 편곡을 가미해봤고, 어쿠스틱 기조를 따라 앨범을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적 터치만을 내세우려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인 히트싱글과 함께 팀의 네 구성원이 가진 음악적인 실험을 동시에 구현하려는 욕심도 있다. 정규작으로는 2년만의 신보인 < Separation Anxiety >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타이틀곡 '기억을 걷는 시간'이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호조를 보이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반면, 앨범의 후반부에는 난해한 일렉트로닉 실험작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타리스트 이재경은 “넬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모르는 사람들 모두 접속할 수 있는 앨범”이라 압축했다.

지난 3월 말,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속내를 조심스레 밝혔다. 80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 뭉친 팀답게 분위기는 시종 즐거웠으며, 음악 이야기가 시작되자 모두들 활기를 띠었다. 특히 '앨범'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었다.


지난 앨범부터 조금씩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멤버들이 의도한 바는 무엇인가.
(김종완) 음악적인 변화나 시도라 한다면, 시퀀스 프로그래밍 부분이 조금 더 많은 부분이 생겼어요. 강화라기보다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조화를 이전에는 많이 실패를 해서 앨범에 싣지를 못했는데, 5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공부를 좀 했죠.

'기억을 걷는 시간'은 5분이 넘는다. 전형적인 싱글이라 할 만큼 좋은 곡이고 라디오에서 곡이 나오는 흔치 않은 밴드인데 홍보하기엔 좀 긴 것은 아닌가.
(김종완) 편곡 구성을 두고 굉장히 애를 먹은 곡이예요. 브릿지 코드를 바꿀까, 리듬을 넣을까 말까 많이 고민했죠. 그런데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예전앨범들을 보면 곡의 길이를 상관 안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곡의 길이를 두고 무의식적으로 자기검열을 하려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전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방송할 때는 결국 잘랐죠. 그것 때문에 고민 많이 했습니다.

이번 앨범의 기본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
(김종완) 사운드 적으로는 건반과 프로그래밍이 주가 되는 부분, 그리고 이것이 실제 연주와 조화를 이루는 부분이 어느 정도 흐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곡 순서도 그렇게 짰고요.

전체적으로 조형미를 획득하고 싶었다는 말인가.
(이재경) 멋있는데요. (웃음) 저희도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앨범을 만들려고 하는 팀인 것 같아서 안도감마저 들었다.
(이재경) 저희가 90년대를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 시대가 앨범이 위주인 시대였잖아요. 그런 것을 하고 싶었던 거죠. 당연한 건데 요즘 시대에는 그게 튀었던 것 같아요.
(김종완) 감정이 끊기는 게 싫어요. 한 곡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았는데 다음 곡에서는 어떻게 이어줄까라는 만족도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 디지털 싱글시대에는 이것을 충족시켜 줄 수가 없어요.

앨범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곡을 피땀 흘려서 만들고 전체적인 앨범의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재경) 예전에 저희가 듣고 자랐던 테이프는 스킵할 수가 없잖아요. 지금은 듣다가 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예전 테이프는 첨부터 죽 듣게 되요. 그게 진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앨범이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그래서 앨범 전체를 다 들어야 하죠.

그래서 앨범을 알릴 수 있도록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기억을 걷는 시간'이 단일 곡으로는 제대로 걸린 것 같은데.
(이재경) 감사합니다. 음악을 만들고 마무리 작업하면서 들을 때 이 음악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나라는 활동방식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것을 표현하는데 아무래도 힘이 드네요.

곡이 좋으면 된다. 문제는 어떻게 리스너들과 연결이 되느냐다.
(김종완) 저희도 고민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장님과 그런 얘기를 제일 많이 하거든요. 방송을 보는 연령대는 정해져있으니까요. 저희 나이 또래는 사실 TV를 거의 안 보잖아요. 그런 사람들과 소통을 할 방법이 없으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강구하고 있어요. 일부 사람들에게만 들려 줄 수는 없잖아요.

곡 순서도 넬이 정한다고 했다. 마지막 곡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그건 마지막 곡으로 해야 한다. 대중적인 터치를 배제할 수는 없지 않나.
(김종완) 사실 언더 1집을 할 때부터 저흰 다 대중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한테는 너무 당연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대중성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대중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곡을 쓰고 연주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게 대중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재경) 그렇다면 저희 음악이 바로 대중적인 음악이겠네요.

멜로디가 정말 잘 흘러갔다고 본다. 'Promise me'도. 여기까지는 정말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연주하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어떤가. 곡을 가져왔을 때.
(이정훈) 항상 하듯이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종완이가 노래를 한번에 10곡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한 곡 한 곡 들려주면서 작업하기 때문에요. 작업방식이 거의 그래요. 하모니 구성도 때에 따라 다르고요. 20분 만에 끝내기도 하고 삼일 밤낮이 걸리기도 하죠.

곡의 윤곽이 나왔을 때 잘 되었다라고 생각한 곡은?
(김종완) 첫 곡 'Separation anxiety', '기억을 걷는 시간', 'Promise me'. 그리고 10번 트랙 '12 Seconds'요.
(정재원) 스튜디오에서 좋았던 것은 '멀어지다'랑 '12 Seconds'였어요.
(이재경) 'Fisheye lens'는 리얼 연주가 아니라 프로그래밍으로 베이스 라인을 짠 곡이죠. 처음 들었을 때부터 바로 왔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Fisheye lens'랑 'Separation anxiety'요. '기억을 걷는 시간'도 좋고요.

아까 프로그래밍과 리얼 연주의 배합이 잘 되게 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어떤 곡인가.
(김종완) 'Separation anxiety'랑 'Tokyo'요. 'Tokyo'는 저랑 정훈이가 일본 악기점에 갔을 때 떠오른 곡이예요. 악기점은 자유롭게 연주를 하게 놔두잖아요. 그때 멜로디가 나와서 한국에 와서 작업한 곡입니다.

보컬리스트로서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김종완) 굉장히 멀었죠. 저만의 장점은 있겠지만 보컬뿐만 아니라 음악을 봤을 때 만족을 하기에는 아직 먼 것 같아요. 제 속에 있는 것을 다 표현하기에는 미숙한 점이 많음을 느껴요. 더 연습을 해야죠.

넬은 라디오헤드의 우울한 감수성을 한국가요에 잘 옮긴 밴드다. 신보는 곡마다 컬러가 다르지만 여전히 우울한 기조는 남아있다. 라디오헤드 같은 영국밴드는 그 나라의 환경과 아티스트의 대응이라는 우울의 이유가 있는데, 넬에게서도 우울의 정체와 그 이유가 궁금하다.
(김종완) 저희가 같이 있을 때는 어렸을 때부터 동네친구니깐 장난을 많이 치는데, 개인을 돌아봤을 때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정서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낙천적이라거나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이재경) 전 우울이라고만 표현하는 건 좀 그래요. 사람들이 우울이라고 표현하니 그런가보다 하는 거죠. 그리고 사실 우울함을 표현하기에는 한국이 더 좋은 환경이 아닌가요. 라디오헤드의 경우도 저희한테는 100퍼센트 다가왔습니다.

넬의 사운드가 젊은이들의 시대환경이라는 데에 대해 반영이라는 말인가.
(이재경) 제 주위에 행복하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김종완) 전 대변한다는 느낌은 받아본 적은 없고. 영향을 있다고 봐요. 요즘 사람들을 봤을 때 도저히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희 음악이 개인적인 부분이 많아서 다른 이들의 정서나 환경을 저희가 표현했다기보다는 개인감성이라 말하는 게 낫겠지만, 시대와의 연관성도 무시할 순 없겠죠.

동네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넬을 결성한지 올해로 10년이다. 약간의 멤버 교체를 감안한다 해도 그리 짧지 않은 기간인 셈이다. 그리고 넬에게는 물리적인 시간을 상회하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기도 하다. 2001년 인디시절의 데뷔작 < Reflection Of Nell >을 발표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서태지가 설립한 레이블 '괴수인디진'과 손을 잡은 2003년의 < Let It Rain >으로는 주류무대에 성공적으로 입성했지만 이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현재는 서태지 컴퍼니를 나온 이후 세 장의 앨범을 더 발표한 상황. 멤버들에게 지난 10년을 물었다.

넬은 성실한 밴드다. 거의 1년에 한 장씩 7장의 앨범이다. 성실성은 어디서 나오나. 해마다 앨범을 내는 것을 보고 이것도 저항이 아닌가 싶었다.
(정재원) 나이도 먹고 열정이 식고 예전보다 덜 한다는 느낌이 들 때 오히려 더 푸시를 하죠. 요즘 너무 노는 거 아니냐 서로 그러면서요. (웃음)

서태지가 픽업해서 앨범이 두 장이 나왔다. 잘 만든 앨범이었음에도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녔는데.
(이정훈) 부담이 없었다는 거짓말이고요. 그냥 저희가 하던 대로 하는 거고 (서태지 컴퍼니를) 나와서도 그대로 하고 있어요. 크게 얽매이진 않아요.

득과 실이 있었을 텐데.
(김종완) 득이라고 한다면, 좋았던 건 스튜디오 작업에 눈을 뜬 거죠. 제작환경이나 엔지니어 하던 분도 많이 가르쳐주셨고. 우리 음악을 녹음해서 들어보면 이런 느낌이 나오는 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음악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죠. 홍보면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게 있었죠. 크게 잃었던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외부적으로 나오는 얘기는 뭐..누가 되었든 그건 있었을 거예요. 회사를 나오게 된 것도 이야기가 많은데, 그냥 계약만료였어요.

인디 앨범 두 장이 있는데 신보를 4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다.
(김종완)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밴드들 보면 언더 때 앨범은 매수에 포함을 시키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로망이라고 볼 수도 있죠. 저희 입장에선 난감한 부분이 < Let It Rain >을 그냥 1집이라고 하면 상관이 없는데, 그걸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메이저 1집이라고 표현하죠.

어쿠스틱 앨범 < Let`s Take A Walk >을 낸 이유가 궁금하다. 앨범은 설득력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데, 사적인 앨범으로 보였다.
(김종완) 공연할 때 어쿠스틱 편곡을 많이 해요. 3집을 끝내고 나서 시기상으로 앞으로는 못할 것 같았죠. 그때의 감성을 재현한다는 게 어려울 것도 같았고요. 또 공연들에 대한 추억도 많잖아요. 어떻게 보면 밴드 자체로서 기념하고 추억하는 앨범일 수도 있어요.

1집 < Let It Rain>은 어떤 앨범인가.
(김종완) 개인적으로는 치기어린 앨범인 것 같아요. 나쁜 의미에서의 치기가 아니라 레코딩면에서요. 인디때 레코딩에 대한 후회가 너무 많았거든요. 그래서 레코딩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앨범이었어요. 감성표현은 기본적인 거니까 불만은 없습니다.

2집 < Walk Through Me >는?
(김종완) 어쿠스틱한 느낌을 처음으로 시도한 앨범이에요. 담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들. 그리고 프로그래밍이 가미된 것들을 조금씩 보여주고 싶었죠. 연구도 많이 했고요. 그런 측면들을 부각시켰죠.

3집 < Healing Process >는 어땠나.
(김종완) 제일 텀이 길었고, 작업 때 애를 많이 먹었죠. 기획사도 바뀌었고.
(이재경) 시간이 많았던 만큼 시도도 많았죠. 못했던 것들 멜로디 스케일, 사운드 스케이프 등 모든 면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죠.

넬의 최고 앨범을 꼽는다면?
(이재경) 개인적으로는 < Let It Rain > 앨범을 좋아하고, 베스트는 신보예요. 넬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들도 접속할 수 있는 앨범인 것 같아요.
(김종완) 저는 < Healing Process > 아니면 이번 앨범인 것 같네요. 둘이 다fms 의미인데요. 이번 앨범은 밴드가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이 들고, < Healing Process >는 소속사도 옮겼고 스케일도 커졌고, 그 당시의 추억이나 그런 것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뿌듯한 앨범입니다.
(이정훈) 저는 이번 앨범이 제일 애착이 가는데요. 이유는 소리적인 측면이에요.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래밍 시퀀스가 저번 앨범들 보다 더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서요.
(정재원) 의미 있는 앨범은 < Let It Rain >이요. 제일 좋아하는 앨범은 이번 앨범이고요.

그렇다면 넬을 규정할 수 있는 곡은 무엇인가. 예술적인 면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곡은?
(이재경) 이런 말하면 그 곡에 너무 힘을 주는 것 같아서 어려운데.. 굳이 꼽는다면 스페셜 앨범에서 편곡한 '백색왜성'이랑 '믿어선 안 될 말'이요.
(김종완) 넬을 규정하는 건 앨범 전체인 것 같은데요.
(이정훈) 너무 어려운데요. 넬적인 측면을 말하자면, 'One time bestseller'요. 개인적으로는 저희 노래 중 가장 아름다운 곡인 것 같습니다.
(정재원) 전... 잘 모르겠습니다.

앨범을 만들 때 들었던 앨범이 있나? 요즘 듣고 있는 앨범도 괜찮다.
(이재경) 작업할 때 들었던 건 없고요. 요즘은 트래비스(Travis)와 라디오헤드 이번 신보를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라디오헤드는 90년대에 나온 앨범들이 더 좋더라고요.
(김종완) 근래에 들은 앨범은 실버체어(Silverchair)의 최근 앨범이요. 또래인 밴드인데 자신들의 색깔이나 고집을 꺾지 않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이정훈) 전 영국 전자 음악 듀오 프루 프루(Frou Frou)의 2002년 앨범 < Details >를 많이 들었어요. 제가 생각한 모든 스타일이 들어있는 앨범이었어요.
(정재원) 록 앨범을 들자면, 뮤즈(Muse)랑 옐로카드(Yellowcard)요. 요즘 흑인 드러머한테 빠져있거든요. 영화 '원스(Once)' OST도 좋았습니다.

나이 40이 넘어도 음악을 계속할 자신은 있나.
(이재경) 네, 그럼요. 당연합니다.
(이정훈) 유투(U2)나 에어로스미스(Aerosmith)처럼 오랫동안 활동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아직도 20대처럼 보이잖아요.

인터뷰: 임진모, 윤지훈
사진: 배강범
정리: 윤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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