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있었습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친구.

시니컬하고, 이기적이고, 고집 쌘 친구. 그는 저와 아무리 긴 시간을 함께 해도, ‘정’이 드러나는 말이나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닭살 돋는다고. 남자들끼리, 구역질나게 뭐 그러냐고.

때론 섭섭했어요. 제가 슬퍼 할 때도 “뭘 울어?”라고 딱딱하게 말했고, 가끔 술에 취해 “야, 나 너 정말 아낀다, 영원히 함께 하자”라고 말해도, “세상에 영원한 게 어디 있냐?”같은 냉정한 답변만 돌아왔죠.

“이 놈, 정말 날 친구로 생각하는 건가?” “우리가 함께 함을 소중하다고 느끼기나 할까?… 나에겐 소중한데…” 이렇게 고민하고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한 마지막 순간이 기억나요. 대학에 들어가기 전 여름 방학, 미국 동부에서 한 달을 넘게 함께 지내다가, 저는 제 학교를 향해 서부로 떠나야했죠. 그때, 공항으로 떠나는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제 친구가 그 녀석 답지 않은 행동을 하더라고요. 제 손을 꼭 붙잡더니, “나, 네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거, 알지?”

전 너무 당황해서, 쑥스럽게 웃어넘겼지만, 제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 중에 하나… 제가 들어본 가장 위로가 되는 작별인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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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이 지난 지금. 제가 얼마나 그 친구와 닮아졌는지… 느껴집니다. 저 역시 시니컬하고, 이기적이고, 고집 쌘 녀석이 되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이 마음을 열고 깊은 고민을 얘기해도, 장난스럽게 농담하거나 시크하게 쓴 소리 하고 넘어갈 때, 참 많았죠. “이 자리 영원히 지킬게요!”라는 지킬 수 없는 약속도 많이 했습니다. 여러분은 진심으로 제가 그러길 바랬을 텐데.

꿈꾸는 라디오, 제가 지은 이름, 우리가 꿈꾸면서 지은 이 곳. 꿈을 쫒아 떠나게 됐네요.

“나, 네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거, 알지?”

응, 알아. 나 역시 너네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는거, 알지?


by. Tablo
꿈꾸라 마지막 방송일에.
2009.06.14




오늘의 블로노트

"내가 다시 꿈꾸도록 해 준 당신들, 그리울 거예요. 사랑합니다."
 2009.06.14 blonote



그리운 얼굴들.....주뚜피, 소작, 가작...ㅠㅠㅠㅠㅠㅠㅠ

자, 이제 꿈에서 깰 시간.
;ㅁ;


이 허탈함이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Posted by poise